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이후..부동산 정책과 투자 유망지역]
여당 압승에 공공기관 100여곳 지방이전 급물살.. "수만명 이삿짐 싸나"
더불어민주당과 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이 21대 총선에서 단독으로 180석의 의석을 확보하는 ‘압승’을 거두면서 수도권 공공기관 지방 이전도 더 빠르게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 정부에서 시작한 1차 공공기관 이전에 이은 2차 공공기관 이전은 총선 뒤 지방 부동산 시장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당은 4·15 총선 이후 수도권에 있는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이해찬 대표는 지난 6일 부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더불어시민당 합동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전국을 다녀보면 제일 절실하게 요구하는 것이 공공기관 지방 이전이다"라며 "‘지방 공공기관 시즌2’를 총선이 끝나는 대로 지역과 협의해 공공기관 이전 정책을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지난 2018년 9월 국회 연설에서 "수도권에 있는 122개 공공기관의 2차 지방 이전을 추진하겠다"며 운을 뗐다. 서울에서는 KDB산업은행, 한국공항공사, KOTRA 등 98곳, 경기에서는 한국지역난방공사 등 21곳, 인천에서는 한국환경공단 등 3곳이 이전 대상으로 꼽힌다. 전체 근무 인원만 약 5만8000명으로 추산된다.
당시 야당인 자유한국당이 "서울 황폐화" "수도권 지역 편 가르기"라며 반발하고 나섰고 민주당은 "122개 기관을 전부 다 이전한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진화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지금 요구되고 있는 공공기관들의 추가적인 이전 문제 등은 앞으로 총선을 거치면서 검토해 나가겠다"고 했다.
2차 공공기관 이전 지역은 10개 혁신도시와 최근 법률 개정에 따라 혁신도시가 추가로 들어설 대전과 충남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 대도시의 공동화를 일으키고 있는 10개 혁신도시 대신 지방 대도시로 이전할 가능성도 있다.
이후 혁신도시 지정지로 떠오르는 지방 곳곳에서는 후보자들의 공공기관 유치 공약들이 물밀듯 쏟아졌다.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대전시 유성구을 당선인은 15개의 과학·방송·정보통신 공공기관 유치 공약을 제시했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한국과학창의재단, 시청자미디어재단,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 등 수도권 내 4차 산업 관련 15개 기관을 연구소가 밀집한 대전으로 유치해 시너지를 내겠다는 것이다.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전북 전주병 당선자는 전주의 국제금융도시 실현을 위한 방안으로 금융공공기관의 추가 이전을 공약했다. 그는 한국투자공사·한국벤처투자 등 금융 공공기관의 추가 전주 이전, 금융기관 전주사무소 개설 등 금융생태계 조성, 전북국제금융센터 건립, 전주 글로벌경제 금융 포럼 개최, 연기금 전문대학원 설립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앞서 2005~2019년 사이 수도권에서 10개 혁신도시와 세종시 등 지방으로 이전한 공공기관은 153개, 인원은 5만1000여명에 달한다. 세종시에는 2012년부터 각 부처가 자리잡기 시작했다. 최근 세종시 집값은 코로나 여파에도 상승세를 기록 중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세종시는 올해 3월 누적 기준 아파트값이 10.07% 오르며 전국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같은 기간 서울은 0.67% 상승하는 데 그쳤다.
지방 혁신도시가 발표되면 최근 집값이 빠지고 있는 지방 부동산 시장에도 호재가 될 전망이다. 최근 서울에 이어 부산·광주·대구·울산·대전 등 5대 광역시 아파트 매매가는 7개월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수도권인 인천을 제외한 5대 지방광역시 아파트 매매가 변동률은 지난 6일 기준 한주간 0.01% 하락해 작년 9월 첫째주 이후 7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수도권 공공기관 지방 이전은 지방 부동산 시장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면서 "지역에 인구가 늘어나면 전월세 수요도 생기고 투자자도 유입되면서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병철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공공기관 이전은 연관된 민간 회사까지 함께 움직이기 때문에 주택 수요가 늘어난다는 것 자체로 지방 부동산 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얼마나 많은 규모의 인원이 이동할지가 관건"이라고 했다.
하지만 정부가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추진하기 이전에 성과부터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1차 공공기관 이전 후 지역균형 발전 측면에서 성공했는지 평가를 한 뒤 2차 공공기관 이전을 추진하는 게 순서"라며 "2차 공공기관 이전 지역을 지정하기 전에 명확한 기준부터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2차 공공기관 이전 혁신도시에는 행정기관이나 사회간접자본(SOC) 인프라가 부족하고 상대적으로 소외된 강원도 영동지역 등을 추가지정 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라며 "이미 기존에 세종시가 있고, 대전 서구 둔산동 정부대전청사 등이 있는 대전과 충남에 혁신도시를 지정한다면 오히려 그 지역에만 이중 특혜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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