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희가 입력된 정보실행에 이탈을 가져왔다.
준희로써는 엄청난 도박이자 모험인것이다.
처음 입력된 정보로만 일방통행을 주장하던 준희에게 양방향을 알리는 중앙선이 설치되었다.
매달 첫째 수요일 오전에 교정중인 치아를 확인하러 양재동 장애인치과에 간다.
준희 치아교정 스폰서로 나서주신 선생님께서 배려해 주신 시간이기 때문이다.
학교에 등교 했다가 인사만 나누고 바로 양재동으로 출발한다.
20여분의 진료를 위해 준희와 나는 왕복 4시간을 버스와 전철에서 보낸다.
부평역에서 용산행 직행을 타고 신도림에서 2호선으로 갈아 탔다가 교대에서 3호선으로 갈아타고
목적지인 양재역으로 간다.
양재동 치과로 가는 동안 우리는 많은 사람들의 많은 표정들을 탐색하고 교감한다.
1년여 동안 보아온 환경에 이제야 적응이 되었는지 이날은 치과진료가 끝나자 준희가 느닷없이
"엄마! 오늘은 중앙선으로 용산역까지 가요!"
난 무슨 소리인지 뜻을 알아 듣지 못했지만 워낙 해박한 준희의 상식을 믿고
"그래, 그렇게 해보자." 고 답했다.
그리고 무작정 준희가 이끄는 데로 따라 다녔다.
준희는 옥수역까지 가서 용산행 열차를 기다렸다.
난 그제서야 준희가 말하는 `중앙선'에 대해 이해했다.
1호선과 중앙선과 망우선에 경춘선까지.....모두 다른 내용을 담고 있다는 것을 새로 배웠다.
준희 혼자 읊어 대던 혼잣말들에 이렇게 심오한 뜻이 있었다니......
무심하게 흘려 들으며 혼잣말의 뜻을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못했던 어리석음에 미안한 맘이 들었다.
그간 준희가 얼마나 섭섭했을까!
옥수역에 도착해서 너무도 한가롭고 여유롭고 평안한 옥수역의 풍경을 보며
나는 감탄사를 계속 연발하며 휴대폰 카메라를 여기저기 들이댔다.
"와~~정말 좋다. 이런 광경 처음이야! 준희야! 정말 멋지다!"
"엄마, 고맙지? 엄마, `베리 굳'이야?" 하며 좋아하는 내 모습에 만족해 하며 으쓱해 했다.
옥수역에서 "이번 열차는 이역에 정차하지 않습니다."라는 방송에 대해 준희에게 물었다.
"방송에서 뭐라고 하는거야?" "이번열차가 정차하지 않는다고 했어요."
"왜? 왜 이역에 정차하지 않지?" "글쎄......아~맞다 시험열차인가봐요!"
"엄마 생각엔 화물열차 일것 같은데?"
삐릭! 삑!.........................................
"와! 엄마 말이 맞지? 근데 저기에 뭐가 실려 있을까?"
"음~~~화약! 아니면, 석유!"
"왜 화약을 실어?"
"철도길을 만들려고 화약을 실었어요. 1호선 개봉으로 가는 길에도 화약고가 실린 열차 있어요."
서빙고역에 대한 유래를 들려주니 준희는 지난해 경주에서 본 석빙고에 대해 읊어댔다.
잠시 비가 그친 열차 밖 풍경이 너무도 신비로웠다. 꼭대기만을 삐죽 모습을 내밀고 있던 남산타워를 가리키며
"엄마, 남산타워 중간이 사라졌어요. 구름에 둥둥 떠 다녀요!"
준희의 떠드는 소리에 열차안에 간간히 앉았던 사람들이 모두 밖을 내다 보았다.
이촌역 근처에서 "신호대기로 잠시 정차하겠습니다." 하며 서 있으니
"와~ 국립중앙박물관이예요! 정말 멋지지 않아요!"
빙그레 웃으며 준희를 바라 보는 어른들의 표정에 뿌듯함이 몰려왔다.
"강변도로는 막히고 올림픽도로는 안 막혔어요."
주변 도로사정까지 신나게 중계하는 모습을 보며
그간 우리가 고집해 왔던 대중교통이용과 현장학습의 효과가 200% 발휘됨을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