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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재십과(五材十過)
장수에게는 5가지 미덕과 10가지 결점이 있다
五 : 다섯 오(二/2)
材 : 재목 재(木/3)
十 : 열 십(十/0)
過 : 지날 과(辶/10)
출전 : 육도삼략(六韜三略) 第3篇 용도(龍韜) 第19章 논장(論將)
논장(論將)이란 장수의 자질이 어진지 아닌지를 평가하고 논하는 것을 말한다. 무왕(武王)이 장수의 자질에 대해서 물었으므로 논장(論將)이라는 두 글자를 취하여 편명(篇名)으로 삼았다.
(1) 장수의 다섯 가지 재치와 능력
武王問太公曰: 論將之道奈何.
무왕(武王)이 태공(太公)에게 물었다. "장수를 평론하는 원칙은 무엇입니까?"
太公曰: 將有五材十過.
태공(太公)이 대답하였다. "장수에게는 마땅히 다섯 가지의 미덕을 갖추어야 하고 열 가지의 단점을 피해야 합니다."
武王曰: 敢問其目.
무왕(武王)이 물었다. "감히 그 구체적인 내용이 무엇인지 묻고 싶습니다."
太公曰: 所謂五材者, 勇智仁信忠也. 勇則不可犯, 智則不可亂, 仁則愛人, 信則不欺人, 忠則無二心.
태공(太公)이 대답하였다. "이른바 다섯 가지 미덕(美德)이라는 것은, 勇敢, 明智, 仁慈, 誠信과 忠貞입니다. 용감하면 곧 적이 침범할 수 없고, 총명한 지혜는 곧 적이 어지럽힐 수 없고, 인자하면 곧 군사들을 사랑하고, 성실하면 곧 다른 사람을 속일 수 없고, 충성스럽고 절의가 있으면 곧 두 마음이 있을 수 없습니다.
(2) 장수의 열 가지 허물
所謂十過者: 有勇而輕死者, 有急而心速者, 有貪而好利者, 有仁而不忍人者, 有智而心怯者, 有信而喜信人者, 有廉潔而不愛人者, 有智而心緩者, 有剛毅而自用者, 有懦而喜任人者.
이른바 열 가지의 단점이라는 것은, 용감하여 죽음을 가벼이 하는 자 있으며, 성급하여 마음이 조급한 자 있으며, 탐욕이 많아 이익을 좋아하는 자 있으며, 어질어 차마 인명을 살상하지 못하는 자 있으며, 지혜로우나 마음에 겁이 많은 자 있으며, 誠信이 있다하여 남의 말을 너무 믿는 자 있으며, 청렴결백하나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 자 있으며, 지혜가 있으나 마음이 태만한 자 있으며, 굳세고 씩씩하여 자기 고집을 쓰는 자 있으며, 나약하여 다른 사람에게 맡기기를 기꺼워하는 자가 있습니다.
(3) 열 가지 허물과 열 가지 해
勇而輕死者, 可暴也.
용감하여 죽음을 가벼이 하는 자는 그를 격노하게 하여 죽일 수 있습니다.
急而心速者, 可久也.
성급하여 너무 서두르는 자는 지구전으로 곤경에 빠뜨릴 수 있습니다.
貪而好利者, 可賂也.
탐욕스러워 재물과 이익을 좋아하는 자는 뇌물로 유인할 수 있습니다.
仁而不忍人者, 可勞也.
마음씨가 너무 인자하여 인명을 살상하지 못하는 자는 그를 곤경에 빠뜨릴 수 있습니다.
智而心怯者, 可窘也.
지혜가 있으면서도 겁이 많은 자는, 궁지에 몰아넣을 수 있습니다.
信而喜信人者, 可誑也.
신의를 지킨다고 하여 남의 말을 너무 믿는 자는 속임수로 그를 속일 수 있습니다.
廉潔而不愛人者, 可侮也.
청렴결백하기만 하고 사람을 아끼지 않는 자는 누명을 씌워 모욕을 줄 수 있습니다.
智而心緩者, 可襲也.
지혜는 있으나 결단력이 부족하여 심성이 느린 자는 불시에 습격을 가하여 죽일 수 있습니다.
剛毅而自用者, 可事也.
고집이 세어 자기 의견만을 고집하는 자는 그를 추켜세우면 자만심에 빠뜨릴 수 있습니다.
懦而喜任人者, 可欺也.
나약해서 일을 남에게 맡기기를 좋아하는 자는 쉽게 속일 수 있습니다.
(4) 국가의 운명은 장수에 달렸다
故兵者, 國之大事, 存亡之所由也, 命在於將.
그러므로 전쟁은, 나라의 큰일이며, 존재하느냐 망하느냐의 길이며, 운명은 장수에게 달려 있습니다.
將者, 國之輔, 先王之所重也.
장수는 국가의 기둥이므로 옛 임금들의 중히 여기는 바였습니다.
故置將不可不察也.
그러므로 장수를 두는 데는 잘 살피지 않으면 안 됩니다.
故曰; 兵不兩勝, 亦不兩敗. 兵出踰境, 期不十日, 不有亡國, 必有破軍殺將.
그러므로 말하기를, '전쟁에 있어서는 양쪽이 다 이길 수 없으며, 또 양쪽이 다 질 수도 없다. 군사가 나가 국경을 넘은 지, 열흘이 안 되어서, 나라를 없애는 일이 있지 않으면, 반드시 군사가 격파되고 장수가 죽게 되는 일이 있다'고 하는 것입니다."
武王曰: 善哉.
무왕이 말하였다. "좋은 말씀입니다."
약도 지나치면 독이 된다
기원전 4세기 지중해를 중심으로 한 유럽과 아프리카를 정복한 알렉산더 대왕은 전대미문(前代未聞)의 거대한 제국을 세웠다. 그는 20살에 왕이 되었고 33살에 풍토병으로 짧은 생을 마쳤다. 이 젊은 왕은 매우 용감하여 맨 선두에서 군대를 이끌었고 성(城)을 공격하다가 적의 투석기에서 발사된 돌을 맞고 또 화살을 맞고 8번의 죽을 고비를 넘겼다.
