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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마음야학 제23회 졸업식이 지난 7일 대전중구문화원에서 열렸다. 이날 63명의 늦깍이 졸업생들이 졸업장을 받았다. 한마음야학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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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희(52·서구 둔산동) 씨는 남편이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어 20여 년째 병수발을 하고 있다.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취업에 나섰지만 초등학교 중퇴 학력의 그녀에게 돌아오는 일은 식당 등 잡일 뿐.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지만 용기를 내지 못했다. 그러던 중 막내딸의 손에 이끌려 지난해 7월 한마음야학에 입학했다. 그리고 불과 1년 2개월만에 중입과 고입, 고졸 검정고시를 모두 합격했다. 지난달 취업한 막내딸은 어머니의 학력난에 당당히 '고졸'로 적었다.
송복순(64·대덕구 송촌동) 씨도 배움에 대한 목마름이 컸다. 그 시절 '여자는 이름만 쓸 줄 알면 된다'는 사회적 분위기에 중학교 진학은 꿈도 꾸지 못했다. 못 배운 한은 평생의 짐이 됐다. 자신감도 없고, 초졸에 대한 자격지심에 어떤일이 벌어져도 스스로 결정을 할 수 없었다. 송 씨 역시 주위의 소개로 지난 1월 한마음야학에 들어왔고 4월에 고입, 8월에 고졸 검정고시에 차례로 합격했다. 지금은 대학 진학을 준비 중이다.
하나하나 가슴아픈 사연을 가진 63명의 주인공들이 모처럼 환하게 웃었다. 지난 7일 대전중구문화원에서 열린 한마음야학 제23회 졸업식에서다.
이날 졸업식에서 한글반 7명, 중등반 23명, 고등반 33명이 검정고시에 합격해 꿈에 그리던 졸업장을 받았다. 졸업생의 평균 연령은 55세. 대부분 야학에서 수업을 들은 지 1년 만에 고입·고졸 검정고시를 모두 마쳤다. 졸업식은 졸업장 수여와 축하공연 등으로 진행됐다.
학생들은 주경야독의 어려움 속에서도 반별로 틈틈이 준비한 장기자랑을 선보여 웃음을 안겼다.
이날 김인홍 대전시정무부시장, 조성남 중구문화원장, 이재성 대전검정고시 동문회장이 참석해 졸업생들을 축하했다.
심형식 기자 letsgohs@cctoday.co.kr
한마음야학은 지난 1989년 개교 이래 정규교육과정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소중한 배움터가 되어 왔다. 지금은 대전 중구 대사동 청운빌딩 6층에 둥지를 틀고 있다. 주간한글, 야간한글, 초등, 중등, 고등, 기초영어, 생활영어, 컴퓨터, 한자반을 운영 중으로 35명의 회사원, 현직교사, 대학생 등이 자원봉사로 수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 5월에는 대전시 비영리민간단체 공익활동 지원사업 종합평가에서 최우수단체로 선정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