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극장의 뜻밖의 공연~ 설레이는 마음으로 또 어떤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올런지 기대하며 공연장에 들어섰다
확~바껴버린 공연장 좌석배치에 잠시 어리벙벙했지만 곧 무대 뒤켠에 앉아있는 두 여자가 궁금했다 공연에 없어서는 안될 절대적 필수조건인 음향과 효과음 담당 배우들이다
공연의 모든 효과음을 기계사용없이 일상의 도구를 통해 두 배우가 직접 생성해 낸다 솜씨가 일품이다
강낭콩 까는 다정엄마와 근복엄마의 손놀림에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콩 떨어지는 소리가 맑게 들린다 보는 재미가 정말 솔솔하다
통행금지를 알리는 딱딱이 소리 또한 흥미로운 장면이다 야경꾼의 손동작과 일치하는 딱딱이 소리~재밌다
공연 시작을 알리는 중후한 모습의 한 남자 이번 작품의 해설자 오동식배우다 동시에 연출가 JERRY~가 바로 그였다
낯익은 이름에 기억을 더듬어본다 "백석우화" "억척어멈과 그 자식들"로 유명한 지금은 사라진 극단 연희단거리패의 베테랑 배우다
정확한 발성과 편안하고 노련한 대사톤 중간중간 치고들어오는 엑스트라 연기까지~ 역시 오동식배우다 걸치고 있는 검정색 레이어드 의상까지 괜시리 멋져보이고 세련미 넘쳐보였다
그의 해설과 함께 시작되는 공연~
1막~일상 1969년5월7일 봄 동선동의 일상이 시작된다 동소문동의 동~삼선동의 선 그래서 동선동이란다
근복이네와 다정이네 두 가정을 중심으로 동네의 평범한 일상들이 그려진다 신문배달부 두부장수 쌍둥이의 탄생 밥짓는 아낙들 등등~
2막~사랑과 결혼 1972년 2월 겨울 다정이와 근복이의 결혼 딸을 떠나보내는 아빠 아빠와 떨어지고 싶지않은 딸 급하게 어른이 되는 게 두려운 아들 그런 아들을 다둑이며 속상해하는 엄마
헤어짐과 새로운 만남 그리고 쏟아지는 축복~축가
3막~죽음 9년후 1981년 자신의 죽음을 인정못하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고 싶어 몸부림치는 다정이 그 무덤 앞에서 오열하는 근복이
다정이가 제일 좋아하던 노래 "회상"을 부르며 공연은 막을 내린다
맨발의 투혼 과격한 몸동작과 고조된 대사톤들 실감나는 표정연기와 제스츄어 독특하고 멋스럼이 넘치는 시대의 의상들 무엇보다 눈과 귀를 즐겁게 해 준 효과음과 아카펠라
역시 뜻밖의 연출이다 톡톡튀는 상큼함과 신선함을 준다
뜻밖의 극장은 언제나처럼 배우들이 친근하다 지난 공연에서 봤던 배우들이 항상 있어 더좋다 그 배우들의 변천사를 지켜보는 역사의 주인공이라도 된 듯 정겨움마저 생겨난다
근복이역 황근복배우~ 섬세하고 진중한 연기 정말 좋다 어색한 사랑 앞에 어쩔 줄 몰라하는 천진난만한 까까중 야구선수~내 맘까지 설렌다 연기의 폭이 상당히 깊고 진해진 듯 기대되는 배우다
지리학 박사와 두부장수역 김상훈배우~ 제주도 방언을 섞어가며 구수하게 설명하던 동선동 아주 인상깊고 개성있다 감칠맛나고 맛깔스런 감초연기가 아주 돋보인다 지나치게 오버스런 과장된 옛모습이 사라지고 자연스럽고 안정적인 모습이 너무 좋다 평범하고 친근한 이미지가 제대로 살아난다
