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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송강은 또 군마를 거느리고 가서 사면으로 성을 포위하고 급하게 공격했다.
고렴은 생각했다.
“내가 몇 년 동안 술법을 배웠는데, 저들에게 깨지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인근 주에 구원을 요청할 수밖에 없다.”
고렴은 급히 서신 두 통을 써서 동창과 구주로 보냈다.
“저 두 곳은 여기서 멀지도 않고 두 부윤도 모두 우리 형님이 발탁한 사람들이니, 병력을 일으켜 접응해 달라고 해야겠다.”
두 사람의 통제관을 불러, 서신을 가지고 가게 했다. 두 통제관은 서문을 열고 나가 포위를 뚫고 서쪽으로 내달렸다. 장수들이 추격하려 하자, 오용이 영을 전했다.
“가도록 내버려 두라! 그들의 계책을 거꾸로 이용하자.”
송강이 물었다.
“군사는 어떻게 할 작정이오?”
오용이 말했다.
“성중에 군사가 부족하기 때문에 구원을 청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두 부대를 구원병처럼 꾸며서 혼전을 벌이면, 고렴은 필시 성문을 열고 싸움을 도우러 나올 겁니다. 그 기회를 틈타 성을 취하여 고렴을 소로로 유인하면 반드시 사로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송강은 듣고서 크게 기뻐하였다. 대종을 양산박으로 보내 따로 두 부대를 구원병으로 꾸며 두 길로 오도록 하였다.
한편, 고렴은 매일 밤 성안의 넓은 공터에 땔감을 쌓아 놓고 불길이 하늘까지 치솟도록 하여 신호를 삼고, 구원병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며칠이 지나, 성을 지키던 군사들이 멀리 송강의 진중에서 혼란이 일어나는 것을 보고, 황급히 달려와 보고했다.
고렴이 보고를 듣고 급히 갑옷을 입고 성 위에 올라가 바라보니, 두 길에서 자욱한 먼지가 하늘을 가리며 인마가 함성을 지르며 달려오고 있었다. 사면을 포위하고 있던 양산박의 군마가 사방으로 흩어져 도주하였다. 고렴은 두 갈래 구원병이 당도한 것으로 알고 성안의 군마를 총동원하여 성문을 활짝 열고 돌격해 나왔다.
고렴이 송강의 진 앞에 당도해 보니, 송강이 화영과 진명을 이끌고 소로를 향해 도주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고렴은 인마를 이끌고 추격했는데, 홀연 산언덕 뒤에서 연주포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고렴이 의혹이 들어 인마를 돌리려는 순간, 양쪽에서 징소리가 울리더니 왼편에서는 여방이 오른편에서는 곽성이 각기 5백 인마를 이끌고 쳐들어왔다. 고렴은 급히 길을 찾아 도주했는데, 부하 군마는 이미 태반을 잃었다.
겨우 포위를 뚫고 성으로 달려갔는데, 성 위를 보니 이미 모두 양산박 깃발이 휘날리고 있었다. 눈을 들어 다시 살펴보니, 어디에도 구원병은 보이지 않고 다만 패잔병만 따라오고 있었다. 고렴은 산속 소로로 도주하였다. 10리를 채 못 갔는데, 산 뒤편에서 한 떼의 군마가 나타났다. 앞장선 병울지 손립이 길을 가로막고 소리쳤다.
“우리가 너를 기다린 지 오래다. 순순히 말에서 내려 포박을 받아라!”
고렴이 군사를 되돌리자 뒤에서도 한 떼의 군마가 길을 가로막았다. 앞장선 대장은 미염공 주동이었다. 양쪽에서 협공하는데 사면의 길이 모두 가로막혔다. 고렴은 말을 버리고 산을 기어 올라가 도주하였다. 사방에서 군사들이 일제히 추격해 왔다. 고렴은 황급히 입으로 주문을 외우고 소리쳤다.
“일어나라!”
