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문_다시, 한국의 독자들에게
1. 인류의 새로운 의제
제1부 호모 사피엔스 세계를 정복하다
2. 인류세
3. 인간의 광휘
제2부 호모 사피엔스 세계에 의미를 부여하다
4. 스토리텔러
5. 뜻밖의 한 쌍
6. 근대의 계약
7. 인본주의 혁명
제3부 호모 사피엔스 지배력을 잃다
8. 실험실의 시한폭탄
9. 중대한 분리
10. 의식의 바다
11. 데이터교
역자후기
1. 인류의 새로운 의제
39 성공은 야망을 낳는다. 인류는 지금까지 이룩한 성취를 딛고 더 과감한 목표를 향해 나아갈 것이다. 전례없는 수준의 번영, 건강, 평화를 얻은 인류의 다음 목표는, 과거의 기록과 현재의 가치들을 고려할 때, 불멸, 행복, 신성이 될 것이다. 굶주림, 질병, 폭력으로 인한 사망률을 줄인 다음에 할 일은 노화와 죽음 그 자체를 극복하는 것이다. 사람들을 극도의 비참함에서 구한 다음에 할 일은 사람들을 더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다. 짐승 수준의 생존 투쟁에서 인류를 건져 올린 다음 할 일은 인류를 신으로 업그레이드하고, '호모사피엔스'를 '호모 데우스'로 바꾸는 것이다.
50 영원한 영광, 국가주의적 기념식, 천국에 대한 꿈은 우디 앨런 같은 사람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죽지 않는 것)을 대신하는 가련한 대용물에 지나지 않는다. 사람들이 (타당한 이유가 있든 없든) 죽음을 피할 기회가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삶에 대한 욕구는 예술, 이념, 종교라는 덜거덕거리는 수레 끌기를 거부하고 눈사태처럼 돌진할 것이다.
51 죽음과의 전쟁에서 과학이 진전을 이룬다면, 전쟁터는 실험실에서 의회, 법정, 거리로 옮겨 갈 것이다. 과학적 시도가 성공을 거두는 즉시 격렬한 정치적 충돌이 일어날 것이다. 역사에 기록된 모든 전쟁과 무력 충돌은 앞으로 닥칠 진짜 투쟁, 다시 말해 영원한 젊음을 위한 투쟁을 알리는 서곡에 불과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제1부 호모 사피엔스 세계를 정복하다
2. 인류세
106 다른 동물들과 관련해서 말하자면 인간은 오래전에 신이 되었다. 우리가 이 사실에 대해 깊이 생각하기 싫어하는 이유는 우리가 그다지 공정한 신도 자비로운 신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121 생식 우리에 갇힌 암퇘지들은 흔히 극심한 좌절과 지독한 절망을 번갈아 드러낸다. 생존과 번식에는 불필요하다 해도, 그 동물의 주관적 관점에서는 수천 세대 전에 형성된 필요를 계속 느낀다는 것, 이것이 진화심리학이 주는 교훈이다.
132 성경시대의 유대교 같은 유신론적 종교들은 새로운 우주론적 신화를 통해 농업경제를 정당화했다.
133 신들에게는 상호 연관된 두 가지 임무가 주어졌다. 첫째, 신들은 사피엔스의 특별한 점이 무엇이며, 왜 그가 다른 모든 유기체를 지배하고 이용하는지 설명해야 했다. 그리스도교는 인간이 나머지 창조물 위에 군림하는 것은 창조주가 인간에게 그런 권한을 맡겼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게다가 그리스도교에 따르면, 신은 오직 인간에만 불멸의 영혼을 주었다. 불멸의 영혼을 주는 것이 그리스도교 세계가 존재하는 목적이므로, 영혼이 없는 동물들은 엑스트라일 뿐이다. 이렇게 해서 인간은 창조의 정점이 된 반면, 다른 모든 유기체는 주변으로 밀려났다. 둘째, 신들은 인간과 생태계 사이를 중재해야 했다.
