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심문모 전]
제4부 아마겟돈(34)
3. 신분 세탁(9)
그들은 미우 남편이 입대한 이래 소식이 없다고만 알고 있었다. 그리고 살던 집이 방화로 화재가 나서 도망 나온 것인 줄도 모르고 있었다.
그냥 남의 집에 살다가 주인댁이 피란 가니까 자기도 고향 찾아 나섰다가 길에 쓰러졌던 것으로 알고 있었다.
“아이고, 명희 어무이도 참말로 복잡하고도 기구한 인생이구마. 심 조사 같은 이가 곁에 있게 돼서 참말로 다행이제. 하나님께서 명희 어무이를 구해 주실라꼬 여게서 같이 만나게 된 기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우리가 심 조사님하고 명희 어무이랑 처음에 아는 사이라 캐도 아, 한 동네 살았었구나, 남 집사님 댁에서 같이 살았기 때문에 아는 사이구나 그냥 그렇게만 알았지 이토록 힘든 곡절이 있는 인생인 줄이야 우째 알았겠어예.”-아진
“명희 어무이가 정작 자기 남편에 대해서 모리는 기 있심더.”
아진이 문모의 얼굴을 무슨 소리를 하려는가하고 그의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명희 어무이가 모리는 것을 조사님은 안다는 겁니꺼?”-아진
“명희 아부지가 곽양수가 여학교 선생질 할 때, 그 교회 처녀 선생하고 눈이 맞아서 연애질했거든예. 그런데 그 여선생이 누군고 하니 바로 성문교회에서 해방되기 전까지 목사로 있던 분인데 그 분 딸이었심더. 그 바람에 그 목사가 그 교회를 떠나 자기 고향으로 가버렸다 안 캅니꺼? 그런데 십일 폭동이 나자……,”
“잠깐 가만가만!”
고요한이 손까지 내저어면서 문모의 이야기를 별안간 끊었다.
“그 목사 이름이 혹시 전다위 목사 아니시던가?”
“맞심더. 전다위 목사라 캅디더. 아시는 분이십니꺼?”
“내가 존경하던 목사님이신데 신사 참배 문제로 해방이 되고 목회 자리를 내려놓으셨던 걸로 알고 있네.”
“그렇다 캅디더.”
“그분이 신사참배 문제로 일제에 굴복한 거는 그분이 비겁해서가 아이고, 자기가 희생하마 교회가 산다고 생각한 기라. 교회를 살릴락 카이 어쩔 수 없었던 기제.”
“에이, 목사님. 그거는 누구나 하는 소리지예. 자기 목숨 아깝아서 한 짓을 교회 핑계 댈 수 있는 기지예.”
“전 목사는 달라. 그 분은 내가 알고, 우리 신학생 동기들도 다 알지. 그분의 성품이나 신앙에 대해서 말일세. 물론 그 선배의 처신에 대해서 너무 안타까워했지만 내가 알기로는 누구도 그의 처신에 대해서 다른 목사들처럼 그렇게 비난받지 않았거등. 해방이 되고 모두 목회 자리를 놓지지 안 할라꼬 발버둥질치고 변명하고 해살 때 전 목사는 교인들이 오히려 말리는 데도 자진해서 목회 자리를 반납하고 내려온 걸로 아네.”
“글쎄요, 그 부분은 저도 잘 모리고예, 그때는 지가 교회도 안 댕길 때고 했으이까네. 우쨌기나 그 목사님 딸내미 선생을 곽가가 꼬시 갖고 십일 폭동 때 댈꼬 내뺐붓거등예.”
“북으로?”
“첨에 우리도 그런 줄 알았심더. 그런데 나중에 알고보이 그기 아이고예, 봉화 어디선가 광산 노동자들을 상대로 노조 활동을 지도하다가 대구로 숨어 다시 들어왔다 카더마는 모리겠심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