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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여산(不動如山)
움직이지 않을 때는 산 같다
不 : 아닐 불(一/3)
動 : 움직일 동(力/9)
如 : 같을 여(女/3)
山 : 뫼 산(山/0)
출전 : 손자병법(孫子兵法) 第七 군쟁(軍爭)
이 이야기는 전쟁에서 기선을 제압하여 승리를 취하는 방법에 대하여 논한 손자(孫子) 군쟁(軍爭) 편에 나오는데, '其疾如風, 其徐如林, 侵掠如火, 不動如山'에서 '부동여산(不動如山)'이 유래했다.
(...)
故兵以詐立, 以利動, 以分合為變者也.
전쟁은 속임으로써 성립하며, 이로움으로써 움직이며, 분산과 집합으로써 변화를 꾀하는 것이다.
故其疾如風, 其徐如林, 侵掠如火, 不動如山, 難知如陰, 動如雷霆.
따라서 빠르기는 바람과 같이 하고, 고요하기는 숲과 같이 하고, 쳐들어갈 때는 불과 같이 하고, 움직이지 않음은 산과 같이 하고, 알지 못하게 함은 어둠처럼 하고, 움직임은 천둥벼락 치듯 해야 한다.
掠鄉分衆, 廓地分利, 懸權而動.
적에게서 약탈한 뇌획물은 병사에게 분배해 주고, 점령지역을 확대하여 그 이득을 나누어 주어라. 이득은 저울질하여 공평하게 나눈다.
先知迂直之計者勝, 此軍爭之法也.
우회와 직진의 장단점을 아는 자는 승리할 것이다. 이것이 전쟁의 방법이다.
풍림화산(風林火山)
바람처럼 빨리, 숲처럼 정연하게, 불처럼 기세 좋게, 산처럼 침착하게 임무를 완수하라는 뜻으로, 상황의 변화에 따라 그에 맞는 행동을 해야 한다는 말이다.
군사 행동에 있어 상징적인 표현이 이것이다. 군쟁(軍爭) 편은 싸움의 양 당사자들이 서로 유리한 위치나 조건을 놓고 다투는 걸 말하지만 여기서는 실제로 승리하는 책략을 이야기한다.
신속함은 바람과 같고(其疾如風), 천천히 움직일 때는 나무 같고(其徐如林), 쳐들어가 약탈할 때는 불같고(侵掠如火), 움직이지 않을 때는 산 같다(不動如山)는 군쟁편 열 번째 구절로 풍림화산(風林火山) 네 글자로 종종 표현된다.
한마디로 철저한 병법가이자 용맹한 장수이며 상황을 파악할 때를 마치 책사나 모사처럼 신중하고 날카로운 능력을 겸비했을 때 널리 사용됐다.
선거전도 별반 다를 바 없다. 기동력을 감추고 있으면서도 전통시장을 방문했을 때는 그야말로 굼벵이 걸음, 하지만 유세에 들어가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불같은 사자후를 터트리며, 보고를 받거나 남의 말을 경청할 때는 마치 거대한 산처럼 묵직하다. 이런 후보야말로 승리를 거머쥘 수 있는 인물이다.
孫子兵法 第七 軍爭
7. 군쟁편(軍爭篇)
군쟁편에서는 실제 전투에 있어서의 방략(方略)을 설명하고 있다. 이해(利害)를 잘 검토하여 이점은 살리고 불리한 점은 이(利)가 되도록 전환시켜야 한다.
군쟁(軍爭)이란 군대를 써서 승리를 얻는다는 뜻이다. 군사(軍師)는 오직 신속(迅速)을 귀하게 여긴다. 따라서 군이 기선(機先)을 다투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그런데 이 기민(機敏), 신속(迅速)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군쟁(軍爭)에 있어서 처음에는 우회로(迂廻路)의 설(說)을 들었고, 뒤에 가서는 특별히 치중(治衆), 치력(治力), 치심(治心), 치기(治氣), 치변(治變)의 다섯 가지 항목(項目)을 덧붙여 놓았다.
孫子曰 : 凡用兵之法, 將受命於君, 合軍聚衆, 交和而舍, 莫難於軍爭.
손자가 말했다. 군대를 운용하는 방법은, 장군이 군주의 출격 명령를 수락하면 군대를 조합하여 병사를 취득하고, 군영의 막사를 적과 대치하여 주둔한다. 적보다 유리한 위치를 얻기위해 경쟁하는 것처럼 어려운 것이 없다.
(해설)
손자(孫子)는 무릇 전쟁을 수행하는 방법은 장수가 임금에게서 명령을 받고, 군인을 모으고, 백성을 징집하여 진을 마주하고 주둔하거니와, 맞싸워 승리를 다투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은 없다고 말하였다.
전쟁을 하는 방법은, 우선 장수가 임금에게서 명령을 받은 다음에 군인을 모아들이고, 백성들을 징집하여 부대를 편성하고, 이어서 적군과 진영을 마주하고 주둔하는데, 무엇보다도 더 어려운 것은 적군과 싸워 승리를 거두는 일이다.
합군(合軍)은 나라의 상비군(常備軍)을 집합시키는 것이고, 취중(聚衆)은 일반 국민을 집합시키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교화(交和)의 화(和)는 군영(軍營)의 문(門)을 말하는 것으로, 화를 마주한다는 것은 서로 대진하고 있는 것을 뜻한다. 사(舍)는 막사를 치고 머무는 것이다.
군쟁(軍爭)은 여러 가지로 설명되고 있는데, 같은 진영 안에서 서로 공명(功名)을 다툰다거나, 적에 대한 장수와 장수끼리의 작전경쟁, 탐색경쟁 등의 승리를 위한 경쟁과 그 밖의 모든 경쟁이 여기에 해당된다.
제1편에서 제6편까지의 '계, 작전, 모공, 군형, 병세, 허실' 편은 모두 전략적, 전술적인 설명이었을 뿐 직접 맞부딪쳐 싸우는 전투는 아니었다. 비로소 이 군쟁(軍爭) 편에 들어와 전투행위를 설명하고 있다. 손자가 말한 것처럼 전투야말로 전쟁에서 가장 어려운 행위이다.
軍爭之難者, 以迂爲直, 以患爲利. 故迂其途, 而誘之以利, 後人發, 先人至, 此知迂直之計者也.
이러한 군대의 경쟁이 어려운 것은 우회하면서 직진하는 효과를 만들어야 하고, 나의 환란을 이득으로 변화시키야 하기 때문이다. 고로 우회하여 이득으로써 적을 유인하라. 적보다 후에 출발하여도 유리한 곳을 먼저 선점할 수 있다. 이로써 우회하는 것이 직진하는 것보다 빠르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해설)
싸워서 이기기 어려운 것은 돌아감으로써 직행으로 만들고 불리함을 유리하게 하는데 있다. 그러므로 그 길을 돌아가 이익으로 적을 유인하고 적보다 뒤에 출발하여 적보다 먼저 도착하는 것이다. 이는 돌아가면서 직행하는 계략으로 우직지계(迂直之計)를 아는 사람이다.
우(迂)는 멀리 돌아가는 것이고, 직(直)은 똑바로 질러가는 길이다. 환(患)은 재난, 도(塗)는 도(途)와 같은 의미로 길이란 뜻이다. 인(人)은 다른 사람, 즉 적을 말한다.
군과 군이 직접 충돌하는 어려운 전투에서는 돌아가는 먼 길을 택하여 결국은 그것을 가까운 길로 만들고, 나에게 다가오는 재난을 마침내는 나에게 유리한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러므로 돌아가는 먼 길을 택하면서 적에게 유리하게끔 하여 적을 유인하여 오히려 적을 더디게 만들고, 적보다 뒤늦게 출발하여 적보다 먼저 도착하는 것이 바로 돌아가는 길을 가까운 길로 만드는 계략이다.
