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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화원] 18
S#1. 도화서 / 홍도의 방 / 밤
홍도 : (그림속 학을 가리키며) 학은 새 중에서 제일이니 ‘일품’으로, (그림속 물결을 가리키며) 물결을 뜻하는 ‘조’는
아침‘조’와 같이 읽는다. 혹은 밀물과 썰물같은 조수를 뜻하는 ‘조’로 읽을 수도 있지.
윤복 : (소나무 가리키며) 새해를 맞아 선물하는 그림중에 소나무와 불로초를 그린 그림을 ‘신년여의도’라 하지 않습니까.
그럼, 이것은(소나무가리키며) 신년으로 읽을수 있는 것입니까?
홍도 : 그렇지! 소나무는 이 중에, ‘신년’을 뜻하고, 불로초는 ‘여의’를 뜻하니.. 소나무가 그려진 이 그림은, ‘신년’을 뜻하는 것이고,
새로운 ‘해’를 뜻하니, ‘년’으로 읽을 수 있을수 있겠구나.
윤복 : 하면.. 이 그림은 (손가락으로 그림 하나씩 가리키며) ‘조’ ‘년’ ...(충격 받고..) ‘살’ (홍도 보며) 조년에 의한... 죽음...
홍도 : (충격으로 멍한) 김 조 년!
윤복 : (소리/ 충격받은 얼굴 위로 홍도소리) 네 아버지를 죽인자는...
홍도 : 바로 대행수 김.조.년. 그 자다!
윤복 : (충격에 휩싸인 모습으로, 홍도를 보는)
홍도 : (충격에 빠진 모습으로 윤복 보는)
윤복 : 그러면, 제가.. 아버지를 죽인 자의 집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는 말입니까?!! (눈에 눈물이 고인다) 도대체 김조년이...
김조년이 왜 아버지를 죽였단 말입니까? 왜!!
홍도 : (안타깝게 보는) 윤복아...
윤복 : (분노와 증오로 끓어오르는) 이대로 있을순 없습니다! (일어나서, 뛰쳐나가려는데)
홍도 : (급히 윤복을 잡으며) 안된다! 당장 뭘 어쩌려 그러느냐!
윤복 : (분노에 찬 떨리는 목소리로) 그자를 가만두지 않겠습니다! 놓으십시오. (뿌리치며 다시 뛰쳐나가려는데)
홍도 : (윤복을 눌러 앉히며) 가만 가만좀 있어봐라. 네놈이 천방지축 객기로 뛰쳐가서 뭘 어쪄겠다는 것이냐!
개죽음을 당하고 싶은게냐!
윤복 : (홍도에게 눌려서 씩씩거리며) 무서울 것도 두려울 것도 없습니다!
홍도 : (윤복의 두눈똑바로 보며) 놈은 호락호락한 인물이 아니야! 야심이 하늘에 닿았고 수완은 귀신을 뺨치는 자다!
윤복 : (홍도 팔 뿌리치며) 제발 좀 놓으십시오. 그 자는 사람을 죽이고도 십년 동안 떵떵거리며 살았습니다!
그런놈은 절대로 그냥 둘 수 없습니다! (다시 뛰쳐나가려면)
홍도 : (어깨 붙잡고 흔들며) 정녕 네 아비의 뜻을 모르겠느냐?
윤복 : (보는)
홍도 : 만약 네 아버지가 그때 김조년의 이름을 말했다면, 너는 지금처럼 섣불리 원수를 갚는답시고 무모한 짓을 했을 것이다.
그러니 네 아버지는 어린 네가 그를 대적할 만큼 성장하기를 기다리신 거다. 모두 널 위해서!
윤복 : (눈물 후두둑 떨어지는) 아비를 죽인 원수를 언제까지 지켜보란 말씀이십니까?
홍도 : 우린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해. 놈이 모르는 사이에 놈을 완전히 쓰러뜨릴 그런 방법.
윤복 : (조년에 대한 증오심과 복수심으로 파르르 떠는)
S#2. 김조년의 집 앞 / 아침
윤복, 김조년의 집 대문앞에 선다.
윤복 : ......(비장한 표정으로 보다가)
문을 열고 들어간다.
S#3. 김조년의 집 / 윤복의 방 / 아침
윤복, 방으로 들어오는데, 김조년이 앉아 있다. 화탁위에 <월하정인> 놓여 있고,
김조년, 윤복, 서로 팽팽하게 마주보며,
김조년 : 어딜 다녀오는가?
윤복 : (앉으며 애써 마음을 누르고) 아침 일찍 무슨 일이십니까.
김조년 : (윤복 날카롭게 보다가 화탁위의 <월하정인>을 만지며) 밤새 안타까운 남녀의 정분을 보러 다닌 것은 아닌가?
그래, 지난 밤엔 무얼 보았나?
윤복 : (강한눈빛으로) ... 몹시.. 아주 몹시 흥미로운 것을 보았지요
김조년 : (윤복을 쏘아보며) 좋은 그림이 나오겠구만.
윤복 : (지지않고 보며) 금일 밤까지 그려 올리겠습니다.
설청소리 : (문 밖에서) 손님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김조년 : (윤복 차갑게 보며) 기대하고 있겠네. (일어나 문쪽으로)
윤복 : (따라 일어서고)
김조년 : (문을 여는데, 김조년 뒤로 슥 다가서는 무사 보이고.. 무사의 이마에 난 흉터 보는 윤복)
(insert : 얼굴없는 초상화의 마지막 부분 벗겨지고, 드러나는 얼굴. 번쩍! 지나가면)
윤복 : (설청 보고, 얼어붙은 ) !!!
김조년 : (돌아서다가 설청 보는 윤복 느끼고) 내 호위 무사네.
윤복 : (심장이 두근거리는 소리들리고, 손에 식은땀이 흐르며)
김조년 : (설청 보며) 이 아이는 감정이 없네. (윤복 보며) 동정심이라거나.. 연민이라거나.. 그런 것 말이네.
윤복 : (호흡이 거칠어지는데 애써 누르며) ....
설청 : (무표정하게 윤복보며)......
윤복 : (애써 눈빛감추며 파르르 떨리는)......
조년 : 가지. (조년 나가면)
설청 조년뒤를 따라가고, 윤복 그 뒷모습을 보고 장승처럼 서있다.
윤복 : (주먹쥐며 손 파르르 떨리는데/ 소리)...너를 가만두지 않겠다.
S#3-1. 정조서재 /외경 (insert) 낮 - 의정부
내시들 상궁들 나인들 서있다.
S#3-2. 정조의 개인 서재 / 낮
홍도, 엎드려 정조 올려다보면...
정조, 분노 서린 얼굴로 초상의 두루마리를 펼쳐 보고 있다.
정조 : (그림속 설청얼굴 보며) ...얼골(얼굴옛말)에 살기가 가득하군.
홍도 : 전하 소인의 벗 서징은 죽기직전까지 소인과 함께 대화원의 죽음이 독살이라는 의혹을 가지고 뒤를 밟고 있었습니다.
정조 : 음....
홍도 : 죽은 서징이 마지막으로 남긴, 그 초상에 담긴 인물은 분명 무고한 두 화원을 죽음으로 몰고간 자객이라 사료되옵니다.
정조 : (그림 보며) 이 자가 대화원을 죽이고, 그 억울한 죽음을 캐던 도화서 화원까지 죽인 잔악한 살귀라...
홍도 : 전하, 그보다 더 중요한 단서를 찾았사옵니다.
정조 : 무엇인가.
홍도 : (조년지살 그림 두장을 주상 앞에 펼쳐 놓는다)
정조 : (그림을 차례로 보는) 이 그림은 무엇인가?
홍도 : 죽은 도화서 화원이 여식에게 남긴 그림속의 단서이옵니다. 이속에는 자신과 스승을 죽인 자의 이름이 들어있사옵니다.
정조 : (그림을 보며) 허면, 독화(주 : 그림속의 상징을 읽어내는 것)를 말하는 것인가?
홍도 : 그렇사옵니다.
정조 : (홍도 보고) 그가 누구란 말인가.
홍도 : 시전의 대행수... 김조년입니다.
정조 : 대행수 김조년...(깊이 생각하며)
홍도 : 이 세장의 그림속 단서들을 엮어본 바, 대행수 김조년이 자객을 시켜 두 화원을 죽음으로 몰고간 것이라
볼 수 있을듯 하옵니다.
정조 : (결심한 듯) 내 의금부에 친히 명하여 이 자를 당장 잡아들여 두화원의 원을 풀고
아바마마의 예진화사를 방해한 자들의 정체를 밝혀 낼 것이다.
홍도 : 전하. 고정하시옵소서
정조 : (홍도 보면)
홍도 : 울분으로 치자면 소인보다 더한 이도 없을 것입니다..허나, 의금부가 쫓기 시작하면 눈치 빠른 불경한 자들이
먼저 손을 써서 쥐도 새도 모르게 그 자를 깊이 숨기거나 해치워버릴지도 모를 일이옵니다.
정조 : (동의하듯 고개 끄덕이고)
홍도 : 또한, 아직은 그 자에 대한 심증만 있을 뿐, 정확한 물증이 없사옵니다. 만약 그자를 잡아 들인다 해도,
진실을 고하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옵니다.
