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오월의 청춘’
드라마 ‘오월의 청춘’은 2021년 5월부터 6월까지 방영한 12부작의 드라마로 남녀의 비극적인 사랑을 담은 드라마이다. 남자 주인공 희태는 부잣집 아버지와 미혼모 어머니를 둔 서울대 의대 수석 입학생이다. 하지만 자신이 사람을 살리지 못했다는 트라우마로 의사가 되기를 포기하고 졸업을 미룬 뒤 대학가요제를 준비한다. 여자 주인공 명희는 광주의 응급실 간호사이다. 당당한 성격을 갖고 있으며 간호사로서의 직업의식이 투철하다. 처음 이 드라마를 접했을 때 그저 뻔한 멜로드라마라고 생각했다. 부잣집 남자 주인공과 가난한 여자 주인공, 부잣집 아버지의 반대로 어려움을 겪지만 사랑의 힘으로 극복해나간다. 대부분의 멜로드라마가 그러하듯 이 드라마 또한 해피엔딩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제목에 나와 있듯 이 드라마의 배경은 푸르른 5월이다. 하지만 여느 때의 5월과는 다른, 1980년 광주의 5월이다. 1980년 5월의 광주는 민주화운동으로 뜨거웠고, 많은 사람들의 피와 눈물이 희생됐다. 수많은 사상자로 인해 응급실은 발 디딜 틈도 없었으며 명희는 간호사라는 자신의 역할을 저버릴 수 없었고, 결국 희태와 명희는 광주를 떠나지 못한다. 둘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 후 둘만의 조촐한 결혼식을 올렸고, 명희의 동생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명희의 동생을 찾던 중 갈림길을 마주했고 둘은 만남을 약속했지만 그것이 그들의 마지막이었다. 명희는 동생을 찾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키던 중 동생을 노리던 군인의 총에 맞아 어두운 숲에서 쓸쓸히 생을 마감한다. 고요한 풀숲, 잔잔한 풀벌레 소리, 그곳에서 쓸쓸히 피를 흘리며 죽음을 맞이하는 명희의 상황이 고스란히 느껴져 마음이 아렸다. 명희의 죽음조차 알지 못하고 슬픔에 잠겨있는 희태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여느 날처럼 개최된 대학가요제가 대비되며 5월의 광주는 더욱 처참하게 느껴졌다. 그저 볕 좋은 5월이었더라면, 평범하게 사랑했을 두 남녀의 이야기. 실제 누군가의 이야기였을 수도 있을, 너무 짧고 행복했던 추억들과 대비된 상황들에 슬픔이 더욱 커졌고, 결코 잊어서는 안될 사실을 한 번 더 되새길 수 있는 기회가 됐다. 드라마의 종영 후에도 긴 여운이 남는 드라마였고 모두에게 추천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