이 계략이 이른바 우직지계(迂直之計)이다. 먼 길을 돌아가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즉 적에게 이쪽의 출발과 행진을 노출시키지 않고, 진군 속도나 가는 방향도 알리지 않는 더딘 행동이 결과적으로는 더 빠르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적에게 이쪽의 전술이 그 쪽에 유리하다고 판단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전격적으로 공격하거나, 적군보다 늦게 떠나서 적군보다 먼저 도착하여 기다렸다가 뒤늦게 오는 적을 공격하는 것이니 이와 같은 전략을 쓸 줄 아는 사람을 가리켜 돌아가되 곧게 가는 전략(迂直之計)을 아는 장군이라 말한다.
유방(劉邦)을 도와 한(漢)나라를 세우는 데 공이 컸던 한신(韓信)이 한중(漢中)에서 삼진(三秦)으로 진격하여 나올 때 쓴 방법이 전형적인 우회 작전이었다. 한신은 한쪽으로는 가까운 잔도(棧道)를 만드는 공사를 크게 벌여 놓고, 다른 쪽으로는 질러가는 길로 가서 적을 칠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적은 그 잔도가 완성되면 작전을 세우려고 매일같이 그 공사의 진척 상황만 살피면서 태평하게 지냈다. 그러나 한신의 우회군은 잔도가 10분의 1도 이루어지기 전에 벌써 목적지에 밀어닥쳤던 것이다.
유지이리(誘之以利)란 잔도를 만들어 보임으로써 적을 우선은 안심하도록 만들어 놓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말로 전화위복(轉禍爲福)이란 말이 있다. 자기에게 밀어 닥친 어려움을 슬기롭게 처리함으로써, 화(禍)의 화가 더욱 커지는 것이 아니라 더욱 더 잘되도록 만드는 것이다.
故軍爭爲利, 軍爭爲危. 擧軍而爭利, 則不及 委軍而爭利, 則輜重捐.
고로 군대가 유리한 자리를 경쟁하는 것은 이익이 될수도 있고 위해가 될수도 있다. 모든 군대를 통제하여 유리한 곳을 차지하기 위해 경쟁하는 것은 오히려 늦어질 수 있다. 개별 지휘관에게 위임하여 경쟁시켜면 군수물자에 손실이 갈수 있다.
(해설)
그러므로 싸워서 이기는 것은 이익이 되기도 하고 위험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모든 군대를 들이대어 이익을 다투면 미치지 못하고, 일부의 군대를 놓아두고 이익을 다투면 치중(輜重.수송. 보급)을 버리게 된다.
적군과 사워서 이긴다는 것은 이익이 되기도 하지만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큰 위험이 뒤따른다. 다시 말하면 군쟁(軍爭)이란 이(利)를 놓고 다투는 것인 만큼 그만큼 위험이 따르게 마련이다. 눈앞에 있는 이익에 덮어 놓고 끌려가게 되면 자칫 위험과 직결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중장비 부대까지 포함한 모든 군대를 싸움터에 투입하여 싸우면 적군보다 뒤떨어져 승리를 거둘 수 없게 되고 그렇다고 경장비 부대만 투입하여 싸우게 되면 수송부대가 뒤에 쳐져서 물자의 공급이 딸리게 된다.
적군과 싸울 때에는 우선 기선을 제압할 이(利)를 확보하기 위하여 필요한 지점에 적보다 먼저 도착하여야 한다. 그런데 만일 전군을 동원하여 일제히 이끌고 나아가 기선을 제압할 이(利)를 얻으려 한다면 그 행동이 신속, 기민하지 못해 이(利)를 얻을 수가 없을 것이다.
반면에 군인 각자의 능력에 맡겨[委軍] 급히 달려가서 기선을 제압할 이(利)를 쟁취하게 한다면 가벼운 몸차림으로 신속히 움직여야 하므로 무거운 짐을 운반하는 치중 부대는 뒤에 떨어지게 되고, 그렇게 되면 보급에 어려움이 많을 것이다.
是故券甲而趨, 日夜不處, 倍道兼行, 百里而爭利, 則擒三將軍, 勁者先, 疲者後, 其法十一而至.
고로 급하게 이동하고, 밤낮으로 배이상으로 행군하는 것은 백리 이상의 먼거리를 갈 수 있지만, 모든 장군이 포로로 잡히게 된다. 강한 병사는 먼저가지만 피로한 병사는 뒤쳐진다. 이러한 운용법은 군사의 십분지 일만 목적지에 도착하게 된다.
五十里而爭利, 則蹶上將軍, 其法半至 三十里而爭利, 則三分之二至.
오십리 거리를 경쟁하여 이동하면 상장군이 위험해지고, 병사의 절반이 목적지에 도착한다. 삼십리 거리를 경쟁하여 이동하면 삼분의 이만 목적지에 도착하게 된다.
是故軍無輜重則亡, 無糧食則亡, 無委積則亡.
고로 군수물자가 없으면 망하게 된다. 양식이 없으면 망한다. 축적된 물자가 없으면 망한다.
(해설)
이런 까닭으로 갑(甲)옷을 접어두고 달려가, 밤낮을 쉬지 않고, 길을 배로 늘려 행군하여 백 리를 가서 승리를 다투게 되면 세 장군이 적에게 사로잡히게 되고, 강한 자는 먼저 가고 피로한 자는 뒤떨어져서 그 비율은 10분의 1이 된다.
50리를 가서 승리를 다툰다면 상장군이 쓰러지고 그 비율은 반에 이른다. 30리를 가서 승리를 다투게 되면 3분의 2가 이르게 된다. 이런 까닭으로 군대에 수송 보급이 없으면 곧 망하고 양식이 없으면 망하고 쌓아 놓은 물자가 없으면 망한다.
갑(甲)옷을 만다(券)는 것은 빨리 달려가기 위하여 갑옷을 벗어 수레에 싣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가벼운 몸으로 달리게 되어 빨리 갈 수 있고, 또한 하루에 30 리씩밖에 갈 수 없는 길도 밤낮을 쉬지 않고 가게 되니 그 곱절인 60 리씩이나 가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하여 백 리를 달려가 승리를 다투게 된다면 전군(前軍)의 상장군(上將軍), 중군(中軍)의 중장군(中將軍), 후군(後軍)의 하장군(下將軍) 등 세 장군이 모두 무리를 하게 되어 다들 적에게 포로가 될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무리한 강행군을 하게 되면 아주 튼튼한 군사들만이 앞으로 달리게 되고 튼튼치 못한 군사들은 자꾸 뒤로 쳐져서, 목적지에 도착하게 되는 군사는 겨우 열 명 가운데 한 명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만일 50 리 정도를 강행군하게 되면 맨 앞에 있는 선봉 부대, 즉 상장군(上將軍)이 거꾸러지거나 하며 제대로 도착할 수 있는 군사는 그 비율이 반밖에 되지 못한다.
하루 거리인 30 리를 달린다 하여도 목적지에 제대로 도착할 수 있는 병력은 3분의 2밖에 되지 못하므로 전력은 결국 3분의 1이 줄어들게 된다. 그러므로 무거운 장비를 수송하는 치중 부대는 강행군을 할 때 그 뒤를 바짝 따라가기가 힘들어 결국은 전투에 필요한 보급이 딸리게 된다.
화살이 모자라는 군대가 적과 싸워 이길 수는 없는 것이다. 또한 식량도 마찬가지이다. 배고픈 군사가 배부른 적과 싸워 이길 수는 없는 것이며, 전쟁이 오래 계속될수록 후방의 물자가 풍족하여야 끝까지 싸워 이길 수 있는 것이다.
그런 까닭으로, 비록 기선을 제압하여 승리를 거둔다 하여도 군사에 군수품이 없으면 패망할 것이고, 양식이 없으면 패망할 것이며, 축적된 물자가 없으면 패망할 것이다.
촉한(蜀漢)의 승상이었던 제갈량(諸葛亮)은 그 유명한 출사표(出師表)를 쓴 다음 위(魏)군을 다섯 번이나 공격하였지만 한 번도 성공하지 못하였다. 이에 '삼국지(三國志)'의 저자인 진수(陳壽)는 "제갈량의 지략이 부족하였던 것이 아닌가"라고 했다.
