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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군과 수혜의 시련-3
정자에 모여 있던 사람들은 신기한 구경이라도 하는 듯
기분 나쁜 시선으로 아군과 수혜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군과 수혜는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정자로 올라와 정자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살펴보았다.
사람이 때 빼고 광내면 멋있게 보이지 않을 사람들이 없겠지만
정자에 모여 있는 사람들(?)은 복장이 화려할 뿐만 아니라 온갖 장신구로 치장을 하고 있어
모두 귀공자, 귀공녀처럼 멋지게 보였다.
아군과 수혜의 그들의 거북한 시선을 의식하며 자리에 앉지도 못하고 우물쭈물하고 있었다.
“앉아. 이곳에 있는 분들이 너희들을 보고 싶어 하신다.
소개하지. 이쪽은 최근 멸문지화를 당한 벽궁세가의 생존자들이야.
벽궁세가는 우리 세가의 세력권에 있는 작은 세가야..
아마 다들 소문을 들어서 알고 있을 거야.
최근 무림에서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사건 말이야.
누구의 소행인지도 모르고, 무슨 이유로 그런 짓을 벌이고 있는 지도 몰라.
또한 손속이 잔인하고 행사가 은밀하여 지금까지 단 하나의 단서조차 없다고 하지.
현재 무림맹(武林孟)에서 조사에 착수했다는 말도 들리고 말이야.
그런데 여기 두 사람이 그 사건과 연관이 있는 모양이야.
지금까지 중원전역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살펴보면 생존자는 고사하고
단 하나의 단서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는 소문이야.”
“흥미진진한 이야기네. 우리 앉아서 이야기하자
난 남궁벽이라고 한다. 보경이가 나머지 사람들도 소개해 주지 그래.”
“알았어요. 일단 앉아.”
수혜와 아군은 자리에 앉았다.
그들이 자리에 앉자 자신들을 이곳으로 부른 여인이 수혜의 겉에 앉으며
주위에 있던 사람들을 하나하나 소개했다.
“방금 남궁세가의 남궁벽님은 소개를 했고 좌측부터 돌아가며 소개하지.
저기 앉아 계신 분부터 남궁벽님의 동생인 남궁자영님,
팽가의 팽소봉님, 당가의 당령님, 황보가의 황보혜경님, 마지막으로 벽력세가의 악소소님이야.
나는 모용세가의 모용보경이야.
그리고 이쪽은 벽력세가의 벽력수혜 벽력아군이라고 하더군.
우리 어떻게 할까요.
아직 다른 분들은 도착하지 않았는데 모두 도착하면 이야기를 시작할까요.”
아군은 모용보경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여인이
자신을 벽력아군이라고 소개하자 얼굴을 붉히며 자신의 이름이 그게 아니라고 말하려 했다.
하지만 수혜가 재빨리 아군의 팔을 잡고 고개를 흔들었다.
그냥 두란 말이다.
여기서 굳이 아군의 신분을 밝힐 필요는 없다.
그리고 따지고 보면 자신도 아군을 남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이야기를 듣자. 궁금해서 못 참겠다.
나중에 오는 사람들은 우리가 듣고 이야기주면 되지 뭐.
이제 이야기해봐~ 모두들 궁금해 하잖아.
벽궁세가가 언제, 어떻게 멸문지화를 당한 거지.”
“저희들은 모용세가의 가주님을 만나 뵙고 싶습니다.”
모용보경은 수혜의 말에 못 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방금 이야기를 한 사람은 남궁벽이다.
모용보경은 남궁벽에게 마음이 있었다.
그런 그의 말에 수혜가 거절하는 투로 이야기하자 기분이 상한 것이다.
“우리 아버님이 한가한 사람인 줄 알아 일단 우리들에게 이야기해봐.
여기 있는 분들이 누군지 알아
바로 무림 오대세가 중에서 4대세와 모용, 벽력세가의 자제분들이야.
너희들의 말에 신빙성이 있다면 우리가 나서 도와줄 수도 있어.”
수혜는 무림오대세가라는 말을 들은 기억이 있다.
