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익는 마을의 책 이야기
귄터 그라스 희곡 『민중들 반란을 연습하다』
책소개
이 책은 [양철북]으로 노벨상을 받은 귄터 그라스가 쓴 것으로, 그가 1966년에 발표한 희곡 작품이다. 1953년 6월 16일 동독의 민중들이 봉기한 역사적인 그 날의 사건을 희곡의 모티브로 다루고 있다. 또한 그는 동독의 유명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를 단장 역으로 내세워 그 사건을 대하는 브레히트의 변질되고 회색주의적인 지식인의 모습을 비판하고 있다.
1953년 6월 16일과 17일 이틀간의 동독 민중봉기
동유럽 사회주의 체제에서 최초로 일어난 동독의 이 노동자봉기는 '작업 할당량 10% 상향'에 대한 반발로 건설 노동자들의 파업 선언으로 시작되어 전국으로 퍼진 동독 최대 규모의 민중 봉기이다. 이 시위가 소련의 전차를 동원한 진압으로 비록 이틀 만에 실패로 끝났지만,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최초로 일어난 민중봉기로 그 의미가 매우 크다.
세익스피어 희곡 [코리올라누스]
세익스피어가 쓴 이 희곡의 주인공이 되는 코리올란(코리올라누스)이란 인물은 기원전 로마의 전쟁 영웅이다. 그는 승전을 거듭한 공적으로 로마의 집정관(최고 통치자)이 되려하나, 콧대 높고 오만한 그는 민중들과 갈등을 일으키다 모함으로 로마에서 추방당한다. 이에 그는 적국 볼스키족의 장군이 되어 조극 로마를 침공하는데, 그의 어머니의 설득으로 물러나지만, 결국 배신자로 낙인찍혀 살해되고 만다.
줄거리
이 책의 주인공이면서 극장의 책임자인 단장은, 세익스피어의 [코리올라누스]란 희곡에서 오만한 전쟁영웅 코리올란이, 봉기한 민중들에게 결국엔 굴복한다는 설정으로 재해석하여 극을 완성하고 싶어 한다. 이 희곡은 그러한 민중의 반란 장면을 연습하고 있는 무대를 지휘하는 단장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한편, 그 시각 극장 밖에서는 노동자의 시위가 들불처럼 일어나 민중들이 행진을 하고 있다. 봉기의 정당성을 알리는 글을 부탁하러 시위 노동자 셋이 극장의 무대 위로 올라와 그에게 글을 요청하지만, 단장은 노동자들이 내민 손을 외면하고 만다. 정부 측 인사 또한 단장에게 반란을 저지하는 글을 써 달라 요구하나, 그 또한 거부한다.
시위 도중 부상자가 생긴 사실을 알자, 단장은 하던 연극을 모두 접고, 자신을 책망하며, 숲속으로 은둔의 길을 떠난다.
두 시대적 배경과 반란의 닮은 꼴
이 책은 1953년 6월 16일 동독의 민중봉기 그 날을 시간적 배경으로 쓰여있는데, 희곡 속의 또 하나의 연극은 로마의 민중반란을 다룸으로써 결국, 로마의 민중반란과 동독의 민중봉기, 두 개의 시대적 배경이 이 희곡 안에서 번갈아 나타나게 된다. 2000년을 거스르는 이 두 개의 반란은 민중봉기라는 매우 흡사한 면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전쟁영웅 코리올란과 단장(브레히트)의 그 오만함과 민중을 외면하는 모습이 서로 닮아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작가는 두 사건과 두 인물을 비교, 대응시키므로써 기득권 지식인의 한계를 비판적으로 그리고 있다.
풍자와 반어법 설정
예술 무대 위에 올려지는 극 속의 반란은 계획하고 지휘하면서도 정작 광장에서 시위하는 현실의 노동자 반란이 일어났을 때는, 애써 찾아온 그들의 도움을 거부하며 회피하기만하는 단장. 즉 작가는 단장으로 분한 극작가 브레히트를, 반란을 글로 쓰고 연습만 할 뿐 행동하지 않는 비겁한 모습으로 그를 비난하고 있다. 그것은 이 책 제목에서부터 이미 풍자적 반어법으로 드러나 있다.
독서의 어려움
사전지식 없이 이 책을 읽는다면 몇 쪽을 못 넘기고 독자는 책을 덮게 될 것이다. 반복적으로 두 시대적 배경이 번갈아 나타남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혼선에 빠지게 하는 것은 이 책의 난관이라 하겠다. 더구나 유럽의 문학과 역사에 생소한 나에게 등장인물들의 난해함은 『양철북』에 이은 독서의 어려움을 겪게 하는 귄터 그라스의 특징으로 확실히 각인 되고 말았다.
알모책방 그들의 열정이 보령을 감동시키다
올해 만개했던 벚꽃이 그 화려함을 바닥에 떨구고 있을 무렵, 경기도에 있는 알모책방 독서모임 팀 10 인이 드디어 보령으로 내려왔다. 그들은 우리 책익는 마을의 초청으로 [민중들 반란을 연습하다] 낭독극을 펼치기 위해 1박 2일 일정으로 방문한 것이다. 겉으로는 평범한 직장인이거나 주부들 모습인데, 한 사람 한 사람의 그 역량과 역할은 이 팀이 어떻게 유지될 수 있는가를 조금이나마 짐작케 했다. 낭독을 할 때는 아마추어임에도 불구하고 숨길 수 없는 열정과, 가끔씩 발현되는 놀라운 싱크로율은, 회의실을 무대로 착각하게 만들 정도로 우리의 귀를 쫑긋하게 했고, 저절로 고개를 쳐들게 하여 감탄의 눈으로 낭독하는 모습을 바라보게 만들었다.
더구나 이 책은 이미 절판되어 구할 수 없는 도서인데, 알모책방에서 직접 키보드를 쳐 필사(?)한 것으로 하마터면 우리에게는 읽을 기회조차 사라질 뻔 했다는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그들은 귄터 그라스의 유품인 담배 곰방대와 우리가 흔히 볼 수 없는 그의 여러 작품들을 전시하여 우리의 시선을 끌었다. 특히 곰방대는 귄터 그라스가 담배 필 때 직접 사용하던 것으로 독일까지 날아가 구입해 온 거라니, 그 팬심이 놀라울 따름이다. 덕분에 귄터 그라스란 작가를 좀 더 깊게 아는 계기가 되었고, 낭독극을 하던 알모책방 팀들의 열정적인 모습과 그 밤, 우리 함께 빙 둘러앉아 담소를 나누던 그 날이 내게는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 있게 될 것이다.
책익는 마을 백 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