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회에 걸쳐 2013년 올해의 디자인 건축, 패션, 가구, 그래픽 그리고 디지털 부문의 후보작들을 살펴 보았다. 이번달에 계속될 두회의 연재 속에서는 제품과 운송부문의 후보작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특히나 떨어진 작업을 위주로 필자의 극히 개인적인 취향에 선택된 작업들을 나열해보고자 한다. 먼저 제품 부문을 보자.
본지에서 소개하는 작품들은 노미네이트 된 작품들 중 임의로 필자가 선택한 것입니다. 과도한 번역 작업을 피하고자, 일부분 다른 블로거의 글을 참고하였음을 알려드립니다.
플라이니트 운동화(Flyknit Trainers) by 나이키(Nike)
신발진흥협회 웹진 참조
Flyknit Trainers by Nike, image copyright © Nike
런던 올림픽에서 성공적인 마케팅 승리로 칭송받은 대표적 사례가 있으니, 바로 나이키의 화려한 형광색 러닝화다. 나이키가 볼트(volt) 색상이라고 명명한 네온 옐로와 그린이 믹스된 컬러는 트랙 위에서 모두의 시선을 한 눈에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나아가 나이키가 결코 이번 올림픽의 공식적 스포츠웨어 파트너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이 거대한 미국 스포츠웨어 기업이 자신만의 나이키 팀을 결성한 것처럼 보였으며, 인도, 터키, 남아공 등지에서 모인 400명의 운동선수들이 플라이니트 볼트(Flyknit Volt)를 착용한 모습은 하나의 국가를 대표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처럼 영리한 마케팅과 탁월한 색상 선택 외에도, 이 신발에 사용된 기술 또한 신발을 제작하는 방식에 대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제작 기간에 3년이 소요된 플라이니트는 경량 니트형 갑피, 단일 편직물을 통해 제2의 피부 같은 느낌을 주도록 만들어졌다. 나이키 CEO 마크 파커, 프래그먼트 디자인 창립자 히로시 후지와라, 나이키 크리에이티브 디자인 부사장 팅커 해트필드의 아이디어로 탄생한 작품이다. 후지와라 씨에 따르면, 이들은 제품과 기술에 완벽을 기할 때까지 ‘규칙이나 시간제한, 예산 등에 구애받지 않는’ 유기적 접근방식으로 서로 협업했다고 한다.
파커 씨는 ‘우리는 구조물과 서포트 기능, 통기성을 단 하나의 레이어에 담아냈으며, 이러한 제조 공정은 혁명이라 부를만한 것’이라고 전했다.
Flyknit Trainers by Nike, image copyright © Nike
대담한 발언이지만, 틀린 말은 아닌 듯하다. 종래 신발 구조물은 여러 개의 부속물들이 접착/몰딩/재봉 과정을 거쳐 하나로 접합되는 제작 방식을 예외 없이 취해왔다. 만일 이 기술이 다른 비(非)피혁화에도 도입된다면, 재료, 시간, 노동이 절감될 수 있다. 재료, 장소, 장비, 비용 면에 두루 영향을 끼쳐 전 세계의 운동화 제조 공정을 완전히 바꿔놓을 수도 있다. 더 이상 낭비나 버려지는 부분이 없이 신발을 생산하게 되는 것이다. 싱글 레이어 한 장으로 신발을 편직할 수 있다면, 복잡한 장비 운영의 필요성이 사라지는 것은 물론 작업 수준도 평준화될 것이다. 그래서 인건비가 더 이상 중요사안이 아니게 된다면, 지리적 위치에는 과연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제작 과정은 수년에 걸쳐 진화해왔다. 때로는 장비 및 공정 과정의 개선을 통해 점진적으로, 때로는 디지털 라스트, 수치 제어 절삭기, CAD 소프트웨어 등의 도입을 통해 급진적으로 발전해왔다. 플라이니트 기술은 이를 한 단계 뛰어넘는 도약이라 할 수 있다. 만약 이 기술을 다른 신발 유형에도 활용한다면, 제조업자들이 투자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생산 흐름이 끊길 우려 없이 수백만 족의 똑같은 신발들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거점 시장과 보다 가까이 생산 공장을 둠으로써 운송비용도 상쇄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규모 신발 생산기지가 본고장으로 회귀하는 것도 가능하다.
Flyknit Trainers by Nike, image copyright © Nike
물론, 이러한 공정은 특정 신발 유형에만 유효한 것으로, 샌들, 부츠, 하이힐 등에는 적용하기 힘들다. 하지만 이 방식을 활용해 제작할 수 있는 신발 유형은 잠재적으로 충분히 존재하며, 업계 종사자들은 앞으로 우리가 거대한 변화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일반적으로 섬유는 구조가 고정화되어 있지 않으며, 내구성도 거의 갖추고 있지 않다. 때문에 나이키는 개발 작업에 3년을 투자해 강도와 유연성, 부가적인 컴포트성을 구축했다. 각 갑피는 특정 부분의 필요에 대응하는 다양한 종류의 폴리에스테르 섬유를 채용하고 있다. 소프트웨어에 관한 정보는 베일에 싸여 있지만, 매우 복잡하고 비쌀 것으로 짐작된다. 또한 부속품들을 정확히 조합하기 위해서는 프로그래머, 엔지니어, 디자이너들이 함께 팀을 이루어 작업하는 것이 필수일 것이다.