이와 같이 역사에서는 장수는 용감한 것의 상징이지만 과연 그런 것일까. 또 장수는 알렉산더처럼 죽을힘을 다해 싸우는 것이 최선인 것인가. 장수가 죽음을 각오하고 싸우는 것은 명예를 사랑하고 명예를 소중히 하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명예는 장수에게 절대적인 것인가. 전쟁의 역사를 연구하면서 가끔 나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이런 질문에 대해 손자병법에서는 장수들에게 경고를 보내는 위험요소 5가지를 제시하여 답을 하고 있다. 흔히 장수들이 갖추어야 할 미덕(美德)이지만 이것도 지나치면 독(毒)이 되어 부대를 위험에 처하게 할 수 있다는 내용들이다.
죽을 결심을 하고 싸우면 죽을 것이다(必死可殺也). 살기 위해 싸우면 포로가 될 것이다(必生可虜也). 성격이 급하고 분을 참지 못하면 함정에 빠질 것이다(忿速可侮也). 명예에 집착하면 모멸감을 참지 못할 것이다(廉潔可辱也). 국민(병사)을 너무 아끼면 번민에 빠질 것이다(愛民可煩也). 손자는 이 5가지 과유불급(過猶不及)의 요소를 전쟁에서 장수들이 조심해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1. 필사가살야(必死可殺也)
죽을 결심을 하고 싸우면 죽을 것이다. 죽을 각오로 싸우는 것은 장수의 미덕이 맞다. 하지만 왜 무엇을 위해서라는 목적의식이 없이 싸우고 있다면 그 장수가 지휘하는 군대는 허수아비와 같아서 아무리 규모가 큰 군대라 해도 이길 수가 없다.
브레이크가 없는 차는 아무리 명차라 해도 불량 차에 불과한 것과 같다. 16세기 일본의 나가시노성 전투에서 오다 노부나가는 목책(木柵)으로 방어진지를 편성하고 그 후방에 2열 조총부대를 배치하여 다케다 군과 대치했다.
기병 중심의 다케다 군은 노부나가 진지를 향해 들판을 내리 가로질러 돌격을 감행했다. 이 전투에서 다케다 군은 목책에 찔리고 조총에 맞아 대패했다. 아무리 무적 부대라지만 다케다의 돌격명령은 그냥 죽으라는 무모한 명령일 뿐이었다.
2. 필생가로야(必生可虜也)
전쟁터에서 살아남으려 하는 것이 무슨 죄가 되겠는가. 그러나 그 살겠다는 욕망의 구렁텅이에서 벗어날 줄도 알아야 한다. 젠가라는 보드놀이에서 처음 '하나'가 빠지는 것은 티도 안 나고 전체에 영향을 주지도 않지만 그 '하나'가 계속 빠지면 결국 무너지게 된다. 방어진지가 무너지든 말든 자기만 살고 보겠다는 욕망은 전쟁을 망쳐버리는 배신자를 만들어 낼 뿐이다.
3. 분속가모야(忿速可侮也)
감정통제를 못하는 사람들은 상대방의 약 올리는 심리전에 백발백중 걸려든다. 劍客 미야무토 무사시는 상대의 약을 바짝 올려 마음을 평정을 잃게 만들어 자멸하게 만드는 데 鬼才였다. 당시 최고의 검객 고지로와의 대결에서 무사시는 결투 약속 시간에 일부러 몇 시간을 늦게 도착한다. 기다림에 화가 난 고지로를 무사시는 심리전으로 대치하다가 한칼에 베어 버린다.
어떤 결투 자는 기다리다 지쳐 여관방에 잠들어 있는 무사시를 깨워 데리고 오는데 어슬렁어슬렁 걸어오는 모습을 보고 치밀어 오르는 화를 억제하지 못하고 신경질을 내게 된다. 막상막하의 고수 싸움에서 그 작은 신경질적인 화는 승부를 갈랐다. 분을 억제하지 못한 검객들은 하나같이 무사시의 반격에 힘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4. 염결가욕야(廉潔可辱也)
명예에 집착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나폴레옹은 왕이 된 후에 "내가 잠을 극복하지 못했다면 아직도 코르시카의 어부신세를 면치 못했을 것이다"고 했다. 한 마디로 성공하기 위해서 세상을 열심히 살았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 말 안에는 평생 코르시카 출신의 촌뜨기라는 열등감을 극복하려는 나폴레옹의 삶의 방법이 들어있다.
그는 어떻게 하든 귀족의 반열에 오르고 싶었고 귀족들과 어울리고 싶었다. 그래서 오스트리아 황제의 딸과 결혼을 하게 되지만 그게 나폴레옹 인생의 패착이었다. 나폴레옹은 처가 나라인 오스트리아에 오장 육부를 다 내주고 심지어 오스트리아 군대의 재건까지도 도와주었지만 그 오스트리아 군대는 나폴레옹을 무너뜨리는데 맨 앞장을 섰다.
5. 애민가번야(愛民可煩也)
장수가 백성을 사랑하는 것은 어떨까. 요즘 정치인들이 즐겨 사용하는 말이 '국민을 위하여' 이다. 손자는 장수가 갖추어야 할 미덕으로 智信仁勇嚴을 꼽았다. 여기에는 仁이라는 사랑의 항목이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愛民이 장수의 위험요소라고 하니 이게 무슨 말인가.
장수의 미덕에는 인(仁)도 있지만 엄(嚴)도 있다. 국가나 군대를 끌어가는 데는 仁만으로 다스리지 말고 嚴하기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른들이 버릇없는 놈을 말할 때 오냐오냐 받아주니 기어 올라탄다고 하지 않았던가. 부하 직원의 고충은 들어줘야 하지만 응석을 받아 줘서는 안 된다.
임진왜란 때 많은 피난민들이 안전한 곳을 찾아 이순신 장군이 있는 곳으로 몰려들었지만 절대로 군영(軍營)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고 영(營)밖에 집단 수용소를 만들어 주어 기거하도록 했다. 끊을 때는 끊어야 한다.