또한 화타제조와 도법으로 유명한 벽력세가도 알고 있다.
조금 전에 소개한 이름들로 미루어보아 이들이 그 유명한 오대세가와 벽력세가의 인물들 같다.
만일 이들이 진정 오대세가의 벽력세가의 자제들이고 이들이 도와준다면
가문의 원수들을 찾는데 커다란 힘이 될 것이다.
지금 사람들이야 말로 9대문파와 더불어 정도무림(正道武林)의 양대 축인
오대세가와 그에 필적하는 세가들이 자제들이지 않는가.
수혜는 잠시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열흘이 조금 넘었습니다.
일단의 흑의를 입은 무림인들이 우리 벽력세가로 쳐들어 와서 모든 식솔들을 도륙했으면
심지어 세가에 불까지 질렸습니다.”
“우리가 소문에 듣기로 지금까지 화를 당한 문파에서 생존자가 없다고 알고 있어요.
당신들은 어떻게 살아남은 거죠.
당신들은 세가가 화를 당하던 날 다른 곳에 계셨던 겁니까?”
남궁벽 옆에 앉아 있던 여인이 입을 열었다.
“아닙니다. 그들은 세가에서 도망친 우리들까지 죽이려 추적했어요.
다행이 가진 재주가 있어 그들을 물리치고 살아남을 수 있었지만
세가로 돌아가 보니 세가는 화염에 쌓여 있었고
세가의 모든 식구들은 죽임을 당한 상태였습니다.”
“호~ 추격자를 물리쳤다.
다른 사람들은 그들에게 모두 죽었는데 당신들은 살아남았다?
세가에서 당신 두 사람의 무공이 가장 높았던 모양이죠.”
다시 말을 한 사람은 남궁자영 이였다.
그녀는 이제 잘해야 15세 정도로 보였는데
이곳에 모인 여인들 중에서 가장 뛰어난 미모를 가지고 있었다.
주관적인 입장이 아니라 객관적인 입장에서 본다면 아마도 수혜보다 그녀의 미모가 더 뛰어날 것이다.
그런데 그녀의 말에는 가시가 있었다.
벽궁세가의 모든 사람들이 번번이 반항도 해보지 못하고 죽임을 당했는데
나이도 어린 수혜와 아군의 흑의인들을 물리쳤다는 것이 믿을 수 없다는 말투지 않는가?
“전 사실을 말하고 있습니다.
제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처럼 들리는 군요.”
“그건 아닙니다.
다만 확실한 물증이 있다면 더 신빙성이 있지 않을까 해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저희들의 운이 좋았다고 하죠.
그리고 이건 우릴 공격했던 흑의인들의 품에서 나온 물건들 입니다.”
수혜는 품속에서 몇 가지 물건을 꺼냈다.
바로 아군이 흑의인들의 품에서 꺼내온 물건들이다.
사람들은 수혜가 꺼낸 물건들을 살펴보았다.
그들이 보기에 특별한 물건은 없다.
그냥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지고 다니는 일상적인 소지품 정도다.
다만 그들의 이목을 끈 물건은 ‘흑풍대’라고 적인 작은 금속 패였다.
“흑풍대? 이 패가 그들의 품에서 나왔단 말입니까?”
“예~ 그들이 지니고 있던 패입니다.”
“흑풍대라..내가 알고 있기로 무림에 흑풍대라 불리는 세력이 최소한 5개는 됩니다.
물론 그들이 이것도 똑같은 영패를 지니고 있는지는 확인하지는 못했죠.”
황보혜경이 패를 만지작거리면 이야기한다.
그녀는 여기 사람들 중에서 가장 나이가 어려 보였다.
그녀는 심각한 표정으로 짓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 귀여워 보였다.
“하지만 최소한 그들의 이름이라도 밝혀냈으니 찾기가 수월하지 않겠어요.”
“우리 힘으로는 흑풍대라는 이름만 듣고 벽궁세가를 멸문시킨 그들을 찾는다는 건 불가능해.
무림맹이 직접 나선다면 모를까?”
“그럼. 이패를 무림맹에 보내기로 하죠.
