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 마, 성당만 가면 다 해결돼
오랫동안 정들었고, 삶의 뿌리였던 전주 집을 정리하고 친구들과 작별의 식사를 할 때였다.
“정숙아, 인천에 아는 사람도 없는데 외롭지 않을까?”
“걱정 마, 성당만 가면 다 해결된답니다.”
2020년 6월, 친형제자매보다 더 정들었던 레지오 단원들 그리고 서곡 성당과 작별한 후
결혼한 딸이 살고 있는 이곳 청라로 이사했다.
집을 구하기 위해 부동산을 방문하기 전에 먼저 성당으로 가서 청원 기도를 했다.
걸어서 성당 갈 수 있는 집, 밝은 햇살이 드는 남향집,
층간소음이 없는 집을 찾게 해 달라고. 그리고 좋은 사람들과 만나게 해 주시라고.
‘기도는 허공으로 사라지지 않는다’라고 했던가.
조건에 맞는 집을 쉽게 구했다.
성령은 참 알 수 없는 방식으로 다양하게 역사하고 계신다.
인천주보 청라3동 성당 소식지에 교리교사를 구한다는 내용이 있어서
담당자에게 나를 소개하는 문자를 보냈다.
‘6년 과정의 바오로딸 인터넷 성경공부 과정을 마쳤고,
정년퇴직 후 체계적으로 교리 공부를 하고 싶어 전주 신학원에서 공부하며 교리교사 자격증을 땄고,
그리고 교직에 있고, 최근에 정년퇴직했고,
결혼한 딸이 살고 있는 청라로 이사를 왔다.’라는 등.
이 문자가 인연이 되어 이 로사마리아 자매님과 이 모니카 자매님 등 많은 분을 알게 되었고,
신부님 승인으로 구성원 9명의 ‘성인 교리교사회’가 만들어졌다.
신생 본당이라 그런지 처음에는 서로 잘 모르는 사이였지만
‘주님에 대한 봉사’라는 공통 분모 하나로 급속히 가까워졌다.
‘좋은 사람들과 만나게 해주시라’는 나의 기도는 이루어졌다.
교리교사회 구성원 9명은 모두가 보석처럼 빛나며 다채로운 빛을 냈다.
모임 있을 때마다 구수한 빵과 케이크를 만들어 오는,
전문 제빵사를 능가하는 실력자인 제대회 봉사자 윤 아네스,
성령의 향기를 발산하는 행동하는 말씀의 봉사자 이 모니카,
말없이 워드 작업과 궂은일들을 완벽히 마무리 하는 박 에스텔과 최 루치아,
호주에 있는 조카들에게 우리 성당을 지어야 하니 벽돌 봉헌하라고 권유하며
신축 헌금에 보태는 성령의 앵벌이 로사형님 등.
우스갯소리인데, 조폭과 천주교 신자의 공통점 중 하나는 ‘형님’이라는 호칭이란다.
친한 손위 자매님을 우리는 스스럼없이 형님이라고 부른다.
성당에서 만난 로사 형님을 통해 과잉 진료를 안 하는 병원에 대한 정보,
가성비 좋은 커튼 가게에 대한 정보 등 참으로 유익한 생활 정보를 많이 얻을 수 있었다.
“이사벨라, 어떻게 지내?” 레지오를 함께 했던 글라라 형님의 전화.
“형님, 우리는 성당만 가면 모든 게 해결된다고 했잖아요.
좋은 자매님들 만나 잘 지내고 있답니다.
그리고 38살에 서강대 성당에서 결혼했던 제 딸 글라라 아시지요?
계속 임신이 안 되어 걱정했었는데, 갑곶성지 피정에서 많은 자매님의 기도 덕분에 42세에 임신했고,
건강한 아들도 낳아서 잘 자라고 있는데 기적 같아요. 놀러 오세요.”
천주교 4대 교리 중 첫째 교리인 천주의 존재를 설명하면서,
우리는 어떻게 하느님의 존재를 알 수 있을까?
세 가지 방법을 예로 들 수 있다.
첫째, 이 아름다운 자연을 보아라.
둘째, 세상의 변화를 보아라.
셋째, 너 자신을 보아라.
아침이면 심곡천 산책길에서는 야생의 풋풋한 풀냄새가 진하게 난다.
안개꽃을 닮은 개망초꽃과 화려한 금계국, 노랗고 여린 씀바귀,
그리고 공들 여심은 다양한 색깔의 장미가 흐드러진 심곡천 자전거 길은
청라에 살면서 덤으로 얻은 주님의 선물이다.
하느님의 창조물인 저 억센 풀들에도 모두 이름이 있을 텐데.
내가 모를 뿐이지…….
한정숙 이사벨라 청라3동 본당
사순 제4주일 주보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