손자병법에 이런 말이 있다. 병형상수(兵形象水)라. 즉, 흐르는 물처럼 주변 형세에 따라 시시각각 변화하는 군대가 전쟁에서 이긴다는 의미이다. 전술은 물과 같아 물이 지형에 따라 그 흐름과 몸체를 바꾸듯 장수는 상대에 따라 방법을 다르게 궁리해야 한다.
싸움은 물과 같다. 물은 막으려 하면 넘치기 때문에 거스르지 말고 그 흐름을 타야한다. 죽자고 덤비면 죽이면 그만이다. 살겠다고 안감 힘을 쓰는 사람은 살길을 터주면 자기가 알아서 쉽게 항복한다. 불같은 성질을 가진 사람은 작은 미끼만 던져줘도 쉽게 덥석 물고 무너진다.
깨끗하다고 자부하는 사람은 더럽다는 오명을 씌우면 스스로 어쩔 줄을 모르고 이를 해명하느라고 스스로 무너진다. 인정에 쉽게 이끌리는 사람은 인질을 잡고 있으면 꼼짝도 못한다. 세상사는 것이나 군대에서 싸우는 방법이나 어찌 보면 하나다.
장수의 잘못은 피하기 어렵다
(非天之灾 将之过也)
손자(孫子)는 장수가 잘못을 저지름으로써 패하게 되는 6가지 경우를 설명했다. 주(走), 이(弛), 함(陷), 붕(崩), 란(乱), 북(北) 등이다.
주(走)는 쌍방의 실력이 비슷함에도, 장수가 자기보다 열배나 많은 적을 무모하게 공격하다가 패배해서 도망가는 패주(敗走)를 뜻한다.
이(弛)는 병졸들은 용감한데 장수가 겁이 많아, 군정(軍政)이 해이되고 전투력이 송이(松弛), 즉 힘없이 헐렁해진 것을 말한다.
함(陷)은 장수는 용맹한데 병졸들이 겁이 많고 자질이 부족해, 장수를 따라 앞으로 돌격하지 못함으로써 망패(亡敗)에 빠지는 것을 말한다.
붕(崩)은 장수가 이유없이 화를 내며 부하들을 책망함으로써, 적이 공격해 와도 부하들이 불만을 품고 마지못해 출전하도록 만들어 전군이 붕괴(崩壞)되는 위기를 말한다.
란(乱)은 장수가 연약하고 위엄이 없으며 평소 훈련도 충분치 않아, 적의 공격에 병졸들이 포진(布陳)조차 할 줄 모르는 혼란(混亂)에 빠지는 것을 말한다.
북(北)은 소수의 병력으로 다수의 적병을 공격하거나, 나의 약점으로 적의 강점을 때리는 어리석은 작전을 함으로써 무참하게 깨지는 패북(敗北)을 말한다.
이 같은 실수들은 나와는 상관없이 남들이나 저지르는 잘못 같아 보인다. 그러나 사람은 누구나 자기의 이익, 명예, 감정을 앞세우고, 상대는 이를 이용해 교묘하게 미끼를 던지기 때문에, 잘못이나 실수를 피하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요즘은 부하들이 첨단기술을 개발한다고 우기며 장수를 바보로 만들어도, 누구하나 나서서 확인하는 사람도 없는 황당한 사태들이 벌어지는 세상이다.
손자병법: 장수의 자질
지략(智), 신의(信), 사랑(仁), 용기(勇), 엄격함(嚴).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장수(將帥)다. 싸움의 작전을 이끌어 가는 장수의 전법은 곧 그 전투가 승리냐 패망이냐를 결정짓는 첫 번째 요인이 되는 것이다. 장수의 그 작전법을 결정하는 자질을 손자의 병법에서는 지략(智) 신의(信) 사랑(仁) 용기(勇) 엄격함(嚴) 다섯 가지로 정의했다.
첫째로 지략은 지식과 지혜를 의미한다. 알아야 면장을 한다는 말이 있지만 장수도 지식과 지혜가 부족하면 전법을 수립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많이 안다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혜스럽고 슬기롭게 처신을 한다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여기에 이순신 장군의 한 일화가 있다.
이순신의 셋째 아들 이면(李勉)이 왜군에 의해 살해되었는데, 왜군의 포로 가운데 이면을 죽인자가 섞여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였다. 이순신은 다짜고짜로 "누가 내 아들을 죽였느냐?" 하고 묻지를 아니 하고 "충청도에서 얼룩말을 탄 자와 싸운 적이 있었다는데 그 때에 그 말을 어찌 하였느냐? 내가 그 말을 찾으려 하는데 어떻게 된 것인지 이야기 하는 자는 후한 대우를 받게 되리라" 했다.
이에 한 왜병이 선뜻 나서며 "그 말은 제가 우리 장수에게 헌납을 했소이다" 하고 서슴없이 대답하는 것이었다. 이는 곧 "이면을 죽인자가 바로 나요" 하고 대답하는 것과 다름 아닌 것이다. 지략이란 이렇게 한 발자국을 물러서서 생각하고 이야기함으로서 목적을 달성하는 지혜를 말한다.
6.25의 초반 전쟁에서 한반도가 거의 다 인민군의 손아귀 들어갔다. 미국의 애치슨 국무장관의 메모지에 있는 이야기다. UN군과 이승만의 국군이 낙동강 전투에서 마저 완전히 패배를 하면 미국은 이들을 어찌해야 하는가? 미국으로 아니면 일본으로 철수 시켜야 하는가?
애치슨이 트루만에게 상소한 메모의 내용이다. "태평양 남단에 사모아라는 미국령의 작은 두 섬이 있는데 서쪽의 섬은 아무도 살고 있지 않습니다. 그 곳으로 이승만 정부 일당들을 이주시켜 농사나 지어 먹도록 함이 어떨까요?" 이것이 대한민국 정부가 마지막을 고해야 할 운명이었다.
