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단은 옷 갈아입고 다시 나타난다
“이단은 시대마다 옷 갈아입고 다시 나타난다.”
이 말은 옛날 필자가 총신대학교에 다닐 때 역사신학을 강의해 주신 박희석 교수께서 하신 말이다. 이 말의 의미는 이단이 다양하게 나타나는 것 같아도 이름만 다를 뿐 옛날에 있었던 이단 사상이 다른 이름표를 달고 다시 등장한다는 뜻이다.
그중 대표적인 것은 아리우스주의 이단이다.
1단계
4세기 초에 알렉산드리아 장로였던 아리우스(Arius)는 예수님의 신성을 부정하고 예수님은 하나님이 만드신 최초의 피조물이라고 주장하여 교회를 혼란하게 하다가 알렉산드리아 부제(Deacon) 아타나시우스에 의해 제압되고 325년 니케아공의회에서 이단으로 정죄되었다. 물론 그 후에도 아리우스파와 아타나시우스의 싸움은 어느 정도 지속되었으나 381년 콘스탄티노플 공의회에서 삼위일체 교리는 완전히 정리되었다.
2단계
그런데 그렇게 정리된 줄 알았던 아리우스 사상은 16세기에 소치니주의로 다시 등장했다. 이 사상은 16세기 유럽(폴란드, 트란실바니아 등)에서 삼위일체 교리에 의문을 품은 신학자들(미카엘 세르베투스, 파우스투스 소치니 등)에 의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는데 예수님을 인류에게 모범을 보인 가장 위대한 인간이자 선지자라는 것이다. 4세기에는 아직 삼위일체 교리가 정립되지 않았기에 아리우스 같은 사람이 등장하고 거기에 휩쓸리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이해할 수 있지만 모든 것이 정리되고 무려 1,000년이나 지난 때에 이미 이단으로 판명된 사상이 왜 다시 고개를 들고 나타나는지 의아할 뿐이다. 사탄은 그만큼이나 세상에서 예수님을 지우려고 발악하는 증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3단계
그 후 소치니주의는 미국으로 건너가 17~18세기에 유니테리언(Unitarianism)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극성을 부렸다. 유니테리언이라는 이름은 삼위일체(Trinity)의 ‘트리니티’에 반대되는 ‘유니티(Unity, 단일성)’에서 유래한 명칭이다. 즉 하나님은 오직 한 분(성부)뿐이라는 주장인데 한자 말로는 단일신론(單一神論)이다. 현대의 유니테리언은 기독교적 색채를 거의 상실해서 성경의 권위보다는 인간의 이성, 양심, 포용성을 중시하며, 기독교를 넘어 불교, 유교, 인본주의를 모두 포용하는 자유주의적 종교 신앙 공동체로 변모해 버렸다.
그 결과물 중 대표적인 것이 하버드 신학교(Harvard Divinity School, HDS)이다. 하버드 신학교는 원래 청교도 목회자를 양성하는 목적으로 세워졌으나 오늘날 하버드 신학교는 기독교뿐만 아니라 유대교, 불교, 이슬람교 등 다양한 종교의 지도자를 양성하는 다종교(Multireligious) 기관이라고 버젓이 내세우고 있는데 이것이 바로 현대 유니테리언(Unitarian)의 모습이다.
하버드가 이렇게 변질된 것은 1805년, 하버드의 가장 중요한 신학 교수직(홀리스 신학 교수)에 삼위일체를 부정하고 이성을 중시하는 유니테리언 성향의 헨리 웨어(Henry Ware)가 임명되면서부터이다. 이에 경악한 삼위일체 정통주의 개신교 교수들과 교단은 하버드가 이단에 넘어갔다며 하버드를 떠났고 그들이 하버드에 대항해 따로 세운 신학교가 바로 앤도버 신학교(Andover Theological Seminary)이다.
오늘날 하버드는 일반대학교로서는 매우 유명해져서 누구나 입학하고 싶어 하는 학교이다. 그래서 매사추세츠주 캠브리지(Cambridge)에 있는 하버드 대학교의 존 하버드 동상을 보면, 하버드의 발을 만지면 하버드에 합격한다는 속설에 따라, 하도 발을 만져서 발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하지만 하버드 대학교의 명성과는 별개로 목회자 양성을 위해 세워진 하버드 신학교는 완전히 오염되어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메스꺼움을 느끼게 한다.
정말로 슬픈 사실은 하버드의 변질을 거부하며 새롭게 출발한 앤도버 신학교도 자유주의 신학에 물들어 변질했고 떠나왔던 하버드와의 재결합을 시도하다가 대법원에 의해 무산되자 뉴턴신학교와 합병했다가 최근에는 예일대학교 신학대학원으로 흡수되어 버렸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이것이 슬픈 진짜 이유는 정통 칼뱅주의 신앙을 지키는 목회자를 양성하겠다고 출발한 예일 대학교 신학대학원(Yale Divinity School, YDS) 역시 하버드 신학교나 앤도버 신학교처럼 기독교 본래의 복음주의 정체성을 잃고 완전히 자유주의 및 종교 다원주의로 변질되어 버렸다는 것이다.
1636년에 청교도 목회자 양성을 위해 세워진 하버드는 1805년에 유니테리언에 점령당했다. 1807년에 세워진 앤도버 신학교는 1908년에 자유주의 신학에 먹혀 버렸다. 또 1822년에 하버드의 세속화에 반발해서 세워진 예일대학교 신학대학원도 1880년대에 독일식 고등비평을 받아들여 자유주의화 되어 버렸다. 1812년에 미국 장로교가 세운 프린스턴 신학교는 건실한 교단 배경 덕분인지 미국 개신교 정통주의의 최후의 요새로 불리며 100년 넘게 치열하게 싸웠으나 1929년에 결국 자유주의 신학에 항복하고 말았다. 이에 반발한 그레셤 메이천 등이 세운 1929년 필라델피아에 세운 웨스트민스터 신학교는 이제 100주년을 바라보며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하고 있다.
4단계
아리우스 사상의 네 번째 변천은 19세기에 나타난 “여호와의 증인”이다. 이들은 유니테리언이 너무 인본주의로 가는 것에 반발하여 성경으로 돌아간다고 했으나 예수님을 첫 번째 피조물이라고 주장한 4세기의 아리우스주의를 그대로 복원해 놓았다. 그들은 유니테리언의 세속화를 버리고 엄격한 문자주의와 종말론을 따르며 겉모습이 비교적 깨끗한 바람에 지금까지도 순진한 사람들을 미혹하고 있다.
이렇게 보면 역사에 등장한 이단 가운데 가장 크게 해악을 끼친 이단 사상은 어쩌면 아리우스주의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