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암 투병 팔백쉰두(852) 번째 날 편지, 4 (이슈-issue, 정치) - 2023년 1월 6일 금요일

[주시(主視)]

혈액암(급성 백혈병) 투병 팔백쉰두(852) 번째 날 편지, 4 (이슈-issue, 정치) - 2023년 1월 6일 금요일

사랑하는 큰아들에게

2023년 1월 6일 금요일이란다.

경향신문이 새해를 맞아 여론조사 전문기관 메트릭스에 의뢰해 12월 30~31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에게 한 여론조사결과 2013년 4월 치러질 22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응답자 중 52.9%가 ‘현 정부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 야당 후보에게 투표해야 한다.’고 답했고, ‘현 정부의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해 여당 후보에게 투표해야 한다..’는 응답(38.1%)보다 14.8%포인트 높은 수치고, ‘모름·무응답’은 9.0%였다네.

사랑하는 큰아들아

연령별로 민심이 크게 갈렸는데, 20대부터 50대까지는 야당 투표 의사가 강했고, 특히 20대부터 40대에선 야당 투표 의사를 밝힌 사람이 10명 중 6명 이상이었고, 60세 이상은 다수(57.9%)가 여당 후보를 뽑겠다고 밝혔고, 18~29세 여성은 여당 후보 투표(16.6%)와 야당 후보 투표(67.4%) 간 격차가 50.8%포인트로 가장 컸다네.

사랑하는 큰아들아

현재 국민의짐 지지자는 여당 후보,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는 야당 후보에게 투표하겠다는 답변이 압도적으로 많았고, 무당층에서는 야당 후보 투표(56.4%)가 여당 후보 투표(24.9%)보다 많았고, 지역별로는 격전지로 예상되는 서울, 인천·경기, 대전·세종·충청에서 모두 야당 후보 투표가 50%대, 여당 후보 투표가 30%대로 조사됐다네.

사랑하는 큰아들아

측근에게만 술 준 ‘세조의 실패’, 술꾼 윤도리는 다를까?

조선 제7대 임금인 세조는 신하들과 술 먹는 자리를 유난히 좋아했는데, 조선왕조실록 누리집에서 ‘술자리’를 검색하면, 총 973건이 나오는데, 절반가량인 467건이 세조 때 기록인데, 세조는 왜 술을 좋아했을까?

사랑하는 큰아들아

김종서와 사육신, 조카 단종까지 죽인 철혈 정치가는 권력을 향락을 즐기는 데만 사용한 걸까?

사실, 이 기록은 세조의 정치가 어떤 형태였는지 알게 해주는 것에 가까운데, 그는 향락과는 거리가 먼 사람으로. 스스로 후궁 들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대놓고 말할 정도로 여자를 좋아하지 않았다네.

사랑하는 큰아들아

곤룡포를 빨아서 입었고, 흰쌀밥을 만드는 데 힘이 많이 든다며, 현미밥을 올리라고 했고, 온종일 일했고, 부지불식간에 행정문서를 검열하거나 감옥을 점검하는 식으로 부지런히 관리들을 감시했다네.

대군 시절 세종이 여러 정책의 실무를 맡긴 터라 경험도 많았고, 문제의식도 뚜렷했고, 조선을 더 좋은 나라로 바꾸겠다는 분명한 사명감이 있던 인물이라네.

사랑하는 큰아들아

그런 세조에게 술자리는 노는 자리라기보다 국정운영을 위한 도구로, 정보를 수집하거나 정책을 논의하는 자리였고, 신하들에 관한 판단이나 충성심 시험도 이뤄졌는데, 술자리라 그런지 감정적인 경우도 많았다네.

사랑하는 큰아들아

어효첨이라는 신하는 술자리에서 잘 취하지 않고, 사리에 맞게 대답했다는 이유로 즉석에서 이조판서에 임명했고, 병조판서 이계전은 세조에게 술을 적당히 드시라고 권했다가 ‘왕을 가르치려 든다.’는 이유로 머리채를 잡히고, 곤장을 맞았는데, 곤장을 맞은 이계전에게 세조는 “생각하지 못할 욕을 주었으니, 생각하지 못할 은전을 베풀겠다.”고 달랜 뒤 공신에 봉했다네.

사랑하는 큰아들아

왜 세조는 술자리에서 이런 행동을 벌였을까?

술자리의 주요 참석 멤버는 한명회, 신숙주, 홍윤성, 권람과 같은 계유정난 공신들로, 세조에게 술자리는 스트레스 해소뿐만 아니라 신하들과 유대관계를 형성하는 자리였을 확률이 더 높였다네.

사랑하는 큰아들아

세조는 술자리를 통해 공신과 측근을 우대했고, 반란을 방지했으며, 각종 특권을 내려줬으며 ‘우리가 남이가’를 확인했고, 가끔은 벌컥 화내며 ‘채찍’을 쓰기도 했지만. 감정적 태도를 통한 용인술이 때로 더 잘 먹히는 경우도 있었다네.

사랑하는 큰아들아

세조의 생각은 처음에는 잘 굴러가는 듯했고, 집권 중반기까지 세조는 무리 없이 국정운영을 해나갔고, 측근 신하들의 도움으로 여러 개혁 조치도 이뤄졌는데, 문제는 이 개혁에 ‘공신’들은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에 있었다네.

