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가 TV조선 기자의 어머니, 여동생 휴대전화까지 염탐한 행태는 공포스럽다고 할 수밖에 없다.
‘전화 염탐’은 수사기관이 영장도 없이 사람들의 전화번호⋅이름⋅주민등록번호⋅주소를 몰래 캐는 것이다.
법률에 근거가 있다고 하지만, 납득할 만한 이유 없이 이런 일을 당한다면 어떤 생각이 들겠나.
TV조선 기자의 어머니는 “너무 무섭다”고 했다.
공수처가 하는 범죄 수사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가정주부가 네 차례나 전화 염탐을 당했다.
이런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지만, 공수처는 한마디 말도 없다.
“수사기관이 내 전화를 왜 추적했는지,
그렇게 뽑아낸 정보를 어디에 썼는지. 너무 무섭지 않은가요. 언제 또 당할지도 모르잖아요.”
TV조선 기자의 여동생도 두 차례 전화 염탐을 당했다.
고위 공직자 범죄를 수사한다는 공수처가 회사원의 전화를 뒤지는 까닭이 뭔가.
“사생활 침해도 이 정도면 너무 심한 거죠. 기자인 언니가 걱정돼서 ‘몸조심해야겠다’고 말해줬어요.”
공수처의 전화 염탐은 전방위적이며 무차별적이다. 언론사 22곳, 기자 120명 이상을 추적했다.
TV조선 기자들은 친정권 검사이며 대통령 수족인 이성윤 검사장을 공수처가
‘황제 조사’ 하는 모습을 특종 보도한 뒤 개인 정보가 줄줄이 털렸다.
기자들의 가족, 취재원, 친구까지 개인 정보 조회를 당했다.
중앙일보 기자도 이 검사장 공소장에 포함된 조국 전 장관 관련 내용을 보도한 뒤 어머니까지 전화 뒷조사를 받았다.
공수처가 일부 기자에 대해서는 영장을 받아 통화 내역 전체를 털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 정권에 비판적인 사람들에게 전화 염탐이 집중된 것이다.
국민의힘도 의원 60명이 전화 염탐을 당했다고 한다. 소속 의원 절반이 넘는다.
참여연대 집행위원장 출신 김경률 회계사,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 출신 양홍석 변호사 등도 대상이 됐다.
형사소송법학회 소속 학자 20여 명, 시민단체 법세련의 이종배 대표 등도 개인 정보를 조회당했다.
지금까지 확인된 전화 염탐 대상만 180명이 넘는다. 이 숫자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공수처는 “모든 수사 활동을 적법하게 진행했다”는 입장이다.
전기통신사업법에 수사기관장은 수사를 위해 ‘통신 자료 제공’을 이동통신사에 요청할 수 있다고 돼 있으니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통신 자료 제공은 수사기관이 법원의 영장 없이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수사기관이 사실상 자료 제공을 강제하고 있고,
정보 조회를 당한 사람에게 그 사실조차 통보하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가 됐다.
인권위원회가 2014년 영장 없는 통신 자료 제공을 금지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사생활의 비밀은 헌법이 보장하는 핵심적 기본권이다.
신속한 범죄 수사라는 목적을 앞세워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약해서는 안 된다.
통신 자료 조회도 가능한 한 필요 최소한에 그쳐야 할 것이다.
뒤늦게 공수처도 “과거의 수사 관행을 깊은 성찰 없이 답습했다”면서
“헌법상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할 소지가 없는지 점검해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한다.
작년 검찰, 경찰, 국가정보원 등의 통신 자료 조회도 548만건이 넘는다고 한다.
전체 국민 중 10% 이상의 개인 정보를 영장도 없이 들여다본 셈이다.
‘빅 브러더’식 민간인 사찰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
누구든지 자신의 정보를 수사기관이 조회했는지 알고 싶으면, 이동통신사에 ‘통신 자료 제공 사실 확인’을 요청하면 된다.
요즘 많은 사람이 하고 있다. 조회당한 사실을 통보받았다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만나는 사람마다 서로 묻게 된다.
“당신의 전화는 안녕하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