그러나 제갈량의 실패는 전략이 부족한 것에 이유가 있었던 것이 아니고 극복할 수 없었던 약점이 하나 있었기 때문이다.
본래 촉(蜀)에서 위(魏)를 공격하려면 촉도난(蜀道難)이라고 하는 절벽의 험한 길을 통과하여야 하는데 사람조차 통과하기 힘든 곳에 군량이나 무기의 보급은 더더욱 생각할 수조차 없었다.
제갈량은 원정 때마다 목우(木牛)나 유마(流馬) 같은 수송수단을 고안하여 내기도 하고 원정한 곳에다 둔전(屯田)을 하여 식량을 확보하려 하였지만 효과를 보지 못하였다. 그리하여 위(魏) 원정에 실패하고 말았다.
故不知諸侯之謀者, 不能豫交, 不知山林, 險阻, 沮澤之形者, 不能行軍. 不用鄕導者, 不能得地利.
고로 이웃 제후의 책모를 모르는 자는 외교가 불가능하다. 산림의 험난함을 모르면, 늪지대의 지형을 모르는 자는 행군이 불가능하다. 지형을 잘아는 자를 이용하지 못하면 지리적인 이득을 얻을수 없다.
(해설)
그러므로 다른 나라 제후가 도모하는 것을 알지 못하는 사람은 미리 국교를 맺지 못하고, 산림의 험난한 곳과 질퍽질퍽한 습지대의 지형을 알지 못하는 사람은 군사를 행군시키지 못하고, 길 안내하는 사람을 쓰지 않는 사람은 지형의 이득을 얻지 못한다.
그러므로 이웃 나라 제후가 무엇을 도모하려는지 그 속셈을 알지 못할 때는 쉽게 그들과 손을 잡고 군사행동을 같이 하여서는 안 된다. 우리를 돕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때로는 적을 돕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그러한 국교를 맺었다고 하여 그 국교가 성공하였다고는 볼 수 없다. 오히려 크나큰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적국의 산림 지대 중 그 어느 곳이 험조(險阻)한 곳인지를 알지 못하고, 또한 어느 곳이 습기가 많은 질퍽질퍽한 못인지 모른다면 군대를 행군시킬 수가 없는 것이다. 이러한 때에 그 지방 사람으로 길 안내인을 쓰지 않으면 전투에 미치는 지형상의 이점을 얻을 수가 없는 것이다.
故兵以詐立, 以利動, 以分合爲變者也.
고로 군대는 사기를 쳐서라도 적보다 우위에 서야하고 이득이 있을때 기동해야 한다. 분산과 집합을 통해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해설)
그러므로 전쟁이란 속임으로 성립되고, 유리함으로써 움직이고, 분산과 집합으로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다.
그러므로 전쟁이란 먼저 상대방의 눈을 속여 이쪽 정세를 파악하지 못하게 행동하여 전투태세를 갖추고, 태세를 갖춘 다음에는 가장 유리한 조건을 향하여 움직이며, 그 조건 여하에 따라 분산과 집합 등 자유자재로 변화를 주지 않으면 안 된다.
손자는 첫째 편인 계편에서 "전쟁은 속임수이다"고 말한 바 있다. 여기에서는 다시 "전쟁이란 속임으로써 성립된다"고 하였다. 즉 아군의 허실(虛實)을 숨겨서 허(虛)를 실(實)로 보이게 하고, 실(實)을 허(虛)로 보이게 하여 적으로 하여금 이쪽을 알아차리지 못하게 한 다음 아군의 근거를 정립(定立)하여야 한다.
그리고 적을 속여서 아군의 조종에 좇아 그들을 움직이게 하고, 또한 적의 허(虛)를 노려서 반드시 이길 수 있는 경우에 공격을 개시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전투는 적을 속이는 것으로 성립되어야 한다. 유리하다고 판단되어 움직인 것이 때로는 유리하지 않을 경우가 있다. 그러므로 정말 어느 것이 유리한 것인가 정확하게 판단하고 또한 이를 위하여 움직여야 한다.
그렇게 적을 속이고 아군에게 유리하도록 전투를 하려면 상황의 변화에 따라 병력을 나누기도 하고 합하기도 하는 임기응변의 전략을 잘 써야 한다. 병력을 나누는 것은 기습 전술을 쓰는 경우가 많고, 병력을 합치는 것은 정면 대결의 경우가 있다.
故其疾如風, 其徐如林, 侵掠如火, 不動如山, 難知如陰, 動如雷霆.
고로 빠르기는 질풍과 같고 서행하기는 숲처럼 고요하고, 침략은 불처럼 기세가 왕성하게, 움직이지 않는것은 산처럼 진중하고, 숨기는 어둠처럼 안보이게, 움직일때는 우뢰처럼 거세다.
(해설)
그러므로 그 빠르기가 바람과 같고, 그 느리기가 숲속과 같고, 적지에 들어갈 때에는 불과 같고, 움직이지 않을 때에는 산과 같고, 알기 어려움은 어둠과 같고, 움직임은 우레. 벼락과 같다.
그러므로 신속한 행동이 요구될 때에는 질풍(疾風)같이 빨라야 한다. 즉 적의 빈틈을 노려 습격할 때에는 태풍처럼 돌격하여야 한다. 왜냐하면 빈틈이란 항상 있는 것이 아니라 순간에 생기는 것이므로 태풍처럼 빨라야만 놓치지 않게 된다.
그리고 군대의 태세가 느리기를 바랄 때에는 삼림처럼 안정하여야 한다. 적의 빈틈을 기다리고 있는 경우에는 행동은 물론 마음의 자세에 이르기까지 삼림처럼 안정되고 느리고 여유 있는 태도를 갖게 하여야 한다.
적의 국경을 침략할 때에는 그 행동이 타는 불처럼 맹렬하여야 한다. 맹렬한 기세로 타오르는 불은 삽시간에 모든 것을 삼켜버리는 것이다. 또한 그러한 기세를 가짐으로써 적에게 방어할 기회나 대항할 기운을 주지 말아야 한다.
아군이 움직이지 말아야 할 때에는 안정되고 묵직함이 마치 큰 산이 놓여 있는 것과 같아야 한다. 전투시에는 가볍게 함부로 움직여서는 안 된다. 안정되고 견고하게 스스로를 지키면서 적에게서 빈틈이 보이는 기회를 기다려야 한다. 그렇게 결정적인 시기가 올 때까지는 태산이 버티고 있는 것처럼 동요하지 말아야 한다.
이와 같이 하면서 아군의 상황을 숨기고 가려서 적이 탐지할 수 없음이 어두운 밤과 같아 아무 것도 엿볼 수 없게 하여야 한다. 적과 결전을 노리는 싸움터에서는 아군의 허실(虛實)을 탐지하기 위하여 적의 눈과 손, 귀는 물론 피부와 육감과 머리까지, 모든 신경이 아군의 주변과 내부에서 탐색전을 벌이고 있다. 이러한 적의 노력이 헛되게 하려면 아군의 모습을 마치 그믐달의 암흑 같은 비밀 속에 감추어 눈앞에 있어도 볼 수 없는 상태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다가 적에게 빈틈만 보이면 그 순간을 놓치지 말고 행동한다. 그리고 그 행동은 천둥 번개처럼 신속하고 맹렬하여야 한다. 맹렬하면 할수록 적은 감히 대항할 기세를 가지지 못한다.
이 대목은 손자병법 중에서도 유명한 풍림화산(風林火山)을 설명한 것이다. 즉 때로는 바람과 같이 재빠르게, 또 때로는 숲과 같이 고요하게, 때로는 불길과 같이 맹렬하게, 또 때로는 태산과 같이 태연하게 군대를 움직여야 한다는 말이다.
掠鄕分衆, 廓地分利, 懸權而動, 先知迂直之計者勝, 此軍爭之法也.