사랑하는 큰아들아

술자리에서 확인된 ‘우리가 남이가’는 필연적으로 ‘해먹어도 된다.’가 돼 한명회는 경기도 여주의 한 지역을 하사받아 행정구역을 없애고, 자신의 농장으로 개편하는 등 이런 일이 비일비재했다네.

사랑하는 큰아들아

어느 순간, 세조는 공신 우대의 부작용을 알아차리고, 재위 후반기에 벌어진 이시애의 난에서 그는 한명회와 신숙주에게 죄를 갑자기 묻더니, 한 달여간 연금한 이후 구성군과 남이 같은 신흥세력을 의도적으로 키우려 했다네.

사랑하는 큰아들아

하지만, 세조는 이 정계 개편의 후속 조치를 하기 전에 죽고, 이후 왕위에 오른 예종과 성종은 불안한 왕권 탓에 공신 세력의 힘을 어느 정도 인정하는 처지가 된다네.

사랑하는 큰아들아

‘술자리 정치’ 또는 ‘식사 정치’는 상대방과 스킨십을 높인다는 점에서 예나 지금이나 권력자들이 잘 쓰는 통치술 중 하나로, 윤 대통령들도 마찬가지라 언제나 언론은 대통령의 ‘관저 정치’에 관심을 가졌고, 누가 관저에 초대되느냐는 늘 주목의 대상이었구나.

사랑하는 큰아들아

검찰에 있을 때부터 ‘큰형님’으로 불리며 잦은 식사나 술자리를 통해 조직 다잡기를 해온 윤도리에게는 더더욱 그러한데, 윤도리 스스로도 후보와 당선인 시절 “혼밥을 하지 않겠다.”거나, 기자들에게 “김치찌개 끓여주겠다.”는 등의 발언으로 잦은 스킨십을 통한 정치 행보를 예고했구나.

사랑하는 큰아들아

2022년 11월 7일 서울 한남동 관저 입주 뒤 언론은 윤도리의 ‘관저 정치’에 주목하는 기사를 쏟아냈고, 첫 번째로 관저에서 저녁을 먹은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에게서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네.

사랑하는 큰아들아

그런데, 이후 벌어지는 ‘한남동 식사 정치’에서 이상한 기류가 감지되는데, 공개된 첫 만찬은 국민의짐 지도부(11월 25일)였지만, 곧 지도부보다 먼저 ‘윤핵관 4인방’(권성동·이철규·윤한홍·장제원)과 비공개 만찬이 있었다는 보도가 나왔고, 이어 친윤 당권 주자인 김기현 의원의 독대와 주호영 원내대표와의 심야 회동 보도가 이어졌다네.

사랑하는 큰아들아

관저에서 벌어진 일부 인사와의 식사 뒤 전당대회 규칙과 관련한 윤도리의 사적 자리 발언이 보도됐고, 지도부는 전당대회 시점을 정하고 전당대회 당대표 선출 경선 규칙을 기존 ‘당원 투표 70%·여론조사 30%’에서 ‘당원 투표 100%’로 바꿨다네.

사랑하는 큰아들아

대통령실이 2년 뒤 총선의 공천권을 결정할 당대표 선출에 전혀 개입하지 않아야 한다는 주장은 현실정치를 너무나 모르는 말이나 문제는 ‘관저 정치’라는 방식으로 개입했다는 점인데, 윤도리의 의중이 드러나는 방식으로 일을 처리했고, ‘친윤’ 세력이 전면에 나섰고, 대통령의 의중과 뜻이 ‘친윤’을 통해서만 나타난다는 것이 ‘관저에서의 식사’로 확실하게 드러났다네.

사랑하는 큰아들아

당장 전당대회 후보군에게 “언제 관저에 가서 식사하느냐?”는 질문이 나오기 시작했고, 모두가 대통령의 ‘입’만 바라보면, 자연히 그 ‘입’을 읽는 사람들에게 힘이 쏠릴 수밖에 없어 대통령의 권력 행사에 이는 매우 좋지 못한데, 역대 대통령의 ‘입’을 독점했던 사람들이 그 뒤 어떻게 됐는지 우리는 너무나 잘 안다네.

사랑하는 큰아들아

세조의 ‘술자리 정치’는 결과적으로 훈구세력 대두로 이어졌고, 결국 국가는 지극히 문란해졌는데, 세조의 잘못은 ‘술자리’를 했다는 것이 아니라 그의 잘못은 ‘스킨십’을 측근 세력에게만 허용했다는 점으로, 국가 최고지도자의 권력 행사는 그 파장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세심한 계산이 있어야 하므로 윤도리의 ‘관저 정치’가 소수만을 향해서는 안 되는 이유라네.

사랑하는 큰아들아

아무튼, 오늘 오후 편지 여기서 마치니, 오늘 하루도 안전하고, 건강하고, 늘 평안하고, 행복하고, 좋은 일들만 가득하기를 간절히 바라고, 기도하며, 주님 안에서 안녕히…….

2023년 1월 6일 금요일 오후에 혈액암 투병 중인 아빠가

핸드폰에서 들리는 배경음악-[외국곡] Rhythm Of The Rain-Cascad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