정조 : ...그렇군. 그렇게 대범한 죄를 저지르는 자라면 더욱 그렇겠지. 또한 이 일은 뿌리가 깊을 것이다.
그자 하나만의 소행일 리가 없다.
홍도 : 그렇습니다. 전하, 이 일의 배후는 아마도 조정까지 뻗쳐있고, 연관된자들은 분명 도화서에도 있을 것입니다.
먼저 소인이 접근하여 오랜 비밀을 흔적을 찾아 개전(전쟁선포-적들 : 벽파와)의 빌미를 마련할 터이니
그때까지 조금만 기다려 주시옵소서.
정조 : 때를 기다리라...(그림본다) 허나 상대는 겁 없이 사람목숨까지 노리는 무뢰배인데, 정말 괜찮겠는가.
홍도 : 전하, 걱정마시옵소서. 그치가 아무리 험악하다 한들 묘향산 호랑이에 비기겠습니까.
정조 : 배포는 여전하구만. (잠시 미소) 허나 대체 어찌하려는 것인가.
홍도 : 가장 화인다운 저만의 방법으로 상대할 것입니다. 기다려주시옵소서. 전하
정조 : 단원, 일이 생각대로 풀리지않으면 화급히 기별을 주게. 행여 혼자 무리하다 사단이 나는 일이 절대로 없어야 하네.
홍도 : 예 전하. (비장한 얼굴)
S#4. 조년집 앙앙루 전경/N
S#4-1. 김조년의 집 / 팔각거실 / 밤
김조년과 윤복 마주 앉아 아무 말 없이 팽팽하게 보고 있는데, 정향이 들어선다.
정향, 김조년과 윤복 두 사람의 팽팽한 분위기 보고 잠시 멈추면,
김조년 : 앉거라.
정향 : 예. (들어와 앉으면)
김조년 : (윤복 보고) 화사를 마쳤는가?
윤복 : 그렇습니다.
김조년 : 그림을 펼쳐 보게.
윤복, 그림통에서 그림 꺼내고,
김조년, 윤복 보고, 정향, 그들 두 사람 사이에서 긴장하는데...
그림 펼쳐진다. 신윤복의 [월야 밀회]
김조년, 그림 보고..
김조년 : 과연.. 매일 밤 나들이를 하였다더니, 은밀한 밤 풍경을 찾아내었군. (정향에게) 어떠냐? 네 마음에 드느냐?
정향 : 어르신 마음에 드시면 이 년의 마음에도 들지 않겠습니까?
김조년 : (정향 슥 보고, 윤복 보고) 이는, 두 가지 은밀함이 들어있는 그림이군. 첫째는, (그림 속 포옹하고 있는 남녀 가리키며)
두 남녀의 만남이 은밀하고, 둘째는 (그림속, 앞부분에 위치한 담장 가리키며) 담장 너머 바라본 화공의 시선이 은밀하고.
윤복 :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세 사람의 팽팽한 긴장감을 훔쳐보는 느낌을 주고자 담장으로 보는 이의 시선을 만들었습니다.
어르신이 보기에, 세 사람의 관계가 무엇으로 보이는지요?
김조년 : (그림 속, 포옹하는 남녀 보고) 바짝 끌어안은 두 사람은 보통 정분이 아닌 듯하군. 또, (혼자 있는 여인 가리키며)
당장이라도 모퉁이를 돌아올 듯한 포교의 아내가 세 사람의 만남에 긴장감을 더하고 있지 않은가?
김조년(소리/조년을 보는 윤복의 모습 위루) : 남의 사람을 만나는 자를 응징하려는 여인이 있으니, 화폭 속에 긴장감이 넘치는군.
김조년 : 재밌지 않은가? (정향 보고, 윤복 보며) 제 짝이 있는 자가 다른 자와 은밀히 정을 통하는 것은, 언제나 아슬아슬한
재미가 있는 법이지. (윤복 보고 미소) 들킬지.. 들키지 않을지... 또, 들키면 모든 것이 끝나 버릴 때는...
더더욱 긴장감이 넘치지 않는가?
윤복 : (하하 웃으면)
김조년 : (‘허세 부리는군’ 싶어 윤복 보고)
정향 : (윤복 보며 긴장)
윤복 : 얼핏 보면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김조년 : 얼핏 보면?
윤복 : 예. 그것은 여인을 취하는 남정네의 입장에서 생각한 것이고, (포교에게 붙잡힌 여인 가리키며) 이 여인의 입장에서 보면,
(안고 있는 남녀 가리키고) 저 여인은 포교에게 안기면서도 한편으로는 (어깨, 손 가리키고) 어깨를 빼고 손아귀를
벗어나려는 몸짓입니다. 벗어나려 온 몸으로 거부하는 여인의 마음을 발견하지 못한 것은,
(포교 가리키며) 포교의 눈으로 그림을 본 때문이 아닙니까?
김조년 : 자네 해석엔 오류가 있군.
윤복 : 무엇을 말씀하십니까?
김조년 : (혼자 있는 여인 가리키며) 이 여인은 어찌할 것인가? 질시하는 포교의 아내가 아니라면, 어찌 해석할 수 있단 말인가?
윤복 : 여인이란 늘 여인을 질시하기만 한다고 생각하는 것 또한 포교의 시선입니다. (혼자 있는 여인의 발 가리키고)
이 발을 보십시오. 활짝 벌려서 담에 붙여, 들킬까 초조해하는 모습입니다. 누구인지 모르지만,
윤복(소리) : (지그시 윤복 보는 김조년의 얼굴 위로) 이 여인은 우악스럽게 여인을 끌어안은 포교의 포악함을 알고 있으며,
그 품에 안긴 여인을,
윤복(소리/ 팽팽하게 마주보는 윤복과 조년 걱정스레 보고 있는 정향 위로) : 동정의 눈빛으로 보고 있습니다.
윤복 : (조년 보고 식- 웃으면)
김조년(마음의 소리) : (윤복 지그시 보는 위로) 억지로 여인을 붙잡은 자는 나고, 포교에게 붙잡힌 가련한 여인은 정향이라?
그림으로 나를 비난하다니, 영민한 놈.
김조년 : (껄껄 웃으며) 참으로 재미있는 해석이로군. 허나.. 화공은 지나치게 도발적이네.
(그림 속 포교 가리키며) 이 자의 분노를 우습게 보지 말게.
윤복 : 그저, 그림 한 장일 뿐입니다. (웃고)
김조년, 윤복 : (서로 팽팽하게 보고)
정향 : (걱정스럽게 두 사람을 보고)
S#5. 김조년의 집 / 사랑채 / 밤
김조년 : (들어와 서안 앞에 앉으며) 건방진 놈! 감히 나를 도발해?
S#6. 김조년의 집 / 사화서 / 윤복의 작업방 / 밤
윤복, 방에 들어와 앉아
윤복 : 이건 시작일 뿐이오. 내 아버지 어머니 내 삶까지 앗아간 당신을 더 이상 보고만 있진 않을 것이오.
S#7. 이인문의 집 / 홍도의 방 / 밤
홍도, 이불 펴고 앉다가,
(insert : 17부. 화서보관실.
윤복 : 그러면, 제가.. 아버지를 죽인 자의 집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는 말입니까?!!)
(insert : 17부. 오열하는 윤복을 안고 있는 홍도)
홍도 : (복잡한 심경에서) ....
(insert : 16부.
윤복 : (마치 신랑 넥타이 매주듯, 여성스럽게 도포고름을 천천히 묶고)
홍도 : (나즈막히) 이러고 있으니, 꼭 부부 같지 않느냐..?
윤복 : (홍도 올려다 보다, 옷고름 정도에 시선 머물면서) ... 제가 만약... 진짜 여자였다면 어떨 것 같습니까..?)
홍도 : 일월당... 윤이는 내가 지키겠네.
S#7-1. 김조년의 집 / 팔각거실 / 낮
팔각거실의 한 쪽 문 열려있고, 화계원들-총 열 한명정도-이 팔각거실에서 복도까지 자리잡고 빼곡히 앉아있다.
앞에 서 있는 김조년의 모습이 보이고...
김조년 : 이 그림은 특히, 과거를 앞둔 자제분이 있는 댁에서 가져가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김조년 눈짓하자, 삼돌이 그림을 풀고, 두 마리 게가 그려진 그림이 보인다.
사람들, 수염 쓸며 그림 보고, 안경 꺼내 끼고, 곰방대 빨고, 보는데,
김조년 : (여유있게) 그림을 보시지요. (부채로 그림 속, 갈대에 묶인 게 가리키며) 이것은 ‘전로’라 읽는데, 청국에서는 ‘전려’와
독음이 같습니다. 전려의 ‘려’는 장원급제한 사람에게 임금님께서 내리는 음식을 뜻하니, '전려‘란,
홍도 : (부채로 얼굴 가린 채 사람들 틈에 섞여) 청국에서나 ‘전려’지, (옆에 앉은 사람에게) 그렇지 않습니까?