그러자 한 조각 검은 구름이 생겨났고, 고렴은 구름을 타고 공중으로 떠올라 곧장 산정으로 올라갔다. 그때 산모퉁이를 돌아오던 공손승이 그걸 보고, 말 위에서 검을 들고 공중을 가리키며 입으로 주문을 외더니 소리쳤다.
“가라!”
검으로 고렴을 가리키자 고렴이 구름에서 땅으로 떨어졌다. 옆에서 달려오던 삽시호 뇌횡이 달려가 박도로 고렴을 두 동강 내버렸다. 뇌횡은 고렴의 수급을 잘라 산에서 내려오며, 먼저 사람을 보내 송강에게 알렸다. 송강은 고렴이 죽은 것을 알고 군사를 거두어 고당주성으로 들어갔다. 먼저 영을 전해 백성을 해치지 못하게 하고, 방을 내걸어 백성을 안정시켰다.
그리고 감옥에 갇혀 있는 시대관인을 구하러 갔다. 감옥을 지키던 절급과 옥졸들은 이미 다 달아나고 4~50명의 죄수들만 남아 있었다. 칼을 벗기고 모두 석방했는데, 그 가운데 시대관인이 보이지 않았다. 송강은 걱정이 되었다. 다른 감방을 뒤졌더니 시황성의 가족이 감금되어 있었고, 또 다른 감방에는 창주에서 잡혀 온 시진의 가족이 감금되어 있었다. 하지만 어디에도 시진은 보이지 않았다.
오용이 옥졸들을 불러 모아 물었는데, 그 가운데 한 사람이 아뢰었다.
“소인은 이 감옥의 절급으로 인인이라고 합니다. 지난날 고렴 부윤이 저에게 시진을 맡기면서 잘 지키고 절대로 놓치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또 당부하기를 ‘만약 무슨 일이 생기면 네가 곧 해치워라.’고 했습니다. 사흘 전에 부윤이 시진을 끌어내 형을 집행하려고 했는데, 소인은 그가 좋은 사람임을 알고 차마 해칠 수 없어 ‘그는 병들어 죽기 직전이니 형을 집행할 필요도 없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 후에 또 급하게 재촉해서 소인은 시진이 이미 죽었다고 보고했습니다. 그리고는 연일 싸움이 벌어져 부윤은 한가한 틈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소인은 부윤이 사람을 보내 살펴보고 벌을 내릴까 두려워, 어제 시진을 감옥 뒤편의 마른 우물로 데려가 칼을 벗기고 그 안에 숨어 있으라고 했습니다. 지금 그의 생사는 모르겠습니다.”
송강은 그 말을 듣고, 황망히 인인을 데리고 곧장 우물로 달려갔다. 우물 안을 들여다보니 캄캄해서 깊이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가 없었다. 위에서 불러보았지만, 밑에서는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밧줄을 내려 보았더니, 깊이가 약 8~9장 정도 되었다. 송강이 말했다.
“시대관인이 아마 죽었나 보다.”
송강이 눈물을 흘리자, 오용이 말했다.
“형님은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누가 내려가서 살펴보겠는가?”
말이 미처 끝나기 전에 흑선풍 이규가 나서서 말했다.
“내가 내려가겠소.”
송강이 말했다.
“그래! 애초에 너 때문에 일어난 일이니, 내가 마땅히 갚아야지.”
이규가 웃으며 말했다.
“내가 내려가는 건 두렵지 않은데, 당신들 밧줄이나 끊지 마시오.”
오용이 말했다.
“너도 이제 약아졌구나.”
큰 광주리 하나를 가져와서 밧줄로 엮고, 끝을 길게 이어 시렁에 묶었다. 이규가 옷을 벗고 쌍도끼를 들고 광주리 속에 들어가 앉았다. 밧줄 위에 구리방울 두 개를 매달고, 광주리를 우물 아래로 내려 보냈다. 광주리가 바닥에 닿자, 이규는 광주리에서 기어 나와 우물 바닥을 이리저리 더듬어 보다가 뭔가 손에 잡히는 것이 있었다. 해골이었다.
