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본사를 둔 OGK 카부토(OGK KABUTO)는 오래 전부터 공기 역학적인 특성을 살린 헬멧을 개발해왔다. 2012년 신제품으로 공개된 ‘에어로블레이드III(Aeroblade III 이하, 에어로블레이드3)’는 그 전통을 잇는 헬멧이다. 공기를 가르는 듯한 역동적인 디자인은 물론이지만, 본질적으로 에어로블레이드는 그 이상을 노리고 있다.
OGK KABUTO, AEROBLADE III
좋은 헬멧
최고의 헬멧이란 어떤 전제를 바탕으로 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라이더의 안전을 위한 보호 장비이니만큼, 안전성은 가장 중요한 가치다. 충격 흡수에 대한 것은 물론, 쓰고 있을 때의 편안함도 안전성에 포함시킬 수 있다. 그렇다고 너무 무겁다면 곤란하다.
안전성이 담보된 가벼운 헬멧은 최고일까. 물론 전제 조건은 될 수 있다. 하지만 값이 너무 비싸다면 그 또한 좋은 헬멧이라 보기 어렵다. 많은 이들을 사고의 위험에서 구한 헬멧이 좋은 헬멧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소수의 라이더만 선택할 수 있는 고가의 헬멧은 상대적으로 좋은 헬멧이라고 보기 어렵다.
에어로블레이드3는 OGK 카부토가 ‘좋은 헬멧’이 갖춰야 하는 요건들을 종합한 결과다. 앞서 언급한 ‘좋은 헬멧’의 요건에 대해 미리 준비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물론 모든 점이 완벽하다고 할 순 없다. 하지만 라이더들의 선택을 받을 요건은 충분하다.
에어로다이내믹을 위한 디자인
디자인을 살펴봤을 때, 에어로블레이드3는 자사의 최상위급 헬멧인 ‘FF-5V’와 매우 닮아있다. 이마 부분의 에어 인테이크의 형상이나 외부 쉘의 형상도 거의 흡사하다. 물론 구석구석을 살펴보면 다른점은 쉽게 발견할 수 있다.
FF-5V의 경우 공기 역학적인 특성을 살리기 위한 부분이 별도의 플라스틱 파츠로 부착된 타입이며, 에어로블레이드3는 외부 쉘의 형상을 그와 같이 설계해 일체형이다. 특히, 헬멧 측후면의 굴곡은 ‘웨이크 스테빌라이저(Wake Stabilizer)란 명칭으로 불린다. 헬멧이 바람을 가르며 달릴 때, 뒤쪽으로 흐르는 공기의 흐름을 안정화해, 헬멧이 고속 주행에서 떨리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웨이크 스테빌라이저를 제외하더라도 외부 쉘의 굴곡은 무척 입체적이다. 에어로블레이드란 이름처럼 바람을 가르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다. 뿔처럼 보이는 이마 부분의 에어 인테이크 부위는 다른 부분보다 높고, 이를 따라 주행풍이 흐르는 통로처럼 길이 나있는 모습이다.
헬멧 내부 공기를 배출하는 통로가 되어주는 헬멧 뒤쪽의 통풍구는 슬라이드 타입으로 열고 닫을 수 있다. 통풍구의 형상은 앞쪽이 약간 높게 턱이 진 것이 특징인데, 헬멧을 타고 넘은 바람이 이 턱을 지나면서 헬멧 내부와 기압 차이를 발생시켜 내부의 공기가 외부로 보다 잘 빠져 나갈 수 있도록 했다.
이런 디자인은 헬멧의 양측면 하단부에도 비슷하게 적용됐다. 헬멧 하단의 합성 고무 실링에 입체적인 구멍을 냈다. 주행풍이 이 고무 실링을 통과하면서 기압 차이를 만들어내, 볼 패드의 열기를 밖으로 효과적으로 배출할 수 있도록 했다. 실제 효과는 둘째로 치더라도, 디자인만으로도 만족스럽다.