김조년 : (홍도쪽 잠깐 보고, 화 누르고, 좌중에게 미소) 금일은 독화(주 : 그림을 읽는 것)에 관심이 아주 많은 선비께서 오셨군요.
(그림쪽에 부채 대며) 이 게딱지는, ‘갑’자로, ’갑‘은 첫째, 즉 장원급제가 되는 것입니다.
또한, 이렇게 두 마리의 게가 있으므로 이는 ’이갑전려‘가 되어, 두 번의 과거에 장원급제함을 뜻합니다. 허니,
홍도 : (부채로 얼굴 가린 채 손 번쩍 들면)
김조년 : (짜증나지만 누르고) 무엇인가?
홍도 : 과거란 한 번 장원 급제를 하면 이미 관직에 나가는 것인데, 왜 두 번 장원급제를 하라고 하는 것입니까?
화계원들 : 이보게. 그만 번잡하게 하고 들으시게.
김조년 : (홍도 무시하며) 생신을 맞은 어른께 만세를 누리라 한다고, 진짜 만 살이 되도록 사시리라 믿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이 역시 상징적인,
홍도 : (대놓고 자르며) 그 해석은 틀린 것 같습니다만. (부채 착 걷고 벌떡 일어나 김조년에게 다가가면)
설청 : (사람들 뒤에서 긴장, 나서려 하면)
김조년 : (저지하고, 홍도에게 작게) 단원.. 자네..! (사람들 보며 여유만만하게) 그래, 무엇입니까?
홍도 : (사람들에게 보란듯) 여기 두 마리 게가 있는 것은, ‘이갑전려’즉 과거를 보는 자에게 주는 선물이지요.
김조년 : (거만하게 웃으며) 인정하는군.
홍도 : (김조년 얼굴 보고, 코앞에서 ‘파하!’ 웃으며, 우스워 죽겠다는 듯 허리 잡고 하하하하 웃다가) 아, 아니,
(웃다 눈물 날 지경이고)
김조년 : (당황스럽고 화나고)
홍도 : (하하하 웃다가 눈물 훔치며) 그것이 대표적인 오독의 예인 것, (하두 웃어 허덕이며) 그걸, 모르셨습니까? 아이고.. 하하..
(김조년의 어깨에 팔 두르고 웃으려 하면)
설청 : (홍도의 뒤에서 얼른 목에 칼 겨누고)
홍도 : 에? 틀린 평을 해 놓고, 낯부끄러우니 칼을 겨누시오? 이 목을 자르면, 그 오독이 없어질 것 같소? 하하. 웃기는군!
설청 : (칼, 더 바짝 대고)
김조년 : (손님들 보고, 챙피하고) 그 말에 근거가 있는가? 이것의 진의는 무엇인가?
홍도 : 어렵게 볼 것 없소. 단순하게, 단순하게 보시오. 이 그림은 게를 그린 것 아니오? 게라는 놈은, (설청의 칼 자연스레 물리고-
조년, 설청에게 허락하듯 끄덕- 손으로 게 흉내 내며) 요렇게 걷지요. 그것이 용왕 앞일지라도. 길티않습니까?
좌중 : (웃으면)
홍도 : (정색) 비록 과거에 급제해 관직에 오른다 해도, 바다 용왕 앞에서도 옆으로 걷는 게처럼, (김조년에게 손가락질)
네 소신대로, 옆으로 걸어라. (자기 목에 칼 댔던 자 보려는 의도로, 자연스럽게 휙! 뒤돌며) 이런 뜻입니다.
(보는데, 설청의 얼굴, 흉터, 보이고..)
(insert : 얼굴없는 초상이 벗겨지고... 흉터 길게 새겨진 설청의 얼굴 매치되면)
홍도 : (놀라고)
사람들 : 오- (감탄)
김조년 : (자존심 구겨졌지만, 애써 평정심) 어찌 알았는가?
홍도 : (김조년 똑바로 보며) 하하하하! 그런 오역이 더 신기합니다. 하하하. 어찌 그런 생각을, 하하,
이정도 안목이면, 더 볼 것도 없겠군!! 갑시다. 가. (휘청거리며 사람들 사이 마구 밟고 지나가려면)
화계원들 : 뭐하는 것인가? / 아니, 저 자가? / 아이구!! (난린데)
설청 : (얼른 와서 홍도의 목 칼로 겨누고 김조년 보면)
김조년 : (홍도 보고) 사랑채로 모시거라.
설청 : (끄덕이고 데리고 나가면)
홍도 : (끌려가면서도) 조선땅에서 이름난 화평이라더니, 형편없군, 형편없소!! 글티않소? (김조년 보고, 웃으며) 하하하. 하하하!!
김조년 : (화난 것 누르며) 잠시 담소를 나누고 계시지요. (나가고)
S#7-2. 김조년의 집 / 사랑채 / 낮
찻잔 사이에 놓고 김조년, 홍도 앉아있다.
김조년 : (홍도 보다가) 대체 하고자하는 말이 무엇인가?
홍도 : 전 그저, 그림이 뭔지 그 ‘진’도 모르는 어르신이 이것저것 입으로 주워섬기고, 그림깨나 아는 것처럼 구는 것이
아주, 같잖을(강조) 뿐이지, 딱히 원하는 것은 없습니다.
김조년 : 직접 필묵을 놀리는 것도 그림을 아는 것이나, 때로는 그림을 완상하며 더 많은 것을 발견할 수도 있지 않은가?
홍도 : 그 해석이 맞다 누가 말할 수 있겠습니까?
김조년 : 눈에 익으면 마음에 익는다 했는데, 많이 보고 많이 배움에 스스로 깨닳음이 따라오지 않겠는가?
홍도 : 오독을 하고 오역을 해도 스스로 맞다 이르면 끝이란 말입니까?
김조년 : 그림에 절대적인 답은 없네.
홍도 : 절대적인 오독은 있지요.
김조년 : 자네가 가릴 수 있는 것이 아니지.
홍도 : 어르신도 아니지요.
김조년 : 허면 누가 가린단 말인가?
홍도 : 그림 스스로가 자기 가치를 말하지 않습니까?
김조년 : (홍도 팽팽하게 보면)
홍도 : 스스로 가치를 말하는 그림은 모든 이에게 명증한 답을 보여줍니다. 그것이 이 거실에서 백냥이오, 이백냥이오,
함부로 결정하는 것보다 훨씬 명확한 가치를 말하여 줄 것입니다.
김조년 : 그 말을 증명할 수 있겠는가?
홍도 : 지금 이 자리에 지필묵을 가져다 주신다면 당장 증명해 드리지요.
김조년 : (홍도 보다가) ...그럴 필요 없네. 내, 조만간, 그 말을 증명할 기회를 마련할 테니.
홍도 :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어르신.
홍도 나가고, 남겨진 조년, 책상을 꽝 내리친다.
김조년 : (불쾌한 얼굴로 홍도를 보는데, 밖에서)
삼돌이(E) : 어르신, 우상대감댁에서 연통이 왔습니다.
김조년 고개돌리는데.
S#7-3. 조영승의 집 / 사랑채 / 밤
조영승, 김귀주, 장벽수, 김조년 앉아있다.
조영승 : 자네 혹시 10년 전 그날, 뭔가 실수가 있었던 것은 아닌가?
김조년 : 실수라니요? 그런 일은 추호도 없습니다.
김귀주 : 혹 뭔가 꼬투리가 될 만한 것을 흘리지 않았나 이말이네....
김조년 : (당황하는 기색없이) 그런 일은 있지도 않았고, 있어서도 안되지요.
김귀주 : 흠...(의혹의 눈으로 보다가) 김홍도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네. 뭔가 단서를 잡은 것이 분명하네.
김조년 : 단서라니요, 그런 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김귀주 : (조영승대감 보고) 이참에 아예 결단을 내리시지요. 김홍도 그 자를,...
조영승 : 음....
김조년 : 만약, 단원 신변에 변고가 생긴다면, 그를 총애하는 주상전하께서 가만있지 않으실 것이고, 금부에선 이 일을 캐기 위해,
벌집을 쑤신듯 할 것입니다. 스스로 무덤을 파는 격이지요.
장벽수 : 그럼, 이대로 손 놓고 있자는 말인가?
김조년 : ...그자 스스로 무너지도록 만들겠습니다. 맡겨주시지요.
조영승 : 주상이 이래저래 비호하는 단원을 무슨 수로 무너뜨린단 말인가?
김조년 : 최고의 화원이라 일컬어지는 단원이니, 가장 예인다운 방법을 찾아야 겠지요.
김귀주 : 그냥 조용히 처리하는 것이 깨끗하지 않겠습니까.
조영승 : ..아니 ....아니야...생각좀 해보고. (고민하는데)
장벽수 : ..(못마땅)
S#8. 김조년의 집 / 정향의 방 / 밤
정향, 방에 앉아 불안한데..
막년 : 아씨, 괜찮으십니까?
정향 : 대체 어찌하려 그러는지.. 화공이 걱정되는구나.
막년 : 도련님 생각은 잊으세요, 그만.
정향 : (벌떡 일어나) 초를 끄고, 누가 오면 깊이 잠들었다 이르거라. (나가면)
막년 : 아씨! (걱정되고)
S#9. 김조년의 집 / 사화서 / 윤복의 작업방 / 밤
윤복, [이부탐춘] 그리고 있는데,
정향(소리) : 계십니까..
