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대한원로서신
3군 사관학교 통합 추진은 북한의 전략적 이익을 대리하는 안보 해체 행위이다
3군 사관학교 통합 추진은 북한의 전략적 이익을 대리하는 안보 해체 행위이다 — 이재명 정부의 즉각적인 통합 추진 철회를 엄중히 촉구한다 —
우리 자유대한원로회의는 이재명 정부가 추진 중인 육군·해군·공군 사관학교 통합 계획이 단순한 교육행정 개혁을 넘어, 대한민국의 군사력과 안보 체계의 근간을 허무는 위험천만한 정치적 실험임을 엄중히 경고한다.
특히 우리는 이 통합 계획이 남북 대치 상황과 한미동맹의 틀 속에서 검토될 때 그 안보적 위험성이 더욱 명백하게 드러남을 지적하며, 정부에 즉각적인 추진 철회를 촉구한다.
1. 남북 대치 현실을 정면으로 외면한 정책이다
북한은 현재 핵탄두 소형화·다종화,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 수중 핵전략 강화, 드론·사이버전 능력 고도화를 동시에 추진하며 다영역 위협 능력을 급속도로 확장하고 있다. 세계는 지금 이 위협에 맞서기 위해 각 군의 전문성을 더욱 심화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런데 이재명 정부는 이 엄중한 안보 현실을 외면한 채 3군 사관학교 통합을 통해 '오리형 장교' — 모든 분야를 조금씩 알지만 어느 하나도 깊지 않은 장교 — 를 양산하는 길을 택하려 하고 있다. 이는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안보 공백을 초래한다.
■ 지상군 전술 전문성 희석: 북한의 장사정포·특수부대·전차 위협에 맞설 지상군 전술 능력은 육사의 4년 일체화 교육에서 형성된다. 이를 통합 교양 과목으로 대체하는 것은 적전(敵前) 무장해제와 다름없다.
■ 해군 수상·수중 전투력 약화: 해사 생도의 4년 단계적 해상 실습과 순항훈련은 북한 잠수함·수중 드론 위협에 맞설 함장 양성의 핵심이다. 통합 캠퍼스에서 이 과정을 대체할 수 없다.
■ 전투조종사 조기 적성 식별 체계 붕괴: 공군 조종사 1명 양성에는 기종에 따라 150억~240억 원이 소요되고 수료율도 30~40%에 불과하다. 공사의 1학년부터 시작되는 비행 적성 식별 체계가 통합 캠퍼스 운용으로 무너지면 전투 조종사 양성 효율은 치명적으로 저하된다.
우리는 엄중히 묻는다. 북한이 핵무장을 고도화하는 이 시점에, 우리 군의 전문 장교 양성 체계를 허무는 실험을 강행할 근거가 무엇인가?
2. 한미동맹과 연합작전 체계를 위협하는 행위이다
한미 연합작전 체계(CODA)는 한국군이 육·해·공 각 군의 전문성을 완비한 상태에서 미군과 합동·연합작전을 수행하는 구조를 전제로 설계되어 있다. 미국은 세계 최강의 합동작전 능력을 보유하면서도 웨스트포인트(육군)·애나폴리스(해군)·콜로라도스프링스(공군) 세 사관학교를 철저히 분리 운영한다.
미국이 1986년 골드워터-니콜스 법으로 합동성을 강화할 때도 사관학교는 분리한 채 영관급 이후 합동참모대학(JFSC)에서 합동 교육을 수행했다. 이것이 세계 표준이다. 합동성은 사관학교 통합이 아니라 작전·인사·지휘구조의 통합과 상위 교육 단계에서 형성된다.
한국군이 사관학교 통합을 통해 각 군의 전문성과 정체성을 약화시킨다면, 이는 한미 연합작전의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을 훼손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우리의 동맹 파트너인 미국이 이 정책을 어떻게 평가할지, 정부는 진지하게 답해야 한다.
한미동맹의 핵심 자산은 연합 전투력이며, 그 뿌리는 각 군의 전문 장교단이다. 이 뿌리를 흔드는 것은 동맹 약화의 자초이다.