적에게서 약탈한 뇌획물은 병사에게 분배해 주고, 점령지역을 확대하여 그 이득을 나누어 주어라, 이득은 저울질하여 공평하게 나눈다. 우회와 직진의 장단점을 아는 자는 승리할 것이다. 이것이 전쟁의 방법이다.
(해설)
적의 고을을 침략하여 빼앗은 것을 그곳 백성들에게 나누어 주고, 땅을 넓혀 얻은 이익도 나누어 주고, 저울을 달아 움직이니 먼저 우직지계(迂直之計)를 아는 사람은 승리한다. 이는 군쟁(軍爭)의 법이다.
약향분중(掠鄕分衆)은 적의 마을에서 빼앗은 것을 병사들에게 나누어 준다고 보는 해석도 있으나, 일단 적의 마을을 빼앗으면 그곳에서 빼앗은 물건은 그곳 사람들에게, 즉 잘사는 사람의 물건을 빼앗아 못사는 사람에게 나누어 주어 민심을 얻고, 또한 되도록 땅을 넓혀서 그 얻은 땅을 그곳의 사람들과 이익을 나누어 갖게 되면 이쪽에 협력하는 사람이 많아진다.
따라서 이들로부터 많은 정보를 얻게 되고 그러한 정보를 저울에 달 듯 그 경중(輕重)을 신중히 검토하여 다음 행동으로 옮긴다. 이렇게 남에게 이익을 나누어 주고 장기적인 포섭 정책을 펴가며 전투를 해 나가면 퍽 더딘 것 같이 보이지만 실은 완전히 승리할 수 있는 바른 길인 것이다. "돌아가되 곧게 가는 것이 된다"는 우직지계(迂直之計)를 아는 사람만이 참다운 승리를 얻게 되는 것으로, 균형의 원리 원칙이란 바로 이것이다.
손무(孫武)가 오자서(伍子胥)와 함께 초(楚)나라를 완전히 점령하였을 때 손무는 오자서에게, "초나라 왕손인 공자 승(勝)이 오(吳)나라에 망명하여 와 있으니 그를 초나라 왕으로 삼으면 대대로 오나라를 고맙게 생각하여 충성을 다할 것입니다. 만일 초나라를 오나라가 차지하게 되면 초나라 사람은 반드시 반란을 일으키고 말 것입니다" 라고 하면서 초나라 땅을 초나라 사람들이 동정하고 있는 평왕(平王)의 손자 공자 승(勝)에게 물려줄 것을 제안하였다.
그러자 오자서는 이를 듣지 않고 초나라를 완전히 멸망시킬 생각을 하고 있었다. 결국 오나라는 초나라를 후원하는 진나라에게 패하고 말았다. 적의 물건으로 적의 마음을 사서 우리 편으로 만드는 것은 완전한 승리를 위하여 절대 필요한 것이다.
軍政曰 : 言不相聞 故爲鼓金 視不相見 故爲旌旗 夫金鼓旌旗者 所以一民之耳目也.
군정이란 병서에서 말하길, 전쟁터에서는 언어를 서로 들을수 없으니, 신문고와 징으로 신호를 한다. 시각으로 서로를 볼수 없으니, 깃발로 신호한다. 이런 북과 깃발 등은 모두 병사의 이목을 끌기 위해 사용한다.
民旣專一 則勇者不得獨進 怯者不得獨退 此用衆之法也.
병사들에게 신호를 전달하여 일치시키면 용감한 자는 독단으로 진격하지 않고 겁장이는 독단으로 퇴각하지 않는다. 이것이 용병의 방법이다.
故夜戰多火鼓 晝戰多旌旗 所以變民之耳目也.
고로 야간 전투에서는 불과 북을 다량으로 사용하고 주간 전투에서는 깃발을 많이 사용한다. 이것이 병사의 이목을 일치시키기 위함니다.
(해설)
군정(軍政), 즉 군의 제도를 말한 병서(兵書)에 이르기를, "말해도 들리지 않기 때문에 징과 북을 만들었고, 보아도 서로 보이지 않기 때문에 깃발을 만들었다"고 하였다.
대체로 징과 북, 깃발들은 병사들의 귀와 눈을 하나로 하기 위한 것이다. 사람들이 오직 하나가 되면 용감한 병사도 혼자서 나아가지 못하고 겁 많은 병사도 홀로 후퇴하지 못하게 되니 이것이 많은 병사들을 움직이는 방법이다.
그러므로 밤의 전투에서는 횃불과 북을 다량으로 사용하고 주간 전투에서는 깃발을 많이 사용한다. 이것은 적군의 귀와 눈을 현혹시키기 위한 것이다.
군정(軍政)을 말한 병서(兵書)에서도 "큰 군대를 움직이는 데에는 소리에 의한 구령으로는 완전히 다 들리게 할 수 없기 때문에 징과 북을 쓰며, 손짓 같은 것으로는 도저히 모든 사람에게 신호를 할 수 없기 때문에 기의 빛깔과 모양을 달리하여 이것으로 신호한다"고 씌어 있다. 이것들의 목적은 모든 사람들의 보고 듣는 것과 관심과 주의를 하나로 집중시키기 위한 것이다.
이렇게 하여 모든 사람이 보고 듣는 것이 하나로 되면 마음도 생각도 하나가 되어, 무용이 뛰어난 사람이라고 제멋대로 앞장서서 나갈 수 없고, 또한 겁이 많은 사람이라고 하여 혼자 뒤처지거나 도망하거나 하는 일도 있을 수 없다. 모두가 한 덩어리로 움직이는 것이다. 이렇게 하는 것이 대군을 움직이게 하는 원칙이다.
군중, 대중은 개체의 집단일 뿐만 아니라 군중 특유의 강력한 힘도 갖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강한 사람이 단독으로 돌진하며 나가지 않는 대신에, 약한 사람도 함께 이끌려 전체가 똑같이 행동하기 때문이다. 집단이 뭉치면 큰 힘이 된다.
그러므로 밤에 싸울 때에는 필요 이상의 화톳불과 횃불을 밝히고 요란스럽게 북을 울리며, 낮에 싸울 때에는 가능한 한 필요 이상의 깃발을 내꽂아 이 집단의 힘을 상대에게 과시하는 것이다.
故三軍可奪氣, 將軍可奪心.
고로 대규모 적병이라 해도 기세를 탈취할 수 있고 적장의 심정을 탈취할 수 있다.
(해설)
그러므로 3군(三軍; 대규모 적병)은 기운을 빼앗길 수 있고, 장군(將軍)은 마음을 빼앗길 수 있다.
이편의 성세(聲勢)를 과장하고 기세를 과시하면 적은 의심하게 되고 겁나게 된다. 그러므로 적군의 사기를 위축시킬 수 있고 적장(敵將)의 심리를 혼란시킬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군대의 사기, 또는 적장의 심리는 한 마디로 정신을 의미한다. 정신력이 왕성한 군대는 필승의 신념을 가진 군대임에 틀림없다.
군대에게 필승의 신념이 없어지고 적을 겁내는 위축된 정신이 있다면 그들은 싸우기도 전에 이미 패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군대를 쳐부수기는 쉬운 것이다. 정신이 혼란한 장수는 정확한 상황 판단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적절한 작전을 짤 수 없는 것이다.
또한 정신이 혼란하고 두려움에 사로잡힌다면 비록 정확한 작전을 바르게 짰다고 하더라도 그가 지휘하는 군대는 용감할 수 없으며 승리할 수도 없는 것이다. 전투에 있어서 가장 근본이 되는 것은 사기와 심리인 것이다. 그러므로 전투에서는 먼저 적군의 사기를 꺾어 놓아야 한다.
是故朝氣銳, 晝氣惰, 暮氣歸.
고로 아침의 기세는 예리하다. 주간의 기세는 타락하여 게을러지고 저녁의 기세는 귀로만 생각한다.
故善用兵者, 避其銳氣, 擊其惰歸, 此治氣者也.
고로 용병을 잘하는 자는 예리한 기세를 가진 적병을 피하고 타락하여 귀로만 생각하는 적을 공격한다. 이것이 사기를 다스리는 것이다.