윤복 : (붓 멈추고 문쪽 보고, 의외)
정향 : (문 열고 들어서며, 문가에 서서 쌀쌀하게) 대체 화공은 무슨 생각으로, (하고 윤복 보다가 말 멈추고)
윤복 : 어찌 걸음을 하였소?
정향 : (그 얼굴 보니 마음 흔들려, 옆으로 돌아서며, 냉정하게)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그림을 그렸습니까?
행수께서, (‘이제는 정인이 아니지만’.. 생각해 가슴 아프지만), 알아차리기라도 하시면 어찌하시려고?
그리되면, 행수께서 가만히 계시지 않을 것입니다.
윤복 : .. 그걸 바라는 것이오.
정향 : (놀라 윤복 보고) 대체 화공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 입니까? 왜 요즘들어 낯빛도 안좋고, 얼굴에는 살기가 어린 것입니까?
윤복 : (분노가 솟지만 애써 누르며) 난 그 자에게 꼭 갚아야 할 빚이 있소. 반드시, 갚아야 할...
정향 : (윤복에게 조금 다가가) 연유는 모르겠으나 그만 두십시오. 그 자는 무서운 자입니다.
윤복 : 내가 꼭 해야 할 일이오.
정향 : 화공이 다칠까 염려됩니다... (윤복 보다가,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어 원망스런 눈으로 윤복 보고) 대체 어찌하면 좋습니까..
아직도 내게 화공은.. (윤복 눈 보고 혼란스러워) 화공일 뿐인데.. (눈물) 어찌하면..
윤복 : (정향 안쓰러워 보다가) 울지 마시오. 울지 마시오. (눈물 닦아주면)
정향 : 제가.. 어찌 하면 되는 것입니까? 화공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윤복 : (진지하게 정향 보고) 그대가 다칠까 두렵소.
정향 : (감정 터지며) 차라리, 이년을 데리고 멀리 떠나 주시어요...네 화공. 저도 노류장화처럼 이 자리 저자리 불려다니며,
사내들의 눈요기로 살기보다는 없어도 자유롭게 안빈낙도의 삶을 살고 싶습니다. 화공과 함께라면 산속에 숨어산들
무인도에 묶여산들 어찌 하루 하루가 행복하지 않겠습니까.
윤복 : (안타깝게 정향을 보다가 한숨쉬며) 정향 ...그대를 어찌하면 좋단 말이오.
정향 : (젖은 눈으로 윤복보며) 이년, 뭐라도 하겠습니다.
윤복 : (아프게 보는데)
S#9-1. 김조년집 전경 ins/ 아침
S#10. 김조년의 집 / 정향의 방 / 낮
(insert : 별당 전경)
김조년, 그림 보고 앉아있고, 그 앞에 정향과 막년 앉아있는데,
정향 : (웃으며) 화실 사람이 심심파적이나 하라고 그려 보낸 것인데, 하도 민망해, 이렇게 은밀히 보고 있답니다.
김조년, 그림 보면... 신윤복의 [이부탐춘] 보인다.
흘레붙는 개, 소복을 입은 여인은 누가 봐도 정향이고, 그 옆에서 정향의 치마를 꼬집는 여인은 막년이다.
김조년(소리) : (상복 입은 여인 위로) 상복을 입은 정향이는 나의 죽음을 말함인데,
(정향의 미소 위로) 이 미소는,..내가 죽건 말건 상관없다는 뜻인가..
김조년 : (얼굴 굳어지고)
정향 : 어르신 마음에도 드십니까?
김조년 : (불쾌감을 숨기며) 들다 뿐이냐? 내게 다오. 어른들을 모시고 또한번 흥겨운 자리를 만들수 있는 보기드문 물건이로구나.
(들고 일어서면)
정향 : (같이 일어서 따라가며) 몹시 아끼는 그림이니, 꼭 돌려주시어야 합니다. (조년 보면)
김조년 : (정향 눈 보며) 그리 하겠다. (나가고)
정향 : (자리에 와서 앉고)
막년 : (불안한 눈빛으로 쳐다보는)
S#11. 김조년의 집 / 사랑채 / 낮
그림 놓고 서안에 앉으면,
김조년 : 재능이 아까워 묵혀두려 했더니.. 스스로 명을 재촉하는군. 네놈이 계속 도발을 하겠다면...
(눈 가늘게 뜨고) 충분한 댓가를 치루게 해 주겠다...
S#11-0. 도화서 외경/ 낮 (insert)
새가 날아간다.
S#11-1. 도화서 / 장벽수의 방 / 낮
장벽수, 도성 지도를 검토하고 있는데,
홍도(소리) : 별제어르신, 계십니까?
장벽수 : (지도 내려놓으며) 이게 누군가~ 남의집 연회를 망쳐놓고, 초상화를 훔치더니 오늘은 무슨 낯짝으로 여길 찾아온겐가.
홍도 : (들어와 앉으며, 방 둘러보고) 이거, 몰랐는데... 별제어르신 방이 참, 좋습니다. 별제가 좋긴 좋은가봅니다.
장벽수 : (빙긋 웃으며) 이번엔 또 무슨 일인가?
홍도 : 별제 어르신은 저와, 정리할 게 좀 있지 않습니까?
장벽수 : 그것이 무슨 말인가?
홍도 : 별제 어르신께서.. 10년 전, 갑작스레 별제 자리에 올라올 수 있었던 연유가 무엇입니까?
장벽수 : (굳으며) 그 이야기는 왜 꺼내는가?
홍도 :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별제어르신과, 제가, 정리할 게 좀 있다고. 10년 전, 별제로 있던 스승님이 돌아가시고,
며칠 되지도 않아 갑작스레, 별제께서 별제가 된 경위가, 저는 무척 알고 싶더군요. 평양에 쫓겨간 10년 동안.
(별제 도전적으로 보고) 이런- 저런, 생각을 참 많이 했습니다.
장벽수 : 그래, 결론이 무엇인가?
홍도 : (식 웃으며) 그걸 저한테 물어보십니까? 별제 어른께서 그 경위는 제일 잘 아실텐데.. 전 그저, (머리 가리키며) 추측할 뿐..
헌데,
장벽수 : (긴장해 보면)
홍도 : 묘하게도... 추측했던 것들이.. 하나, 하나.. (별제 보고) 맞아떨어지더군요. 신기하지 않습니까?
장벽수 : 대낮부터 무슨 망발인가?
홍도 : (고개 저으며) 그저.. 기다리시지요. 비밀이 다 풀어질 때 까지. (씩 웃고) 제가 이방을 다시찾아오면
그때가 별제를 마지막으로 보는 날이 될 것입니다. (나간다)
장벽수 : (흥분해서) 아니 지금 무슨소릴 하는거야! 이봐 단원!
S#11-2. 도화서 / 장벽수의 방 앞 / 낮
장벽수의 방에서 “단원! 이리못오겠나! ” 고함치는 장벽수 소리들리고,
방문앞의 홍도, 계획대로 된듯한 표정으로 간다
S#11-3. 계월옥 / 방 안 / 낮
장벽수, 술상앞에서 초조하게 호두알 굴리는데, 김조년이 들어선다.
김조년 : 한가하십니다. 이런 곳에서 저를 보자 하시고,
장벽수 : (얼른 다가앉으며) 한가해서 자네를 은밀히 보자 했겠는가?
김조년 : 무슨 문제라도 생긴 것입니까?
장벽수 : 단원 말이네. 단원. 그 자가, 금일, 나를 찾아왔었네.
김조년 : 뭐라 하던가요?
장벽수 : 10년 전 일에 대해, 이것 저것 이야기하더군. (김조년 보고) 이보게, 그 자는 호랑이보다 눈이 맵다 하지 않았는가?
그 자를 막아야 하네. 벌써.. 그 일을 다 알고 있을지도 모르네.
김조년 : 불안하십니까?
장벽수 : 결국, 내 손으로 처리한 것 아닌가? 별제 어르신 일도.
(insert : 문 밖에서 얘기를 엿 듣고 있는 홍도)
김조년 : 그 날 건네준, 그 안료 말씀이십니까?
장벽수 : 독성이 있는 그 안료가 아니었으면, 별제 어르신의 죽음은, 자연사로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것이네.
(불안해 하며) 그 자를 막아주게! 근일간 은밀히 없애 버려야 하네.
김조년 : 진정하시지요. 별제어르신.
장벽수 : 내가 진정하게 생겼는가!! 그자는 생일날 집으로 잠입해서 초상화까지 빼내간 인물이네. 점점 대담해지고 있단 말일세.
(기막히단 표정으로) 신윤복은 기생으로 여장까지 하고 왔더군. 허.
김조년 : (장벽수 보는) 혜..원..이요? 그럴리가요.
장벽수 : 나는 물론이고, 그 많은 사람들이 깜박 속았지 뭔가. 자네도 직접 보지않았으니 믿기어려울 걸세.
김조년 : 심려 놓으시지요. 그런 배포로 어찌 큰일을 하셨습니까.
