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정맥 종주 2구간 - 수안ㆍ학운ㆍ가현산(산줄기 115일째)
작성자 : 김태웅 조회수 : 619
일 자 : 2002년 3월 27일
구 간 : 도수동길 ~ 수안산 ~ 가현산 ~ 방아재고개
도상거리 : 17.9km, 산행시간 : 5시간 10분
봄이 오는 정맥에서 인간다운 삶을 사는 지혜를 찾아봄이 어떨까. 겨울의 인고 속에서 희망의 봄을 꿈꾸며 새봄의 싹을 틔우고 마는 나무의 지혜를 배우고 싶다. 아직은 앙상한 가지 사이의 해맑은 솔바람, 겨울을 지내고도 여전히 진한 소나무 향기, 생기 가득한 청아한 산새소리...
누가 인생이 고달프다고 했는가. 멀리 목표를 향하며, 절박한 인생사는 뒷전이고 삶에 대한 무한한 감사와 자연의 경외심 속에서 한없이 순수해지고 새 힘이 솟아난다. 우리에게 산줄기가 있는 한 우리는 행복하고 또 행복하다...
09시 20분 신성산업 입간판이 서있는 도수동 길에서 정맥에 접어들면서 가뭄으로 빛을 잃어 가는 평탄하게 이어지는 장송 숲, 정맥길은 철조망이 가로막는다. 왼쪽으로 철조망을 따르며 잡목과 한차례 씨름을 하다 숲길을 빠져 나오니 시끄러운 개들의 합창소리, 또 비포장길이다. 누군가의 입에서 “한남정맥은 개판이야” 하긴 첫 구간부터 곳곳에서 만나는 개 사육장...
나무 한 그루 없는 뻔뻔한 마루금, 잠시 후 내려선 곳이 2차선 아스팔트도로인 사현마을도로다. 20여분을 아스팔트포장도로를 걷던 정맥꾼들이 수산나 노인전문 요양원 입간판을 만나면서 오른쪽으로 마루금에 붙는다. 우중충한 소나무숲길로 밋밋한 봉을 넘고, 다시 마루금을 차지한 공장 철조망, 철조망이 끝이 나며 내려선 십자로 안부를 가로지른다. 이어 나지막한 야산에 들어서 있는 헬기장, 그리고 묘 지대를 통과하며 내려선 곳이 아름드리 느티나무가 서있는 대곶초등학교가 있는 대곶면이다.
대곶면의 유래를 보면 조선 숙종 21년 대파면 이라 칭하였으나 1914년 고리곶면, 반이촌면 일부를 병합하여 대파면이라 개칭하고, 14개리를 관할하고 있으며 면 폐합 당시 대파면의 대자와 고리곶면의 곶자를 택하여 대곶면 이라 하였다나...
머지않은 곳에 초원 2리 미륵당 고개에서 서쪽 50m 지점에는 '미륵당'이 있다. 전설에 의하면 1900년대 초 이곳에서 딸만 셋을 두고 아들이 없어 늘 근심에 쌓여 아들을 소원하던 차에 이 미륵당에서 동북쪽으로 100m 떨어진 옹달샘에서 목욕재계하고 물을 길어다 밥을 짓고 정한수를 떠놓고 보름 동안 지성을 드린 후 옥동자를 낳아 다나... 옛날 미륵당은 초가였는데 풍우에 퇴락 해 1981년 광주이씨 문중에서 1.5평 블록 벽채에 스레이트를 얹은 건물로 신축해서 현재 잘 보존되고 있답니다. 한번쯤 들러보세요...
352번 지방도로를 가로지르고 만나는 대곶중학교, 아직 우리의 산줄기를 산맥으로 알고 배우는 중학생들이 우리의 지나는 모습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다. 자라는 아이들에게 하루빨리 우리의 산줄기를 찾아주어야 하는데...
그리고 이어 4차선 도로를 만난다. 횡단도로를 건너 왼쪽으로 조금 나아가다가 오른쪽으로 비포장길로 들어선다. 좌우로 밭에는 냉이며 온갖 봄의 생명들이 돛아 나며 꽃망울도 터들이고 있다. 송전탑과 묘 지대, 평산 신씨 묘지에는 아름다운 꽃다발이 한아름 놓여있다.
교통호를 따라 오름길이 시작된다. 임을 찾는 새 한 마리의 구슬픈 소리, 정녕 봄을 짝짓기의 계절인가... 좌우로 밧줄로 이어놓은 등산로, 소나무와 아름드리 참나무 숲, 군데군데 설치된 쉼터, 그리고 이어지는 교통호... 수안산 산령지단을 만난다. 고대로부터 산신제를 올리던 유서 깊은 장소인 수안산의 신령지단은 매년 음력 정월 모든 재앙을 물리치고 국태민안과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산신제를 올리고 있다나...