이규가 말했다.
“아이고! 엄마! 아부지! 좆같은 게 여기 있네!”
다시 주변을 더듬어 봤는데, 바닥이 축축하여 발 디딜 곳이 없었다. 이규가 쌍도끼를 광주리 안에 놓고 두 손으로 바닥을 더듬어 보니, 사방이 널찍했다. 계속 더듬거리며 나아가다 보니, 물웅덩이 안에 웅크리고 있는 사람이 만져졌다. 이규가 소리쳤다.
“시대관인!”
하지만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이규가 손으로 더듬어 봤더니 입에서 미약한 소리가 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이규가 말했다.
“천지신명이시여 감사합니다! 이 정도면 살릴 수 있겠다!”
즉시 광주리로 기어가서 방울을 울렸다. 사람들이 광주리를 끌어올리자 이규가 올라와서 아래 상황을 설명했다. 송강이 말했다.
“네가 다시 내려가서, 시대관인을 광주리 안에 태워서 먼저 올려 보내라. 그러고 나서 광주리를 다시 내려 보내 널 올려 주마.”
이규가 말했다.
“형님은 몰라요. 내가 계주에서 두 도사에게 당했는데, 이번에 세 번째는 안 당하지.”
송강이 웃으며 말했다.
“내가 왜 널 희롱하겠냐? 빨리 안 내려 갈래?”
이규는 할 수 없이 다시 광주리를 타고 우물 아래로 내려갔다. 바닥에 도착하자, 바닥을 기어가 시대관인을 안아 광주리에 태우고 방울을 울렸다. 위에서 방울소리를 듣고 광주리를 끌어 올렸다. 시대관인이 올라오자 사람들을 모두 크게 기뻐하였다. 송강이 시진을 보니, 머리는 깨지고 이마는 찢어졌는데 두 다리의 피부도 문드러졌다. 눈은 약하게 떴다 감았다 하고 있었는데, 처참하기 이를 데 없었다. 송강은 의원을 불러 치료하게 했다.
이규가 우물 밑에서 큰소리를 질렀다. 송강은 듣고서 급히 광주리를 내려 보내, 이규를 끌어 올리게 했다. 이규가 올라오자마자 성질을 부렸다.
“당신네들은 나쁜 사람들이야! 빨리 광주리를 내려 보내 나를 구하지 않고 뭐 한 거야!”
송강이 말했다.
“우리가 시대관인을 돌보느라 너를 깜빡 했다. 용서해라.”
송강은 시진을 수레에 태우게 했다. 시황성과 시진의 가족, 그리고 약탈한 재물을 모두 20여 대의 수레에 싣고, 이규와 뇌횡으로 하여금 먼저 양산박으로 호송하게 하였다. 고렴의 일가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3~40명을 모두 저자거리에서 참수하였다. 인인에게는 상을 주고, 창고에 있는 재물과 식량 그리고 고렴의 가산을 모두 수레에 실어 양산박으로 보냈다.
장병들은 고당주를 떠나 양산박으로 회군하면서, 여러 지방을 통과했지만 추호도 백성을 해치지 않았다. 며칠이 걸려 산채에 도착했다. 시진은 병상에서 일어나 조개와 송강 및 여러 두령들에게 사례하였다. 조개는 시진을 산정의 송강 거처에서 휴식을 취하게 하고, 따로 방을 지어 시진의 가족들이 거처하게 하였다. 고당주에서 돌아오면서 시진과 탕륭 두 두령을 더하게 되어 축하연을 열었다.
한편, 동창과 구주에서는 이미 고당주의 고렴이 죽고 성이 함락되었음을 알고, 표를 써서 조정에 아뢰었다. 또 고당주에서 도망쳐 온 관원들도 경성에 도착하여 사실을 알렸다. 고태위도 소식을 듣고 사촌형제인 고렴이 죽었다는 것을 알았다.
다음 날 아침, 백관이 황제를 알현하는 자리에서 고태위가 아뢰었다.