하지만 이때에 하나님이 우리에게 지장(智將)을 움직여 주셨다. 맥아더 장군이 인천 상륙작전을 감행하도록 지혜를 내려주신 것이다. 인천상륙작전으로 열세에 몰려 있던 낙동강 전투의 전세를 완전히 바꿔 놓은 것이다. 인천상륙작전이 아니었다면 대한민국은 없어졌을 것이고, 이승만 대통령 일당은 웨스트 사모아 불모지로 농사를 지으러 떠났을 것이다. 이 전법은 대한민국의 운명을 180도 바꿔 놓은 것이다. 맥아더 장군의 그 현명한 지혜! 백번 절을 해도 우리는 그 은혜를 다 갚지 못하리라.
둘째로 신의는 곧 약속을 지키는 일이다. 신라시대에 이야기 하나가 있다. 당나라의 소정방 군대가 신라와 합작을 하여 나당연합군을 형성하였다. 백제를 쳐부쉈고 고구려마저 굴복시켰을 때에 당나라군은 자기들에게도 한 몫을 요구하였다. 그러나 신라는 이를 용인할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드디어 신라와 당나라군 간에 싸움이 붙었다. 석문 들판에서 신라군이 대패를 당하였다. 그 때에 비장으로 참전한 김유신(金庾信)의 둘째 아들 원술(元述)이 적진에서 도망을 쳐서 살아 돌아왔다.
문무왕이 패전의 처리 방안을 어찌 하겠느냐고 물었다. "이번 싸움은 신라군이 잘못 싸운 게 아니라 당군이 더 잘 싸운 까닭임으로 예하의 군병들에게 벌을 주어서는 아니 될 줄로 압니다. 하오나 원술은, 비록 저의 자식이옵니다만, 임금의 명령을 어겼을 뿐만 아니라 임전무퇴의 화랑도 정신을 위배하였고, 가문의 가르침마저 어겼으니 목을 베어야 합니다." 다른 모든 병사들을 용서하자면서도 자기 아들의 목을 베어 신상필벌(信賞必罰)의 신의를 보여 준 것이다.
셋째로 사랑(仁)은 신의에 대한 상대적인 개념이다. 조직관리에 있어서 필연적이고 합리적인 면이 아니라 인간적이고 정서적인 면에서의 조직관리를 강조하는 개념이다. 손자는 '지형편'에서 "병사들을 어린 아이처럼 돌봐 주면 함께 깊은 계곡물에도 뛰어들 수 있고, 자식처럼 아껴 주면 병사들은 같이 죽을 수도 있다"고 했다.
오기(吳起)는 부하의 엉덩이에 난 종기를 입으로 고름을 빨아 낸 일로 유명한 장수이다. 육도가 제안하는 내용에는 이런 말이 있다. "장수는 추운 겨울에도 혼자만 따듯한 외투를 입지 아니 하고, 무더운 여름에도 혼자서 부채를 들지 아니 하며, 비가와도 혼자만 우산을 받쳐 들지 않는다. 행군 중에 펄을 만나면 말에서 내려 병사들과 함께 걷는다."
또한 삼략(三略)은 이러한 충고를 덧붙인다. "우물이 마련되지 않으면 장수는 목이 마르다는 말을 하지 아니 하며, 막사가 설치되지 않았으면 장수는 피곤하다는 말을 하지 않고, 식사준비가 되지 않았으면 배가 고프다는 말도 하지 않는 법이다."
성품이 어진 장수에게는 모든 병사들이 목숨을 바쳐서 충성을 하는 법이다. 이는 곧 그 장수의 사랑(仁)에서 우러나는 진실인 것이다.
넷째로 용기(勇)는 대담함이다. 오기를 부리는 것과 용맹스러움은 다른 것이다. 단순히 용맹스럽고 오기만을 부린다면 적과 싸우는 데에 실속이 없다. 용기는 적을 눈앞에 두고도 위축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적과 자기 자신의 실상을 직시하는 능력이 곧 용기다.
적군을 직시했을 때에 지는 싸움이라면 과감하게 다음 기회를 기약하는 것도 용기다. 그러나 자신이 이길 수 있는 싸움이라고 판단이 되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싸움에 임하는 것이 곧 용기다.
고려말, 최영장군은 용맹한 장군의 대명사였다. 홍산에 왜구들이 침입을 하였을 때에 그는 입술에 화살이 박혔는데도 싸움을 진두지휘했다는 전설이 있다. 그렇게 용맹스러운 최영장군이었지만 정치적 변을 거치면서 이성계에게 정권을 내준 패장(敗將)으로 기록된다. '전쟁은 정치 수단'이라는 유명한 정의에 따른다면, 최영은 전투에서 용맹했을 뿐 전쟁에 능한 장수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다섯째로 엄격함(嚴)은 명령이 잘 지켜진다는 뜻이다. 명령은 군율이요 상하지휘계통의 약속이다. 이 약속이 잘 지켜지려면 합리적이고 시행 가능한 명령이어야 한다. 그래서 제갈량(諸葛亮)은 "먼저 법령을 다스리고, 후에는 형벌로 다스린다(先理令, 後理罰)"고 했다.
그러자면 장수는 아주 신중하게 명령을 내려야 하고, 일단 명령을 내리면 이를 취소하거나 변경하는 일 없이 확실하게 적용을 해야 한다(將無還令). 임금과 장수가 꼭 지켜야 할 자기 결심이다.
최근의 한 예를 들어 본다. 제19대 대통령 선거 때에 대통령 후보자들은 한 표라도 더 얻으려고 선거공약을 쏟아 놓았다. 그 중에 어떤 대통령 후보는 '5대 공직배제원칙'을 선언하였다. 병역 면탈, 세금 탈루, 위장전입, 부동산 투기, 논문표절 등이다.
이 다섯 가지 중 한 가지라도 위법한 자는 국무총리나 장관직에 쓰지 않겠다고 공약했다. 그런데 그가 대통령에 당선이 되었다. 국무총리와 장 차관급들을 추천하고 국회에서 인사청문회를 하는데 어느 한 사람도 이 5대 공직배제원칙에 걸리지 않은 사람이 없다.
