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바지, 티벳 제2의 도시 시가체에서 네팔 국경까지의 여정은 전체 여행구간의 반이상을 차지한다.
그러나 이 길을 1박 2일에 모두 주파해야 한다.
이 마지막 1박 2일간 쉬지 않고 달린 티벳 고원길은 어쩌면 지상에서 가장 높은 길이면서 가장
아름다운 길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4계절 중, 티벳의 여름은 특히 생명의 계절에 속한다. 한 철 유일하게 이끼처럼 푸른 옷을 입고
있는 민둥산들은 햇빛과 구름의 조화로 시시각각 풍경을 달리하고, 여름에는 설산의 빙하도
녹아내려 고원 들판을 적시고, 온갖 아름다운 들꽃이 피어나는 계절이기도 하다. 황량한 고원
에 생명의 잔치가 열리는 유일한 계절이 여름이다. 길이 좀 엉망이 된다는 것을 빼고는 가장
여행하기 좋은 계절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아침 일찍 시가체를 출발하여 하루종일 달려 목적지인 팅그리에 도착하였다. 티벳에서의 마지
막 밤은 초모랑마(에베레스트)와 여러 설산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보이는 이 곳 팅그리에서
보내게 된다. 평균 고도가 5천미터인 이곳은 평평한 지대로 히말라야 산맥을 조망할 수 있는
뷰포인트여서인지 우리가 도착한 저녁 무렵에는 숙소가 만원이었다. 하는 수 없이 우리는 여관
주인집 방에 짐을 풀었다(주인은 티벳인 부부인데 친절하게 손님을 위해 자신들의 방까지 양보
했다. 이들은 어디에서 잤을까?).
우리가 도착한 저녁에는 마침 석양에 비친 금빛 설산이 펼져지고 있었다. 초오유, 초모랑마등과
함께 이름을 알 수 없는 하얀 설산들이 햇빛에 붉게 물들어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모든 여
행자들이 숙소에서 나와 넋을 잃고 이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구름이 많은 여름철
에 초모랑마(에베레스트)를 깨끗이 조망할 수 있는 것은 행운이라고 했다. 어제 저녁에는 구름
에 가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심지어 초모랑마 베이스 캠프에 가더라도 설산을 볼
수 없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해가 지고 어둑어둑해 질 때까지 우리는 추운줄도 모르고 서성이며 붉게 물들은 히말라야 산맥
을 바라보았다 . 어두어지면서 점차 기온이 떨어지고 한기가 들어 숙도에 들어가 일찍 잠을 청
했으나 고도가 고도인지라 멍해진 머리를 붙잡고 침낭속에서 자는 둥 마는 둥 뒤척이다가 아침
을 맞았다.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마지막으로 초모랑마를 비롯한 설산을 구경하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그
많던 구름들이 모두 걷히고 희고 아름다운 은빛 설산들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었다. 푸른 초원
위에 밝고 하얗게 펼쳐진 설산들.. 그리고 깊고 푸른 하늘... 멋진 조화였다. 삭막하지 않았다.
친근한 느낌이 들었다. 차가운 아침 공기가 폐를 서늘케 했지만 마음은 따뜻해 졌다. 티벳에서
의 마지막 아침을 이렇게 맞았다.
티벳에 들어와 처음으로 고생한 보람을 느꼈다.
오늘 하루 또 달려야 할 길도 부담되는 여정이다. 티벳 국경을 넘어 네팔로 들어가 네팔의 수
도 카두만두까지 쉬지않고 가야한다. 하루 종일 달려야 한다. 그러나 여행도 막바지에 접어들었
고 마음껏 히말라야도 바라보았고 고소적응도 되어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네팔 국경을 향하여
출발 할 수 있었다.
......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