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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자(追跡者)-29
“그리고?”
“말리부가 어디에 있던 저희는 찾을 수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추적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직접 만나게 되었습니다. 강 부장님께서 직접 만나서 말씀하실 것입니다. 저희는 적당한 기회에 제임스를 모셔 오라는 명령만 받았습니다. 다 입니다.”
“당신들. 말리부에 추적장치를 부착하였단말인가?”
“그렇습니다.”
“언제? 어디에서?”
“그것은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내가 왜 강일성을 만나야 하는가? 나는그를 전혀 알지 못하는데. 내가 만나지 않겠다면?”
그는 주저 없이 대답하였다. 이미 예상하고있었다.
“조경순에 대하여 의논하고 싶답니다. 그렇게 말씀드리면 만날 거라 하였습니다.”
이 사람은 폴라이트하였다. 상황파악이 빨랐으며 대응을 잘하고 있었다.
궁금하였다. 죽은 조경순에 대하여 의논하자니? 무엇 때문에? 이들 조직이 칼림교란 말인가?
20948 로 초점이 모아져 압박해 오고 있는 배후 조직 중 칼림교에 대하여 내가 구체적으로 알 수 없었던 배경과 그들의 목적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하나만 더 묻겠소. 다운타운 슈샤인 부스에 찾아와 나를 찾았던 사람들이 당신들이었소?”
“예. 그렇습니다.”
“로얄 욕 호텔 1205 호에 투숙하고 있는 사람도 당신이고?”
“다 알고 계셨군요. 대단하십니다. 맞습니다.”
그는 어리둥절하였다. 그럴 거다. 구두를 닦기 전에 스텝에 올려진 고객의 구두 위의 바짓단에 오물이나 구두약이 묻지 못하게 한 두 번 접어 올린다. 모든 드라이클리닝 샾에서는 보관과 분류를 위하여 컴퓨터로 프린트 아웃 한 가로 3 센티 세로 1 센티의 택을 바짓단 안쪽에 붙인다. 그때 린다가 바짓단 안쪽에 붙은 그것을 보고 호텔과 룸 넘버를 기억했다 나에게 알려주었다.
어쨌든 그들은 그들에 대하여 내가 무심하지 않다는 것을 인식시켰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것으로 준비는 되었다.
이호규. 미스터 리는 검은색 제네시스를 직접 운전하고 앞섰다. 알만하였다. 외국에 나오면
대부분 모두가 애국자가 된다 하였다. 아직 아마추어적인 습성이 배어 있는 것이다. 그의 뒤를 말리부가 따랐다. 내가 주장하였다. 이건 프로에게는 상식이다. 초대 받은 적지에 그들의 차에 동승해 갈 수는 없었다. 이호규가 안전하게 다시 모셔다 드리겠다고 정중히 말했지만, 이건 전쟁이다. 말리부 뒤로 100 미터쯤에 산타페가 따라오고 있었다. 다른 한 명이 운전하며 뒤를 지키고 있었다. 제네시스는 애플 파인 로드를 지나 401 하이웨이를 가로지르는 고가도로를 앞에 두고 우측으로 빠졌다. 고속도로를 나가는 길은 트라팔카 스트릿이었다. 이들 칼림교가 이미 36145 의 가옥을 확보한 것이 아닐까 하는 불안한 예감이 스쳤다. 제네시스는 트라팔가 스트릿을 만나 좌회전하였다.이렇게 북쪽으로 올라가면 36145 번지가 나온다. 아직은 이른 새벽이라서 교통량이 많지 않았다. 제네시스는 50km/h 정도로 서행을 하였다. 분명 이 길에 익숙지 않았다. 조금 더 북으로가면 옥빌 타운센터가 나올 것이고 그곳에서 얼마든지 이들을 따 돌릴 수 있다. 지금 전화를 해서 케롤과 제레미를 부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을 계속 따라갔다.
제네시스는 401 을 지나 계속 북쪽으로 달렸다. 제네시스는 36145 를 알고 있음이 틀림없었다.
제네시스는 아직도 그 속력 그대로 달렸다. 401 을 지난 후 부터는 내리막과 오르막이 계속 이어졌고 길옆으로는 갈참나무와 파인 트리와 단풍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었다. 조지타운을 20 분 거리에 두고 길가 양옆으로 자동차 바디샾과 목공예 판매점 그리고 간이 식당과 주유소가 있는 에시그로브 읍을 지나 200 미터쯤 더 달려 제네시스는 잡초가 덮여 있어서 겨우 알아 볼 수 있는 출입로를 찾아 우회전하여 들어갔다. 따라 들어가야 했었다. 들어가는 길 양 옆으로는 잡초와 잔디가 뒤섞여 있는 얕은 개울이 있었다. 말리부가 우회전하며 비추는 전조등에 세워둔 지 오래된 우체통이 비췄다. 우체통에 붙은 번지는 36100 이었으며 그것은 예상을 깨며 나를 놀라게 하였다. 그것은 반대편 가까운 곳에 36145 가 있다는 의미이다. 그들은 아직 확실한 정보를 입수하지 못하였거나, 그들의 활동거점으로 이곳을 사용한다는 의미이다. 그러한 것들이 나를 더욱 긴장하게 하였다.