(해설)
이런 까닭으로 아침의 기운은 날카롭고, 낮의 기운은 게으르고, 저녁의 기운은 끝난다(돌아간다). 그러므로 군사를 잘 쓰는 사람은 그 날카로운 기운을 피하고, 그 게으른 기운을 공격한다. 이것이 기운을 다스리는 것이다.
적의 사기를 꺾으려면 먼저 사기가 쇠하고 성하는 자연의 추세를 알아야 한다. 대체로 사기란 처음에는 왕성하고 나중에는 해이해진다. 짧은 시간에는 긴장하지만 시간이 오래되면 느슨하여 지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침의 사기는 날카로운 것이 보통이다. 왜냐하면 아침에는 정신이 깨끗하고 용기가 솟는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점차 느슨해지고 낮에는 게으르게 되며, 해질 무렵에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에 사기는 아주 없어지고 마는 것이다. 이러한 이치는 날짜가 가면 갈수록 사기가 점차 떨어지게 되는 것과도 같다.
그런 까닭으로, 용병은 능숙하게 잘하는 자는 적의 사기가 날카로운 때를 피하고 적이 게을러지거나 사기가 없어진 때에 공격한다. 이를 가리켜 사기를 다스린다고 하는 것이다.
수나라 말기에 각지에서 군중이 항거하였다. 이때 이연(李淵)은 또 다른 군웅의 하나인 두건덕(竇建德)과 범수(氾水)를 사이에 두고 서로 싸웠다. 두건덕의 군대는 장장 수리(數里)에 걸쳐 진을 치고 있었다.
이세민은 부하 장수들과 높은 산으로 올라가 두건덕 군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이 정도라면 자신 있다고 여기면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저놈들의 모습을 보니 얼굴은 험상궂고, 평정치도 못하면서 서로 다투고 있는 것 같다. 저것은 군대의 정령이 없기 때문이다. 또 성 가까이 진을 치고 있는 것은 이쪽을 얕잡아 보고 있다는 표시다. 아군은 출격을 하지 말고 적의 기력이 쇠하는 것을 기다리라. 오랫동안 대진하고 있으면 적군은 돌아갈 것을 틀림없이 생각한다. 철수하는 시기를 기다렸다가 출격하면 반드시 승리한다"고 하였다. 과연 이연의 군대는 크게 성공하고 후에 당(唐)을 건국하게 되었다.
以治待亂, 以靜待譁, 此治心者也.
잘 정비된 군대로써 혼란한 군대를 대적하고 정숙한 군대로써 화급한 적병을 대적한다. 이것이 심리전을 잘하는 것이다.
(해설)
다스림으로써 혼란되기를 기다리고, 고요함으로써 시끄러움을 기다리는 것이 바로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다.
이쪽이 질서정연하게 간추려진 상태에서 적군의 정신상태가 혼란하여 지기를 기다리고, 아군이 정숙하고도 안정된 태세로 적군이 시끄러워지기를 기다리는 것이 인간의 심리를 잘 파악하는 것이다.
싸움에서는 힘과 기술도 중요하지만 먼저 마음의 안정과 냉정한 태도를 갖추고 있지 않으면 안 된다. 상하가 일치단결하고 위정자와 군 지휘관의 손발이 잘 맞으면 이것은 잘 다스려지는 것을 말하며, 또 이렇게만 된다면 안정과 정숙이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군 내부와 군과 위정자 사이에 알력이 있거나 숙청하는 정치적 혼란이 일어나게 되면 어지러운 것이다. 그리고 시끄러워지는 것이다. 그러면 자연히 정신을 못 차리게 되고 이때 외부의 다른 압력을 받게 되면 심리적으로 적절하게 대처할 수 없게 된다. 그러므로 용병술이 뛰어난 사람은 먼저 심리 작전을 펼친다.
以近待遠, 以佚待勞, 以飽待飢, 此治力者也.
전장에 가까운 곳에 주둔해 있다가 원거리에서 오는 군대를 대적하고 편안하고 게을르게 쉬고 있던 군대로써 피로한 적병을 대적한다. 포식한 병사로써 기아에 허덕이는 적을 대적한다. 이것이 전투력을 다스리는 것이다.
(해설)
가까운 것으로써 먼 것을 기다리고, 편안한 것으로써 수고로운 것을 기다리고, 배부른 것으로써 배고픔을 기다린다. 이것이 힘을 다스리는 것이다.
앞에서 말한 것은 마음을 다스리는 것임에 비하여 여기에서는 힘을 다스리는 것이다. 가까운 거리로 가면 멀리 가는 것보다 그만큼 힘이 덜 들게 되어 있다. 그리고 상대가 멀리서 오도록 하여 그 힘을 빼어 버리는 것이다. 또한 아군은 가까운 곳으로 갔으므로 힘이 그만큼 덜 들어 편안한 상태에 있는데 비하여 적군은 멀리서 행군하여 왔으므로 지칠대로 지치게 되어 있다.
그리고 가까운 곳에서 이동하여 왔으므로 피로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일찌감치 배부르게 먹고 있으나, 적은 멀리서 왔으므로 피로한 상태이고 또한 길이 멀어 보급이 제대로 안 되었으므로 배부르게 먹을 수도 없는 것이다. 따라서 적군의 힘은 쏙 빠져 버리게 된다. 바로 이것이 힘을 다스리는 것이다.
無邀正正之旗, 勿擊堂堂之陣, 此治變者也.
정렬된 깃발의 군대와는 싸우지 말것이며, 군진의 기세가 당당한 곳을 공격하지 말것이니 이것이 상황의 변화에 잘 대처하는 것이다.
(해설)
정연한 대형으로 기를 앞세우고 오는 적을 공격하지 말고, 당당하게 진영을 갖춘 적을 공격하지 말아야 하니, 이것은 변화를 다스리는 것이다.
질서정연하게 위치와 간격을 맞추어 깃발을 내걸고 있는 적을 정면으로 맞아 싸우는 것은 불리하다. 즉 군대가 질서 정연하다는 것은 평소에 훈련이 잘 되었으며 기율이 잘 지켜지는 군대이다. 모든 것이 다 정비되고 충실한 준비가 있는 군대이다. 바로 이것이 실(實)인 것이다. 이러한 적을 요격하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또한 당당한 진(陣)을 치고 있다는 것은 빈틈없이 진을 치고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당당한 기세를 갖고 있는 군대는 바로 실(實)인 것이므로 섣불리 공격하여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이러한 적군을 공격하여 비록 승리한다 하여도 아군의 손실이 적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실(實)한 것은 허(虛)하여지도록 만들거나 허(虛)하여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따라서 계략을 써서라도 적을 혼란하게 만들고 피로하게 만들고 사기를 잃게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적의 상황에 따라 작전을 변화시켜 대치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을 변화로써 다스린다고 한다.
이상에 설명한 치기(治氣), 치심(治心), 치력(治力), 치변(治變)을 가리켜 사치(四治)라 한다. 장수가 된 자가 이 사치(四治)의 방법을 능숙하게 운용할 줄 알아야 전투에서 언제나 승리를 기대할 수 있고 패배할 근심이 없는 것이다.
후한(後漢) 말에 조조(曹操)가 업(鄴)을 포위하였다. 이때 원상(袁尙)이 업을 구원하러 오고 있었다. 이 소식을 들은 조조는, "원상이 만약 큰 길로 진격하여 온다면 패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반대로 서산(西山)의 소로로 오면 생포할 수 있다"고 하였다.
과연 원상은 서산의 소로로 진격하여 와 조조는 즉시 이를 맞아 싸워 크게 원상의 군대를 물리쳤다. 조조는 원상의 군대가 큰 길로 정정당당히 왔다면 질서정연한 군이나, 그렇지 못함을 미리 간파하였던 것이다.
故用兵之法, 高陵勿向, 背丘勿逆, 佯北勿從.
고로 군대를 운용하는 법은 고지의 구릉에 있는 적을 향하여 공격하지 말것이며, 언덕을 등진 군대를 공격하지 말것이며, 패배한척 도망가는 적을 추격하지 말아라.
