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도우10 출시가 다가오면서 마이크로소프트(MS) 관련
소식이 끊이질 않습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수십 개의 뉴스가 쏟아지고 있죠. 한국MS가 내는 보도자료도 많고요. 이런 뉴스를 보다가 문득 한
사람이 떠올랐습니다.
짐작하셨죠? 빌 게이츠(Bill Gates) 말입니다.
MS를 세운 기업가, 소프트웨어 하나로 성공한 IT 리더, 미국 최고의 개인 재산을 가진 투자자, 자선 사업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
중 하나로 꼽히는 사람이죠. 그는 윈도우10을 어떻게 생각할까요? 아직 MS에 살짝이나마 발을 담그고 있긴 하니까 어느 정도 그의 영향력이
미쳤겠죠? 혹시 모르죠. 요샌 정말 기부에만 정신이 팔려 있을 지도.
어쨌든 빌 게이츠에 대해 급관심이 생겨서 좀 찾아봤습니다.
모두가 윈도우10을 바라볼 때 뜬금없이 정리해본 빌 게이츠 연대기입니다.
이미지 출처 :
www.billgateswindows.com
PART1_떡잎부터
다른 영 빌.
빌 게이츠는 1955년 10월 28일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서 1남 2녀 중 둘째로 태어났습니다. 베트남 전쟁이 일어났던 그 해죠. 왠지 날짜가 익숙해서 찾아보니 레이싱 모델 류지혜와 같은
날이더군요;; 그냥 그렇다고요. 본명은 윌리엄 헨리 게이츠 3세(William Henry Gates III)입니다. 참고로 우리가 알고 있는
빌은 윌리엄의 애칭이죠.
아버지 윌리엄 헨리 게이츠는 저명한 변호사였고 어머니 메리
맥스웰 게이츠는 미국 은행인 퍼스트 인터스테이트 뱅크시스템과 비영리단체 유나이티드웨이 이사회의 임원이었습니다. 딱 봐도, 있는 집인 것 같군요.
아니나 다를까 상중류층으로 나름 부유하게 살았다고 합니다. 빌이 어릴 때 그의 부모는 법조계에서 일하기를 바랐다고 합니다. 거기나 여기나 부모의
마음이란. 아, 태산보다 높다고요.
이미지 출처 :
www.lakesideschool.org
1968년에는 시애틀에 있는 레이크사이드스쿨에 들어갑니다.
우리로 치면 중학교죠. 주로 상류층이 다니는 사립학교인데요. 이곳은 빌 게이츠 인생에서 아주 중요한 곳입니다.
8학년, 그러니까 중학교 3학년 때 학교 어머니회에서 자선
바자회의 수익금으로 텔레타이프라이터 단말기와 제네럴일렉트릭(GE) 컴퓨터의 사용 시간을 삽니다. 당시에는 컴퓨터를 사기가 힘들 때여서 컴퓨터
대신 컴퓨터의 사용 시간을 구입했다고 하더군요. 지금의 PC방을 생각하면 쉽겠네요. 빌은 이 컴퓨터를 통해 처음으로 베이식 프로그래밍을
접합니다. 그리고 폭 빠져들었죠. 베이식 프로그래밍을 위해 수학 수업을 면제받기도 했다더군요.
저는 이 부분에서 조금 놀랐습니다. 법조인이 되길 바랐다던
부모가 수업까지 빼먹고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빠져드는 걸 용인한 거니까요. 지금 우리와 비교하면 의사, 변호사 되길 바라는 자녀가 수업 빼먹고
PC방 가는 데도 그냥 두는 셈인데요. 오락실 가다 걸려서 혼나던 어린 시절이 떠오릅니다. 아,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부모님 은혜는 태산보다
높습니다.
어쨌든 빌은 그 시스템을 이용해 그의 생애 첫 프로그램
‘틱택토(tic-tac-toe)’ 게임을 만듭니다. 3X3으로 이뤄진 칸에 두 명이 번갈아 가며 O와 X를 적다가 가로, 세로, 대각선에 같은
모양을 나열하는 사람이 이기는 간단한 게임입니다만, 어린 나이에 그런 걸 만들다니 정말 대단하네요. 후에 빌은 반 편성 프로그램이나 회사의 급여
관리 프로그램, 달 착륙 게임 등을 만들어 내기도 했습니다.
