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이민 2기 368. 2019년 새해에 찾아온 손님
오래 전, 내가 관리자로 있을 때 한 학교에서 근무하던 선생님 두 분이 나를 찾아온다. 생각해 보니 그 새 15년이 훌떡 지나버렸다.
공항에서 기다리는 동안 만감이 교차한다. 그 때 내 나이가 지금 오는 그분들의 나이였을 것 같다.
이제부터 사흘 간의 관광이 시작될 것이고 나는 기꺼이 그들의 가이드가 되어줄 예정이다.
첫째 날은 팍상한 관광이다.
내가 팍상한을 다시 찾은 게 거의 2년 만인 것 같다. 아니 어쩜 더 오래 된 것 같기도 하다.
입장료 1250페소에 점심값 250페소를 냈던 기억이 생생한데 이제 점심을 포함해서 1800페소란다.
두 시간 동안 손님의 가방만 지키다가 밥만 같이 먹은 나는 350페소 추가라고 한다.
잘 알고 지내던 주인 사장님이 그 사이에 바뀌어 있다.
낯설게 의자에 앉아 기다리는데 커피도 한 잔 안 준다.
매니저에게 뜨거운 커피 한 잔 서비스로 줄 수 있느냐고 물으니 그제사 쾌히 종업원을 시켜 커피를 타 온다.
서비스란 말을 못 들은 종업원이 50 페소 추가라고 한다. 내가 웃으며 서비스라고 하자 그가 고개를 끄덕인다.
지루하게 기다리다가 시계를 보면 겨우 15분이 지나 있다.
두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데 어쩌자고 책 한 권을 안 가져왔는지 후회가 막심하다.
젊은 애들처럼 휴대폰만 들여다봐도 하루 종일을 잘 보낼 수 있다면 좋으련만.
늘 반가운 얼굴로 다가와 외동딸 자랑을 늘어놓던 사장님이 그리워진다. 그들은 이제 완전히 한국으로 들어갔다고 한다.
이제 이렇게 세월이 흐르니 늘 그 자리에 있던 오래된 얼굴들도 이래저래 바뀐다.
그래도 우리 예쁜 자식같은 옛날 동직원 선생님들이 나를 찾아와 팍상한에서 즐겁게 배를 타고 떠났으니 기다려 줘야 한다.
다시 시계를 본다. 또 15분이 지났다. 이제 이렇게 한 시간 반만 더 기다리면 된다.
그들이 돌아오면 앉아서 먹게 될 식탁을 셋팅 해 놓은 자리에 앉아 강물을 바라본다. 돌아오는 사람들이 모두 내가 기다리는 사람으로 보인다.
구운 생선을 반찬으로 점심을 먹고 또 다시 밀리고 밀리던 그 먼 길을 돌아서 집으로 온다.
오는 길에 오리지널 부코 파이와 부코 타르트를 샀다. 유명한 곳이라더니 진짜 맛있고 귀한 건지 사람들이 줄을 길게 서 있다.
나도 한참을 줄을 서서 기다린 뒤 살 수 있었다. 또 하나의 새로운 곳을 알게 된 것이다.
첫째 날은 팍상한의 관광인데 멀고 밀려서 많이 피곤했던지 돌아오는 차 안에서 모두들 깜빡벅 졸았다.
첫댓글 관강온 손님들 가이드 나가서
혼자 2시간여를 기다린다?
이건 정말 대단한 희생 인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