(해설)
그러므로 전투하는 방법은 높은 언덕으로는 향(공격)하지 않고, 언덕을 등지고 있는 적에게는 거스르지(진격) 않고, 거짓 패하여 도망가는 적을 쫓지 말라.
전투할 때에는 첫째, 높은 언덕 위에 진을 치고 있는 적은 공격하지 말아야 한다. 왜냐하면 공격하기 위하여 산을 올라가다 보면 아군의 힘이 바지고 피로하여지나 적군은 산 위에 편안히 있다가 맞이하므로 적군과 아군 사이에 균형이 깨지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적은 높은 곳에 있으면서 아군의 부대 편성과 움직임 같은 것을 환히 들여다보기 때문에 적은 벌써 심리적으로 아군보다 우위에 놓여 있게 된다.
둘째, 언덕을 등지고 내려오는 적을 맞아 싸우는 것은 금물이다. 이것도 앞에서 말한 것처럼 전력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산을 내려오는 적을 맞아 싸우게 되면 적은 자연 결사적으로 되어 보통 이상의 전투력이 생기는 것이다.
셋째, 이쪽을 유인하기 위하여 쓰는 적의 위장 전술에 넘어가지 말아야 한다. 거짓으로 쫓기어 패하고 달아나는 척하는 적을 그대로 달아나는 것으로 판단하고 쫓아가다 보면 깊숙이 들어갔을 때 적의 복병을 만나거나 포위망에 걸려들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겼다고 그 기세를 몰고 간다'라는 이른바 승승장구란 말이 있는 것처럼, 사람이란 한 번 이기고 두 번 이기게 되면 우쭐대기 마련이다. 이것은 적이 노리는 전술이기 때문에 그러한 적의 전술에 끌려 들어가지 않도록 경계하지 않으면 안 된다.
銳卒勿攻, 餌兵勿食, 歸師勿遏, 圍師必闕, 窮寇勿迫, 此用兵之法也.
정예부대를 공격하지 말것이며, 유인하는 미끼를 탐식하지 말것이며, 고향으로 귀환하는 군사를 막지마라. 포위된 군사는 필히 도망갈 길을 터주고 궁지에 몰린 적을 압박하지 말아라. 이것이 용병의 방법이다.
(해설)
사기가 날카로운 적은 공격하지 말고, 미끼를 던져주는 적은 그 미끼를 먹으려고 쫓아가지 말고, 돌아가려는 적을 막아 공격하지 말고, 적을 포위할 때에는 반드시 한 쪽을 터놓고, 궁지에 몰린 적은 끝까지 공격하지 말라. 이것이 바로 용병(用兵)의 이치이다.
앞에서 설명하고 있는 전투하는 방법의 설명을 계속한 것으로 넷째, 사기가 날카로운 적은 공격하지 말아야 한다. 예졸(銳卒)이란 적군의 사기가 날카로운 것으로 이러한 적은 공격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 사기가 줄어들기를 기다리거나 또한 사기가 떨어지도록 이족에서 대력을 강구하여야 할 것이다.
다섯째, 미끼를 던져주는 적이라면 그 미끼를 먹으려고 쫓아가면서 공격하지 말아야 한다. 여기에서 이병(餌兵)이란, 적을 유인해 내기 위하여 낚시밥으로 던지는 작은 규모의 군대를 말한다. 그러한 줄도 모르고 이를 쫓아가다 보면 그 뒤에는 반드시 강한 적군들이 "어서 오십시오"하고 기다리고 있게 마련이다.
여섯째, 돌아가려는 적을 못 가게 막고 공격하지 말아야 한다. 귀사(歸師)란 귀국 명령을 받고 본국으로 돌아가려는 적이다. 그들은 돌아간다는 생각에 지금까지 저하되었던 사기가 다시 솟아오르고 있기 때문에 만일 이를 방해하면 적군은 목숨을 걸고 반격을 가하여 올 것이다.
일곱째, 적을 포위할 때에는 반드시 한쪽을 터 놓아야 한다. 위사(圍師)란 적을 포위한 것으로, 독 안에 든 쥐처럼 포위하지 말고 세 방향으로 둘러싸되 한쪽은 터놓아 적군이 도망갈 길을 열어 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도망칠 곳이 없는 독 안에 든 쥐가 고양이에게 달려드는 격으로, 결사적인 반격을 가할 것이므로 예상 밖의 희생을 당하는 수가 있다.
여덟째, 궁지에 몰린 적군을 끝까지 쫓아서는 안 된다. 궁구(窮寇)란 궁한 도적, 즉 도망 갈 곳이 없는 침략군이다. 이것은 일곱 번째의 이야기와 비슷하다. 독 안에 든 쥐가 있으면 성급하게 잡으려 할 필요가 없다. 서서히 달래고 항복시키거나 시간을 지연시켜 지치게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다. 말하자면 나갈 구멍이 없는 개는 쫓지 말라는 말과 같은 것이다. 누구나 궁지에 몰리면 의외의 초능력적인 힘이 솟아나 반격을 가하게 되므로 아군이 큰 손실을 볼 수가 있는 것이다.
▶️ 不(아닐 부, 아닐 불)은 ❶상형문자로 꽃의 씨방의 모양인데 씨방이란 암술 밑의 불룩한 곳으로 과실이 되는 부분으로 나중에 ~하지 않다, ~은 아니다 라는 말을 나타내게 되었다. 그 때문에 새가 날아 올라가서 내려오지 않음을 본뜬 글자라고 설명하게 되었다. ❷상형문자로 不자는 ‘아니다’나 ‘못하다’, ‘없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不자는 땅속으로 뿌리를 내린 씨앗을 그린 것이다. 그래서 아직 싹을 틔우지 못한 상태라는 의미에서 ‘아니다’나 ‘못하다’, ‘없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참고로 不자는 ‘부’나 ‘불’ 두 가지 발음이 서로 혼용되기도 한다. 그래서 不(부/불)는 (1)한자로 된 말 위에 붙어 부정(否定)의 뜻을 나타내는 작용을 하는 말 (2)과거(科擧)를 볼 때 강경과(講經科)의 성적(成績)을 표시하는 등급의 하나. 순(純), 통(通), 약(略), 조(粗), 불(不)의 다섯 가지 등급(等級) 가운데 최하등(最下等)으로 불합격(不合格)을 뜻함 (3)활을 쏠 때 살 다섯 대에서 한 대도 맞히지 못한 성적(成績) 등의 뜻으로 ①아니다 ②아니하다 ③못하다 ④없다 ⑤말라 ⑥아니하냐 ⑦이르지 아니하다 ⑧크다 ⑨불통(不通: 과거에서 불합격의 등급) 그리고 ⓐ아니다(불) ⓑ아니하다(불) ⓒ못하다(불) ⓓ없다(불) ⓔ말라(불) ⓕ아니하냐(불) ⓖ이르지 아니하다(불) ⓗ크다(불) ⓘ불통(不通: 과거에서 불합격의 등급)(불) ⓙ꽃받침, 꽃자루(불)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아닐 부(否), 아닐 불(弗), 아닐 미(未), 아닐 비(非)이고,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옳을 가(可), 옳을 시(是)이다. 용례로는 움직이지 않음을 부동(不動), 그곳에 있지 아니함을 부재(不在), 일정하지 않음을 부정(不定), 몸이 튼튼하지 못하거나 기운이 없음을 부실(不實), 덕이 부족함을 부덕(不德), 필요한 양이나 한계에 미치지 못하고 모자람을 부족(不足), 안심이 되지 않아 마음이 조마조마함을 불안(不安), 법이나 도리 따위에 어긋남을 불법(不法), 어떠한 수량을 표하는 말 위에 붙어서 많지 않다고 생각되는 그 수량에 지나지 못함을 가리키는 말을 불과(不過), 마음에 차지 않아 언짢음을 불만(不滿), 편리하지 않음을 불편(不便), 행복하지 못함을 불행(不幸), 옳지 않음 또는 정당하지 아니함을 부정(不正), 그곳에 있지 아니함을 부재(不在), 속까지 비치게 환하지 못함을 불투명(不透明), 할 수 없거나 또는 그러한 것을 불가능(不可能), 적절하지 않음을 부적절(不適切), 부당한 일을 부당지사(不當之事), 생활이 바르지 못하고 썩을 대로 썩음을 부정부패(不正腐敗), 그 수를 알지 못한다는 부지기수(不知其數), 시대의 흐름에 따르지 못한다는 부달시변(不達時變) 등에 쓰인다.