현재 무림맹에서도 최근 무림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건에 대해 조사를 시작했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게 좋겠군.”
“사실 흑풍대라는 세력이 중원전역의 약소문파들을 공격한 세력이라고 단정할 순 없죠.”
“그건 맞는 말이야. 이곳 요동뿐만 아니라 사천, 광동, 하북 등 중원전역에 있던 문파들이
동시다발적으로 공격당했어.
그 모든 사건들을 한 세력이 벌일 일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저희가 여기서 떠들 것이 아니라 무림맹에 보내서 알아보는 것이 현명할 것 같군요.”
“그전에 이들에게 몇가지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어.”
남궁벽은 아군과 수혜를 찬찬히 살펴보다가 질문을 시작했다.
“흑풍대라고 불리는 이들이 왜~ 벽궁세가를 공격했지.”
“그건 저희들도 몰라요.”
“벽궁세가에 특별한 원한을 가진 세력이 있나.”
“제가 알기로 그런 세력은 없습니다.
우리 벽궁세가는 주위에서 좋은 평판을 듣고 있었어요.”
“그럼. 벽궁세가에 보물이라고 숨기고 있었던 건가? 혹시 가보라든지..
아니면 최근에 입수한 희귀한 책이라든지 말이야.”
“제가 알기로 그런 것 없습니다.”
“뭐야. 흑의인들이 무엇 때문에 공격했는지도 이유가 없다는 말이네.
모든 일에는 원인과 결과가 있는 법인데 이번사건의 경우 원인은 없고 결과만 있다는 말이로군.
그들이 살인을 즐기는 살인마라도 ‰쨈?말이가?”
“저희들도 그걸 모르기 때문에 이렇게 도움을 받고자 모용세가를 찾아온 겁니다.”
“쩝~ 이상 내 질문은 끝났어.”
“남궁오라버니 사실 우리가 나설 형편도 아니잖아.”
“그래 이건 이것으로 끝내죠.
자~ 우리가 이렇게 만난 것도 오랜만인데 다시 즐기도록 할까?.”
“이번에는 제갈세가의 무경이와 진주언가의 사람들이 빠졌네요”
“몸이 약한 무경이야 이곳까지 오는 것이 무리죠.
진주언가에서 미향에게 이번에 집안에 일이 있어 못 온다는 미리 연락이 왔어요.”
“아쉽네. 그들까지 모였으면 8대세가의 후기지수들이 모두 모이는 건데 말이야.”
수혜와 아군은 이야기가 이상하게 돌아간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벽궁세가 멸문에 대해 몇 가지 질문과 자신들끼리 처리문제에 대해 이야기 하더니
이제는 화재를 바꿔 자신들의 이야기만 한다.
수혜는 아무래도 안 되겠다 싶어 그들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게 끝인가요. 무슨 대책이 있어야죠.”
“무림맹에 보고해 준다고 했잖아. 참~ 그리고 볼일 다 봤으니 돌아가도록 해.”
“예~ 저희들을 도와주신다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말귀를 못 알아듣는 구나. 너희들 말은 충분히 들었어
. 그리고 무림맹에 보고해 준다고 했잖아.
알았으면 잔소리하지 말고. 몰라가서 기다리고 있어.”
수혜는 입술을 깨물더니 자신에 꺼내는 물건들을 회수하려 했다.
이들이 자신들을 도와줄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잘못하면 가문의 원수를 찾아낼 단서까지 빼앗기고 말 것 같다.
그녀의 손이 막 패를 잡으려 하는데 모용보경이 그녀의 손을 잡는다.
“그건 무림맹에 보낼 물건이야. 그냥 두고 가도록 해.”
“이건 저희들이 직접 무림맹으로 찾아가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니 패를 들려주세요.”
“이것들이 좋게 대해주니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기어오르네. 넌 지금 우릴 못 믿겠다는 거냐.
우리가 전해 준다고 했으면 믿어야지. 어디서 눈을 부름 뜨고 대들어.”
“그 손 치우세요. 그리고 물건은 돌려주시기 바랍니다.”