가장 올바르게 인선을 하여 요직에 임명을 하겠다고 하였지만 그렇게 깨끗하고 청렴한 인물이 대한민국에는 없는 것 같다. 시골에서 땅이나 파고 있는 농부를 장관 자리에 모신다면 모르되 공부깨나 하고 요직을 거친 인격자를 찾아내기란 하늘에 별따기보다 어렵다는 것이다. 그렇게 부정부패와 적폐로 물든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대통령은 자기가 만든 5대원칙이 다시 부메랑으로 돌아와 배가 암초에 걸린 듯이 진전을 볼 수가 없었다. 인사청문회에서 웬만하면 봐달라는 식으로 자기 자신의 약속을 스스로 굽힐 수밖에 없었다. 엄격한 잣대를 마련하였지만 실현 불가능한 약속이었기 때문이다. 그러한 약속이나 법령을 선전용으로 남발하는 대통령이나 장수가 되어서는 아니 될 것이다. 엄격한 명령을 내리려면 스스로 엄격한 잣대의 한계를 알아야 한다.
장수론(將帥論)
장수를 흔히 지장(智將)과 덕장(德將), 맹장(猛將)으로 나눈다. 지장은 불가기(不可欺)니 속이려야 속일 수가 없다. 덕장은 불인기(不忍欺)라 속일 수는 있지만 차마 못 속인다. 맹장은 불감기(不敢欺)니 무서워서 감히 못 속인다.
지장(智將)은 워낙에 똑똑해서 스스로 판단하고 처방해서 이상적인 방향으로 조직을 이끈다. 이성적인 판단으로 상황을 장악한다. 대신 조직은 리더의 결정만 쳐다보고 있어 수동적이 된다. 능력으로 판단하므로 인간미가 부족하고 구성원 간의 결속력이 약하다. 때로 리더의 판단이 잘못되면 조직 전체가 심각한 위기에 빠지기도 한다.
덕장(德將)은 품이 넓어 아랫사람의 의견에 귀를 기울일 줄 안다. 부드럽게 감싸안아 조직을 융화시킨다. 자신을 내세우지 않아 조직의 존경을 한 몸에 받는다. 하지만 자칫 줏대 없이 사람 좋다는 소리나 듣기 딱 좋다. 덕만 있고 위엄이 없으면 속없이 잘해줘도 나중엔 아래에서 기어오른다. 중심을 잘 잡아주지 않으면 조직이 우왕좌왕 목표를 잃기 쉽다.
맹장(猛將)은 불같은 카리스마로 화끈하게 조직을 장악해서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몰고 간다. 일사불란한 장점은 있지만 아랫사람이 좀체 기를 펼 수가 없다. 방향이 잘못되었을 경우 대책 마련이 어렵다. 비상시라면 몰라도, 평상시에는 조직의 창의성이 발휘되지 못한다. 때로 놀라운 성과를 내서 기염을 토한다. 늘 그렇지 못한 것이 문제다.
지장과 맹장은 위엄만 있고 덕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덕장이 위엄까지 갖추기란 쉽지 않다. 덕장은 인화를 바탕으로 원만한 성과를 이룬다. 지장과 맹장은 자기 확신이 강해 아랫사람의 생각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큰 문제도 큰 성공도 종종 이들이 이끄는 상명하달(上命下達)의 조직에서 일어난다. 하지만 결과는 반반이라 위험 부담이 크다.
속이려야 속일 수 없는 지장은 인간미가 없다. 차마 못 속이는 덕장은 민망한 구석이 있다. 감히 못 속이는 맹장은 너무 사납다. 이 셋 중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무능한 것이니 족히 말할 게 못 된다. 문제는 덕과 위엄의 조화다. 가슴과 머리와 실력이 균형을 갖춰야 한다. 좋은 것만 찾으면 할 수 있는 일이 없고, 모험만 즐기면 뒷감당이 어렵다.
손자병법 구변편(九變篇)
孫子曰 : 凡用兵之法, 將受命於君, 合軍聚衆, 圮地無捨, 衢地交合, 絕地無留, 圍地則謀, 死地則戰.
손자가 말했다. "무릇 전쟁을 수행하는 방법은, 장수가 군주의 명령을 받아 백성을 징집하여 군대를 편성하되, 지형이 좋지 못하여 작전 행동이 곤란한 곳에는 주둔하지 말아야 하며, 교통의 요지로 외국 세력이 침투된 곳에서는 외교관계를 잘 맺어야 하며, 본국과의 연락과 생활이 불편한 곳에서는 오래 머무르지 않아야 하며, 사방이 둘러싸인 포위될 만한 지형에서는 조속히 빠져나갈 책모를 세우며, 사지에서는 죽기살기로 전투를 해야 한다
塗有所不由, 軍有所不擊, 城有所不攻, 地有所不爭, 君命有所不受.
길에도 가서는 안 되는 길이 있고, 적에도 싸워서는 안 되는 적이 있고, 성에도 공격하여서는 안 되는 성이 있고, 땅에도 다투어서는 안 되는 땅이 있고, 군주의 명령에도 받아들이지 않아야 할 명령이 있다.
故將通於九變之地利者, 知用兵矣.
그러므로 장수가 아홉 가지 전투의 통변을 통달하고 있으면, 용병에 능란하다 할 수 있다.
將不通於九變之利者, 雖知地形, 不能得地之利者矣.
장수로서 아홉 가지 전투의 통변에 통달하지 못한 자는 비록 지형을 알고 있다 하더라도 지세의 이익을 얻지 못할 것이다.
治兵不知九變之術, 雖知五利, 不能得人之用矣.
군을 통솔함에 있어 아홉 가지 전술을 활용하지 못하면 비록 다섯 가지 이익을 알고 있다 하더라도 군대를 충분히 다루지 못할 것이다.
是故智者之慮, 必雜於利害.
그러므로 지혜 있는 자의 생각은 반드시 이익과 손실을 아울러 참작해야 한다.
