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울린 학부모의 향기!
솔향 남상선/수필가
오전 9시쯤 됐을까 하는 시각에 전화가 왔다. 내가 유성고에 재직할 때 우리 반 반장 최재용의 자당님 전화였다. 근황을 묻는 의례적인 인사 끝에 떡을 좀 보내시겠다는 거였다. 재용이 자당님은 전형적인 모성애에 지란의 향기까지 겸비한 분이어서 존경을 받는 여사님이셨다. 게다가 재용이는 성실하고 공부까지 잘 하는 수재여서 충남대 의대를 들어가 꿈이었던 의사로서의 포부를 펼치게 되었다.
출타 중에 문자가 왔다. 당신의 아들(재용) 담임이었던 ‛내’생각이 나서 유성 창업 떡집에 오셨다가 호박인절미를 사서 문 앞에 놓고 가니 맛있게 들어 달라는 거였다. 예쁘게 포장한 떡 박스가 아니, 그 정성과 사랑이 이 울보를 그냥 두는 게 아니었다. 만감이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2008년도에 내가 방송국에서 ‘TJB교육대상’을 받을 때도 오셔서 자리를 빛내주었던 여사님이셨다. 내 수상 소감을 들은 방청객들이 예서제서 흐느끼는 눈물의 현장, 그 때에도 같이 눈물을 짜내셨던 분이셨다.
산업사회의 발달로 각박하기 이를 데 없는 현세에 천연기념물과도 같으신 여사님이셨다. 당신의 아들이 유성고를 졸업한 지, 2, 3년도, 아니요, 15년의 세월이 흘렀건만 초지일관(初志一貫)은 오로지 당신의 전유물이었다.
재용이 자당님 얘기를 하다 보니 한자성어‘마중지봉(麻中之蓬)’이란 단어가 떠올랐다. <순자(荀子)>에 나오는 말로‘삼밭 속의 쑥’이라는 뜻이다. 쑥은 키가 작은 식물이지만, 이 쑥은. 키가 크고 곧게 자라는 삼 밭 속에 있게 되면 삼을 닮아 키가 클 뿐더러 곧게 자란다는 말이다. 선행 덕행으로 사는 훌륭한 사람과 가까이 하면 감화를 받아 동화된다는 비유이니 머리가 조아리지는 단어라 하겠다.
동화(同化)나 속화(俗化)가 됨을 우려하고 경계하는 말에 근묵자흑(近墨者黑:먹을 가까이 하는 자는 먹이 묻어 까맣게 됨)도 있고, 근주자적(近朱者赤:붉은색을 가까이 하는 자는 붉게 물듦)도 있지만‘마중지봉(麻中之蓬)’만 남고 모두 사라졌으면 좋겠다.
‘날 울린 학부모의 향기!’
꽃의 향기는
사람을 즐겁게 기쁘게 하지만
사람의 향기는
감동에 눈물까지 흘리게 하여라.
꽃의 향기도 좋지만
눈물 나게 하는 사람의 향기가 더 좋아라.
여사님이 가져오신 호박인절미,
거기엔 날 울린 학부모 향기가 숨 쉬고 있어라.
첫댓글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하는 말이 맞나봅니다.얼마나 정성으로 제자들을 가르치셨으면 1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아들의 선생님을 챙기실까요? 훌륭하신 선생님의 지혜로우신 자모님. 이런 따뜻한 사연을 접하니 저도 훈훈해지네요.
제자들을 대하시는 마음이 깊고도 깊어 그 울림이 15년이라는 세월을 무색하게 하네요. 저도 선생님처럼 진심과 사랑으로 제자들을 대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