142 농업혁명이 유신론적 종교를 탄생시킨 반면, 과학혁명은 신을 인간으로 대체한 인본주의 종교를 탄생시켰다. 유신론자들이 '테오스(theos, '신'을 뜻하는 그리스어)'를 경배하는 반면, 인본주의자들은 인간을 경배한다. 자유주의, 공산주의, 나치즘 같은 인본주의 종교들의 창립이념은 호모 사피엔스는 특별하고 신성한 본질을 지니고 있으며 우주의 모든 의미와 권위가 거기서 나온다는 것이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호모 사피엔스에게 미치는 영향에 따라 선 또는 악이 된다.
3. 인간의 광휘
151 진화론이 영혼의 개념을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적어도 우리가 말하는 영혼이 분리되지 않고 변하지 않고 영원히 지속되는 어떤 것을 의미한다면 말이다. 그런 실체는 단계적 진화를 통해 생길 수 없다. 자연선택을 통해 인간의 눈이 만들어진 것은 눈이 부분들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혼에는 부분이 없다. 만일 사피엔스의 영혼이 에렉투스의 영혼에서 단계적으로 진화했다면 그 단계들은 정확히 무엇이었을까? 사피엔스 영혼의 어떤 부분이 에렉투스보다 더 발달했을까? 하지만 영혼에는 부분이 없다.
171 철학자들은 이미 수천 년 전에, 자기자신 외의 다른 존재가 마음을 지니고 있음을 확실하게 증명할 방법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실 다른 사람들이 의식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도 그저 추정만 할 뿐 확실하게 알 수 없다.
171 오늘날 과학적 정설에 따르면, 내가 경험하는 모든 것은 내 뇌에서 일어나는 전기 활동의 결과이고, 따라서 실제 세계와 구별이 불가능한 완전한 가상 세계를 위조하는 것이 이론상으로 가능하다. 어떤 뇌과학자들은 가까운 미래에 우리가 실제로 그렇게 할 거라고 믿는다.
172 어떤 획기적인 과학도 이 악명 높은 '다른 마음의 문제'를 아직 극복하지 못했다. 지금까지 생각해 낸 최선의 테스트는 튜링 테스트라는 것인데, 이 테스트는 사회적 관습을 통과하는지의 여부를 살펴볼 뿐이다.
204 대부분의 사람들은 실재가 객관적이거나 주관적이며 제 3의 옵션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떤 것이 자신의 주관적 느낌이 아니라고 확신하면 그것은 객관적인 것이라는 결론으로 도약한다. 많은 사람들이 신을 믿는다면 돈이 세상을 움직인다면, 민족주의가 전쟁을 일으키고 제국을 만든다면, 이런 것들은 내 주관적 느낌이 아니다. 그러므로 신, 돈, 국가는 객관적 실재여야 한다. 하지만 실재에는 제3의 층위가 존재한다. 그것은 상호주관적 실재이다. 상호주관적 실재들은 개개인의 믿음과 느낌보다는 여러 사람들 사이의 의사 소통에 의존한다. 역사의 중요한 동인들 가운데 많은 것이 상호주관적 실재이다.
215 21세기에 역사학과 생물학의 경계가 흐려질 가능성이 높은 이유는 우리가 역사적 사건들에 대한 생물학적 설명을 찾을 것이기 때문이 아니다. 그보다는 이념이라는 허구들이 유전자 가닥들을 고쳐 쓸 것이고 정치적·경제적 이해 관계가 기후를 재설계 할 것이고, 산과 강 같은 지리적 공간이 사이버 공간으로 대체될 것이기 때문이다.
제2부 호모 사피엔스 세계에 의미를 부여하다
4. 스토리텔러
240 성경은 실제의 진정한 본성에 대해 사람들을 오도할 때조차 수 천 년 동안 권위를 유지할 수 있다. 예컨대 성경의 역사 식은 기본적으로 오류임에도 전 세계로 퍼져 나갔고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이 믿는다. 성경은 일신론적 역사이론을 널리 그리고 집요하게 퍼뜨리며, 나와 내 행동을 다른 무엇보다 소중히 여기는 전능한 유일신이 이 세계를 지배한다고 주장했다. 뭔가 좋은 일이 일어난다면 그것은 내 선행에 대한 보상임이 틀림없다. 그리고 재앙이 닥친다면 내 죄에 대한 처벌임이 틀림없다.
