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을 위한 불교기초강의]
<105>
‘백유경’은 왜 만화나 동화로 인기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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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어릴 때, 만화로 된
<백유경(百喩經)>을 재미있게 보았다.
백유경은
어린이들이나 청소년들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만화나 이야기책 형식으로도
다양하게 나와 있다.
이 백유경은 어떤 경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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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이나 구전설화 등 엮어
지혜로운 삶 살게 만든 경전
‘동양 이솝우화’로 불릴 만큼
‘부처님 가르침’을 쉽게 전해
A
불교를 처음 접한 경험은 각기 다양하겠지만,
어릴 적 만화로 불교를
처음 접하신 분들도 많으실 것입니다.
부처님의 생애나 불교의 역사·문화
그리고
<법구경>·<반야심경>·<지장경> 등 경전류,
선사들의 어록과
일대기·기초교리를 소개한 만화도 있습니다.
이 중 부처님 전생담을 그린
<자타카>와 <백유경>은
오래전부터 만화로 많은 인기를 끌었습니다.
백유경은
5세기 경 인도의
상가세나(Saghasena)스님이
여러 경전 가운데 재미있게 인용되고 있거나,
고대 인도의
우화적인 구전설화와
해학적인 이야기 등을 엮어
사람들이 어리석음을 일깨워서
지혜롭고
올바른 삶으로 나아가도록 만든 경전입니다.
불경이 함축된 의미의 문장과
어려운 용어들로 인해 어려운데 반해,
백유경은
재미있고 흥미로운 스토리텔링으로
부처님 가르침을
쉽게 이해하도록 만들어 줍니다.
동양의 이솝우화라고도 하는 이 경은
실제로 내용 중
일부가 이솝우화에 추가되기도 하였다 하며,
인도뿐만 아니라
유럽·아시아·우리나라까지
민간 서사 및 설화문학 발전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주된 내용은
수행자들에게 필요한 우화,
일반인들에게 필요한 우화,
왕이나 지도자들에게 필요한 우화 등
여러 계층들이 참고해야 하는
다양한 스토리로 채워져 있습니다.
그런데 100가지의 우화들을
모아 만들었다고 백유경인데,
실상 98가지 이야기만 들어 있습니다.
그 이유는 전해 내려오면서
2개의 이야기가 소실되었다고 하는
주장이 유력하지만,
처음부터 아예
두 개의 이야기는 없었다는 설도 있습니다.
처음부터 두 개의 이야기가 없었다면
왜 백유경이라는 이름은 붙였을까요?
좋은 예로,
유대인들의 유명한
<탈무드>라는 책이 있습니다.
이 책의 첫 쪽과 마지막 쪽은
백지로 비어있습니다.
첫 번째 쪽이 백지인 이유는
아마도 그 광활한 사유의 세계인
탈무드로 들어온 것에 대한 환영과
경건의 의미가 아닐까 추측해 보고,
마지막 쪽이 백지인 이유는
책을 다 읽고 나서
그 교훈들을 되새겨보는
침묵의 시간이
필요해서가 아닌지 생각해 봅니다.
마찬가지로 백유경도
98가지 우화뿐인 것은
상가세나스님의
깊은 의도가 있는 게 아닌가 추측해 봅니다.
즉, 이 경전을 읽고 있는 자 본인의 삶이
백유경의 99번째 우화이고,
읽고 있는 자가 현재 살아가고 있는
그 세상이 100번째 우화인 것은 아닐까요?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지금의 모습도
우화 중 하나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입니다.
만약 자신의 삶을 어리석게 살아왔다면
99번째, 100번째
백유경의 주인공이 되지 않기 위해
부처님 가르침을 따라
부단히 정진해야 할 것입니다.
[불교신문3673호/2021년7월6일자]
이정우
/군법사ㆍ육군 대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