보다 못한 아군이 수혜의 손을 잡고 있는 보경의 손을 잡으려 했다.
그때 갑자기 등줄기가 사늘해 지며 뒤에 검은 인형들이 나타나고
시퍼런 검이 아군의 어깨에 걸쳐지고 또 다른 검이 수혜의 어깨에 걸쳐진다.
등 뒤에 나타난 무사들은 아군과 수혜가 조금이라도 반항하면 베어버릴 기세다.
“아가씨게 불경하면 죽는다. 움직이지 마.”
갑자기 장내에 나타난 사람들은 모용보경이 정자에 배치한 경비무사들이었다.
“이것들을 밖으로 끌어내. 거지같은 자식들, 좀 친절하게 대해 주니 누구 앞에서 큰소리야.”
무사들은 보경의 명령을 받고 아군과 수혜를 밖으로 끌어낸다.
“뇌요. 저건 가문의 원수들을 밝혀줄 유일한 단서입니다. 제가 가져가야해요.”
“무슨 일이데 이렇게 시끄러운 거야.”
정자로 향하는 계단을 걸어오던 사내는 수혜와 무사들을 보고 미간을 찌푸리며
수혜와 무사들을 번갈아 쳐다본다.
“오빠~ 왔어요. 늦었네. 이것들이 겁도 기어오르잖아.”
“누군데 그래.”
“벽궁세가라는 곳에서 왔데. 뭐~ 가문이 멸문을 당했으니 우리에게 복수를 해달고 하네.”
“미친년. 우리세가가 남 뒤치다꺼리나 하는 세가로 아는 모양이지
. 또 이미 멸문을 당했다면 도와줘야 대가도 없을 거 아냐.”
사내는 모용보경의 오빠로 모용세가의 소가주인 모용천악이었다.
그는 처리할 일이 있어 모임에 늦은 것이다.
그는 수혜의 얼굴과 몸을 살펴보더니 입이 벌어진다.
“이년 물건인데. 아직 나이는 어리지만 볼수록 귀여운 년이네. 가문이 멸문 당했다고 했지.”
“오라버니 또 병이 도진거야. 하여튼 반반한 계집들만 보면 가만두질 못해요.”
“나비가 꽃을 ?는 것은 당연한 거야...너 좀 빠져. 이름이 뭐냐.”
사내는 징그러운 미소를 때며 수혜의 얼굴로 손을 가져왔다.
수혜는 사내의 손을 피해 얼굴을 돌렸다.
“무슨 짓이에요. 당장 이거 풀라고 하세요.”
“그년 반항은...가문이 멸문 당했다며...그럼 돌봐줄 사람도 없다는 거잖아..
네게 잘만 보이면 첩으로 삼아줄 수도 있다.
그럼 호의호식(好衣好食)하며 살 수 있어
. 어때 이제 마음이 동하냐. 자자~ 고개를 돌려봐~ 얼굴 좀 보자”
“당장 그 손 치우세요.”
보다 못한 아군이 자신을 잡고 있던 무사의 팔을 뿌리치며 천악에게 달려갔다.
천악은 아군이 달려오자 눈살을 찌푸리다가 아군을 향해 손가락을 퉁긴다.
“쉬아악~”
아군은 날카로운 바람소리가 귀가를 스치더니 어깨에 엄청난 충격이 전해지며
뒤로 몇 발자국 이 물려났다.
천악은 아군의 반응을 살피지 않고 손을 거두어 수혜의 얼굴로 가져간다.
아군의 눈에 불통이 튀다.
그는 한달음에 천악에게 달려가며 주먹으로 천악의 뒤통수를 공격했다.
천악의 몸이 빙글 돌아가며 손이 육안으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움직이니
아군은 가슴을 부여잡고 비틀거린다.
“아이고 팔목이야. 몸이 강철처럼 단단하군. 무슨 금종보나 철포삼을 익혔나.
금룡지(禽龍指)와 금룡장(禽龍掌)에는 쓰러지질 않네.”
