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판사의 성추행 사건을 보고
신 보 성
현직 판사 모씨가 지하철 성추행을 했다 한다. 경찰에 의해서 현행범으로 체포되었고,
본인 역시 성추행 사실을 자백하고 사직서를 제출했으며 법원은 사직서를 수리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기가 막힐 노릇이다.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양심에 따라 심판하여 정의가 무엇인가를 판단․선언해야 할 법관이
이따위 파렴치한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에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으며 이러한 자를 징계처분하지 아니하고 의원면직처분으로 사건을 종결지은 법원의 처사에 대해서도 실망을 금할 수 없다.
지금이 어느 때인가.
성범죄자에 대하여 전자발찌를 채우고 주소와 인적사항을 공개하며 화학적 거세까지 검토하고 있는 때가 아닌가?
성범죄와의 전쟁 중에 이러한 성범죄자에 대하여 엄정한 형을 선고하여 이 땅에 성범죄가 발붙일 수 없도록 해야 할 막중한 책무를 지고 있는 현직 법관이 실로 낯 뜨거운 죄를 지었는데도 징계처분이나 민․형사상의 불이익을 당하지 아니하고 법관직을 물러나 변호사 개업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도대체 있을 수 있는 일인가?
대법원은 해당법관이 직무상 비위를 저지른 것이 아니어서 의원면직 제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아 사표를 수리했다고 하지만 자기 식구 감싸기의 궁색한 변명이다.
적어도 해당 법관은 지하철 성추행이란 범죄행위를 자행함으로써 공무원으로서 지켜야 할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한 것이다. 품위유지의무 위반은 징계사유에 해당된다. 그러므로 법원은 법관징계위원회를 열어 해당법관에 대하여 최소한 정직처분과 같은 징계처분이라도 해야 했던 것이다.
가령 행정부의 공무원이 지하철 성추행을 하여 현행범으로 체포되어 징계처분으로 파면되었다고 가정해 보자. 파면 당한 공무원이 파면처분의 취소를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 했을 때
법관은 어떤 판결을 했을까?
이러한 사건을 재판하는 법관은 ‘전체 국민의 봉사자로서의 신분을 가진 공직자가 그 책임과 의무를 망각한 채 성추행을 했다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용서될 수 없는 파렴치한 범죄를 저지른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원고를 파면한 것은 정당한 처분이며 그 정도 또한 지나치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전원 일치 의견으로 기각하는 바이다’ 라고 판결할 것이다.
법관은 일반 행정직 공무원 보다 한 차원 더 높은 윤리 도덕적 품성이 요구되는 직업이다.
법관은 사법권이란 막강한 권력을 행사한다.
국민의 생명․신체․재산․명예와 같은 중요한 법익이 법관의 심판에 의하여 보호되기도 하고 박탈되기도 한다. 법관에게 법률에 관한 전문지식 못지않게 고도의 도덕적 품성이 요구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법관은 탄핵․형벌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파면되지 아니하며 징계처분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정직 기타 불리한 처분을 당하지 아니한다. 법관의 임기는 10년이며 연임이 가능하다.
법관은 정치권력이나 소송 당사자 기타 어떠한 사회적 세력의 간섭을 받지 아니하고 헌법과 법률,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 구체적 사건의 심판에 대해서는 상급법원도 간섭할 수 없다. 헌법이 이처럼 법관의 신분을 보장하고 심판의 독립을 보장한 것은 심판의 공정을 기하여 이 땅에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도록 하자는 것이지 법관의 독단과 자의적 재판까지 허용한 것은 아니다.
법관이 이러한 헌법상의 위임과 그 책무를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법관에게 강한 책임감과 높은 윤리의식이 갖추어져 있어야 한다.
지금 국회에선 사법개혁이 논의 되고 있다.
역대 정권이 사법개혁을 시도 했으나 철옹성과도 같은 사법권력의 벽을 허물지 못한 채 실패하고 말았다. 이번에도 변죽만 울리다가 용두사미도 흐지부지 되고 말 모양이다.
이 나라의 사법부가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눈 밝은 국민들의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