雜於利, 而務可信也.
雜於害, 而患可解也.
이익을 계산해 두면 하는 일에 소신을 가질 수 있고, 손실을 계산해 두면 환란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是故屈諸侯者以害, 役諸侯者以業, 趨諸侯者以利.
그래서 적국을 굴복시키려면 불리한 상태에 빠지게 하고, 그들을 이용하려면 사고를 일으켜 피로하게 하고, 그들을 달려나오게 하려면 이익을 보여주는 것이다.
故用兵之法, 無恃其不來, 恃吾有以待也.
그러므로 용병의 방법은 요컨대 적이 오지 않으리라고 믿어서는 안되며, 언제 와도 대적할 수 있는 자신의 대비를 믿어야 할 것이다.
無恃其不攻, 恃吾有所不可攻也.
적이 공격하지 않으리라고 믿을 것이 아니라, 공격해 오지 못하도록 하는 방어태세를 믿어야 하는 것이다
故將有五危.
그래서 장수에게 다섯 가지 위험이 있다.
必死, 可殺也.
필사적으로 싸우는 자는 죽기 마련이다.
必生, 可虜也.
기어코 살겠다는 자는 포로가 되기 마련이다.
忿速, 可侮也.
성미가 급한 자는 기만을 당하기 마련이다.
廉潔, 可辱也.
청렴결백한 자는 모욕을 당하기 마련이다.
愛民, 可煩也.
인간을 너무 사랑하면 그 때문에 번민하기 마련이다.
凡此五者, 將之過也, 用兵之災也.
대체로 이 다섯 가지는 장수의 과실이요, 전쟁에 있어 재난이 된다.
覆軍殺將必以五危, 不可不察也.
군대를 멸망시키고 장수를 죽게 하는 것은 반드시 이 다섯 가지 위험에서 비롯하는 것이니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 五(다섯 오)는 ❶지사문자로 乄(오)와 동자(同字)이다. 숫자는 하나에서 넷까지 선을 하나씩 늘려 썼으나 다섯으로 한 단위가 되고 너무 선이 많게 되므로 모양을 바꿔 꼴로 썼다. 五(오)는 나중에 모양을 갖춘 자형(字形)이다. ❷상형문자로 五자는 '다섯'이나 '다섯 번'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五자는 나무막대기를 엇갈려 놓은 모습을 그린 것이다. 고대에는 나무막대기나 대나무를 일렬로 나열하는 방식으로 숫자를 표기했다. 이것을 '산가지(算木)'라 한다. 보통 1~3까지는 막대기를 눕히는 방식으로 숫자를 구분했지만 4를 넘어가면 혼동이 생겼다. 이것을 구별하기 위해 막대기를 엇갈리게 놓는 방식으로 표시한 것이 바로 五자이다. 갑골문에서의 五자는 二사이에 X자를 넣은 방식으로 표기했었지만, 해서에서는 모양이 바뀌었다. 그래서 五(오)는 다섯이나 오(伍)의 뜻으로 ①다섯, 다섯 번 ②다섯 곱절 ③오행(五行: 우주 만물을 이루는 다섯 가지 원소) ④제위(帝位: 제왕의 자리) ⑤별의 이름 ⑥다섯 번 하다, 여러 번 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사람이 지켜야 할 다섯 가지의 떳떳한 도리를 오륜(五倫), 한 해 가운데 다섯째 달을 오월(五月), 그 달의 다섯째 날 또는 다섯 날을 오일(五日), 음률의 다섯 가지 음을 오음(五音), 다섯 가지 곡식(쌀 보리 조 콩 기장)을 오곡(五穀), 다섯 가지의 감각(시각 청각 미각 후각 촉각)을 오감(五感), 다섯 가지 빛깔 곧 푸른빛 누른빛 붉은빛 흰빛 검은빛의 다섯 가지 색을 오색(五色), 다섯 가지 계율이나 계명을 오계(五戒), 퍽 많은 수량을 나타내는 말을 오만(五萬), 다섯 가지 욕심이라는 오욕(五慾), 사람이 타고 난 다섯 가지 바탕을 오사(五事), 짙은 안개가 5리나 끼어 있는 속에 있다는 뜻으로 무슨 일에 대하여 방향이나 상황을 알 길이 없음을 이르는 말을 오리무중(五里霧中), 오십 보 도망한 자가 백 보 도망한 자를 비웃는다는 뜻으로 조금 낫고 못한 차이는 있지만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음을 일컫는 말을 오십보백보(五十步百步), 오십이 되어 천명을 안다는 뜻으로 쉰 살을 달리 이르는 말을 오십천명(五十天命), 다섯 수레에 가득 실을 만큼 많은 장서를 일컫는 말을 오거지서(五車之書), 좀 못하고 좀 나은 점의 차이는 있으나 본질적으로는 차이가 없음을 이르는 말을 오십소백(五十笑百), 닷새에 한 번씩 바람이 불고 열흘만에 한번씩 비가 온다는 뜻으로 기후가 순조로움을 이르는 말을 오풍십우(五風十雨) 등에 쓰인다.