천악은 팔목을 털어내며 중얼거리다가
아군이 쓰려지지 않고 다시 자신에게 대들자 기가 막힌다는 표정이더니
갑자기 허리차고 있던 검을 전광석화(電光石火)처럼 빼내 아군의 신궐(배꼽)을 찌르니
달려오던 아군은 검을 피하지 못하고 검이 아랫배를 파고든다.
아군은 허리가 굽혀지며 입에서 붉은 피를 토해낸다.
“아군...아군...안돼~”
“오라버니 죽을 필요는 없잖아.”
“나도 죽일 마음은 없었어. 그런데 이놈이 바락바락 대들잖아.”
수혜의 안타까운 절규와 보경이 오빠를 질책하는 소리가 들린다.
아군은 수혜의 절규에 정신이 들며 앞에 있던 천악의 얼굴을 가격했다.
천악은 아군이 최소한 중상을 면치 못했을 거라 생각하고 안심하고 있다가
아군의 주먹을 피하지 못하고 얼굴이 돌아가며 비틀거린다.
“이런 빌어먹을...”
천악은 입술에 터지며 피가 흐르고 악이 받친 천악의 검이 아군의 향해 날아왔다.
모용세가의 섬광염라검법(閃光炎羅劍法)이 펼쳐진 것이다.
천악의 검이 빛살처럼 솟아지며 중간에서 변화를 일으켜 아군의 상체를 공격해 온다.
아군은 자신의 알고 있는 신법을 발휘하여 검영을 피하려하지만
성광염라검법은 그런 간단한 신법으로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아군의 상체에 무수한 검영이 파고들며 아군은 비틀비틀 뒤로 물러난다.
하지만 역시 쓰려지지 않는다.
“독종새끼. 언제까지 버티나 보자.”
천악의 검이 흔들이며 무수한 검영들이 피어나며 아군의 요혈들을 공격한다.
아군은 피하지 못하고 천악의 검에 난도질당하며 멀리 날아가 바닥에 쓰려진다.
“아군...아군...정신 차려”
수혜의 안타까운 비명이 들리고 아군은 다시 힘들게 일어나지만
다리가 풀려 비틀거리더니 끝내는 입으로 한사발이 넘은 피를 토하고 만다.
“정말 끈질긴 놈이군. 섬광염라검법에도 몸에 상처하나 나지 않는군.
일단 그놈을 지하 뇌옥에 처넣어 버려.”
천악의 명령이 떨어지자 주위에 있던 무사들이 아군을 붙잡아 끌고 갔다.
아군은 이미 힘이 빠져 반항도 하지 못하고 끌려가고,
천악은 검을 거두고 수혜에게 다가왔다.
수혜는 무사들에게 잡혀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쌍~ 생각 같아서는 저놈처럼 뇌옥에 처넣고 싶지만 얼굴이 반반하니 한 번 더 기회를 주겠다.
내 첩이 되겠느냐.
만일 내 첩이 되겠다면 저놈도 풀어주고 너희가문의 일도 내가 도와주도록 주도록 하겠다.”
수혜는 천악의 말을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멀리 아군이 끌려가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천악은 수혜가 자신의 말을 무시한다고 생각했다.
천악은 수혜의 머리까락을 잡아 자신을 보게 했다.
“내 말이 말 같지 않아. 어디서 공자님이 말씀하시는데 딴 곳을 쳐다봐~”
“악~ 놔요. 우릴 풀어줘요.”
“아직 내말에 답하지 않았다. 내 첩이 되겠느냐.”
“싫어요.”
“짝~”
수혜의 얼굴이 돌아가며 얼굴에 붉은 손바닥자국이 선명해 진다.
천악이 수혜의 뺨을 때린 것이다.
천악은 대 모용세가의 소가주로 이때까지 자신의 뜻을 거역하는 사람을 본적이 없었다.
그런데 어디서 굴러먹던 년인지 모르겠지만
자신의 청을 일언지하(一言之下)에 거절해 버리니 자존심이 상한 것이다.
수혜의 뺨을 때린 천악은 다시 수혜의 얼굴을 잡더니 검을 빼낸다.
