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글에서 쓴 바와 같이
나는 지금 월남 남부 메콩 델타 지역 ‘쨔빈’에 와 있다.
Tra Vinh-쨔빈은 한자로 ‘茶榮’이다.
월남 남부는 원래 크메르-캄보디아 인의 나라 ‘참파’(占城 또는 林邑)가 있었다.
북쪽 하노이 지역이 중심이던 대월(大越: 다이 비엣)이 이 지역을 정복 내지
병합을 완성 한 것은 18세기 초니, 월남 영토가 오늘 날과 같은 모습을
갖춘 것은 3백 년이 채 되지 않는다.
지금도 월남 남부 특히 델타 지역에는 크메르 계통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다.
이런 것이 월남 역사가 우리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점 중 하나다.
각설하고 월남 중세사에 남쪽에서 쨔(茶) 씨(氏)가 뭘 어쩐다 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쨔 씨(氏)나 쨔빈의 茶가 현지 발음 ‘쨔(Tra)’의 단순 음사(音寫)인지,
정말 차(茶)와 관계 있는 지는 확인하지 못 했다.
그렇다는 사람들이 있지만 남의 말 다 믿을 수야 있나?
지난 일요일 쨔빈 시내 구경을 나갔다.
이 지역 성(省-Tinh)이름도 쨔빈, 도시 이름도 쨔빈이다.
회사 차가 어디 가고 없어 택시를 타야 했다.
잡는 게 아니라 불러야 오는 택시인데,
얼마 안 되는 거리지만 10만 ‘동’이 나온다.
10만 동은 우리 돈으로 5천원 정도니 별거 아니다 생각할지 모르나,
여기 물가로 센 편이다.
동! 월남 돈의 단위인데 어원은 조사 못했지만
옛날 구리 동전에서 나온 말-곧 銅이 아닐까 한다.
월남도 우리 상평통보 같은 동전을 많이 만들었다.
점심
점심은 끄우롱(Cuu Long) 호텔 식당에서 먹기로 했다.
나의 다른 글에서 썼다시피 ‘끄으롱’은 구룡(九龍)이다.
메콩 강이 남부 월남 델타 지역을 지나면서 9개의 지류를 이루기에
여기 사람들은 끄우롱-구룡(九龍)강이라고 한다.
식당은 호텔 뒷마당에 오두막집 형태를 하고 있다.
혼자고 점심이라 rice with pork 한 접시만 시키고 음료는 하이네켄 으로 했다.
월남 토산은 바바바(333) 또는 Tiger 맥주고, 하이네켄은 수입한 고급(?)이다.
그런데 그날 저녁 들으니 하이네켄 짝퉁이 또 엄청 돌아 다닌다나?
내가 마신 게 진품인지 짝퉁 인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쩝!
돼지 고기는 질도 좋고 굽기도 잘 구웠다.
월남에서 소고기는 별로 다.
인도에서 볼 수 있는 등에 혹이 달린 혹소 또는 물소인데
생기기도 지저분한 것이, 먹어 봐도 역시 맛이 없다.
대신 돼지는 우리나라처럼 공산품(工産品) 같이 키우지 않고
놔 먹여 그런지 기름도 많지 않고 육질도 탄력이 있다.
별 셋이지만 명색이 호텔 식당에서 한끼 잘 먹고
고급(?) 수입 맥주까지 마셔도 59,000 동(3천원 채 안됨)이니,
택시 값 10만 동이면 센 것이다.
월남에서 월남 식으로 살면 돈 걱정은 하지 않아도 좋다.
월남에서 한국식으로 살면? 그럼 산수가 복잡해 진다.
천변(川邊) 시장
쨔빈 시내에는 계천(溪川)이 흐른다.
배가 몇 척 매여 있고 물은 지저분한데,
천변(川邊)을 따라 작은 장이 섰다.
쨔빈의 홍어
틀림 없이 가오리 ‘꽈’ 다.
