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건강 식품
며칠 전 볼일을 마치고 집에 들어갔는데 남편이 왠지 이상하다.
“당신 무슨 일 있어? 왜 기운이 없어?”
“어제 피검사 했다고 했는데 결과 나왔어?”
“간 수치가 높다고.”
“아~ 그래서 기운이 없구나? 그동안 한 번도 간 나쁘다는 검사 결과는 없었는데~.”
남편이 간 수치가 높게 나왔다고 하니 대번에
“그러게 내가 아무 보약이나 사서 먹지 말라고 했잖아~. 내 말 안 듣더니~.”
라고 말이 나간다. 이어서
‘내 말 안듣더니 잘~ 했다. 잘~ 했어!’
라고 하고 싶은 마음이 쏙 올라 온다.
“이제는 아무 거나 먹지 말아요~.”
“알았어. 안 먹을 거야.”
온갖 건강식품을 다 챙겨 먹는 남편. 매일 아침이면 일어나자말자 전자렌지가 불이 난다. ‘자라의 힘’ ‘녹용비책’을 시작으로 솔잎 기름, 선인장 가루, 대마씨, 아마씨 등등. 또 커피+식초(오미자)+? 등등. 매 달 장뇌 산삼은 어디에다 주문해서 사오는지. 밥에다가도 ?버섯 가루, 강황가루, 계피가루등을 넣어서 해놓을 때도 있다. 그것도 몽땅 몽땅 넣어서. 아유~ 정말~.
지나친 건강 염려증이 있다.
창고 비슷하게 쓰고 있는 방에는 나 몰래 사서 쌓아놓은 건강 식품 상자들이 가득하다. 나에게도 챙겨주며 먹으라고 한다.
“난 B형 간염 보균자(비활동성)라서 검증되지 않은 것은 안먹어요. 그리고 보약을 먹으려면 진맥을 하고 피검사도 해가면서 먹어야지 그렇게 아무거나 먹으면 어떻게 해요? 난 당신 건강이 걱정되네요.”
“그리도 소비자 고발에서도 나오던데. 중국산 넣어서 만든 것, 또 비위생적인 곳에서 만든 것, 함량이 모자란 것등등. 제발 검증된 것들만 먹으면 좋겠네요.”
“이것 다 선물로 받은 거야. 그리고 조금씩 먹으니까 괜찮아. 내 건강은 내가 챙겨야지. 그리고 남편이 생각하고 챙겨주면 고맙습니다 하고 먹어야지~”
“알았어요. 난 지금 경옥고 먹어야 하니까 나중에 데워서 먹을 게요.”
이런 경계들이 한 두 번 아니다. 내가 아무거나 사 먹는다고 뭐라고 하니 나 몰래 사다가 시원한 방에 쌓아 놓고 가져다 먹는다. 나도 말리다가 지쳐서 이제는 그러려니 하고 지내 왔다.
다음 날 오후 ‘게므론’이 식탁위에 놓혀 있다.
오늘 오후에는 ‘우루사’가 식탁에 놓여 있다.
“게므론 어제 사왔는데 ‘우루사’도 사 왔네?”
“게므론은 종합 비타민이고 ‘우루사’는 간 영양제.”
‘에그~ . 그러면 그렇지~. 또’
라고 말하려다 자신의 건강이 걱정이 되니 이것 저것 사오고 싶었겠다 싶어 멈추었다.
왠지 기운이 빠져 있는 남편이 안쓰럽다.
첫댓글 쏙올라오는 마음을 보고 멈추는 힘이 큰 힘이지요?... 잘 멈추니 이제 안쓰러운 마음으로 챙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