247 허구는 나쁜 것이 아니다. 허구는 꼭 필요하다. 그것이 단지 허구임을 잊을 때 우리는 실제에 대한 감각을 잃게 되며, 그때 우리는 기업을 위해 많은 돈을 벌려고, 또는 국익을 보호하려고 전쟁을 시작한다.
5. 뜻 밖의 한 쌍
252 종교를 '신에 대한 믿음'으로 정의하는 것 역시 문제가 있다. 독실한 그리스도교도는 신의 존재를 믿기 때문에 종교를 갖는 반면 열렬한 공산주의자는 공산주의에 신이 없기 때문에 종교를 갖지 않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종교를 창조한 것은 신이 아니라 인간이고 종교를 규정하는 것은 신이 있고 없고의 여부가 아니라 사회적 기능이다. 종교는 인간의 사회구조에 초인적 정당성을 부여하는 어떤 것이다. 종교는 사회구조에 초인적 법칙이 반영되어 있다고 주장하며 인간의 규범과 가치를 정당화한다. 종교는 우리가 창조하지 않았으므로 바꿀 수도 없는 어떤 도덕법 체계의 지배를 받는다고 주장한다.
252 물론 이 모든 종교는 부처와 노자부터 마르크스와 히틀러에 이르는 각기 다른 예언자와 선지자가 발견하고 계시한 서로 다른 일군의 자연법을 믿는다.
6. 근대의 계약
304 근대 계약은 우리에게 전례 없는 힘을 약속했고 그 약속은 지금까지 지켜졌다. 그렇다면 그 대가는 뭘까? 근대 계약은 우리가 힘을 얻는 대가로 의미를 포기하기를 기대한다.
305 혼자서는 절대 인간 사회를 구할 수 없다. 실제로 시골 장터조차 신이나 왕 또는 교회의 도움 없이는 유지되지 않는다. 법원과 경찰을 포함해 모든 것이 판매 대상이라면, 신뢰는 증발하고 신용은 사라지고 사업은 망할 것이다. 그러면 무엇이 근대 사회를 붕괴에서 구했을까? 인류를 구원한 것은 수요 공급의 법칙이 아니라, 새롭게 떠오른 혁명적 종교인 인본주의였다.
7. 인본주의 혁명
307 무의미하고 무법적인 존재에게 해독제를 제공한 것은 인본주의였다. 인본주의는 지난 몇 백 년 동안 세계를 정복한 혁명적인 새 교리이다. 인본주의라는 이 새로운 종교는 인류를 숭배하고, 그리스도교와 이슬람교에서 신이 맡던 역할, 불교와 도교에서 자연법이 맡던 역할을 인류에게 요구한다. 과거에는 장대한 우 주적 계획이 인간의 삶에 의미를 부여했다면, 인본주의는 역할을 뒤집어 인간의 경험이 우주에 의미를 부여하도록 한다. 인본주의에 따르면, 인간은 내적 경험에서 인생의 의미뿐 아니라 우주 전체의 의미를 끌어내야 한다. 무의미한 세계를 위해 의미를 창조해라. 이것이 인본주의가 우리에게 내린 제1계명이다.
381 그들이 찾는 것은, 창의적으로 해석할 경우, 신이 동성결혼을 축복하고 여성들이 성직자가 되는 것도 허락한다는 뜻으로 볼 수 있는 어떤 금언, 비유, 결정이다. 이런 생각이 실제로는 푸코에게서 나왔지만 그들은 마치 그것이 성경에서 유래한 것처럼 말한다. 성경은 더 이상 창조적 자극을 주지 못하는데도 권위의 원천으로서 계속 자리를 지킨다.
382 그러므로 전통종교들은 자유주의의 진정한 대안이 될 수 없다. 성경은 유전 공학, 인공지능에 대해 할 말이 없고, 대부분의 신부, 랍비, 무프티는 생물학과 컴퓨터 공학 분야에서 일어난 최신 발견을 이해하지 못한다. 이런 발견들을 이해하고 싶다면 다른 도리가 없다. 고대 문헌을 외우고 그 내용에 대해 논쟁하는 대신, 과학 논문을 읽고 실험하는데 시간을 보낼 필요가 있다.
