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괴담이 난무한다. 폭락론이 춤추며 시장을 어지럽히고 있다. 대세하락론이 힘을 받으면서 특히 재건축하락으로 강남필패론마저 등장했다. 지난 5월 18일 국토부가 발표한 통계를 보아도 부동산시장의 현실은 참담하다. 개포주공, 대치은마, 잠실주공5단지등 대표적인 재건축단지가 한 두달만에 1억원 가까이 급락했다. 토지, 오피스텔만 약간 상승했을 뿐 상가, 오피스분야도 분양가인하, 공실률증가 등으로 유례없는 불황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국내 부동산시장은 과연 버블붕괴에 직면한 것일까? 작년 9월 이후부터 시작된 집값하락은 결국 대세하락의 신호탄인가? 그렇지 않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과학적 분석을 통해 종합적으로 고찰해본 결과, 2020년까지 폭락, 폭등보다는 장기적인 안정장세가 점쳐진다.
그렇게 바라보는 근거는 무엇일까?
먼저, 버블붕괴론의 근거로서 다음의 5가지가 회자되고 있다. 국내집값은 거품이 과도하게 형성되었고, 주택공급 과잉, 가계부채 급증, 중산층 붕괴, 인구감소, 초고령화사회의 도래, 금리상승위험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일단 드러난 현상과 일부 통계만 보면 폭락론은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하지만 하나씩 심층검토, 종합분석을 해보면 결과는 달라진다.
첫째, 국내집값은 과거 경제성장률 내지 물가상승율을 훨씬 상회해 상당한 거품이 존재한다. 하지만 글로벌급등기인 지난 10년간(1997~2006) 국내집값의 상승률은 OECD 18개 국가중 12위에 불과하다. 이를테면 아일랜드는 약 230%, 스페인 약 180%, 영국 약210%, 미국 약 100%급등한데 비해 대한민국의 집값은 약48%(서울은 약 80%) 상승에 그쳤다는 얘기다.
집값거품이 높았던 위 국가들은 최근 어떻게 되었을까. 2008년 하반기 서브프라임모기지사태 이후 주택가격 급락과 함께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중이다. 우리와는 대조적이다.
둘째, 미분양물량과다에다 2기 신도시, 보금자리주택 등 대량공급으로 공급과잉상태에 놓였다는 주장도 글로벌주택통계 앞에서는 궁색해진다. 주택보급률을 살펴보자. 2009년 기준 서울 93.1%, 수도권 95.4%, 전국 101.2%로 적정주택보급률인 110%선과 OECD평균인 116%에는 한참 미달한 수치다. 자가주택보유율도 56% 정도로서, 미국 68%, 영국 69%, 일본 60%에 뒤쳐진다. 인구 천명당 주택수도 선진국의 2/3정도다.
셋째, 가계부채의 증가속도가 빠른 것은 맞지만 주택담보대출비율은 상당히 낮은 편이다. 예컨대, 미국의 담보대출비율은 94%정도인데 우리는 약 49%에 불과하다. 중산층의 붕괴로 주택소비가 큰 폭 감소할 것이라는 주장도 편견이다. 주택은 고가 내구소비재로서 소득의 양극화→고소득(HI-INCOME)계층의 자본력확충→부동산시장의 신규수요유발→부동산가치증가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넷째, 출구전략 등에 따른 금리가 인상될 경우 부동산은 직격탄을 맞는다는 주장도 온전한 해석이 아니다. 경기회복기의 완만한 금리인상은 인플레에 강한 부동산의 특성상 큰 하락요인이 아닌데다 저금리 정책기조 는 변동성이 적기 때문이다.
다섯째,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감소는 주택감소로 직결돼 장기적으로 큰 악재임이 분명하다. 1차 베이비부머세대의 은퇴 등 초고령화사회의 진입은 경제성장과 자산시장확대에 가장 큰 걸림돌이자 복병이다. 통계청자료에 따르면 남한의 인구는 2020년경에, 가구수는 2030년경에 정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인구감소로 인한 본격적인 집값하락은 2020년 이후에나 가능하다는 뜻이다. 인구정책변화로 인한 해외인구 유입가능성도 변수다. 개방적 이민정책이 나올 경우 해외동포를 포함한 외국으로부터 인구유입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은퇴후 주택을 생활비충당목적으로 최우선 처분할 것이라는 주장도 과장된 측면이 강하다. 역모기지론(REVERSE MORTAGE LOAN)의 위력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주택금융공사의 발표에 따르면 60세 이후 소위 주택연금에 가입하는 비율이 연 30%이상 증가하고 있다.
이밖에도 최근의 해외부동산 시장동향도 안정론에 일조하고 있다. 중국, 홍콩 등 아시아 이머징국가의 집값은 상승중이고 얼마전까지 버블붕괴에 시달렸던 미국, 영국, 호주, 두바이 등 주요국가의 집값도 반등하고 있다. 문제는 정부정책이다. 작년 9월 집값확산을 우려한 DTI등 고강도의 정부규제는 시장의 실패를 막기 위한 선제적인 조치로서, 결과적으로 정책개입의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겼다.
그런데, 지금은 시장의 실패가 아니라 정책의 실패(?)를 우려할 때가 아닌가.
부동산은 더 이상 신화에 등장하는 괴물(怪物)이 아니다. 근거없는 괴담론, 폭락론을 잠재우고 장기적 시장안정, 연착륙을 향한 거시적인 정책개발과 실기(失機)하지 않는 미세조정의 정책적 노력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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