▶️ 動(움직일 동)은 ❶형성문자로 动(동)은 통자(通字), 动(동)은 간자(簡字), 㣫(동)은 동자(同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힘 력(力; 팔의 모양, 힘써 일을 하다)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重(중; 물건을 들어 올리거나 움직이거나 할 때의 반응, 무게, 동)이 합(合)하여 움직이다를 뜻한다. ❷회의문자로 動자는 '움직이다'나 '옮기다', '흔들리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動자는 重(무거울 중)자와 力(힘 력)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重자는 보따리를 매고 있는 사람을 그린 것으로 '무겁다'라는 뜻이 있다. 이렇게 무거운 보따리를 맨 사람을 그린 重자에 力자가 결합한 動자는 보따리를 옮기기 위해 힘을 쓴다는 뜻을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 動(동)은 (1)움직임 (2)변함 등의 뜻으로 ①움직이다 ②옮기다 ③흔들리다 ④동요하다 ⑤떨리다 ⑥느끼다 ⑦감응하다 ⑧일하다 ⑨변하다 ⑩일어나다 ⑪시작하다 ⑫나오다 ⑬나타나다 ⑭어지럽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옮길 반(搬), 흔들 요(搖), 옮길 운(運), 들 거(擧), 할 위(爲), 옮길 이(移), 다닐 행(行)이고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그칠 지(止), 고요할 정(靜)이다. 용례로는 전쟁이나 반란 등으로 사회가 질서없이 소란해지는 일을 동란(動亂), 원동기에 의해 기계를 움직이게 하는 힘으로 변형이나 발생시킨 것을 동력(動力), 어떤 일을 하기 위해서 몸을 움직이는 일을 동작(動作), 마음의 움직임을 동향(動向), 움직이는 듯함 또는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동감(動感), 마음이 움직임을 동심(動心), 흔들려 움직임을 동요(動搖), 움직이는 일과 멈추는 일을 동지(動止), 움직이는 상태를 동태(動態), 생물계를 식물과 함께 둘로 구분한 생물의 하나를 동물(動物), 움직이고 있는 모양을 동적(動的), 심장에서 혈액을 몸의 각 부분에 원심적으로 보내는 혈관을 동맥(動脈), 사물의 동작이나 작용을 나타내는 품사를 동사(動詞), 사람의 움직이는 상황을 동정(動靜), 하늘을 움직이게 하고 땅을 놀라게 한다는 뜻으로 세상을 놀라게 함을 이르는 말을 동천경지(動天驚地), 무엇을 하려고만 하면 남에게 비난을 받음을 이르는 말을 동첩득방(動輒得謗), 곤란한 지경에 빠져서 꼼짝할 수가 없음을 이르는 말을 동탄부득(動彈不得), 가볍고 망령되게 행동한다는 뜻으로 도리나 사정을 생각하지 아니하고 경솔하게 행동한다는 말을 경거망동(輕擧妄動), 땅에 엎드려 움직이지 아니한다는 뜻으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몸을 사림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복지부동(伏地不動), 하늘을 치켜들고 땅을 움직인다는 뜻으로 큰 소리로 온 세상을 뒤흔듦 또는 천지를 뒤흔들 만하게 큰 세력을 떨침을 이르는 말을 흔천동지(掀天動地), 확고하여 흔들리거나 움직이지 아니함을 일컫는 말을 확고부동(確固不動), 기운이 꺾이지 않고 본디의 기운이 아직도 남아 생생한 모양을 일컫는 말을 생동생동(生動生動), 마음이 움직이면 신기가 피곤하니 마음이 불안하면 신기가 불편하다는 말을 심동신피(心動神疲), 열 손가락을 움직이지 않는다는 뜻으로 게을러서 조금도 일을 하지 않음을 이르는 말을 십지부동(十指不動) 등에 쓰인다.
▶️ 如(같을 여, 말 이을 이)는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동시에 음(音)을 나타내는 계집녀(女; 여자)部와 말을 뜻하는 口(구)로 이루어졌다. 여자가 남의 말에 잘 따르다의 뜻이 전(轉)하여, 같다의 뜻과 또 음(音) 빌어 若(약)과 같이 어조사로 쓴다. ❷회의문자로 如자는 '같게 하다'나 '따르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如자는 女(여자 여)자와 口(입 구)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여기서 口자는 사람의 입을 그린 것으로 '말'을 뜻하고 있다. 如자는 여자가 남자의 말에 순종하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부권 중심의 전통사회에서 여성의 순종을 미덕으로 삼았던 가치관이 낳은 글자라 할 수 있다. 그래서 본래의 의미는 '순종하다'였다. 하지만 지금은 주로 '~와 같다'라는 뜻으로 가차(假借)되어 쓰이고 있다. 그래서 如(여, 이)는 법의 실상(實相)이란 뜻으로 ①같다, 같게 하다 ②어떠하다 ③미치다(영향이나 작용 따위가 대상에 가하여지다), 닿다 ④좇다, 따르다 ⑤가다, 이르다(어떤 장소나 시간에 닿다) ⑥당연히 ~하여야 한다 ⑦맞서다, 대항하다 ⑧비슷하다 ⑨어찌 ⑩가령(假令), 만일(萬一) ⑪마땅히 ⑫곧, 이것이 ⑬~과, ~와 함께 ⑭보다, ~보다 더 ⑮이에, 그래서 그리고 ⓐ말을 잇다(=而)(이)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어떤 대상이 변함이 없이 전과 같음을 여전(如前), 이와 같음을 여차(如此), 얼마 되지 아니함을 여간(如干), 사실과 꼭 같음을 여실(如實), 어떻게 하는가 하는 것을 여하(如何), 왼쪽에 적힌 내용과 같음을 여좌(如左), 이러함을 여사(如斯), 일이 뜻대로 됨을 여의(如意), 있어야 할 것이 없거나 모자람을 결여(缺如), ~만 같은 것이 없음을 막여(莫如), ~만 못함을 불여(不如), 혹시나 설혹을 혹여(或如), 어떠함을 하여(何如), 뒤섞여서 어지러움을 분여(紛如), 뜻하지 않은 사이에 갑자기를 홀여(忽如), 3년과 같이 길게 느껴진다는 뜻으로 무엇을 매우 애타게 기다리는 것을 이르는 말을 여삼추(如三秋), 얇은 얼음을 밟는다는 뜻으로 몹시 위험함을 가리키는 말을 여리박빙(如履薄氷), 거문고와 비파를 타는 것과 같다는 뜻으로 부부 간에 화락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여고금슬(如鼓琴瑟), 손바닥을 뒤집는 것과 같이 일이 썩 쉬움을 일컫는 말을 여반장(如反掌), 바람이 귀를 통과하는 듯 여긴다는 뜻으로 남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는 태도를 일컫는 말을 여풍과이(如風過耳), 새가 하늘을 날기 위해 자주 날갯짓하는 것과 같다는 뜻으로 배우기를 쉬지 않고 끊임없이 연습하고 익힘을 이르는 말을 여조삭비(如鳥數飛), 여러 사람의 말이 한 입에서 나오는 것처럼 한결같음을 이르는 말을 여출일구(如出一口), 시키는 대로 실행되지 못할까 하여 마음을 죄며 두려워함을 이르는 말을 여공불급(如恐不及), 물고기가 물을 얻음과 같다는 뜻으로 빈궁한 사람이 활로를 찾게 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여어득수(如魚得水), 원망하는 것 같기도 하고 사모하는 것 같기도 함을 이르는 말을 여원여모(如怨如慕), 개미가 금탑을 모으는 것과 같다는 뜻으로 근검하여 재산을 축적함을 이르는 말을 여의투질(如蟻偸垤), 천금을 얻은 것 같다는 뜻으로 어떤 일을 이루어 마음이 흡족함을 이르는 말을 여득천금(如得千金), 강을 건너려 하는 데 마침 나루터에서 배를 얻었다는 뜻으로 필요한 것이나 상황이 바라는 대로 됨을 이르는 말을 여도득선(如渡得船), 남의 마음을 꿰뚫어 보듯이 환히 앎을 일컫는 말을 여견폐간(如見肺肝), 아주 작은 고을을 콩 만 하다고 비유하는 말을 여두소읍(如斗小邑),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과 같은 뜻으로 무슨 일을 하는 데 철저하지 못하여 흐리멍덩함의 비유를 일컫는 말을 여수투수(如水投水), 물고기가 물을 잃음과 같다는 뜻으로 곤궁한 사람이 의탁할 곳이 없어 난감해 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여어실수(如魚失水), 얼굴의 생김생김이나 성품 따위가 옥과 같이 티가 없이 맑고 얌전한 사람을 일컫는 말을 여옥기인(如玉其人), 나는 새가 눈앞을 스쳐간다는 뜻으로 빨리 지나가 버리는 세월의 비유를 일컫는 말을 여조과목(如鳥過目), 발과 같고 손과 같다는 뜻으로 형제는 서로 떨어질 수 없는 깊은 사이임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여족여수(如足如手), 원망하는 것 같기도 하고 호소하는 것 같기도 함을 이르는 말을 여원여소(如怨如訴), 한 판에 찍어 낸 듯이 조금도 서로 다름이 없음을 이르는 말을 여인일판(如印一板), 앓던 이가 빠진 것 같다는 뜻으로 괴로운 일을 벗어나서 시원하다는 말을 여발통치(如拔痛齒), 한쪽 팔을 잃은 것과 같다는 뜻으로 가장 믿고 힘이 되는 사람을 잃음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여실일비(如失一臂), 호랑이에게 날개를 달아준다는 뜻으로 호랑이가 날개를 단 것과 같이 하늘로 비상하여 더 큰 일을 이룬다는 의미를 일컫는 말을 여호첨익(如虎添翼) 등에 쓰인다.