제3부 호모 사피엔스 지배력을 잃다
8. 실험실의 시한폭탄
386 오늘날 세계는 개인주의, 인권, 민주주의, 자유시장이라는 자유주의 패키지가 지배하고 있다. 하지만 21세기 과학이 이 자유주의 질서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과학은 가치의 문제를 다루지 않으므로 자유주의자들이 평등보다 자유에 더 가치를 두고 집단보다 개인에 더 가치를 두는 것이 옳은지 판단 할 수 없다. 그렇지만 다른 모든 종교처럼 자유주의도 추상적인 윤리적 판단만이 아니라 사실적 진술을 기반으로 하는데, 이런 사실적 진술들은 엄밀한 과학적 검증을 통과하지 못한다.
387 인간에게 자유의지가 있다는 것은 윤리적 판단이 아니다. 그것은 세계에 대한 사실적 진술이다. 이른바 이 사실적 기술은 존 로크, 장 자크 루소, 토머스 제퍼슨 시대에는 타당한 말처럼 들렸지만 생명과학의 최신 연구 결과들과는 잘 맞지 않는다.
389 지금까지 밝혀진 과학적 사실에 따르면, 결정론과 무작위성이 케이크를 모두 나눠 갖고, '자유'에는 부스러기 하나도 남기지 않는다. '자유'라는 신성한 단어는 알고 보니 '영혼'과 마찬가지로 의미를 밝히고 말고 할 것도 없는, 알맹이 없는 용어였다. 자유의지는 앞으로 우리 인간이 지어낸 상상의 이야기 속에만 존재할 것이다.
390 정작 중요한 질문은 앵무새와 사람이 내면의 욕망에 따라 행동할 수 있느냐가 아니다. 중요한 질문은 그들이 애초에 자신의 욕망을 선택할 수 있느냐이다.
392 현실에는 의식의 흐름만 존재하고 욕망은 그 흐름 안에서 생겨났다가 사라질 뿐이다. 욕망을 소유하는 불멸의 자아는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내가 내 욕망을 결정론적으로 선택하는지, 무작위로 선택하는지, 자유의지로 선택하는지 묻는 것은 무의미하다.
410 우리 대부분은 자신을 이야기하는 자아와 동일시한다. 우리가 '나'라고 말할 때 의미하는 것은 우리가 하는 경험의 세찬 흐름이 아니라, 우리 머릿속의 이야기이다. 우리는 경험하는 자아가 겪은 무질서한 인생을 가지고 논리적이고 일관된 이야기를 자아내는 내부 시스템과 우리를 동일시한다. 이야기의 줄거리에 거짓과 누락이 허다하고 여러 번 고쳐 쓴 바람에 오늘의 이야기가 어제의 이야기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그리고 어쩌면 그 이후까지도) 불변하는 단 하나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는 느낌을 항상 받는 것이다. 이 느낌은 내가 나눌 수 없는 개인이며, 우주 전체에 의미를 제공하는 분명하고 일관된 내면의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고 믿게 만드는 미심쩍은 자유주의를 야기한다.
412 상상 속 거인들과 싸울 때 돈키호테는 그저 연기를 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실제로 누군가를 죽이는 순간 그는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그 환상에 매달리는데, 그것은 자신의 비극적인 범죄 행위에 의미를 부여할 방법이 그것 밖에 없기 때문일 것이다. 역설적으로 우리는 상상 속 이야기를 위해 많은 것을 희생할수록 그 환상에 집요하게 매달린다. 그 희생과 자신이 초래한 고통에 필사적으로 의미를 부여하고 싶기 때문이다.
9. 중대한 분리
425 우리가 아는 한 현재의 컴퓨터는 1950년대 컴퓨터의 원형과 똑같이 의식이 없다. 하지만 우리는 중대한 혁명을 목전에 두고 있다. 지능이 의식에서 분리되고 있고, 이로 인해 인간은 경제적 가치를 잃을 위험에 놓여있다.