▶️ 材(재목 재)는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나무 목(木; 나무)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才(재; 잘라 내는 일)이 합(合)하여 재목을 뜻한다. 材(재)는 樹(수; 서 있는 나무)를 자른 材木(재목), 건물(建物)이나 도구(道具)의 재료가 되므로 사람의 素質(소질)이나 재능도 材(재)라 한다. ❷회의문자로 材자는 '재목'이나 '재료', '재능'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材자는 木(나무 목)자와 才(재주 재)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才자는 땅 위로 올라오는 새싹을 그린 것으로 '재능'이나 '재주'라는 뜻이 있다. 이렇게 '재능'을 뜻하는 才자에 木자가 더해진 材자는 상태나 재질이 좋은 나무라는 뜻이다. 材자는 나무의 '재목'이나 '재료'라는 뜻으로 쓰이지만, 사람에 비유할 때는 '재능'이나 '재주', '수완'과 같이 사람의 자질과 관련된 뜻을 갖는다. 그래서 材(재)는 ①재목(材木) ②재료(材料), 원료(原料) ③재능(才能), 재주, 수완(手腕) ④성질(性質) ⑤자질(資質), 바탕 ⑥도리(道理), 길 ⑦보물(寶物), 재화(財貨) ⑧가, 변두리 ⑨나무의 열매 ⑩헤아리다 ⑪사용하다, 쓰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물건을 만드는데 드는 원료를 재료(材料), 재목의 질을 재질(材質), 건축이나 토목 또는 기구 등의 재료로 쓰이는 나무를 재목(材木), 사람의 됨됨이와 쓸모 있는 바탕 또는 쓸모 있는 사람을 재국(材局), 예술 작품의 바탕이 되는 재료를 소재(素材), 어떤 사물에서 작품이나 기사의 재료 또는 제재를 얻음을 취재(取材), 학식과 능력이 뛰어난 사람을 인재(人材), 가르치고 배우는 데 쓰이는 재료를 교재(敎材), 건축이나 가구 그밖에 여러 가지로 쓰이는 나무로 된 재료를 목재(木材), 무엇을 만드는 기본이 되는 재료를 자재(資材), 시세를 하락시키는 사항을 악재(惡材), 예술 작품이나 학술 연구 등의 주제가 되는 재료를 제재(題材), 콘크리트나 모르타르에 쓰이는 모래나 자갈 따위의 재료를 골재(骨材), 쓸모 없는 재목 또는 그런 사람을 산재(散材), 재목이 너무 커서 도리어 쓰기 어렵다는 말로 재주 있는 이가 불우한 처지에 있음을 이르는 말을 재대난용(材大難用), 들보로 쓸 만한 재목이라는 뜻으로 나라의 중임을 맡을 만한 큰 인재라는 말을 동량지재(棟梁之材), 방패와 성의 구실을 하는 인재란 뜻으로 나라를 지키는 믿음직한 인재를 이르는 말을 간성지재(干城之材), 영웅이 될 만한 자질을 가진 사람을 이르는 말을 영웅지재(英雄之材), 여러 세대를 통하여 드물게 나는 뛰어난 인재를 이르는 말을 간세지재(間世之材), 참나무와 가죽나무의 재목이라는 뜻으로 쓸데없는 물건이나 무능한 사람을 두고 이르는 말을 저력지재(樗櫟之材), 큰 재목이 작게 쓰이고 있다는 뜻으로 사람을 부리는 데 있어서 제 능력을 다 발휘할 수 있는 조건이 안된다는 말을 대재소용(大材小用), 어떤 일에 적당한 재능을 가진 자에게 적합한 지위나 임무를 맡긴다는 말을 적재적소(適材適所) 등에 쓰인다.
▶️ 十(열 십)은 ❶지사문자로 什(십), 拾(십)은 동자(同字)이다. 두 손을 엇갈리게 하여 합친 모양을 나타내어 열을 뜻한다. 옛날 수를 나타낼 때 하나로부터 차례로 가로줄을 긋되, 우수리 없는 수, 다섯은 ×, 열은 Ⅰ과 같이 눈에 띄는 기호를 사용하였다. 나중에 十(십)이라 썼다. ❷상형문자로 十자는 '열'이나 '열 번'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十자는 상하좌우로 획을 그은 것으로 숫자 '열'을 뜻한다. 그러나 갑골문에 나온 十자를 보면 단순히 세로획 하나만이 그어져 있었다. 이것은 나무막대기를 세워 그린 것이다. 고대에는 이렇게 막대기를 세우는 방식으로 숫자 10을 표기했었다. 후에 금문에서부터 세로획 중간에 점이 찍힌 형태로 발전하면서 지금의 十자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十자는 부수로 지정되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은 모양자 역할만을 할 뿐 의미는 전달하지 않는다. 그래서 十(십)은 ①열 ②열 번 ③열 배 ④전부(全部), 일체(一切), 완전(完全) ⑤열 배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한 해 가운데 열째 달을 시월(十月), 충분히 또는 넉넉히로 부족함 없이를 십분(十分), 어떤 분야에 뛰어난 열 사람의 인물을 십걸(十傑), 보통 4km 거리를 십리(十里), 사람이 받는 열 가지 고통을 십고(十苦), 열 살로부터 열아홉 살까지의 소년층을 십대(十代), 썩 잘 된 일이나 물건을 두고 이르는 말을 십성(十成), 오래 살고 죽지 아니한다는 열 가지 물건을 이르는 말을 십장생(十長生), 실을 십자형으로 교차시켜 놓는 수를 일컫는 말을 십자수(十字繡), 열 번 찍어 아니 넘어가는 나무가 없다는 뜻으로 어떤 어려운 일이라도 여러 번 계속하여 끊임없이 노력하면 기어이 이루어 내고야 만다는 뜻의 말을 십벌지목(十伐之木), 열 사람이 한 술씩 보태면 한 사람 먹을 분량이 된다는 뜻으로 여러 사람이 힘을 합하면 한 사람을 돕기는 쉽다는 말을 십시일반(十匙一飯), 열에 여덟이나 아홉이란 뜻으로 열 가운데 여덟이나 아홉이 된다는 뜻으로 거의 다 됨을 가리키는 말을 십중팔구(十中八九), 열 번 살고 아홉 번 죽는다는 뜻으로 위태한 지경을 겨우 벗어남을 일컫는 말을 십생구사(十生九死), 열 사람의 눈이 보고 있다는 뜻으로 세상 사람을 속일 수 없음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십목소시(十目所視), 십년 동안 사람이 찾아 오지 않아 쓸쓸한 창문이란 뜻으로 외부와 접촉을 끊고 학문에 정진함을 비유하는 말을 십년한창(十年寒窓), 열흘 동안 춥다가 하루 볕이 쬔다는 뜻으로 일이 꾸준하게 진행되지 못하고 중간에 자주 끊김을 이르는 말을 십한일폭(十寒一曝), 오래 전부터 친히 사귀어 온 친구를 일컫는 말을 십년지기(十年知己), 열 사람이면 열 사람의 성격이나 사람됨이 제각기 다름을 일컫는 말을 십인십색(十人十色) 등에 쓰인다.