그리고 올라선 곳이 헬기장이 자리 잡고 있는 삼각점이 있는 수안산 정상이다. 약수터와 울창한 소나무가 들어서 있고, 시민들이 편안하게 산책할 수 있는 도로를 조성하였으며 쉼터와 각종 체육시설을 설치하여 찾는 이로 하여금 해맑은 정신이 와 닿는 곳이라고 하는 수안산, 그런데 정상을 차지하고 있는 수를 헤아릴 수 없는 많은 묘지들...

수안산은 대곶면의 주산으로서 표고 143m의 정상에 고성으로 축조되어 있다. 동국여지승람이나 통진읍지에 의하면 부남20리에 있으며 성 주위는 2리(800m),성 높이는 십척(약 3m)이라 기록되어 있으며 봉수대가 있다하였다. 유래에 의하면 부족 국가가 있었다고 전해져 오고 있으며, 주변에는 원수골, 재상골, 승지골등의 마을 이름이 많이 있어 부족국가가 있었다는 것을 뒷받침하고 있으며 성의 정상부에서는 자연적인 지형을 그대로 이용하였고 외부에 돌을 쌓고 있는 방식으로 한강유역 통일신라의 산성 양식과 비슷한 축조 방식을 보여주고 있다고 한다.
휘둘러보는 조망이 아름답다. 우리가 넘어야 할 계양산 그리고 인천국제공항을 연결하는 영종대교가 시야에 들어오고, 강화도와 김포평야가 한 눈에 들어온다. 조금 더 내려선 곳에서 다시 만나는 헬기장에 모여 앉아 허기를 메꾼다.
5번 군도인 1차선 콘크리트포장도에 내려선다. ‘훈련장으로 출입을 금지’한다는 군 경고판, 정맥은 시야에 들어오는 학운산(112.4m)의 시설물들을 바라보며 비포장 작전도로인 학운산 허리길로 정상은 눈도장만 찍고 통과한다. 이어 만나는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언덕을 올라서니 바다 위로 두둥실 떠있는 영종도를 볼 수가 있고, 정맥꾼들이 넘어야 할 가현산이 가깝게 다가온다. 고도가 105m인 헬기장을 통과한다. 헬기장에서 내려서면서 시야에 들어오는 실루엣의 계양산, 좌측으로 스므네미고개를 오르는 도로가 보인다. 교통호를 따라 오름길 뒤에 내려선 곳이 4차선 305번 지방도가 지나는 스므네미고개다.
스므네미고개를 뒤로 군데군데 엄나무가 눈에 띄는 숲길은 가시덤불을 헤쳐야 한다. 한차례 가파르게 올라 산불감시초소를 통과하며 올라선 봉우리가 145봉이다. 군에서 세운 교육용 입간판이 서있는 145봉을 넘으면서 넓은 산판길이 이어진다. 어느새 가현산의 시설물이 손에 잡힐 듯한 능선에는 꽃망울을 터들인 진달래가 아름답다. 좌측으로 넓은 김포 뜰과 유유히 흐르는 한강... 한차례 내려섰다가 이어지는 오름길은 평탄하게 이어나간다.
이정표(구레골약수터, 묘각사)를 만난다. 이어 가현산사랑회에서 설치한 사랑의 쉼터를 통과한다. 5분 뒤 삼형제바위를 지나 올라선 팔각정 예정지와 쉼터, 중키의 소나무 터널 숲, 돌탑이 나타나며 진달래군락지가 나타난다. 가현산(215m) 표지석에 선다. 시설물로 정상을 빼앗겼지만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아름다운 조망, 가슴 가득히 뿌듯한 만족감이 밀려오고 있다.
인천광역시로 들어선다. 조금 내려선 곳에서 만나는 99년도 양촌산악회에서 세운 표석이 눈길을 끈다. ‘사람의 발길이 하나도 안간 곳은 자연이 잘 보존된 곳이고, 사람이 손길이 잘 간 곳은 자연이 더욱 잘 보존 된 곳이다.’ 정맥길은 곧이어 묘각사에 내려선다. 오래된 느티나무 고목 한 그루가 지키고 있는 묘각사, 100봉을 넘는다. 좁은 날 등의 정맥, 그리고 평탄하게 이어지는 정맥길...
한차례 경사길로 올라선 곳이 168봉이다. 군에서 설치한 삼각점이 있다. 이어지는 정맥은 소나무 숲으로 선명하게 길이 나있고 한차례 뚝 떨어지다가 평탄해지면서 안부에 내려섰다 올라서는 기독교 묘지에는 마침 님을 보내는 유가족의 찬송소리가 능선을 메우고 있다. 70봉을 넘는 산길은 넓게 나있고 군데군데 묘지들이 자리잡고 있다.
군부대 철조망을 따른다. 90봉 정도 되는 군부대 철조망과 헤어지며 시야에는 동남아파트가, 이어 내려선 궁국장, 방아재마을 영진아파트를 바라보면 내려선 곳이 방아재고개다. 오늘 내내 우리들의 땅을 받쳐 주는 골격이자 민족정신의 상징인 정맥은 정맥꾼들 앞에 말할 수 없이 허물어지고 짓밟힌 채 아픔을 호소하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