장벽수 : 뭐라 하였는가?
김조년 : 암튼 단원과 혜원 일은, 제게 맡기십시오. 섣불리 움직이지 마시구요.
영리한 쥐를 잡을 때는 걸맞는 덫이 필요한 법입니다.
장벽수 : (김조년 노려보고) 무슨 생각이 있는가?
김조년 : 한 시대를 풍미한 화인으로서 대미를 장식하고 떠날 수 있게 하겠습니다...
장벽수 : (못마땅한 얼굴로) 지금 예인다운방법 운운할땐가! 답답하구만. 자네야말로 죽은 서징의 여식이 맘에 걸리지도 않는겐가.
우상대감댁에서 그 말이 목구멍까지 나왔다 들어갔네. 여유잡다가 때를 놓치면 우리가 당한다니까!
김조년 : (불쾌한 기색감추며) 별제어른, 서투른 목수가 망치부터 드는 법입니다. 맘 가라앉히고 좋은 소식을 기다리십시오.
(일어선다) 그리고, 다시는 어디서든 서징의 여식얘기는 꺼내지 마십시오. 혓바닥을 조심히 놀리시란 말입니다.
이제 그걸 아는 자는 별제어른 밖에 없지않습니까. 아니 그렇습니까 (살기를 풍기며 쏘아본다)
장벽수 : (눈빛을 피하며) 하 나참....(답답한 마음에 술한잔 꺽는다)
김조년 : (쏘아보다 나간다)
S#11-4. 계월옥 / 방문 앞 / 밤
문 밖에서 얘기를 엿 듣고 있는 홍도
홍도 : (뭔가 생각하고) ....... (간다)
S#11-5. 이인문의 집 / 홍도의 방 / 밤
윤복, 홍도 마주보고 앉아있다.
윤복 : (놀라는) 별제 어른께서... 정말 이십니까?
홍도 : (끄덕이며) 10년전 그 일에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연루된 것 같다. 이제 조금만 더 파고들면
뭔가 확실한 물증을 찾을 수있을 것이다.
윤복 : 스승님, 저 또한 나름대로 복수의 길을 찾았습니다.
홍도 : 윤복아! 섣부르게 행동하지마라. 너는 한시라도 빨리 거기를 나와야 한다. 이미 별제어른을 통해 김조년은
너와 내가 같이 움직인다는 것을 안다. 그자는 서징의 여식이 살아있다는 것도 알고있어.!
윤복 : (홍도를 혼란한 눈빛으로 보다가-증오와 불안이 섞인)
(insert : 18부 9씬,
정향 : 화공이 다칠까 염려됩니다... 대체 어찌하면 좋습니까... 아직도 내게 화공은.. 화공일 뿐인데.. (눈물) 어찌하면..
정향 : 차라리, 이년을 데리고 멀리 떠나 주시어요... )
윤복 : 스승님, 그자가 저와 스승님의 관계를 안다면, 지금은 어떤 변명을 해도 지금 그 집을 나올 수는 없을 것입니다.
차라리 저는 그 안에서 방도를 찾겠습니다.
홍도 : 윤복아 그런 위험한 곳에 있는 것을 두고 볼 수만은 없다. 그리고 그자는 이제 더 이상 가만히 있지만은 않을 것이다.
윤복 : 비록 그자가 무서운 자이긴 하나, 화원으로의 가치를 인정하고 있는 저를 아직은 함부로 하지 못할것입니다.
그자는 스스로의 안목에 대한 자부심과 예인들에 대한 특별한 집착이 있습니다.
홍도 : 예인에대한 집착을 논할 때가 아니다. (윤복이 손을 잡고) 윤아, 내가 곧 무슨 수를 내볼터이니
남은 동안 조심 또 조심해야한다.
윤복 : 알겠습니다. 스승님. 각별히 조심하겠습니다.
홍도 : (윤복을 보며 뭔가 생각하는데)...
S#11-6. 김조년의 집 / 사랑채
김조년, 깊은 생각에 빠져 있고, 그 모습위로 아래 소리 들린다.
장벽수소리 : 신윤복은 기생으로 여장까지 하고 왔더군. 허. / 나는 물론이고, 그 많은 사람들이 깜박 속았지 뭔가.
자네도 직접 보았다면 눈치채지 못했을 것이네.
김조년, 뭔가 의심스러운 듯 눈빛이 흔들리고,
(insert : 3씬 월야밀회 장면,
윤복 : 이 여인의 입장에서 보면, / (cut) 여인이란 늘 여인을 질시하기만 한다고 생각하는 것 또한 포교의 시선입니다. /
(cut) 이 여인의 분노도 무시하지 마십시오!
김조년, 뭔가 실마리를 잡은 듯, 놀랍고도 의아한 얼굴에서,
S#12. 김조년의 집 / 사화서 / 윤복의 작업방 / 낮
윤복과 마주앉은 김조년, 불이 붙은 곰방대를 길게 한모금 빨아들이더니, 후 내뱉는다.
윤복 갑자기 기침을 해대고.
그런 윤복을 유심히 보는 김조년.
김조년 : 사내가 되다 말았나..이깟 연기 한줄기에 무얼 그리 잔기침까지 해대는가?
윤복 : (당황) 그..그게 아니라, 아직 배우지 못해서 그런 것뿐입니다.
김조년 : 허긴, 자네의 여리디 여린 풍채를 보고, 누가 사내라 하겠는가.
윤복 : (기침 참고 당당하게) 그 말씀을 하시려고 오신 겁니까?
김조년 : 허허 그럴 리가 있나? (곰방대 불 꺼 치우고) 오늘 자네를 찾은 것은, 중요한 제안을 하나 하고자 함이네.
윤복 : (불안해 보고) 제안..이라뇨?
김조년 : 사람들은 말이지, 원래 한 영웅을 계속 숭배하기를 원치 않아. 늘 새로운 영웅이 나타나 그를 무너뜨려주길 바라지.
윤복 : ...
김조년 : 자네는 이제 내 사람이기도 하지만, 모두의 영웅이기도 하지 않은가, ...해서,
윤복 : (보면)
김조년 : 화.사.대.결.을 제안하네.
윤복 : 두 화인이 그림으로 우열을 가리는 것 말입니까?
김조년 : 그렇다네. 두 화인이 한 가지 주제를 가지고 그리는, .. 동제각화.
윤복 : 화사 대결을 하면 반드시 패자가 나오게 되고.... 둘중 한 명은.. 다시는 붓을 들 수 없게 됩니다.
김조년 : 그러니 더더욱 흥미로운 것 아니겠는가?
윤복 : (이미 예감한 듯 조년 보고)
김조년 : 이 얼마나 가슴 떨리는 말인가. 이기지 않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 생각해 보면 사내의 생이란,
순간순간, 목숨을 건 대결의 연속이 아닌가. 겨루고, 또 겨루고, 이기고, 또 이기고..
윤복 : (낭패감을 숨기며/맘의소리) “...나를 궁지에 몰아넣겠다” (안색을 바꾸며) 꼭 해야만 하는 겁니까?
김조년 : 왜 겁이라도 나는겐가? 자네는 지금 명실공히 최고의 화원 아닌가. 누구와 대결하던 하나의 요식행위에 불과할수도있네.
윤복 : 상대가 누구입니까?
김조년 : 단원 김홍도. (윤복 보고 식 웃으면)
윤복 : (놀라며)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단원 스승님이라니. 저보고 지금 스승님과 겨루는 불경을 범하란 말입니까?
김조년 : 위대한 싸움이란 언제나 훌륭한 맞수들의 싸움에서 나왔지. 천하를 눈앞에 둔 항우와 유방의 대결,
공명과 조조의 적벽대전처럼 말이네.
김조년(소리/ 윤복의 얼굴 위로) : 스승에겐 제자가, 제자에겐 스승이.. 가장 넘기 힘든 벽이지.
윤복 : 싫습니다. 전 그 대결에 응할 수가 없습니다. 스승과 대결을 펼치게해서, 저를 천하의 패륜아로 만들 작정이십니까?
김조년 : 자네가 대결에 응하지 않으면 자네가 이집에서 가장 아끼는 것을 내치겠네. 그래도 계속 마다 하겠는가?
윤복 : !
김조년 : 정향이. 그녀가 서소문밖 왈자패에게 팔려가도 좋냐 이말일세.
윤복 : 무슨 말씀이십니까 그녀는 어르신의 애첩이 아닙니까?
김조년 : 애첩이라... 담장밖으로 눈 돌리는 여인을 어찌 애첩이라 할 수 있겠는가. 자네의 선택에 따라 정향이의 운명이 갈리네.
윤복 : (화를 억누르며) 그것이 한 때 정을 준 사람에게 할 짓입니까?
김조년 : 나를 짐승처럼 보진 말게. 날 이렇게 만든게 누구인지를 먼저 생각하게.
윤복 : (이글이글 증오의 눈빛으로 보면)......이런 식이라면 더더욱 대결에 응할 수 없습니다.
김조년 : 허 생각보다 배포가 있군. 대신 자네가 승부에 이긴다면 그녀를 놓아주지.
윤복 : (꿈틀하고 보면) ...