이미지 출처 :
www.billgateswindows.com
어머니회의 기부금이 모두 축나자 빌은 친구들과 돈을 모아
DEC 컴퓨터의 사용 시간을 구입합니다. 훗날 빌을 포함한 4명의 학생은 DEC 시스템 중 컴퓨터센터코퍼레이션(CCC)의 PDP-10 운영체제
버그를 이용해 공짜로 컴퓨터를 사용한 것이 발각돼 회사로부터 사용 금지를 당하기도 했습니다. 이 4인방에는 2년 선배인 폴 앨런(Paul
Allen)도 포함돼 있다. 폴 앨런, 어디선가 들어보셨나요? 빌 게이츠 인생에 아주 중요한 인물 중 한 명입니다.
어린 시절 에피소드가 하나 더 있네요. 빌이 17살 때는
워싱턴 주립 대학교에 진학한 폴 앨런과 Traf-O-Data라는 회사를 만들고 교통량 분석 프로그램을 만들어 돈을 벌기도 했다고 합니다. 역시
떡잎부터 달랐군요.
PART2_찬란한
마이크로소프트, 찬란한 빌.
빌은 학교를 졸업하고 미국의 수학능력시험 격인 SAT
시험에서 1,600점 만점에 1,590점을 받아 하버드대학교 수학과(mathematics)에 진학합니다.
1975년 1월, 빌을 만나기 위해 하버드에 들른 폴 앨런은
MITS의 마이크로컴퓨터 알테어8800을 위한 프로그래밍 언어를 만들자고 설득합니다. 결국 같은해 3월 그 둘은 알테어 베이식을 만들어 냅니다.
네, 꼭 판타지 소설을 보는 기분입니다.
MITS의 알테어8800
(이미지출처 : www.wikipedia.org)
그리고 그 프로그램을 효과적으로 판매하기 위해 회사를
세웁니다. 1975년 4월 4일이죠. 폴 앨런과 함께 MITS가 있는 뉴멕시코주 앨버커키에 회사를 등록합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알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입니다. 아, 당시에는 Micro-Soft였습니다. 마이크로컴퓨터를 위한 소프트웨어라는 뜻으로 넘겨짚어 봅니다만 개인적인 추측일
뿐입니다. 그 이듬해인 1976년 11월 하이픈을 없애고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Microsoft로 변경합니다.
이미지 출처 :
www.microsoft.com
사실 빌은 이때까지만 해도 휴학만 할 뿐 다시 학교로 돌아갈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회사 운영이 만만치 않고 업무가 너무 많아 결국 중퇴를 결정한 것이죠. 당시에는 꽤 힘든 결정이었겠지만 그만큼 회사는
승승장구합니다. 1979년 1월엔 워싱턴주 벨뷰로 이사도 하죠.
이미지 출처 :
www.gatesnotes.com
1981년이 되었습니다. 이 역시 빌 게이츠에게 중요한
해입니다. 1980년에 IBM은 PC를 개발하면서 MS에게 운영체제를 의뢰했는데요. 그 결과물인 MS-DOS를 1981년에 내놓습니다. 물론
IBM PC에 들어간 건 물론이고 1980년대 중반부터 PC 보급이 활성화되면서 50여 개 제조사와 계약을 맺게 됩니다. 결국 세계 PC
사용자의 80%가 MS-DOS를 사용하는 수준까지 성장하게 되죠.
마침내 1985년에는 매출 140만 달러를 달성합니다. 이제
갓 서른 된 젊은이가 말이죠. 그 이듬해에는 나스닥에 상장까지 합니다. 31세 나이에 자신의 주식 45%를 소유한 억만장자가 됐습니다. 아직도
판타지 소설이 이어지는 중입니다.
이미지출처 :
www.wikipedia.org
자, 이제 1987년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여기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거든요. 그해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MS의 언론 홍보 행사 때 한 여직원을 만납니다. 이름은 멜린다 앤 프렌치(Melinda
Ann French). 그리고 1988년 그 둘은 비밀연애를 시작합니다. 사장과 직원이니 아무래도 제약이 많았겠죠…는 무슨, 분명 사내 연애
금지라는 사규가 있었을 겁니다. 원칙이라는 게 정한 사람이 제일 안 지키는 법이니까요. 아, 농담입니다. 그 둘은 5년이라는 짧지 않은 기간의
연애를 마친 뒤 1994년 1월 1일 하와이에서 결혼식을 올립니다. 그리고 후에 제니퍼 캐서린, 로리 존, 피비 아델 세 자녀를
낳습니다.
그러는 사이 빌은 1985년 윈도우1.0, 1987년
윈도우2.0, 1990년 윈도우3.0, 1992년 윈도우3.1, 1993년 윈도우NT를 내놓습니다. 일과 연애와 결혼을 이렇게나 완벽하게
병행하고 있었던 것이죠. 결혼식을 올린 1994년에는 윈도우95도 발표했습니다. GUI 활용도 강화와 플러그앤플레이, 인터넷 익스플로러 기본
제공 등의 특징을 지니는 명작이죠. 신혼은 제대로 즐겼길 바랍니다.
