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저기 온통 봄 이야기뿐이다. 라디오에서도 TV에서도. 우리 시창작반이 몸담고 공부하고 있는
가천대 교정에도 봄 이야기뿐이다.
교문에서 강의실까지 가는 이곳저곳에 도도하게 자태를 뽐내고 있는 목련은
“니들이 나의 고귀함을 알아?”하고 으름장을 놓기라도 할 모양새다.
그래서 수업도 목련을 주제로 한 작품이 다수였다.
첫 감상시. 목련꽃 브라자 복효근 시인의 작품이다
목련꽃 브라자 / 복효근(1962~ )
목련꽃 목련꽃
예쁘단대도
시방
우리 선혜 앞가슴에 벙그는
목련송이만 할까
고 가시내
내 볼까봐 기겁을 해도
빨랫줄에 널린 니 브라자 보면
내 다 알지
목련꽃 두 송이처럼이나
눈부신
하냥 눈부신
저……
= 이상 =
복효근 시인은 1962년 남원에서 태어나 1991년 시와시학으로 등단하였다.
2015년 제2회 신석정문학상과 2000년 시와시학상 젊은시인상을 수상하고
고향 남원에서 교사 생활을 하면서 작품을 썼다.
두 번째 작품
봄은 담장을 넘어 / 최경신(1930~ )
몰래 담을 넘어
청상의 목련아씨
하얀 단속곳 말기를
풀었다는 소문이
파다하더니
또 어느 여린 가슴
흘리는가
앞산 골짜기에
간지러운 웃음소리
낭자하네.
= 이상 =
최경신 시인은 1930년 순천 출으로 1946년 호남일보에 "다듬이 소리" "도둑고양이" 등의 시를 게재하면서
1998 『포스트모던』에 「봄을 기다리며」 외 5편으로 칠순의 나이에 등단하였다.
한국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1998년 한국문학예술진흥회 신인상 수상과 2000년 시집 『대문 높은 집』으로
제5회 한국문학 예술상을 수상하였다.
세 번째 작품
백목련 / 문복희
그대는 40대 여인의 잔잔한 눈웃음
차마 말하지 못한
시린 바람 모아서
처절한
가슴 속에서
차갑게 핀 지등(紙燈)이다.
그대는
물에도 젖지 않는 얼음꽃
뜨락에 내리는
빗방울 마다 하고
하이얀
그리움으로
출렁이는 찻잔이다.
겨우내
몸서리 친 그 바람을 못 잊어
차라리 4월 하늘
꽃이 진 그 자리에
부활은
푸른 아픔으로
돋아나는 침묵이다.
= 이상 =
문복희 시인은 가천대학교 한국어문학과 교수로 울란바타르대학교 겸임교수와 한국어문회 편집위원,
이대동창 문인회 임원, 화백문학 편집주간과 세계전통시인협회 부회장, 초우문학회 대표로 활동하며
시집으로 「숲으로 가리」, 「첫눈이 오면」, 「숲속 이야기」, 「페루의 숲」, 「별 이야기」, 「나비」, 「싸리꽃」,
「눈이 내린다」, 「청도에 내리는 비」, 「나팔꽃」, 「나무와 바람」과 비평집 「사이」 시화집 「나비의 기도」 등 있다.
그 외에 「한국신선시의 이해」, 「한국여성과 문학」, 「행복한 시인의 사회」,
「이제 희망을 노래하련다」(공저) 등의 저서가 있다.
시천시조문학상, 박종화 문학상 수상하였고 가천대 시창작반 지도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다음 작품
어머니는 아직도 꽃무늬 팬티를 입는다 / 김경주(1976~ )
고향에 내려와
빨래를 널어보고서야 알았네
어머니가 아직도 꽃무늬 팬티를 입는다는 사실을
눈 내리는 시장 리어카에서
어린 나를 옆에 세워두고
열심히 고르시던 가족의 팬티들,
펑퍼짐한 엉덩이처럼 풀린 하늘로
확성기소리 짱짱하게 날아가던, 그 속에서
하늘하늘한 팬티 한 장 꺼내들고 어머니
볼에 따뜻한 순면을 문지르고 있다.