▶️ 山(메 산)은 ❶상형문자로 산의 봉우리가 뾰족뾰족하게 이어지는 모양을 본떴다. 옛 자형(字形)은 火(화; 불)와 닮아 옛 사람은 산과 불이 관계가 깊다고 생각한 듯하다. ❷상형문자로 山자는 '뫼'나 '산', '무덤'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山자는 육지에 우뚝 솟은 3개의 봉우리를 그린 것으로 '산'을 형상화한 상형문자이다. 갑골문에 나온 山자를 보면 가파른 능선이 그려져 있어서 한눈에도 이것이 산을 그린 것임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山자가 부수로 쓰일 때는 '산의 이름'이나 '산의 기세'나 '높다'와 같이 '산'에서 연상되는 여러 의미로 활용된다. 그래서 山(산)은 (1)둘레의 평평(平平)한 땅보다 우뚝하게 높이 솟아 있는 땅의 부분(部分). 메 (2)산소(山所) (3)사물이 많이 쌓여 겹치거나, 아주 크거나, 매우 많은 것에 비유한 말, 또는 그것 (4)산이나 들에 절로 나는 것을 뜻하는 말 (5)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메(산을 예스럽게 이르는 말), 뫼 ②산신(山神: 산신령), 산의 신(神) ③무덤, 분묘(墳墓) ④절, 사찰(寺刹) ⑤임금의 상(象) ⑥산처럼 움직이지 아니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큰 산 악(岳),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내 천(川), 강 강(江), 물 하(河), 바다 해(海), 물 수(水)이다. 용례로는 여러 산악이 잇달아 길게 뻗치어 줄기를 이룬 지대를 산맥(山脈), 들이 적고 산이 많은 지대를 산지(山地), 산과 물으로 자연의 산천을 일컫는 말을 산수(山水), 물건이나 일이 산더미처럼 많이 쌓임을 산적(山積), 산과 숲 또는 산에 있는 수풀을 산림(山林), 크고 작은 모든 산을 산악(山岳), 산 꼭대기를 산정(山頂), 산 위에 쌓은 성을 산성(山城), 무덤을 높이어 이르는 말을 산소(山所), 산 속에 있는 절을 산사(山寺), 산과 산 사이로 골짜기가 많은 산으로 된 땅을 산간(山間), 산의 생긴 형세나 모양을 산세(山勢), 산 속에 있는 마을을 산촌(山村), 산에 오름을 등산(登山), 강과 산으로 자연이나 나라의 영토를 강산(江山), 높고 큰 산으로 크고 많음을 가리키는 말을 태산(泰山), 높은 산을 고산(高山), 산에서 내려옴을 하산(下山), 신령스러운 산을 영산(靈山), 연달아 잇닿은 많은 산을 군산(群山), 조상의 무덤이나 조상의 무덤이 있는 곳을 선산(先山), 산에 들어감을 입산(入山), 나무가 무성하여 푸른 산을 청산(靑山), 돌이나 바위가 없이 흙으로만 이루어진 산을 토산(土山), 유용한 광물을 캐어 내는 산을 광산(鑛山), 눈이 쌓인 산을 설산(雪山), 들 가까이에 있는 나지막한 산을 야산(野山), 산을 좋아함을 요산(樂山), 산에서 흐르는 물이 바위를 뚫는다 뜻으로 작은 노력이라도 끈기 있게 계속하면 큰 일을 이룰 수 있음을 이르는 말을 산류천석(山溜穿石), 산에서의 싸움과 물에서의 싸움이라는 뜻으로 세상의 온갖 고난을 다 겪어 세상일에 경험이 많음을 이르는 말을 산전수전(山戰水戰), 산빛이 곱고 강물이 맑다는 뜻으로 산수가 아름다움을 이르는 말을 산자수명(山紫水明), 산과 바다의 산물을 다 갖추어 아주 잘 차린 진귀한 음식이란 뜻으로 온갖 귀한 재료로 만든 맛이나 좋은 음식을 일컫는 말을 산해진미(山海珍味), 경치가 옛 모습 그대로 변하지 않음을 일컫는 말을 산천의구(山川依舊), 산천과 초목 곧 산과 물과 나무와 풀이라는 뜻으로 자연을 일컫는 말을 산천초목(山川草木), 산이 앞을 가로막고 물줄기는 끓어져 더 나아갈 길이 없다는 뜻으로 막바지에 이름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산궁수진(山窮水盡), 산의 초목이 자줏빛으로 선명하고 물은 깨끗하다는 뜻으로 경치가 아름다움을 이르는 말을 산자수려(山紫水麗), 산은 높고 물은 유유히 흐른다는 뜻으로 군자의 덕이 높고 끝없음을 산의 우뚝 솟음과 큰 냇물의 흐름에 비유한 말을 산고수장(山高水長), 예수가 갈릴리 호숫가에 있는 산 위에서 그리스도 인으로서 갖추어야 할 덕에 관하여 행한 설교를 일컫는 말을 산상수훈(山上垂訓), 산꿩과 들오리라는 뜻으로 성미가 사납고 제 마음대로만 하려고 해 다잡을 수 없는 사람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산계야목(山鷄野鶩), 벼슬이나 속세를 떠나 산골이나 시골에 파묻혀 글읽기를 즐기며 지내는 선비를 이르는 말을 산림처사(山林處士), 산이 울면 골이 응한다는 뜻으로 메아리가 산에서 골짜기까지 진동한다는 말을 산명곡응(山鳴谷應), 산 밑에 절구공이가 더 귀하다는 뜻으로 물건이 그 생산지에서 도리어 더 품귀함을 이르는 말을 산저귀저(山底貴杵)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