무엇이 더 나을까
헬멧의 내피는 쉽고 빠르게 분리할 수 있도록 제작됐다. 볼 패드와 이너 라이너는 모두 인비스타(Inivista)사의 등록 상표인 쿨맥스(Coolmax)를 사용해 제작됐다. 쿨맥스는 흔히 알려진 것처럼 수분을 빠르게 흡수하여 발산시키는 기능성 소재다.
내피의 촉감도 우수하다. 헬멧의 입구가 다소 좁더라도 세로 방향으로 직조된 내피 덕분에 피부 쓸림이 심하지 않다. 실제로 내피를 가로 방향으로 만지는 것과 세로 방향으로 만졌을 때 감각이 차이가 있다. 촉촉한 느낌이 나는 부드러움과는 거리가 있는 약간은 건조하지만 충분히 부드러운 느낌이다.
볼 패드와 이너 라이너는 입체적인 디자인으로 제작됐다. 탄성도 적정한 수준이며, 정확한 사이즈로 맞춰 쓴다면 탁월한 착용감을 줄 정도다. 볼 패드의 경우, 내부의 소재 구성을 살펴볼 수 없지만, 여러겹의 스폰지를 적용해 모양을 낸 것으로 느껴지진 않는다. 안경 및 선글래스를 쓰는 라이더를 위해 안경 다리가 들어가는 길을 낸 것도 특징이다.
내부 충격 흡수재인 EPS의 형상은 일반적인 동양인의 두상에 잘 맞는다. 특별히 어느 한 쪽이 눌린다거나 남는 부분이 없이 정확한 피팅이 이뤄진다. 물론 개개인의 두상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일반적인 수준이라면 만족도가 무척 높을 것이다.
실드는 자외선 차단 기능을 투입한 제품이다. 하지만 정확하게 자외선 차단 지수가 표시되지 않아, 클리어 타입의 실드에서 그 기능을 체감하기는 쉽지 않다. 김서림 방지 필름인 ‘핀록(Pinlock)’ 실드 대응 타입으로 핀록 실드도 기본 제공된다.
OGK 카부토의 특허인 싱글 액션 실드 시스템(S.A.S.)은 간편하게 실드를 탈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실드가 실드 기어를 가리는 타입으로 쉽게 기어가 파손되거나 망가지는 일이 없는 점도 장점이다. 하지만 실드 기어와 실드의 결합 부위로는 고무 실링 처리가 되어있지 않아, 약간의 소음이 발생할 가능성은 있다.
실드 락킹 시스템도 단순한 편이다. 실드의 좌측 하단부에 손잡이가 볼트로 고정된 타입으로 완전히 내렸을 때, 고정되는 느낌이 명확하다. 비교적 단순한 구조로 제작되어 실드를 내렸을 때, 실드와 헬멧 사이의 고무 실링이 완벽하게 맞물리진 않는다.
투자하라, 얻을 것이다
무엇보다 헬멧의 무게가 무척 가볍다. 에어로블레이드3의 무게는 공식적인 수치로 발표하지 않았지만, 최경량급 레이스 헬멧과 비교하더라도 거의 차이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가볍다. 앞서 언급한 장점들은 제쳐두더라도 가벼운 무게 하나만으로도 선택할 수 있을 정도다.
디자인도 디자인이지만 이 정도면 내부 구성이나 완성도에서도 뒤떨어짐이 없다. 물론 최상위급의 레이스 헬멧과 같은 카테고리에 존재하긴 어려운 부분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각 프리미엄급 브랜드의 차상위급 스포츠 투어링 헬멧과의 비교는 충분히 가능하다.
결국 가격적인 메리트 역시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에어로블레이드3의 소비자 판매 가격은 389,000원으로 책정됐다. 물론 40만원에 가까운 금액이 결코 작은 것은 아니지만, 경쟁 모델이 될 수 있는 브랜드들의 상위급 헬멧과 비교하면 가격 차이는 약 20~30만원까지 낮은 편이다.
반대로 30만원이 못되는 20만원 대 헬멧들과 비교하더라도 에어로블레이드3는 단연 뛰어나다. 약 10만원 정도의 비용을 더 투자하는 것이 결코 아깝지 않을 것이다. 빼어난 디자인과 완성도, 가벼운 무게와 고속 주행에서의 안정성까지 갖췄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