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난강망 해설 자료가 흔치 않던 시절에 엄태문 선생님이 운영하는 싸이트에 들른 적이 있는데, 그 풀이가 난강망 관법과는 전혀 딴판인지라 어찌 하나의 책을 읽고도 이렇게까지 달리 이해할 수가 있단 말인가? 서락오 선생이 조화원약평주를 내면서 난강망을 이상하게 이해하고 해설하니 다른 분도 물이 들어 이상하게 보는가 보다. 하고 넘어갔는데, 얼마 전에 다시 그 싸이트에 들어가서 보니 그 사이에 관법이 싹 바뀌어 있었습니다.
최근에 질병론을 연구한다고 책을 읽다 보니 엄태문 선생님의 글이 보이는데, 이 분은 과거에 잘못 설명한 부분을 그대로 인용하고 당시에는 그렇게 보았으나 이제 다시 보니 이전의 풀이는 틀렸다고 생각해서 다시 설명한다고 글을 적고 있습니다.
사람이 자신이 한 번 주장한 것에 대해서 변호하려고만 한다면 어찌 학문적 발전이 있으리요. 학자가 자신의 자존심만 내세우려 한다면 어찌 그가 학자이리요.
자신이 잘못된 점을 인식하고 자신이 예전에 쓴 글이 잘못됐으니 새로이 생각해야 한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엄태문 선생님은 학자 정신을 갖춘 본받아야 할 분으로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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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예전에는 제대로 된 책이 아니면 쓰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해서 죽기 직전에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책을 써야 후회를 덜 하고 후학들에게 엉터리 학문을 전수하지 않게 될 것으로 생각했는데, 요즘은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완벽한 책을 쓰려다가는 책 한 권 쓰기 어렵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죽기 직전에 책을 쓰려고 기다렸는데, 막상 늙어서 책을 쓰려고 하니 나이가 들어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책을 쓰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어렵게 터득한 수법들이 사장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완벽한 책이 아니라도 써야 다른 분들이 최신 정보를 알고 다시 또 연구할 기회를 줄 수 있는 점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책을 한 권 썼는데 잘못됐다면 엄태문 선생님처럼 지금은 달리 본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게 학자적 양심이라고 봅니다.
사람이니 남에게 지기 싫고 더 나아가 이기고 싶겠지만, 순수 학문을 논하는 자리에서는 논쟁으로 몰고 가지 말고 토론으로 가도록 스스로의 투쟁심을 죽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