‘플라이니트 레이서(Flyknit Racer)’의 갑피와 설포는 중량이 34g에 불과하며, 전체 신발 무게는 160g(US 사이즈 9 기준)으로, 2011 월드 챔피온쉽에서 2, 3위를 차지한 마라토너들이 착용했던 ‘나이키 줌 스트릭(Nike Zoom Streak) 3’보다 무려 19% 더 가볍다. 2012 월드 챔피온쉽에서 미국 선수들이 착용함으로써 올 1월에 첫 선을 보인 레이서는, 4월에 대중 시장을 겨냥해 두 번째 플라이니트 모델로 출시되었다. 모든 레벨의 러너에게 대응하며 중량이 220g인 ‘HTM 트레이너+’ 모델 역시, 플라이니트의 무게 및 핏 상의 혜택을 고스란히 제공한다.
Flyknit Trainers by Nike, image copyright © Nike
나이키는 올림픽 무대를 이용해 플라이니트 컨셉을 더 많은 대중에게 알렸으며, 플라이니트는 다양한 스포츠에 맞춰 응용되었다. ‘줌 수퍼플라이(Zoom Superfly) R4’와 ‘줌 빅토리 엘리트(Zoom Victory Elite)’도 편직물이라는 유사한 컨셉을 채용하고 있으나, 강화 제품으로 코팅되어 있다. 나이키는 미국 육상팀의 10,000m 러너 다산 리첸하인 씨를 위해 플라이니트 장거리 스파이크화를 고안했다. 더 좁은 핏, Pebax 플레이트, 4개의 탈착 가능한 핀들이 경량성과 서포트 기능을 동시에 제공하고 속력을 최대한 높여준다. 상어가죽 힐패드는 그립력과 마찰력을 강화하는 한편, 중량 감소에도 일조한다.
마케팅에서는 소재가 전면적으로 부각되고 있다. “가장 온전한 형태와 기능을 갖춘 정밀함의 산물이다. 모든 구성요소가 목적을 가지고 사용되어, 나이키 사상 최고로 가볍고 발에 꼭 들어맞는 러닝화가 탄생했다.”
리틀 프린터(Little Printer) by 버그(Berg)
Little Printer by Berg, image copyright © Berg
잊어서는 안 될 친구나 가족의 생일, 낯선 곳 방문시에 목적지에 도착하는 방법, 오늘의 할 일, 출퇴근 길 무료함을 달래줄 수도쿠, 티 타임에 즐길 뉴스거리들을 필요할 때마다 버튼 한번으로 뽑아 바쁜 일상생활을 보다 스마트하게 즐길 수 있게 해주는 프린터가 나왔다.
게다가 리틀 프린터는 열전사 인쇄기로(감온지感溫紙에 열을 가하여 반응하게 함으로써 출력하는 프린터) 갑작스런 잉크 교체의 걱정도 없고, 무선 연결 장치가 프린터 자체에 내장되어 있어 전기만 공급된다면 어디서든 사용될 수 있다. 비록, 아직 프리오더를 받고 있는 제품이지만, 최신 관심 정보들을 바로바로 접할 수 있도록 해주는 최신 디지털 기기의 매력과 영수증 모양의 작은 종이위에 흑백모드로 인쇄해주는 아날로그적인 매력을 동시에 겸비하고 있어 출시되는 동시에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 것 으로 예상된다.
Little Printer by Berg, image copyright © Berg
리틀 프린터는 크기가 가로 84 mm에 가장 긴 부분이 129 mm 정도로 소형 프린터이기 때문에 스마트폰과 함께 휴대하기에 용이하고, 장소에 상관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리틀 프린터를 작동시키기 위해서는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한 상태여야 하며, 가격은 28만 8000원 정도.
Little Printer by Berg, image copyright © Berg
리플리케이터(Replicator) by 메이커봇(MakerBot)
Replicator by MakerBot, image copyright © MakerBot
뉴욕 브루클린에 소재하는 메이커봇(MakerBot)사는 4세대 3D 프린트 리플리케이터(Replicator)를 출시하였는데, 이제 소형 제조업체 소멸이 눈앞에 다가왔다. 3D 프린터는 현재 약 20년간 연구가 진행되어왔고 구글에 검색하면 8억 만 개 이상의 이미지 파일이 뜰 정도로 많은 회사들이 개발에 나섰고 다양한 물건을 프린트하고 있다. 특히 3D 프린터의 대중화를 이끌어온 메이커봇은 리플리케이터로 하여금 사용자가 어느 때보다 더 정확하게 전문적인 프로토타입과 물건을 생산할 수 있도록, 100 마이크론 레이어 해상도로 전문가 수준의 대량생산이전 정밀 점검을 가능하게 한다.
Replicator by MakerBot, image copyright © MakerBot
이 새로운 세대의 3D프린터는 신재생 바이오플라스틱(bioplastic) PLA 필라멘트를 이용하여 제조하는 사람에게 더 많은 공간을 제공하며 크기는 410입방 인치 크기까지 생산이 가능하다. 게다가 더 빠른 인쇄에, 종래 프린터보다 20배나 빠른 속도로 잘라주는 엔진이 달려있으며 동시에 한 개 이상의 모델을 프린트하는 기능도 제공한다.
기업가와 소기업 운영자는 이제 자신이 생각하고 디자인한 물건을 곧바로 프린트하고 그 자리에서 그 물건을 팔수가 있다. 2,199달러의 작은 투자로 정확성과 더 정교한 물건을 3D프린트로 인쇄가 가능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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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김황
디자이너 김황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안그라픽스에서 일했다. 2007년 영국으로 건너가 영국왕립예술학교(RCA)의 제품 디자인과(Design Products)에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차세대 디자인 리더 8기, 아르코 영 아트 프론티어 2기로 선정되었다. 현재 필립스 암스테르담(Philips Amsterdam)에서 수석 사용자 경험 디자이너(Senior User Experience Designer)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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