다정이네 아빠역 박민철배우~ 정말 잘한다 하비에서 보여줬던 괴상한 병원장의 모습에 홀딱 반했었건만 오늘은 전혀 색다른 등장으로 웃음을 안겨준다 코믹한 듯 진솔한 연기에 퐁당퐁당 빠져든다
근복이 엄마 문지아배우~ 이쁜 외모에 쫑알쫑알 쏟아내는 속사포 대사 평생 밥만하는 일상에 지친 엄마의 속앓이를 너무도 잘 표현해낸다 미워할 수없는 귀여운 수다쟁이 우리들의 모습~여자의 모습~엄마의 모습이다
다정이 엄마 김민지배우~ 부드럽고 자상한 전형적인 엄마다 표정의 변화가 없다 어색한 가발만큼 어색해 보인다 발성도 대사톤도 다 좋은데 달달달 외워서 내뱉는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조금 아쉬운 맘이 계속된다
박다정역 이다정배우~ 뜻밖의 극장에서 가장 많이 만난 배우다 와우~표정연기가 장난아니다 완전 빨려들어간다 관객들을 향한 흡입력과 몰입도가 대단하다 스트립타이즈란 작품에서 처음 만난 배우~ 오늘은 꽤나 성숙해진 느낌이 물씬거린다
근복이와의 두근두근 미숙한 사랑표현~ 너무 신경질적으로 소리를 질러댄다 어색함과 순진함을 넘어서 완전 스릴러 수준의 느낌이다 과장된 대사톤을 추월한 악쓰는 소리~거북스런 느낌이다 감정몰입이 너무 지나쳤을까도 싶지만 조금만 부드러웠음 하는 욕심이 인다 귀여움을 잃지않는 과장된 대사톤이었음 싶다
우리는 늘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서로가 서로를 바라볼 여유조차 없이 살아간다 그냥 늘 그랬던 것처럼~
식구들 밥 해대느라 찌들었던 근복엄마 그 무덤 앞에서 대성통곡하는 근복아빠 의사임에도 허무하게 보내버린 아내~ 평상시 미처 챙겨주지 못한 아내의 아픔 미처 바라보지 못한 아내의 슬픔을 향한 눈물이 아닐까
다정이가 죽음의 문전에서 다시돌아간 12살 생일~ 행복했지만 서로의 얼굴을 보지 못하고 너무도 바쁜 가족들의 모습에 망연자실~ 서로를 바라보고 서로를 쳐다보고 서로를 들어주고 서로를 안아주질 못함이 너무도 아픈 다정이~
죽음에는 순서가 없듯이 오늘이 마지막 생이라는 마음으로 곁에 있는 가족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곁에 있는 가족들의 얼굴을 바라보고 싶게 만드는 작품이다
인생무상이란 허무함 속에서도 누구나 품고사는 스쳐지나는 바람같은 일상일지라도 가끔은 뒤돌아서서 가끔은 멈춰서서 하늘이라도 쳐다보는 여유있는 삶을 되뇌이며 싱긋~웃음짓게 하는 작품이다
양사이드에 배치된 관객석 양쪽 끝에서 동시다발로 움직이는 배우들 다정이네와 근복이네~ 너무도 색다른 연출에 눈도 반짝 귀도 쫑긋이었지만 조금은 정신없고 산만한 느낌도 살짝 들었다 좌우로 고개 돌리기에 바쁜 내 모습에 웃음이 나기도~~
뜻밖의 극장의 뜻밖의 공연~ 언제나 선보이는 기대이상의 연출~ 벌써 다음 작품이 기다려진다
첫댓글 손턴 와일더의 퓰리처상 수상작 '아워 타운' 을 각색한 작품...
오래전 '우리 읍네'란 연극으로 봤었는데 역시 고전은 시대가 흘러도 꾸준히 사랑받는 작품이네요
후기 감사히 읽고 갑니다^^
아주 새롭고 독특한 연출 시도가 돋보이는 작품입니다~무성영화시대를 연상시키는~
뜻밖의 극장의 작품들은
언제나 뜻밖의 감동을 안겨준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