“정녕 죽고 싶으냐. 내말을 거역하면 내년을 죽이고 조금 전에 그놈도 죽어버리겠다.”
“차라리 죽여.”
수혜가 악이 받쳐 소리를 지르자 천악은 부르르 떨더니 검으로 수혜의 머리를 내리친다.
“땡~~”
“그만하세요. 천악오라버니.
모처럼 무림칠대세가의 자녀들이 모인 즐거운 자리에서 피를 볼 수는 없잔항요.”
천악의 검을 저지한 것은 팽소봉이 던진 젓가락이었다.
팽소봉은 수혜가 같은 여자라 불쌍했던 모양이다.
“소봉소매가 그렇게 말하면 그만해야지. 운이 좋은 계집이군.
이년도 그놈과 함께 뇌옥에 처넣어 버려.”
천악이 검을 거두며 말하자 수혜는 몸을 비틀며 무사에게 빠져나오려 했다.
그때 등 뒤에 있던 무사가 수혜의 혼수혈을 찍어 버리니 수혜는 힘없니 축 늘어져 버리고
무사는 수혜를 안고 뇌옥으로 향했다.
“참. 악소소 너희 오라버니들은 어디 가셨니.”
“작은 오라버니는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모용세가를 떠났고
큰 오라버니는 작은 오라버니를 찾겠다고 조금 전에 나가셨어요.”
“그래...빠드득...하여튼 이 무대포자식 잡히기만 해봐. 내 가만두지 않을 거야.”
“소봉소매는 또 무슨 일로 대포에게 화가 난 거요.”
천악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정자로 올라오며 소봉에게 물어보니
소봉은 약간 얼굴을 붉히기만 할뿐 말을 하지 않는다.
“호호호~ 악무룡 공자가 또 소봉언니의 목욕하는 장면을 훔쳐본 모양이에요.
하여튼 무룡공자의 장난은 알아줘야 한다니까?”
한쪽에 조용히 앉아 있던 당령이 깔깔대며 웃으면 말하고 장내는 한순간에 웃음바다가 된다.
악소봉은 이곳에 모인 여자들 중에서 가장 성숙한 몸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다른 사람들이 웃자 얼굴이 더욱 붉어져 고개를 숙인다.
사실 이들에게 이름도 미미한 벽궁세가의 멸문은 단순히 흥밋거리 밖에 되지 않았다.
그들은 금세 아군과 수혜의 일을 잊고 자신들만의 놀이에 빠져든다.
아군과 수혜는 뇌옥에 갇혀 있었다. 수혜는 아군을 안고 있었다
. 아군이 정신을 자리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수혜의 눈에서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자신의 처지가 한심하고 지금 처지가 너무 억울했기 때문이다.
왜 자신들이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하는가? 자신들에게 무슨 잘못이 있단 말인가?
힘 있는 자들은 모든 것을 자신들 맘대로 할 수 있단 말인가?
정의를 외치는 모용세가가 자신들을 이렇게 대할 수 있단 말인가? 생각할수록 원통하고 분하다.
“이봐~ 좀 조용히 할 수 있어. 이곳에서 질질 짜봐야 소용없어.
무슨 일로 이곳에 들어온 거지 모르겠지만
억울하다고 울어봐야 누가하나 알아주지도 않고 배만 고파진단 말이야.
그리고 이곳에 있는 사람들도 모두 억울한 사람들이야.
당신혼자 억울한 게 아니란 말이야. 그러니 다른 사람 방해하지 말고 좀 조용히 해.”
수혜와 아군이 갇혀 있는 바로 옆 뇌옥에서 한 청년이 아군과 수혜를 바라보며 하는 말이다.
수혜는 눈물을 닦고 자신에게 말을 걸어온 사내를 보았다.
사내는 20대 초반으로 입고 있는 옷은 여기저기에 피에 물들어 있고,
다리가 불편하지 한쪽다리를 늘어트리고 있었다.
“당신은 누구세요.”
“나. 당연히 죄수지. 여기에 죄수 아니면 누가 있어. 물론 나는 죄가 없지. 억울하게 잡혀온 거야.