말에게 물을 먹였을 조그만 연못에는 잡초와 관리를 제대로 하지않아 작은 나무들이 말라 쓰러진 채 여명으로 희미한 어둠에 있었고 그 연못을 좌측으로 끼고 최근에 다시 수리한 듯한 2 층으로 된 하우스가 있었다. 게라지가 2 개였다. 집 앞 주차장에는 자갈을 깔아서 깨끗하였다. 비교적 정리가 잘 된 집이었다. 그러나 가족이 일상생활을 하고 있는주택은 아니었다. 너무 깨끗이 정돈되어 있었다. 이곳은 주로 옥수수 농사나 잔디를 생산하거나 소나 말을 기르는 축농지역이다. 그 집 앞 어디에도 농기구나 트렉터 같은 장비는 보이지 않았다. 집 앞을 한바퀴 돌아서 말리부의 앞쪽을 집과 반대되도록 주차하기에는 충분하였다. 나는 그렇게 주차하였다. 뒤따라 오던 싼타페는 입구를 조금 들어와서 섰다. 한 대의 차가 빠져 나가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게 의도했을 것이다. 그는 배운 대로 잘하고 있었다. 똑똑한 놈. 한국군에서 제대로 배웠군.
집 뒤로는 이미 한번 걷어내고 남은 옥수수 밑동들이 겨우 남은 밭이었고 그 크기는앞에서
짐작할 수가 없었다. 그 밭 주변은 캐나다 소나무와 단풍나무 등이 섞여 숲을 이루고 있었다. 전형적인 이곳 할톤힐 타운의 외곽지대 모습이었다. 날은 점차 밝아져 오고 있었다. 그러나 아직은 어둠이 더 짙었다. 입구 포치 아래로는 3 개의 계단이 있었다.
주변의 연못과 밭고랑이 있어서 습기가 있을 것같고 장마철에는 주변이 물로 흥건할텐데도 계단은 높이지 않은 채 그대로 두었다. 아마 오래 살려고 준비한 집은 아닌 것으로 판단되었다. 하우스 좌측은 2 개의 차고가 닫힌 채 있고 우측은 4 장의 커다란 유리창이 전면을 이루고 그 사이 포치의 출입문이 경계를 이루고 있었다. 이호규가 안에서 문을 열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웃음기가 없는 긴장상태였다. 그러나 살벌하거나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인상은 아니었다. 전형적인 참모 스타일이었다. 그는 신발을 신고 있었다. 나 또한 굳이 신발을 벗지 않아도 될 것이었다. 이것은 나에게 유리한 점 중 하나일 것이다. 그를 따라 신발을 신은 채 집안으로 들어갔다.거실은 메이플 나무를 깔았고 라커칠을 하여 광택을 잘 유지하도록 손질이 잘되어 있었다. 내 신발 바닥은 압축 고무로 되어 있어서 미끄러움과 소리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좋았다. 그것은 내가 이곳에서 견디며 아직 살아있는 잘 하고 있는 것들 중 하나이다.
“소파에 앉아 잠시 기다려 주십시오. 곧 다녀 오겠습니다.”
그가 신은 구두 뒷굽은 계단으로 올라가는 소리를 만들었다. 그는 이곳에 온 지 역시 얼마 되지 않았다. 한국의 정장 구두의 바닥은 가죽으로 만들어져 딱딱하였다. 어디를 걸어도 소리가 났다. 그것이 그들의 문화이고 트렌드였다. 그는 아직 이곳을 모르고 있음이 틀림없었다. 그러나 그는 폴라이트하였다. 지금까지는.
그는 입구 맞은 편 벽에 긴 탁자를 사이에 둔 채 두 줄로 길게 자리한 검정색 가죽 소파가 있고, 천정은 약 6 미터 정도로 높았으며 천장 3 분의 2 는 가려져 있었고 회색 칠이 되어 있었다. 이 층에 만들어진 룸의 바닥일 것이다. 입구 맞은 편 천장 아래 나선형 계단이 끝나는 4 미터 쯤에 가로로 길게 나무통로가 보였다. 통로 바깥쪽으로 추락을 방지하기 위하여 30cm 간격으로 세로로 세워진 난간의 높이는 약 1 미터 정도였고, 그곳에서 일층 창을 통하여 바깥의 일부분을 볼수 있을 것이다.