안감이 촉촉하게 붉어지도록
손끝으로 비벼보시던 꽃무늬가
어머니를 아직껏 여자로 살게 하는 한 무늬였음을
오늘은 죄 많게 그 꽃무늬가 내 볼에 어린다.
어머니 몸소 세월을 증명했듯
삶은, 팬티를 다시 입고 시작하는 순간 순간
사람들이 아무리 만지작거려도
팬티들은 싱싱했던 것처럼
웬만해서 팬티 속 이 꽃들은 시들지 않았으리라
빨랫줄에 하나씩 열리는 팬티들로
뜬 눈 송이 몇 점 다가와 곱게 물든다
쪼글쪼글한 꽃 속에서 맑은 꽃물이 똑똑 떨어진다.
눈덩이만한 나트탈린과 함께
서랍 속에서 수줍어하곤 했을
어머니의 오래 된 팬티 한 장
푸르스름한 살 냄새 속으로 햇볕이 포근히 엉겨붙는다. = 이상 =
위의 작품들을 감상하면서 시를 쓸 때에는 단어의 선택이 중요함을 강조하셨다.
특히, 제목의 단어 선택에 있어서는 다소 파격적이어야 한다.
또한, 단어의 반복은 신중해야 한다. 문장을 늘이고 길게 하기 위해서 반복을 쓰는건 안된다.
제목은 제목대로 내용은 내용대로 각각의 역할이 필요한 장르가 시의 매력이다.
이어서 학생 작품의 발표가 있었다.
송희수 선생의 눈썹달을 주제로 한 작품은 심오한 표현으로 다소 어렵다는 평가 속에서도
평소 작가의 의중이 잘 베어난다는 의견이었다.
서희정 선생의 봄 등산길 소회를 작품화한 작품 역시 서희정 선생의 자상함과 온화함이 묻어난다는 평이다.
임병옥 선생의 눈썹달을 주제로 한 작품은 어머니의 삶을 투영하는 내용이 평소 작가의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잘 표현되었다는 평이다.
이번 학기 들어 첫 출석한 맏선배 김옥희 선생과 김경숙 선생의 첫인사로 시작한 수업은
이번 학기들어 가장 많은 인원이 출석한 수업이었다. 오래간만에 교실이 북적북적한 느낌이다.
그걸 기념이라도 하듯 서희정 선생이 준비한 가래떡은 아직도 식지 않고 따숩다.
“희정 선생님. 그 마음. 그 선물 가래떡 감사합니다”
주숙경 회장이 준비한 메리골드꽃차는 이번 수업도 향기로운 시간으로 만들어 주었고,
중식당의 점심과 커피, 도넛까지 온통 풍성함이었습니다. “입이 바쁘니 배도 부르게 해주신 숙경 회장님 감사합니다”
여섯번째 수업이 끝났으니 어느덧 절반을 넘었다. 늘 새로운 마음과 열정으로 임하게 되는
우리 가천 시창작반 수업이 금새 기다려진다.
2022. 4. 11. 월. 가천대 시창작반 총무 임병옥 정리.
첫댓글 모두들 소녀소녀 하십니다. 고운 봄 처녀들이십니다.
벌써 절반이라 하시면 서운합니다. 임 총무님 수고하셨습니다.
목련꽃 소식과 수업내용을 잘 정리해주신 총무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따뜻한 가래떡을 한아름 선물해주신 서희정 선생님의 넉넉한 마음에 감동합니다.
풍성한 점심과 커피까지 제공해주신 주숙경 회장님의 크신 사랑에 감사합니다.
늘 행복한 가천시창작반 , 축복합니다♥
회장님의 꽃잎차, 푸짐한 점심과 디저트,
서희정선생님의 가래떡 사랑,
총무님 회사일로 바쁜신 가운데 올려주시는 수업,
모두가 감동입니다~♡
가천반은 사랑으로 뭉쳐진 가족과 같습니다
반가운 마음으로 인사를 나눌 때면 더욱 그러하지요
교수님의 사랑에
모두 하나되어 누가 누구랄것도 없는 정이 넘치는 반 교수님을 비롯 문우님들과 애쓰시는 총무님!
행복한 시간 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