“지금 제주의 양산박에 도적의 수괴인 조개와 송강이 누차 크게 악한 일을 저지르고 있습니다. 성을 공격하여 창고를 약탈하고 흉악한 무리들을 모으고 있습니다. 제주에서 관군을 살해했고, 강주 무위군을 어지럽혔습니다. 이제 또 고당주의 관원과 백성을 모조리 살육하고 창고를 약탈했습니다. 이는 뱃속의 큰 근심거리로서, 빨리 토벌하지 않으면 훗날 도적의 세력이 더욱 커져 제압하기 어렵게 될 것입니다. 결단을 내려주시길 엎드려 비옵니다.”
천자는 듣고서 크게 놀라며, 즉시 성지를 내려 고태위에게 장병을 선발하여 양산박을 토벌하는 일을 위임했다. 고태위가 또 아뢰었다.
“신이 헤아려 볼 때, 이 도적을 토벌하기 위해 대군을 일으킬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한 사람만 있으면 성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천자가 말했다.
“경이 천거하는 사람이라면 필시 착오가 없겠지. 즉시 영을 내려 시행하고, 승전하여 공을 보고하라. 상을 내리고 승진시키도록 하겠다.”
고태위가 아뢰었다.
“그 사람은 개국 초 하동의 명장 호연찬의 적파 자손인 호연작(呼延灼)입니다. 두 자루의 동편(銅鞭)을 잘 쓰는데, 만 사람도 당하지 못할 용맹을 지녔습니다. 지금 여녕군 도통제로 있는데, 수하에 정예병과 용장이 많이 있다고 합니다. 이 사람을 임용하면 양산박을 정벌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를 병마지휘사에 임명하여 정예 마보군을 거느리게 하면, 기한 내에 양산박을 소탕하고 개선할 것입니다.”
천자는 고태위의 주청을 수락하고 성지를 내려, 추밀원에서는 즉시 사람을 여녕주로 보내 칙서를 전달하라고 하였다. 그날 조회가 끝난 뒤, 고태위는 추밀원이 선발한 군관에게 칙서를 주어 호연작을 동경으로 불러오게 하였다.
한편, 호연작은 여녕주 통군사에 있었는데, 문지기가 와서 보고했다.
“천자께서 성지를 내려, 장군을 동경으로 불러 임무를 맡기고자 한답니다.”
호연작은 성을 나가 사신을 영접하였다. 사신이 성지를 읽고 난 다음, 연회를 열어 대접하였다. 투구와 갑옷을 수습하고 무기를 챙긴 다음, 수행원 3~40명을 거느리고 사신과 함께 동경을 향해 출발했다. 동경성에 당도하여 전수부로 고태위를 찾아갔다.
그날 고태위가 전수부 관아에 앉아 있는데, 문지기가 와서 보고했다.
“여녕주에서 호연작이 도착하여, 문 밖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고태위는 크게 기뻐하며 불러들이라고 하였다. 고태위는 호연작을 위로하고 상을 내렸다. 다음 날 아침 조회 때 고태위는 호연작을 인도하여 황제를 알현하게 했다. 휘종황제는 호연작의 의표가 범속하지 않음을 보고 기뻐하며 척설오추마(踢雪烏騅馬)를 하사했다. 이 말은 온몸이 먹처럼 검고 네 발굽은 눈처럼 희어 ‘척설오추마’라고 불리는데, 하루에 천리를 달릴 수 있었다. 호연작은 성은에 감사하고, 고태위를 따라 다시 전수부로 가서 군대를 일으켜 양산박을 토벌하는 일을 상의했다. 호연작이 말했다.
“상공께 아룁니다. 제가 알아 본 바로는, 양산박은 병력도 많고 장수도 많은데 무예가 고강하여 가벼이 대적할 수 없습니다. 두 장수를 선봉으로 삼아 함께 군마를 이끌고 가게 하시면 성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고태위는 듣고서 크게 기뻐하며 물었다.
“장군은 누구를 선봉으로 삼으려 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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