▶️ 過(지날 과, 재앙 화)는 ❶형성문자로 过(과)는 간자이다. 뜻을 나타내는 책받침(辶=辵; 쉬엄쉬엄 가다)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글자 咼(와, 과; 입이 삐뚤어짐)의 뜻이 합(合)하여 바른 길을 지나쳤다는 데서 지나다를 뜻한다. ❷형성문자로 過자는 '지나다'나 '경과하다', '지나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過자는 辶(쉬엄쉬엄 갈 착)자와 咼(가를 과)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咼자는 '뼈'를 뜻하지만, 여기에서는 발음역할만을 하고 있다. 過자는 어떠한 상황이나 상태가 지나갔음을 뜻하기 때문에 길을 걷는 모습을 그린 辶자가 '지나가다'라는 뜻을 전달하고 있다. 다만 지금의 過자는 '초과하다'나 '넘치다'와 같이 한계를 넘어선다는 뜻이 확대되어 있다. 그래서 過(과)는 지나치는 일, 통과하다, 도를 넘치다, 과오(過誤) 따위의 뜻으로 ①지나다 ②지나는 길에 들르다 ③경과하다 ④왕래하다, 교제하다 ⑤초과하다 ⑥지나치다 ⑦분수에 넘치다 ⑧넘다 ⑨나무라다 ⑩보다, 돌이켜 보다 ⑪옮기다 ⑫허물 ⑬잘못 ⑭괘(卦)의 이름 ⑮예전 그리고 ⓐ재앙(災殃)(화)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지날 력/역(歷), 지날 경(經), 그릇될 와(訛), 그르칠 오(誤),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공 공(功)이다. 용례로는 일이 되어 가는 경로를 과정(過程), 지나간 때를 과거(過去), 예정한 수량이나 필요한 수량보다 많음을 과잉(過剩), 지나치게 격렬함을 과격(過激),정도에 넘침을 과도(過度),지나치게 뜨거워지는 것을 과열(過熱), 잘못이나 그릇된 짓을 과오(過誤), 지나간 일을 과거사(過去事), 조심을 하지 않거나 부주의로 저지른 잘못이나 실수를 과실(過失), 잘못에 대하여 용서를 빎을 사과(謝過), 통하여 지나가거나 옴을 통과(通過), 어떠한 수량을 표하는 말 위에 붙어서 많지 않다고 생각되는 그 수량에 지나지 못함을 가리키는 말을 불과(不過), 사물의 한도를 넘어섬을 초과(超過), 공로와 과오를 공과(功過), 대강 보아 넘기다 빠뜨림을 간과(看過), 때의 지나감이나 시간이 지나감을 경과(經過), 모르는 체 넘겨 버림을 묵과(默過), 능력 같은 것이 지나치거나 미치지 못함이나 딱 알맞지 않음 또는 중용을 얻지 못함을 이르는 말을 과불급(過不及), 모든 사물이 정도를 지나치면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는 뜻으로 중용이 중요함을 가리키는 말을 과유불급(過猶不及), 밀밭을 지나면 밀 냄새만 맡고도 취하게 된다는 뜻으로 술을 도무지 마시지 못하는 사람을 두고 이르는 말을 과맥전대취(過麥田大醉), 뜰에서 가르친다는 뜻으로 아버지가 자식에게 사람의 도리를 가르치는 것을 이르는 말을 과정지훈(過庭之訓), 눈에 스쳐 지나가면 잊지 않는다는 뜻으로 한번 본 것은 잊어버리지 않는다는 말을 과목불망(過目不忘), 아는 이의 문전을 지나가면서도 들르지 않음을 일컫는 말을 과문불입(過門不入), 성인이 지나가는 곳에는 백성이 그 덕에 화하고 성인이 있는 곳에는 그 덕화가 신묘하여 헤아릴 수 없다는 말을 과화존신(過化存神), 지나친 공손은 오히려 예의에 벗어남을 이르는 말을 과공비례(過恭非禮), 잘못을 하면 즉시 고치는 것을 주저하지 말아야 함을 이르는 말을 과즉물탄개(過則勿憚改), 그 사람이 내 집 앞을 지나가면서도 나를 찾아주지 않았다 하여 별로 유감스럽게 여기지 않는다는 뜻으로 그 사람을 대수롭지 않게 여김을 이르는 말을 과문불감(過門不憾), 사실보다 지나치게 평가함을 일컫는 말을 과대평가(過大評價), 잘못을 서로 고쳐 줌을 일컫는 말을 과실상규(過失相規),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함과 같음을 일컫는 말을 과여불급(過如不及), 잘못하고서 고치지 않는 것이라는 뜻으로 그것을 잘못이라고 하는 의미의 말을 과이불개(過而不改), 지나간 일을 일컫는 말을 과거지사(過去之事), 지나가는 불에 밥을 짓는다는 뜻으로 어느 특정한 사람을 위해 한 일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그 사람에게 도움이 되었음을 이르는 말을 과화숙식(過火熟食), 다리를 건너고 나서 그 다리를 부수어 목재를 훔쳐간다는 뜻으로 극도의 이기심이나 배은망덕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과하탁교(過河坼橋), 분수에 지나치는 욕망을 일컫는 말을 과분지망(過分之望), 사물을 지나치게 떠벌림을 일컫는 말을 과대황장(過大皇張), 분에 넘치는 일을 일컫는 말을 과분지사(過分之事), 과오를 저지른 후에 능히 고침 즉 한 번 잘못을 저지른 연후에 잘못을 참회함으로써 선하게 됨을 이르는 말을 과연후능개(過然後能改), 보통 사람보다 훨씬 센 힘을 일컫는 말을 과인지력(過人之力), 한 번 보기만 하면 그대로 욈을 일컫는 말을 과목성송(過目成誦)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