2 층 방들은 그 통로와 접해있는 그곳에 있음이 틀림없었다. 창들은 모두 다 뒤뜰을 향하여 만들어져 있을 것이고. 쉽게 볼 수있는 가정집 내부의 구조와는 달리 특이하였다. 1 층의 넓이는 1,600 스퀘어 피트 정도 되었다. 내가 살고 있는 콘도의 전체 넓이가 1150 으로 방이 3 개 화장실이 두 개 부엌과 거실이 있었다. 그렇게 비교하면 이 거실 같은 1 층은 상당히 넓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림살이가 우측 벽에 붙어 있는 3 단의 식기 세척대와 1 미터 사이를 두고 있는 길이 3 미터 넓이 1.5 미터 정도의 메이플 나무로 만들어진 조리대 겸 식탁과 6 개의 식탁의자가 거의 전부였다. 그것들은 원목 색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어서 나무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음식을 조리한 흔적이나 냄새가 없었다. 그리고 입구의 전면을 차지하고 있는 유리창 위 벽에 초대형 벽걸이형 텔레비전이 커진 채 날씨와 교통정보와 아침 뉴스를 한 화면에서 쉴 새 없이 방영하고있었다. 그것은 24 번 채널이었다. 그들이 보든 보지 않든 그것은 24 번 채널이 틀림없었으며 소리는 아주 줄였다. 화면만 계속 바뀔 뿐이었다. 기온은 영상 8 도이고 시각은 오전 7 시 30분을 알리고 있었다. 소파에 앉아서도 불편 없이 볼 수 있을 정도로 화면은 충분하게 컸다. 1 층에는 3 개의 문이 있었다.좌측 계단 아래에 있는 문은 차고와 연결되어 있을 것이고, 입구 맞은 편 좌측 끝에 있는 문은 뒤뜰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 문 위의 유리창으로 멀리 낙엽송과 캐나다 파인 트리들이 무리를짓고 있는 숲이 보였다. 그리고 하나는 우측 식기 세척대와 오븐 그리고 냉장고가 있는 좌측 코너에 있었다. 아마도 창고나 또 다른 방이 있을 것이다. 그 문에는 유리창이 없었다. 실은 복잡한 것 같지만, 극히 간단하였다. 긴 사각형의 넓은 집회 공간 같았다. 그들은 이곳에 거처를 정하여 지내고 있는 시간이 오래지 않았을 것이다. 아마 일주일 전 쯤. 아니면 3 일 전 쯤일 것이다.
그들은 이곳에서 취사를 하지 않았다. 그것은 틀림없을 것이다. 싱크대 파이프가 새것으로 반짝였으나 먼지가 앉아 있었다. 그것이 내가 이 집에 들어와서 마침내 확신한 증거이다.
나는 소파에 앉지 않았다. 내가 그렇게 집안 구조를 살피고 있는 중에도 호스트는 나타나지 않았다. 전형적인 관료나 집단의 거물들이 흔히 하는 행태를 보여주고 있었다. 나는 마음을 비웠다. 마음속에 생각이 차 있으면, 닥치는 현장에서의 신속한 판단에 오류를 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내 내공을 믿어야 하고 믿었다. 임기응변 하고는 또 다른 차원이다. 닥치는 상황에 대한 바른 판단을 비운 순수한 마음에서 부터 축적된 내공으로 만들 것이다. 언제나 그랬으며 그것이 나였다. 강일성에 대한 어떠한 편견도 추측도하지 않기로 하였다.
만나는 순간부터 나는 시작할 것이다. 그러나 소파에는 앉지 않았다. 다만, 입구 맞은 편에
자리한 소파의 좌측 끝에서 벽에 기대어 있었다. 그곳은 입구와 창을 통하여 바깥과 계단 그리고 좌우 사방을 잘 볼 수 있는 위치였다. 총 같은 무기는 소지하지 않았다. 말리부는 바깥에 주차되어 있었으며, 이들과는 첫 대면이었기 때문이다. 왼쪽 바지주머니 속의 스위스 아미 나이프와 오른쪽 다리 정강이에 차고 있는 10 센티 정도의 사냥용 나이프를 제외하고는.
내가 텔레비전에서 본 시간 후 20 분을 더 기다렸다. 그동안 아무런 추측을 하지 않았다. 믿지 않아도 좋다. 나는 내 본능적 내공을 믿었기 때문이다. 7 시 50 분.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고 계단을 내려오는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가볍게 빠른 소리와 또 하나는 묵직하였다. 짐작을 하지 않았다.
“제임스!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오.”
계단을 다 내려오기 전에 누군가 말하였다. 이호규는 아니었다. 이호규가 급한 걸음으로 내
앞에 섰다.
“강일성 교장님이십니다. 칼림교 교장이신 강일성 교장님이십니다.”
이호규가 다급한 음성으로 큰소리로 두 번이나 강조하며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떨렸으나 존경심 같은 느낌은 없었다. 곧 그가 내 앞에 서서 오른손을 내밀며 말했다.
“강일성입니다. 제임스 맞지요?”
그는 172 센티 정도 되었지만, 90 킬로그램 정도 될 그의 풍채는 든든하게 보였고 건강하게 보였다. 반쯤 머리카락이 빠진 머리는 회색이었다. 그는 안경을 쓰고 있었다. 60 정도안팎으로 보였다. 나는 그의 손을 잡았다. 그의 손바닥은 부드러웠다. 손바닥을 사용하는 힘든 일은 하지 못해 본 사람의 손이었다.
“예. 맞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