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소련연방의 에스토니아 출신의 현대음악가인 아르보 페르트는, 현대음악이라고 하면 쇤베르크나 베베른 등 난해한 불협화음의 나열로만 알고 있던 저에게 이렇게 아름답고 마음을 평온하게 해주는 현대음악도 있구나.. 하는 새로운 눈을 뜨게 해준 작곡가입니다.
그의 음악 중에서 대중적으로 가장 많이 알려진 곡이 바로 이 "Spiegel im Spiegel"이라는 곡입니다.
영어로 하면 "mirror in the mirror".. 즉 "거울 속의 거울"이란 뜻을 가진 곡이지요.
처음 들을땐 밋밋하고 클라이맥스가 없는 뭐 그저 편안한 곡 정도로만 생각되었는데, 묘하게 들으면 들을 수록 감칠맛이 나는 곡입니다. 많은 영화에서도 삽입곡으로 나왔고, 광고에서도 자주 씌였기에, 아마도 귀에 익은 곡이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곡이 나왔던 몇 편의 영화를 보았는데요, 오늘은 그 중에서 가장 인상에 남았던 영화 한 편을 소개합니다.
2004년도에 영국에서 만든 "프랭키에게(Dear Frankie)"란 영화인데요, 영국의 한적한 항구 마을에 소리를 듣지 못하는 프랭키라는 소년이 살고 있었어요. 프랭키의 엄마는 식당에서 웨이트레스 일을 하며 프랭키를 키웁니다.
아빠를 보고 싶어하는 프렝키에게 엄마는. 아빠는 외항선원이라 배를 타고 항상 세계를 돌아다니기 때문에 집에 올 수 가 없다고 거짓말을 하고, 엄마 본인이 편지를 써서 마치 아빠가 보낸 것처럼 해서 프랭키에게 편지를 받게 합니다.
실제로 프랭키의 아빠는 가정폭력이 심했고, 프랭키는 어릴적 아빠의 폭행 때문에 귀를 멀게 된 것이고, 그런 남편을 피해서 엄마는 프랭키와 이곳 저곳을 떠돌아 다니며 삽니다.
그러던 어느날, 아빠가 타고 다니는 배가 자기가 살고 있는 항구에 들어온다는 신문기사를 보고 엄마에게 배가 오면 아빠를 꼭 보고싶다고 얘기합니다. 엄마가 아빠 이름으로 프랭키에게 보낸 편지 속에 거짓말로 지어낸 배 이름이었는데, 실제로 그런 배가 있었고, 항구에 들어온다고 하니 엄마는 걱정이 태산입니다.
엄마는 웨이트레스로 일하던 식당의 주인 아줌마에게 어떻게 하면 좋을까 상의를 하고, 주인 아줌마는 하루만 아빠 역할을 대신해줄 남자를 소개해 줍니다.
배는 드디어 항구에 도착하고 프랭키네 집으로 가짜 아빠가 도착합니다. 프랭키는 처음 보는 아빠가 너무 좋아서 같이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하지만 프랭키는 총명한 아이라 이 아빠가 가짜 아빠라는 것을 알지만 엄마가 실망할까봐..)
진짜 프랭키의 아빠는 병에 걸려 병원에 입원해 있었으며, 결국 사망하게 되고 프랭키의 엄마는 드디어 폭력 남편으로부터 해방이 됩니다.
가정폭력과, 아이를 지키려는 엄마의 헌신적 노력, 그리고 그들을 도와주는 주변 사람들..
영화 자체는 크게 성공하지 못했지만, 잔잔한 흐름과 배경음악 등이 오래동안 기억나는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