3. 이 정책은 북한의 전략적 이익에 복무한다
우리는 이재명 정부의 통합 추진이 의도적으로 북한을 이롭게 하려는 것이라고 단정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북한의 전략적 이익과 정확히 일치한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 혼란기 창출: 통합 추진 과정의 군 내부 갈등, 동문 네트워크 대립, 제도적 공백은 북한이 활용할 수 있는 안보 혼란기를 만들어낸다.
■ 전문 장교단 사기 저하: 캐나다가 1968년 3군 통합 후 제독 6명을 포함한 다수 고위 장교의 줄사퇴를 경험했듯, 한국군도 우수 인재의 사관학교 기피·조기 전역 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다.
■ 군 전문성 약화: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맞설 조종사·함장·지상군 지휘관의 전문성 저하는 곧 억제력(deterrence) 약화이다.
■ 남남갈등 심화: 군 개혁 명분으로 포장된 이 논쟁은 보수·진보, 각 군 동문, 현역·예비역 사이의 극심한 분열을 조장하며, 이것이 북한의 대남 심리전이 노리는 바이다.
김정은이 가장 환영할 대한민국 내부의 변화가 무엇인지를 묻는다면, 군의 정체성 분열과 전문성 약화보다 더 나은 답은 없다.
4. 역대 정부도 시도했다 실패했고, 지금이 더 위험하다
노태우 정부는 1988년 8.18 계획을 통해 사관학교 통합을 시도했지만 통합군 개념이 아닌 합동군 개념을 선택함에 따라 이를 철회한 바 있다.
이명박 정부도 2010년 국방선진화추진위원회를 통해 '국방사관학교' 신설을 검토했다. 그러나 군의 강한 반발과 전문가들의 경고 앞에 이 계획은 전면 백지화됐다. 당시에도 북한의 위협은 심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보다 훨씬 더 위험하다. 북한이 핵탄두 소형화와 전술핵 다종화를 거의 완성한 국면이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 역시 군 개혁을 추진했으나 사관학교의 독립성과 전문성 자체를 훼손하는 통합에는 이르지 않았다. 어떤 정부도 이 선을 넘지 않았던 데는 이유가 있다.
이재명 정부는 12·3 비상계엄이라는 정치적 사건을 빌미로 6개월짜리 자문위원회가 80년 안보 체계를 허물려 하고 있다. 절차는 졸속이고 근거는 빈약하며 결과는 돌이킬 수 없다.
역대 어느 정부도 이 선을 넘지 않았다. 이재명 정부가 이 선을 넘는다면, 그 역사적 책임은 전적으로 이 정부가 져야 한다.
5. 우리의 요구
자유대한원로회의는 다음 사항을 이재명 정부와 국회에 엄중히 촉구한다.
■ 첫째, 3군 사관학교 통합 추진을 즉각 전면 철회하라. KIDA 보고서 발표, 관련 법령 개정, 예산 편성 등 모든 후속 절차를 즉시 중단하라.
■ 둘째, 충분한 공론화 절차 없이 강행하는 일체의 군 구조 개편을 중단하라. 교수진·생도·각 군 동문·안보 전문가의 의견을 최소 1년 이상 공식 수렴하라.
■ 셋째, 육사 카르텔 문제는 인사 시스템·감찰 강화·합동 보직 의무화 등 직접적 처방으로 해결하라. 병을 진단했으면 그 병에 맞는 약을 써야 한다. 교육기관 통합은 처방전이 아니다.
■ 넷째, 국방부는 이 정책의 한미동맹 영향 평가 결과를 국민 앞에 투명하게 공개하라.
■ 다섯째, 국회 국방위원회는 여야를 초월하여 안보 사안에 대한 초당적 검토 기구를 구성하고, 졸속 입법을 저지할 책임을 다하라.
우리는 대한민국이 70년 넘게 쌓아온 안보의 토대가 정치적 논리에 의해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것을 결코 묵과할 수 없다. 우리 원로들은 이 나라의 자유와 번영을 지키기 위해 청춘을 바쳤다. 그 유산이 무너지는 것을 두 눈 뜨고 지켜볼 수 없다.
강한 군대만이 평화를 보장한다. 이재명 정부는 지금 당장 이 위험한 실험을 멈춰야 한다.
2026년 5월 20일 자유대한원로회의 (이동복, 이재춘, 이석복, 염돈재, 김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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