425 지금 우리는 이런 일들을 인간보다 훨씬 잘할 수 있는 새로운 유형의 비의식적 지능을 개발하고 있다. 이런 일들은 모두 패턴 인식을 바탕으로 하는데, 머지않아 비의식적 알고리즘이 인간의 의식보다 패턴 인식을 더 잘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435 21세기 경제의 가장 중요한 질문은 아마도 '그 모든 잉여 인간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일 것이다. 거의 모든 것을 더 잘할 수 있는 높은 지능의 비 의식적 알고리즘이 생긴다면, 의식을 가진 인간은 무엇을 할 것인가?
445 21세기 우리는 일하지 않는 사람들이라는 거대한 규모의 새로운 계급이 탄생하는 현장을 목도하게 될 것이다. 그들은 경제적, 정치적, 예술적으로 어떤 가치도 없으며, 사회의 번영, 힘과 영광에 아무런 기여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이 '쓸모없는 계급'은 그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이 아니라, 일자리를 구할 수 없는 사람들일 것이다.
451 의학에 관한 한 우리는 이미 이 선을 넘었다. 병원에서 우리는 더 이상 개인이 아니다. 일생 동안 당신의 몸과 건강에 관한 가장 중요한 결정들을 내리는 사람이 누구일 거라고 생각하는가?
10. 의식의 바다
481 새로운 종교는 실험실에서 탄생할 것이다. 사회주의가 증기와 전기를 통한 구원을 약속함으로써 세계를 장악했듯이, 도래하는 시대에 새로운 기술 종교들은 알고리즘과 유전자를 통한 구원을 약속함으로써 세계를 정복할 것이다.
482 기술 인본주의는 인간을 여전히 창조의 정점으로 보고, 전통적인 인본주의의 여러 가치들을 고수한다. 기술 인본주의는 우리가 아는 형태의 호 모 사피엔스는 역사의 행로를 완주했으며 미래에는 할 일이 없다는 데 동의하지만, 바로 그것 때문에 우리가 기술을 이용해 호모 데우스(훨씬 우수한 인간 모델)를 창조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린다. 호모 데우스는 인간의 본질적 특징들은 그대로 보유하지만 육체적, 정신적으로 향상된 능력을 갖춘 덕분에 매우 정교한 비의식적 알고리즘들 앞에서도 당당히 자기 자리를 지킬 수 있을 것이다.
500 인본주의의 첫 번째 계명인 '자신에게 귀 기울여라!'는 더 이상 자명한 진리가 아니다. 우리가 내면의 소리의 볼륨을 높이고 낮출 수 있게 되면, 우리는 진정한 자신에 대한 믿음을 포기할 것이다. 누구의 손이 스위치를 조작하는지 더 이상 분명치 않기 때문이다. 머릿속의 거슬리는 소음을 죽인다는 것은 멋진 생각처럼 보인다. 단 그렇게 해서 듣는 것이 당신 내면에 존재하는 진정한 자아의 목소리여야 한다. 하지만 진정한 자아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어떤 목소리를 죽이고 어떤 목소리를 증폭할지 어떻게 결정할까?
11. 데이터교
544 우리가 생명이라는 실로 장대한 관점으로 본다면, 상호 관련된 다음의 세 과정 앞에서 다른 모든 문제와 상황들은 작게 보일 것이다.
1. 과학은 모든 것을 아우르는 하나의 교의로 수렴하고 있고, 이 교의에 따르면 유기체는 알고리즘이며 생명은 데이터 처리과정이다
2. 지능이 의식에서 분리되고 있다.
3. 의식은 없지만 지능이 매우 높은 알고리즘들이 곧 우리보다 우리 자신을 더 잘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 세 과정은 세 가지 중요한 질문을 제기한다. 당신이 이 책을 덮은 뒤에도 이 질문들이 오랫동안 당신의 마음 속에 남아 있기를 바란다.
1. 유기체는 단지 알고리즘이고, 생명은 실제로 데이터 처리과정에 불과할까?
2. 지능과 의식 중에 무엇이 더 가치 있을까?
3. 의식은 없지만 지능이 매우 높은 알고리즘이 우리보다 우리 자신을 더 잘 알게 되면 사회, 정치, 일상에 어떤 일이 일어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