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굴리활계(鬼窟裡活計) - 가톨릭의 엽기적인 범죄
김형규 법보신문 대표
2018.09.17
나치의 살육을 ‘홀로코스트’라 부른다. 1980년대 한국에도 홀로코스트가 있었다. 부산 형제복지원이다. 1987년 원생 1명이 구타로 사망하자, 35명이 집단으로 탈출했다. 형제복지원의 엽기적인 실체가 세상에 드러났다. 1975년 정부는 대대적인 부랑인 단속에 나섰다. 부랑인 수용시설에는 보조금을 지급했다. 형제복지원은 보조금을 더 받기 위해 마구잡이로 사람을 잡아들였다. 수용자들에게는 상한 밥을 먹이고 하루 10시간씩 중노동을 시켰다. 구타와 감금, 살인과 성폭행은 예사로 벌어졌다. 강제노역과 폭행을 견디다 못해 12년간 513명이 사망했다. 죽고 나면 시체는 병원에 팔아넘겼다. 말 그대로 인간 사육장이었다. 그러나 독재정권의 비호를 받던 원장은 징역 2년6개월이라는 가벼운 형량을 선고받았다. 그로부터 29년, 검찰이 대법원에 형제복지원 사건에 대해 비상상고했다. 늦게나마 진실이 밝혀질지 기대가 크다.
형제복지원 사건이 과거의 일만은 아니다. 가톨릭이 운영했던 대구희망원에서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감금과 구타와 폭행이 이어졌고 상한 음식이 제공됐다. 2010년부터 2016년까지 6년 동안 312명이 사망했다. 한해 죽은 사망자 수는 형제복지원을 뛰어넘는다. 그러면서 대구시로부터 매년 100억원을 받아갔다. 그러나 이런 엽기적인 범죄에도 처벌은 솜털처럼 가벼웠다. 총괄원장이었던 신부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가톨릭교구는 집행유예기간인 범죄자를 주임신부로 발령하는 의리를 보여줬다.
선가에 ‘귀굴리활계(鬼窟裡活計)’라는 말이 있다. “귀신이 활개 치는 곳”이라는 뜻이다. 생각해 보면 지옥과 귀신이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지옥은 우리 옆에 존재하고, 귀신이 또한 멀쩡하게 활보하고 있다. 21세기 대한민국이 29년 전 어두운 시절과 달라지지 않았음이 놀랍기만 하다. 당시 독재정권이 가졌던 강력한 힘을 이제 이 시대 가톨릭이 가지고 있다는 것인지 생각할수록 허탈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