김조년 : 그녀를 완전히 자유롭게 놓아주겠단 말이네.
윤복 : (꿈틀하고 보면) 정녕.. 그 여인에게 자유를 준다는 말씀이십니까?
김조년 : 스승과의 대결이라서 싫다던 자네가, 정향이라는 말에는 눈이 반짝이는 걸 보니 혹, 내가 모르는 사이
이미 두 예인끼리 정분이라도 통한 것인가? (씩 웃으며)
윤복 : (당혹해 하며) ......
김조년 : 하긴, 두 사람은 오누이라고 해도 될만큼 썩 어울리지. 아니지. 가끔은 자매로 착각을 하기도 한다네.
윤복 : (긴장하여) 어찌하여 자꾸 모를 소리만 하십니까?
김조년 : 어떤가? 내 제안을 받아들이겠는가? (웃으면)
윤복 : (갈등하다) ...... 스승님께선 절대 받아들이지 않으실 겁니다.
김조년 : 단원은 내가 설득하겠네. (웃고, 일어서 나가다가 멈추고 돌아보는) 사내들만 충절이 있는 줄 알았더니,
여인들도 신의가 있군.
윤복 : (놀라서 보면) 그게 무슨!
김조년 : (찬바람 일으키며 나가는)
윤복 : (떨리는 손을 꽉 쥐는)
S#13. 도화서 / 홍도의 방 / 낮
자리에 앉는 김조년. 앞에는 홍도 앉아있다.
홍도 : 그런 대결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살펴 가시지요(일어서면).
김조년 : (웃으며) 두려운 것인가? 도화서 수석화원 김홍도가, 자신이 가르쳤던 제자에게,
그것도 도화서를 쫓겨난 풋내기 화원에게 꽁무니를 뺄 것인가?
홍도 : (조금 동요하지만, 모른척) 언사를 가리시오.
김조년 : 자네가 굳이 대결을 피하겠다면, 말리지는 않겠네. 헌데..(부채 펼치면)
홍도 : (김조년 보면)
김조년 : 그리 되면.. 우리 도화계에 은밀하게 나도는 소문을 잠재울 방도가 있을런지...
홍도 : 소문이라니? 무슨 소문 말이오?
김조년 : (부채 보며) 우리 계원들은.. 혜원이 유독 여인네를 즐겨 그리는 데다 치밀하고 정치한 선묘하며,
또한, (홍도 보고 빙글빙글 웃으며) 곱살한 생김을 들어, 사내가 아닌 듯 하다고 쑥덕이고 있지.
홍도 : (이건 예상치 못한 일이다! 놀라 김조년 보면)
김조년 : (홍도 반응보며) 계원들은, 농삼아 내 화인의 바지춤을 내려 사타구니라도 확인해 보자고 덤빈다네.
이제까진 내 넘겨 왔네만, 언제까지 무마할 수 있을지..
홍도 : (김조년 앞에 앉으며, 이 자가 도대체 어디까지 아는지 혼란스럽고) 이 화사 대결이 그 구설과 무슨 상관이 있다는 겁니까?
김조년 : (홍도 눈 보며) 진정 상관이 없다 생각하는가? 내 직접, 신윤복의 바지춤이라도 내려 확인해보길 원하는가?
홍도 : (흔들리는 눈빛)...
김조년 : 받아들여야 할 뿐 아니라, (쏘듯이 홍도 보며) 져서는 안되네.
홍도 : (김조년 보고 부들부들 이 악물고) ....
김조년 : 만약 진다면... 역시 자네가 원치않는 소문이 돌게 될걸세. (웃으며)
홍도 : (죽일 듯 노려보고는)... 나가시오, 당장 나가시오.
김조년 : (조소를 흘리며) 큰소리 칠 때가 아닐세. 말귀가 아주 어둡지는 않을테니. 그럼, 그리 알고 준비를 하겠네. 열흘후네.
(일어서 나간다)
홍도 : (조년이 나간곳을 보는-낭패감)
S#14. 김조년의 집 / 팔각거실 / 밤
조영승, 김귀주, 장벽수, 그리고 김조년 앉아있다.
조영승 : 그 자들은 둘도 없는 사제지간이라면서, 뒤로 무슨 짓을 할지, 자네가 어찌 아는가?
김조년 : 우상께선 예인의 마음을 모르십니다. 그자들처럼 자긍심이 높은 화원이라면,
비록 져주려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할지라도, 화사를 하는 과정에서 자연히 최고를 추구하게 되어 있습니다. 이는,
김조년(소리/ 장벽수, 김귀주, 조영승 모습 위로) : 예인의 숙명입니다.
김귀주 : 그 둘을 어찌끌어들였나?
김조년 : 그 지난한 과정을 어찌 한,두마디로 풀겠나이까? 그것은 후에 술자리 뒷얘기로 남기고,
이 흥미로운 대결의 결과를 함께 즐기시지요.
김귀주 : 함께 즐기라니? (조영승 보면)
김조년 : 단원과 혜원이 그림 실력을 겨룬다는 것은, 온 조선이 떠들썩할 커다란 일입니다. 허나, 조정을 다스리는 윗분들이
가만 계신다면, 저자의 이야깃거리에 머물 것입니다. 만일 본받을 만한 사대부들이 움직여 준다면,
이 대결은 조선 전체를 뒤흔드는 커다란 화사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조영승 : 이렇게 해서 판을 키우면, 연후에는 어찌되는 것인가?
김조년 : 그래야만 단원, 혜원에게 재기할 수 없는 치명적인 상처를 안겨줄 수 있는 것입니다. 제자를 파멸시킨 스승이나
스승을 파멸시킨 제자는 더이상 최고의 화원으로 존재할 수 없으니까요. 두 예인들에게 자존심의 상처는
죽음을 의미하는 것과 같습니다. (차가워지며) 또한 결과가 어찌되든.. 그 자들에게, 이것은 마지막 화사가 될 것입니다.
김귀주 : 어찌 그리된단 말인가?
김조년 : 지켜보시지요.
장벽수 : (찜찜한 표정으로 보고)
S#14-0. 계월옥 / 방 / 밤
김조년, 주안상 하나 놓고 홀로 술 받아 마시는데, 문이 드르륵 열린다.
결연한 표정으로 서 있는 홍도 보이면,
김조년, 일이 뜻 되로 되는 듯싶어 미소를 짓는다.
홍도, 성큼성큼 들어와 김조년 맞은편에 앉으면, 김조년, 자기 술잔 비우고 그 술잔에 술 따라 홍도에게 내민다.
조년 : (빙긋 웃으며) 생각이 정리되었는가?
홍도 : (불쾌한 듯 술잔 물리며) 화사 대결을 받아들이겠소. 대신,
조년 : (빙긋 웃으며 홍도 보면)
홍도 : 내가 이기면, 무엇을 줄 것이오?
조년 : (여유있게) 무엇을 원하는가?
홍도 : 혜원을 내놓으시오. 사화서에서, 그 아이를 내놓으시오.
조년 : 혜원을 내놓으라? 그 자가 무엇이기에, 대화원을 이렇게 움직이는 것인가? (피식 웃으며) .. 그 자와 정분이라도 난 것인가?
홍도 : (날카롭게 조년 쳐다보고) 천박한 입 함부로 놀리지 마시오!
조년 : (피식 웃으며) 좋네. 받아들이지. 이젠 뒤집을 수 없네 (홍도 보면)
홍도 : 내 반드시 그 아이를, 장사치의 손아귀에서 빼내겠소. (노려보다 나가는데)
조년 : (홍도의 뒷모습에) 하하, 재밌구만. 제자는 아끼는 여인 때문에, 스승은 아끼는 제자 때문에 대결에 참여하다니...
홍도 : (돌아보며) 아끼는 여인?
조년 : 아. 몰랐나? 혜원은 이기는 조건으로 정향을 내놓으라 하더군.
홍도 : (의아한 눈으로 보다 나간다)
조년 : (술 한잔 마시고 미소를 띠며) 음...됐어!
S#14-1. 이인문의 집 / 홍도의 방 / 밤
홍도, 벽에 기대 앉아 생각에 잠겨 있는,
홍도(마음의 소리) : 내가 이기면 윤이는 앞으로 붓을 잡기 힘들테고, 지면 여자임이 만천하에 드러나고,,,,... 어찌한다.
S#14-2. 김조년의 집 / 윤복의 방 / 밤
윤복, 탁자 앞에 웅크리고 앉아 목탄 끄적이면, 한지위에 삼정오악연습 때 웃던 홍도의 얼굴 떠오르고,
윤복(마음의 소리) : 내가 이기면 스승님이 다치고, 내가 지면 정향이 다친다....... 어찌해야 합니까... 스승님...
S#15. 김조년의 집 / 정향의 방 / 낮
정향, 가야금 연주<동천연로항장곡>하고 있는데, 막년이가 들어온다.
정향 : 어찌 되었느냐?
막년 : 도련님과, 단원 선생님이 화사 대결을 하게 되었답니다.
정향 : (놀랍고.. 걱정되고) 뭣이라.. 언제라고 하더냐?
S#16. 도화서 / 작업방 / 낮
생도들 모여있고, 고봉, 생도들 앞에서 폼잡고 이야기하고 있다.
