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혈혈단신으로 온갖 합병증을 안고 사는 박경출(왼쪽)씨가 주민센터에서 파견된 봉사자, 복지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지혜 기자 |
“사는 게 서글퍼 화가 날 때가 많습니다.…이런 삶을 어찌 이어간답니까?” 대구시 동구 율하동로의 한 임대아파트. 20년간 혈혈단신으로 살아온 박경출(65)씨가 먼 곳을 응시하다 고개를 바닥으로 떨궜다. 방바닥에는 10종류가 넘는 약 봉지와 보리차가 담긴 페트병이 어지럽게 놓여있다. “빚을 다 청산하고, 병원에 가서 제대로 된 검진도 받아보고 싶은데…. 살길이 막막해서 엄두를 못 내겠습니다.” 박씨는 ‘움직이는 종합병원’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온갖 합병증을 안고 산다. 협심증과 폐 질환, 당뇨에 고혈압, 녹내장까지…. 어지럼증이 심한 데다가 복부 통증이 있어 밤마다 하체가 마비된다. 녹내장으로 한쪽 눈의 시력도 거의 잃어 빛만 겨우 구분한다. 숨이 가빠 오랫동안 걸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박씨의 삶에 그림자가 드리운 건 20년 전이다. 세 자녀와 아내의 생계를 책임졌던 박씨는 건설 현장에서 20년간 일하다가 모자 공장으로 옮겨 돈을 벌었다. 돈벌이가 넉넉지 않자 아내와 말다툼하는 일이 잦아졌고, 끝내 아내는 말없이 짐을 싸 집을 나가버렸다. 중ㆍ고등학생인 세 아이도 어찌 된 영문인지 학교에 갔다가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그 후로 아이들 얼굴을 본 적이 없다. 기초생활보장수급자인 그는 매달 정부에서 29만 원을 지원받는다. 월세 12만 원에 한 달 약값만 6~7만 원이다. 인슐린 주사기와 혈당 체크지 구매비까지 7만 원가량 든다. 병원에서는 협심증과 녹내장 치료를 적극적으로 권하고 있지만 박씨는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아 입원 치료는 꿈도 못 꾸고 있다. 갚아야 할 부채는 170만 원 가량. 월세와 약값을 내고 나면 수중에 남는 돈은 만 원짜리 몇 장뿐이다. 빚을 갚고 싶지만 방법이 없다. 박씨는 형과 여동생이 있지만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로 형제들과도 연락을 끊었다. 최근에는 형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그는 안심종합사회복지관에서 지원해주는 쌀과 반찬으로 하루 두 끼를 해결한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인슐린을 투여하는 그는 종일 집에서 누워있거나 텔레비전을 보는 게 일상이다. 박씨는 “가족들과 외식하며 즐거워하는 사람들을 보면 한숨만 깊어진다”고 털어놨다. 그는 행복해 보이는 바깥 세상 사람들을 보고 싶지 않아 외출할 때마다 모자를 푹 눌러쓰고 나간다. 대구가톨릭대 부속 안심종합사회복지관 박진주(아녜스) 복지사는 "복부 통증이 심하고, 척추도 안 좋으신데 검진을 제대로 못 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홀로 병만 키우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지혜 기자 bonaism@pbc.co.kr
▨후견인 안심종합사회복지관 남영옥(아가타) 관장
박경출씨는 전반적으로 건강상태가 악화돼 종합검진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자녀와는 왕래가 없지만 부양의무자 자격을 갖추고 있다는 이유로 수급비도 깎여 생활 자체가 어렵습니다. 박경출씨가 다시 삶의 의지를 얻을 수 있도록 평화신문 독자들의 작은 정성을 부탁합니다. 성금계좌(예금주 : 평화방송) 국민은행 004-25-0021-108 농협 001-01-306122 우리 454-000383-13-102
※박경출씨에게 도움을 주실 독자는 11일부터 17일까지 송금해 주셔야 합니다. 이전에 소개된 이웃에게 도움을 주실 분은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담당자(02-2270-2519)에게 문의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