크기가 작으니 한국 같으면 ‘간재미’다.
여기 사람들이 어떻게 먹는 지는 몰라도,
가오리 과 물고기는 체액이 요소(尿素)로 되어 있어
열을 가하면 암모니아로 변하여 톡 쏘는 맛이 날 수 밖에 없다.
개구리
개구리를 껍질 벗기고 목도 쳐 놓았는데 아직 꿈틀거리며 움직인다.
중학교 생물 시간에 개구리 해부하며 배우긴 했지만 깜짝 놀랐다.
카페
길거리를 걷는데 태양이 문자 그대로 작열(灼熱)하여 머리가 지끈거린다.
마침 보이는 카페가 깔끔하길래 들어 갔다.
뜻밖으로 월남은 랭킹에 들어가는 커피 생산국이다.
즉석에서 내려 마시게끔 가져 오는데 맛은 프랑스 식 캬페,
아주 진한 검은 액체로, 설탕만 줄 뿐 우유/프림은 내오지 않는다.
한잔 값은 8천 동-우리 돈 약 400원?
한국 같으면 자판기 커피 값이다.
월남에서 월남 식으로 살면 돈 걱정 필요 없다고 앞서 말한 바 있다.
월남이 지금 국민소득이 낮아 그렇지 식문화 등은 우리 보다 앞선 면이 있다.
우리나라 지방 도시에 외국인이 안심하고 들어갈 식당이나 커피 점이 쉽게 찾아 질까?
장기
길거리에서 아저씨들이 장기를 두고 있다.
장기판과 행마법(行馬法)은 우리와 비슷하다가도 세부 사항이 다르다.
닭장
이 장닭이 쌈닭인지는 모르지만 동남 아시아 사람들은 투계(鬪鷄)에 열광한다.
월남도 만만치 않아 돈 잃으면 핸드폰 걸다가 다음에 오토바이 걸고,
그래도 안되면 마누라까지 건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관제묘(關帝廟)
시내에 웬 사당이 있다.
들어가 보니 관제묘(關帝廟)다.
廟(묘)는 墓(묘)와 다르다. Temple 이란 뜻이다.
묘(廟) 깊숙한 안쪽에 세 인물 조상(彫像)이 있다.
가운데 교의에 거만하게 앉아서 사람 겁 주는 인물은 주인공 관운장이다.
그 왼쪽에서 청룡도 들고 주인공을 모시는 무사,
대추 빛 얼굴에 퉁방울 눈을 하고 꼭 도둑놈같이 생긴 인물은
도상학(圖像學) 적으로 주창(周昌)에 틀림 없다.
오른 쪽 흰 얼굴, 주창에 비하면 한참 미남인 무사,
관우의 아들 관평(關平)이 두 손으로 명패를 감싸고 있다.
이들 앞에는 관운장의 애마 적토마가 서 있다.
월남도 중국에서 유교, 불교, 도교를 다 들여 왔다.
도교는 중국의 온갖 미신에 월남 토속 잡신이 다 뒤섞인 형태다.
그렇더라도 관우(關羽)를 모신 사당은 뜻밖이다.
월남에 화교(華僑)들이 많으니 그 사람들이 세운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누가 세웠건 월남의 국가급 역사문화유적으로 지정된 모양이다.
우리나라의 관우 사당-동대문 밖 동묘(東廟)와 비교하면
우리 동묘가 규모는 훨씬 크다.
그러나 우리 동묘가 건물만 간신히 남아 있을 뿐인데
여기는 이것 저것 오밀조밀 꾸며 놓은 것이
신앙 또는 미신의 중심으로서 기능을 아직 하고 있는 것 같다.
기왕 들어 와 이리 저리 사진도 찍고 어지럽혔으니(?)
몇 푼이나마 놓고 가려 했지만 돈 받는 함이 보이지 않았다.
첫댓글 월남 여행을 미리 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