그런데 너희들은 모든 죄로 여기 들어왔냐.”
“아무 죄도 없어요...꼭 이유가 있다면 모용세가 소가주에게 대들었다는 정도죠.”
“죽을죄를 지었군. 이곳 일대에서 모용세가의 말에 거역하면 모두 역적이야.
그런데 소자주에게 대들었단 말이야. 그건 하극상(下剋上)이지. 죽음을 면치 못하겠군.”
“아니 말도 안돼는 억지를 부려 대들었다고 죽인단 말입니까?”
“아직 세상물정에 대해서 모르는구나. 하긴 아직 어려보이니 그럴 수도 있지.
세상은 말이야 무조건 힘과 권력이 최고야.
뭐 정의니 진실이니 떠들어 봐야 힘을 가진 자들 앞에서는 헛소리에 지나지 않아.
우리 같은 힘없는 놈들이 살아가려면
힘 있는 놈에게 간이고 쓸개도 모두 빼내줄 것처럼 굽실거려야
그나만 목숨이라도 질긴 목숨 이나만 부지하는 거야.
그런데 감히 소가주에게 들었단 말이야.”
“그게 무슨 하극상 입니까? 또 억지를 부려도 무조건 허리를 굽히란 말입니까?
그놈이 저보고 첩이 되라고 하는 말을 듣고도 참으라고요.”
“아니 그런 좋은 기회를 왜 마다하는 거야.
모용세가 소가주의 첩이 되면 하루아침에 팔자 고치는 건데 말이야.
누군 그런 기회조차 없는데 너는 호강에 초를 쳤구나.
그런데 품에 안겨 있는 놈은 누구냐. 그놈이 서방이도 됐냐.”
“무슨 말씀이세요...아군은...친구에요. 절 도와주려다가 소가주에게 당한 거란 말이에요.”
“소가주에게 당해? 그놈은 운이 좋은 놈이군. 다른 놈 같았으면 벌써 죽었을 거야.
그나마 목숨이라도 부지하고 있는 것을 다행으로 생각해라.
하여튼 질질 짜지 말고 조용히 해. 다른 사람들 안보여 너 때문에 잠도 못자고 있잖아.”
사내는 할말을 다했다는 듯이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버린다.
그는 몹시 지친 모양이다.
수혜는 주위를 살펴보니 그 사람의 말대로 뇌옥 속에 있는 많은 사람들은
잠을 이루지 못하고 뒤척거리고 있었다.
수혜는 눈물을 닦아낸다. 그 사람 말대로 울어봐야 소용없는 짓이다.
시간이 지나고 밤이 깊어졌다.
아군은 가슴에 통증을 느끼며 의식이 돌아왔다.
첫 느낌은 가슴에서 전해오는 고통이고 두 번째 느낌은 얼굴에서 전해오는 포근한 느낌이다.
아군은 얼굴을 들어보았다.
“아군 정신이 들어.”
“아~ 아가씨...이런 죄송합니다. 제가 아가씨 품에 안겨 있었네요.”
“깨어났으면 됐어. 난 아군이 잘못된 줄 알고 얼마나 걱정할 줄 알아.
이제 정신이 들었으니 안심이다. 이제 괜찮은 거야.”
“예~ 이제 괜찮습니다. 어~ 그런데 아가씨 얼굴이 부였어요...설마 그놈이 아가씨를 때렸어요.”
“아군에 비하면 이런 상처쯤은 아무것도 아니야.”
“죽일 놈. 용서하지 않을 거야. 감히 아가씨를 때려.”
“휴~ 그건 아무것도 아니야. 앞으로의 일이 걱정이다.
모용세가에 희망을 가지고 온 우리가 바보였어.
그들에게는 우리가 하찮은 벌레만도 못한 인간들인 모양이야.”
“나쁜 놈들. 흑의인들의 품에서 빼낸 물건들도 빼앗기고
아가씨에게 첩이 되라는 말도 안돼는 요구나 하고..이게 말이 됩니까?
정의를 부르짖는 모용세가가 이럴 수 있는 겁니까?”