윈10 출시전 알아보는 윈도우의 역사 바로가기
이미지 출처 :
www.microsoft.com
이렇게 승승장구하던 그는 밀레니엄을 맞이하기 전 1999년에
미국연방법원으로부터 독점금지법 위반이라는 판결을 받습니다. 너무 잘 나가도 문제인 거죠. 이 일이 그에게는 큰 충격이었나 봅니다.
새로운 천 년을 맞이하는 2000년 빌은 마이크로소프트
CEO 자리를 내놓습니다. 여전히 MS의 회장과 기술 고문이긴 하지만 경영에서는 발을 떼는 것이죠. CEO 자리는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는 그의
오랜 대학 친구 스티브 발머에게 넘깁니다. 그리고 빌은 새로운 인생을 시작합니다.
PART3_아름다운
기부천사 빌.
빌은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Bill&Melinda Gates Foundation, B&MGF, 게이츠 재단)을 만듭니다. 국제적 보건 의료 확대와 빈곤
퇴치, 미국 내 교육 기회 확대와 정보 기술 접근성 확대 등의 목적으로 만든 재단입니다. 주요 사항은 빌 게이츠와 그의 아내 멜린다 게이츠,
기업가 워런 버핏 이렇게 세 명의 이사가 결정합니다.
이미지 출처 :
www.gatesfoundation.org
게이츠 재단은 2008년 10월 1일 기준 351억 달러의
기금을 보유하고 있으며 막대한 재정 규모와 적절한 기부처를 찾는 앞선 경영법 덕분에 세계에서 인정받고 있다고 합니다. 재정이 투명하게 운영되는
민간 재단 중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네요.
이 재단에는 재미있는 운영 방침이 하나 있습니다. 세 명의
이사 중 마지막 사람이 죽는 시점부터 50년 이내에 재단 활동을 종료한다고 합니다. 최대한 빨리, 가능한 많은 일을 하기 위해서랍니다. 우리
주변에 있는 재단과는 많이 다르네요. 잠시나마 색안경을 꼈던 것이 미안해집니다.
이미지 출처 :
www.harvardmagazine.com
이 재단 덕분인지, 180도 바뀐 인생 덕분인지 빌은
2000년 이후 세계 곳곳에서 인정을 받습니다. 2005년에는 영국 명예 KBE 훈장을 받았고 미국 타임지에서는 올해의 인물로 선정됐습니다.
2007년에는 미국에서 가장 훌륭한 자선가 50인 중 두 번째로 선정되기도 했죠. 학력도 늘어납니다. 하버드대학교를 비롯해 스웨덴왕립공과대학,
와세다대학교, 칭화대학교, 케임브리지대학교 등의 명예박사가 됐습니다.
그렇게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낸 빌은 2008년 6월부로
MS에서 은퇴합니다. 기부 활동에 전념하기 위해서 내린 결정입니다. 그리고 윈도우10 출시를 앞둔 지금까지도 기부 활동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이미지 출처 :
www.gatesnotes.com
지금까지 빌 게이츠의 일생을 살펴봤습니다.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 일생의 일부라고 해야 하나요. 어쨌든 한 사람의 인생을 감히 종이 몇 장에 담아 봤습니다. 솔직히 쉽지 않은 일이네요. 특히 이렇게
판타지 소설 같은 경우엔 말이죠. 부유한 집안에서 천재성까지 겸비하고 일과 연애와 결혼을 병행하다니. 맞습니다. 시쳇말로 엄친아죠. 제 옆에
있었으면 욕하고 멀리했을 겁니다.
하지만 희한하게도 자료를 조사할수록 왠지 모를 인간적인
부분이 엿보이더군요. 어마어마한 성공 뒤에 숨은 노력과 고민이 느껴졌달까요. 기부천사로 바뀌게 된 계기도 마음 한구석이 찡해오고요. 그간 쌓았던
안 좋은 이미지도 많이 씻었습니다.
이미지 출처 :
www.gatesnotes.com
아, 감상에 젖는 건 이쯤에서 그만하고 뜬금없이 날린 빌
게이츠 연대기를 마무리 짓겠습니다. 더 관심이 생긴다면 페이스북(www.facebook.com/BillGates)을 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그
안에는 다양한 IT 관련 소식과 함께 이웃을 돌보는 기부 천사와 가슴이 따뜻해지는 기분 천사가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