고봉 : 김홍도냐? 신윤복이냐? 단원이냐? 혜원이냐? 바야흐로 조선 팔도에 가장 큰 화사가 시작되었다 이 말이지.
술태 : 사제지간에 화사대결이라니... 어느 쪽이 이기던 썩 통쾌하진 않겠구나. 대체 누가 먼저 대결을 허락한 것이냐?
고봉 : (박수 짝 치며) 아마 쌍방이라지? 시전의 대행수 김조년이 주최했으니 누가 이기던 평생 먹고...
아니지. 대대로 먹고 살 돈은 응당 벌어 놓는데 누가 마다하겠느냐.
만보 : 부럽다, 부러워, 응?
효원 : (조금 떨어진 곳에 있다가 다가와) 지는 사람은... 어찌 되는 것이냐?
고봉 : 뭐, 화계의 법도가 있지 않느냐? 사화서에서도 쫓겨나고, 시전의 뒷방애기로 여기저기 술판에 껴서 그림이나 파는
환쟁이가 되겠지 뭐. 아유, 생각만 해도 속 시끄러워.
효원 : (고개 끄덕이는)
S#17. 정조의 개인 서재 / 낮
정조 앉아있고, 홍국영 옆에 서 있다.
정조 : 대행수 김조년에 대해 알아보았는가?
홍국영 : 예. 전하. 그 자는 천출에, 의지가지없는 고아인데 악착같은 근성하나로 성공한 대행수입니다.
정조 : 그래, 어떻게 거상이 되었다 하는가?
홍국영 : 예. 언제 부턴가 시전의 점포들을 마구 사들이더니, 육의전을 전부 손에 넣고 주무르는 대행수가 되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몰락한 양반가의 족보를 사, 양반행세까지하며 세를 뻗치고 있다고 합니다.
정조 : (수염 만지며) 아직 뒷배를 보아주는 자를 정확히 잡아내지 못하였는가?
홍국영 : 그 자가 소유한 육의전 근처에 난전만 열리면, 귀신같이 알고 한성부에서 단속을 한답니다.
시전에서는 한성판윤 김귀주 대감이 행수의 뒷배를 공공연히 봐주고 있다고 소문입니다.
정조 : 한성판윤이라 하면,
(insert : 편전에, 대신들 사이에 있는 김귀주의 모습)
정조 : 그 자는, 대비마마의 오라버니가 아닌가?
홍국영 : 그렇습니다.
정조 : (생각에 잠기며) 조금 더.. 그 자의 손끝이 어디까지 닿아있는지.. 10년 전 그 일과는 정확하게 어떤 관계가 있는지...
낱낱이 알아내도록 하게.
홍국영 : 예. 전하.
정조 : (‘정순왕후랑 관련이 있군’ 싶어 심각해지며, 정순왕후쪽 보고)
S#18. 정순왕후의 처소 / 낮
정순왕후와 마주앉은 김귀주, 다식 먹으면,
정순왕후 : 얼굴없는 초상화, 예진화사....아무래도 뭔가 꺼림직합니다.
김귀주 : 무엇이 말입니까?
정순왕후 : 게다가 지금 장안엔 온통 단원과 혜원의 화사 대결이 화제가 되고 있다지요.
김조년 그자가... 일을 처리하는 방식이 영 마뜩치 않아요.
김귀주 : 수완으로 치자면, 그 자는 나랏님보다 뛰어나단 말이 있지요.
정순왕후 :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인데,.. 어줍잖은 장난질이 화를 부를까 염려됩니다.
김귀주 : 심려 마옵소서. 그 자는 뱀같이 영악한 자입니다.
정순왕후 : (불안해 생각에 잠기고) 만일에 대한 대비책을 세우세요
김귀주 : (긴장해서) 예 마마.
공씨(소리) : 자, 자, 여기를 보십시오!!
S#19. 저잣거리 / 광장 / 낮
사람들 모여 있고, 공씨, 그 앞에 서서 바람 잡고 있다.
공씨 :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딱, 열흘 후, 조선 최고의 화원을 가리는 화사 대결이 열린다- 이겁니다.
그럼, (청색 띠 두른 단지 부채로 가리키며) 청단지, 조선의 화선! 도화서 최고의 화원! 약관의 나이에 어진화사를 한,
팔도가 아는 호남- 참고로, (입가에 손 대고, 은밀히 말하는 듯 큰 소리) 총각, 총각, (여자들 부끄러워하며 웃는 것 보고)
험! 흐르는 듯- 한 선이 일품인, 단원 김! 홍! 도!
사람들 : (웅성대고)
공씨 : 그리고, (붉은 띠 두른 단지 부채로 가리키며) 홍단지, 도화서의 망종에서, 조선의 문제아가 된, 사화서 최고의 미도령!
약관도 되기 전에 어진화사에 참여해서, 무려!!! 어진을 찢고 나온, (입가에 손 대고, 은밀히) 요것도, 총각.
(여자들에게 윙크하면, 여자들 자지러지고) 그림속 은근- 한 여인들의 눈빛이 일품인, 혜원 신! 윤! 복!
사람들 : (웅성대면)
공씨 : 자, 자, 다들 거시오!! 이제 남은 시간은 단 열흘!! 거시오! 거시오!
사람들, 단지로 몰려드는데... 공씨, 나무기둥에 종이 붙인다. ‘十’, ‘日’, ‘前’
S#20. 도성 일각 / 낮
(insert : 앞 씬의, 나무기둥에 붙은 종이 ‘十’자 위에 ‘九’자 덧 붙이면)
옆으로 보이는 지방에서 올라오는 가마 행렬들과 말들이 줄을 잇고,
S#21. 김조년의 집 / 사화서 / 낮
김조년의 집으로 들어와 사화서 화원들과 인사하는 앞 씬의 화원들.
김조년, 화원들 인사시키고 웃는다.
김조년 : 지방에서 예까지 온 화계 유지들이네. (옆에 있는 삼돌에게) 숙소를 안내해 주거라.
삼돌 : 예.
화원들 인사하고, 삼돌 따라 가면, 흐뭇하게 보고 가는 김조년.
S#22. 김조년의 집 / 창고 앞 / 낮
(insert : 앞 씬의, 나무기둥에 붙은 종이 ‘九’자 뜯고 ‘八’자 붙으면)
청지기, 장부를 펼쳐 놓고 앉아 있고, 줄줄이 서 있는 사람들...
청지기 : 자! 다음!
평양남1 : (집문서 건네주는) 저는 단원한테 걸겠습니다.
청지기 : (집문서 펼쳐 보고, 빙긋 웃으며) 집문서를 들고 평양서 예까지 오셨소?
평양남1 : 예 이런 구경이 또 어딨소. (평양사투리로-조사해서)
청지기 옆으로, 수북히 쌓여가는 문서(집문서, 밭문서)들, 컷컷컷....
S#23. 도화서 / 화원회의실 / 낮
(insert : 앞 씬의, 나무기둥에 붙은 종이 ‘八’자 뜯고 ‘七’자 붙으면)
화원들, 화원회의실에 앉아서,
김덕성 : 이는 도화서 망신입니다!
장벽수 : 도화서 망종들끼리 붙었으니, 그 대결이 참으로 기대됩니다.
화원1 : (신한평 한테, 작게) 자넨 누구한테 걸겠는가? 응당 윤복이겠지?
신한평 : 그런 천박한 놀음에 어찌 끼겠는가? (나가면)
장벽수 : (비죽 웃는)
화원들(숙덕 거리며) : 자넨 누구한테 걸텐가? / 윤복이 그 놈도 무시 못하지 / 그래도 단원이, /모르는 소리
(insert : 앞 씬의, 나무기둥에 붙은 종이 ‘七’자 뜯고 ‘六’자 붙으면)
S#24. 몽타주
1. 김조년의집 / 윤복의 방 /
윤복. 정향이냐, 스승님이냐 어쩌다 이렇게 됐나...
윤복, 붓질을 하던 윤복의 손이 멈추고, 물끄러미 생각에 잠기는,
2. 도화서 홍도방 /
홍도. 김명륜대감과 판을 짠 홍도. 계획이 성공할까
멍하니 창밖을 보는 홍도, 다친 손이 뜻대로 안되는지, 손목을 움직여 본다. ‘일월당 어찌해야 하는가’
(insert : 앞 씬의, 나무기둥에 붙은 종이 ‘六’자 뜯고 ‘五’자 붙으면)
S#25. 저잣거리 / 낮
저잣거리 길 걷는 김조년과 청지기. (뒤로, 홍국영의 수하 보인다)
김조년이 지나가면 인사하는 상점 사람들.
김조년 : (걸으며) 준비가 얼추 된 듯 한데... 화계원들은 어디에 주로 걸었는가? 단원인가, 혜원인가?
청지기 : (장부 펼쳐서 보고) 평양에서 온 운우회 화계원 일곱, 한양의 오죽회 넷, 단양에서 온 삼봉회 여섯 명,
종친부 화계 모임 청백회의 일곱, 시전의 행수 여섯, 조정 어르신들의 화계 백란회 일곱 명,
총 서른 일곱 명의 화계원들 중.. 열아홉이 단원, 열여덟이 혜원을 택하였습니다.