“아무래도 우리가 잘못 생각한 것 같아. 이곳에 오는 것이 아닌데...
다 내 잘못이다.”
“자책하지 마세요. 아가씨에게 무슨 잘못이 있습니까? 그놈들이 나쁜 놈들이지...
뭐~ 무슨 방법이 있겠죠.”
“그래...우리 힘내자.”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났다. 그동안 수혜와 아군은 뇌옥 속에 갇혀 있었다.
그들에게는 먹을 것도 지급되지 않았다.
간수에게 물어보니 뇌옥에 들어오고 삼일동안은 밥을 안주는 것이 규칙이라고 했다.
죄수들의 기운을 빼기 위한 수작인 모양이다.
삼일동안 뱃속에 아무것도 들어가지 않으니 몸에 힘이 빠지고 입술은 가뭄의 논바닥처럼 척척 갈라진다.
삼일동안 물 한 모금 못 마셨기 때문이다.
한참 자라라는 수혜와 아군에게는 먹지 못한다는 것이 또 다른 고통이었다
. 삼일 째 밤에 첫날 수혜에게 말을 걸어왔던 사내가 자신의 식사를 수혜에게 내밀었다.
“이거 먹어라.”
“그건 아저씨 거잖아요.”
“이건 빌려주는 거다. 내일부터는 너희들에게도 식사가 지급될 거다. 그때 갚아라.
그리고 나 아저씨 아니다. 아직 17살 밖에 되지 않았어.”
아군은 사내가 내민 음식을 받아 아가씨에게 내밀었다.
자신이야 며칠 굶어도 참을 수 있지만 아가씨는 아니진 않는가?
죄수들에게 지급되는 식사는 소금을 약간 뿌린 주먹밥과 희멀건 국물이 다였다.
아군은 먼저 수혜에게 국물을 먹이고 주먹밥을 내밀었다.
수혜는 주먹밥을 반으로 나누어 아군에게 내밀었다.
“아군도 먹어.”
“전 괜찮아요. 아가씨가 드세요.”
“참~ 자네 이름이 뭐야. 난 금시랑이라고 하네.”
“전 아군입니다.”
“저네 모용세가의 소가주에게 대들었다고 했지.
간수들이 하는 말을 들으니 그 자식 면상을 날렸다고...킥킥킥. 그 말을 들으니 내속이 시원하더군.”
“그냥 운이 좋았죠. 그런데 당신은 왜 이곳에 들어왔죠.”
“난 거리에서 곡예를 보여주고 돈을 버는 재주꾼(이건 중국어로 로마인이라고 하던가? ^^;)이야.
이곳 재작거리에서 얼마 전 장사를 하다가 잡혀 들어왔지.
돈도 벌지도 못했는데 세금을 내라는 거야.
당연히 못 낸다고 했더니 두말없이 이곳에 처넣더군. 죽일 놈의 새끼들.”
“아니 재주꾼들한테도 세금을 받아요. 대 모용세가가?”
“모르는 소리 말게. 이곳 일대에서는 관보다 모용세가 놈들이 더 무서운 놈들이야.
그만하세. 말을 많이 했더니 배가 고프군.”
사내는 다시 자리에 누워버린다.
사 일째 되던 날 간수가 들어와 아군과 수혜를 밖으로 끌어냈다.
아군과 수혜가 끌려간 곳은 모용세가의 뒷문 이었다.
간수들은 수혜와 아군을 세가 밖으로 밀어낸다.
“운이 좋구나. 소가주님이 오랜만에 지우들을 만나 기분이 좋으신 모양이다.
만일 그분들이 아니었다면 너희들은 죽음을 면치 못했을 것이다.”
“저희들 물건들을 돌려주세요. 그건 가문의 원수들을 밝혀낼 중요한 물건들입니다.”
“이것들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는구나. 목숨을 부지한 것만도 천행으로 알고 썩 꺼져라.
되도록이면 오늘 중으로 세가에서 멀어지는 것이 좋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소가주님의 마음이 바뀌시면 너희들은 죽은 목숨이다.”
간수들은 차가운 한마디 남기고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계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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