김조년 : 박빙이로군.
청지기 : (장부 옆구리에 끼고 걸으며) 어르신께서는 어느 쪽에 거실 생각이십니까?
김조년 : 어느 쪽이라.. (웃으며) 어느 쪽에 걸 듯 한가?
청지기 : 모르겠습니다. 어르신의 속은.
김조년 : (웃으며) 복잡할 것 무엇인가? (하고, 가다가 멈춰서) 서른일곱? 어찌 서른 여덟이 아니고 서른 일곱명인가?
(잠시 생각하고) 아까.. 오죽회 중에 넷이라고 했었는가?
청지기 : (장부 보고) 예.
김조년 : 누구인가? 내기에 뛰어들지 않은 자가?
청지기 : (보고) 김명륜 어르신입니다.
김조년 : (인상 구기며) 그 깐깐한 인사, 기어이..(어딘가 보고)
S#26. 김명륜 대감집 / 사랑채 / 밤
김명륜, 은근히 웃으며 보면... 김조년 앞에 앉아있고.
김조년 : 도화계 어른 중에서도 가장 영향력 있는 호판어른께서 다시없이 좋을 구경을 놓치시다니요? 문제를 출제한다면,
응당 도화계에서도 가장 명망높은 호판어른께서 화제를 내려야 할 터인데, 참여도 안하시니... 이 사람, 서운합니다.
김명륜 : (김조년 지그시 보다가) 내가 참여하지 않은 연유가 궁금한가?
김조년 : 그렇습니다.
김명륜 : (차 마시고) 단원에게 건 자가 얼마고, 혜원에게 건 자가 얼마나 되는가?
김조년 : 단원에게 열아홉, 혜원에게 열여덟이니, 다시없이 흥미진진한 대결이 될 것입니다.
김명륜 : 그렇다면, 나는 혜원에게 걸어야 균형이 맞는 것인가?
김조년 : (기뻐) 어느 쪽이건 상관 없습니다.
김명륜 : 난 조금 다른 선택을 하겠네.
김조년 : (김명륜 보고)
S#27. 저잣거리 / 공터 / 낮
앞 씬의, 나무기둥에 붙은 종이 ‘二’ 자 뜯고, ‘一’ 붙이는 손. 돌아서면, 공씨다.
공씨 : 자, 드디어 익일!!! 조선 최고의 화원이 벌이는 화사가 시작되는구나!! (카메라 휙 보고) 익일!
S#28. 김조년의 집 / 정향의 방 / 낮
정향, 경대 보며 가체 만지는데,
김조년(소리) : 정향이 있느냐?
정향 : (경대 접으며) 들어오시지요.
김조년 : (들어와 앉으면)
정향 : (함께 앉고)
김조년 : 드디어 익일, 화사 대결이 있다. 넌 어느 쪽이 이기길 바라느냐?
김조년(소리/ 정향 얼굴 위로) : 혜원? 단원?
정향 : 이 년이야, 누가 이기건 무슨 상관이 있겠습니까?
김조년 : 나는 알고 있다. 네가 맘속으로 누가 이겼으면 하는지.
정향 : 누구입니까?
김조년 : 혜원 아니겠느냐?
정향 : (정인인 것 들켰나 싶어 초조하지만 누르고) 어찌 그런 생각을 하십니까?
김조년 : 생판 모르는 단원보다야, 네 모습을 그려준 혜원을 함함하겠지.
정향 : (‘정인인 것은 모르는군’ 생각하며) 그럴 수도 있겠군요.
김조년 : 헌데, 혜원이 이상한 이야기를 하더군.
정향 : (조년 보면)
김조년 : (서안 위에 놓인 연적 만지며) 화사 대결에서 이기면... 너를 놓아 달라고.. (정향 슥 보면)
정향 : (당황하고)
김조년 : 혜원은 왜 그런 청을 했을까... (정향 보면)
정향 : 그래, 뭐라 하셨습니까?
김조년 : 들어준다 하였다. 들어주지 않을 연유가 없지 않느냐?
막년 : (불안불안 정향 눈치보고)
정향 : 어찌 그러십니까? 이 년을 보내도 상관이 없단 말입니까?
김조년 : 왜냐면, 혜원은 이길 수 없으니까. (정향 슥 보고) 그 자의 그림 속에 나온 사람은.. 너였다.
생도시절 그린 그림부터, 혜원 최고의 그림엔 모두, 네가 들어 있었다. 왜냐하면, 사랑하는 여인이니까.
정향 : (충격받아 김조년 보면)...
김조년 : 너는 알고 있었느냐..? 혜원이 여인인 것을, (보는)
정향 : (흠칫 놀라고 이내 의연하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김조년 : (정향의 안색 살핀후, 직감하고) 여인임을 알고도, 혜원을 마음에 품었다...
정향 : (외면하는) ...
김조년 : 너의 대답이 듣고 싶다. 화원으로서 혜원이 진정 너의 정인인가.
정향 : (외면한채) ......
김조년 : 아니면 여인 신윤복이 진정 너의 정인인가.
정향 : (외면한채 당당하게) 어르신은 절대 알수 없을 것입니다. 예인의 눈에 보이는 것, 예인의 귀에 들리는 것,
예인의 가슴에 느껴지는 것, 그것들을 어떻게 이해하실수 있겠습니까.
김조년 : (무너지는 자존심에 떨며) 네가 없으면, 혜원의 그림이 단원을 이길 만큼 최고의 그림으로 나올 수 없다.
정향 : (보면)
김조년 : 그 자는, 철저하게 망가질 것이다. 익일, 그 모습을 보거라.
정향 : 이렇게까지 하는 연유가 무엇입니까?
김조년 : 누군가 내 물건을 넘본자가 있다면, 확실히 알려야 한다. 이것은, 네 물건이 아니라고. (정향보고 미소) 말하지 않았느냐?
밟을 때는 다시는 일어서지 못하도록 밟아야 한다고.
정향 : (혼란스럽고)
김조년 : 그 자가 가면 어찌되나 한번 보자. (정향 보고) 쉬거라. (일어서서 나가면)
정향 : (혼란스럽고) 화공을 도와야 한다. 화공을 도와야 해.. 어찌한다... 어찌한다...
S#29. 김조년의 집 / 사화서 / 윤복의 작업방 / 낮
윤복 붓 씻은 것 들고 들어서면, 정향이 안에 서 있다가 돌아본다.
윤복 : 무슨 일이오?
정향 : 화공!
김조년(소리) : 화사 대결에서 이기면... 너를 놓아 달라고..
정향 : (윤복의 진심이 느껴져서 좋고)
윤복 : 무슨 일이오, 정향.
정향 : 화공을 돕겠습니다.
윤복 : 마음만으로도 고맙소.
정향 : 화공의 화폭 속에 들어가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윤복 : 위험할지 모르오. 그런 것을 부탁할 수는 없소.
정향 : 제가, 제가 하고 싶습니다. 다시 한 번, 화공의 화폭 속에 있는 이 년을 보고 싶습니다. 그려 주실 수 있겠습니까?
윤복 : (정향 아프게 보고).....
S#30. 서징의 집 / 작업장 / 밤
윤복(갓에 도포 차림), 주변 둘러보고 있는데,
(insert : 동제각화 때, 서징의 집 작업실에서 싸우던 장면)
(insert : 동제각화 때, 그림 그리다가 홍도의 빈 자리 보던 장면)
윤복, 그 자리에 가서 앉아 보는데, 홍도(갓에 도포) 들어온다.
홍도 : 와 있었느냐?
윤복 : (일어서며) 예. 스승님.
홍도 : (윤복 눈 보며) 그래, 바로 익일이구나.
윤복 : 네. 그렇습니다.....근데, 스승님 애초에 왜 대결에 응하신 겁니까?
홍도 : (멈칫하다 윤복본다) 네가 먼저 응하질 않았느냐?
윤복 : 저는.. 스승님이 먼저 응하셨다고..
홍도 : 싸구려 장사치의 교묘한 술수에 우리둘다 보기좋게 걸려들었구나
윤복 : 만약.. 제가 지면.... 전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홍도 : 다시는 그림을 그릴 수 없을 뿐더러, 죽은 너의 아버지 앞에 얼굴을 들지 못할것이다.
윤복 : 스승님이.. 지게 된다면요..?
홍도 : 내가 이기든 지든 나는 이미 도화서 화원으로써의 생명은 끝났다고 본다.. 네가 나를 이길수 있을것 같으냐..?
윤복 : (자신없지만 애써밝게) 예. 스승님... 근데, 스승님의 그 손이, 아직 좀...
홍도 : (손 움직이며) 괜찮다. 이것 보거라, (붕대 감은 손, 이렇게 저렇게 움직이고) 그러니 네놈도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날 이길 수 없을 것이다. 알겠느냐?
윤복 : 예 스승님.
서로마주 보는 두사람 눈에서
홍도 : (코앞에 윤복을 보며/소리) 어쩌면 처음부터 이렇게 될 운명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윤복 : (홍도의 눈 보며) 최고의 화사를 하겠습니다... 스승님.
18끝
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