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중스의 수필세계
이동민
최중수는 1993-4년에 수필 문단에 등단하여 수필집을 8권이나 상재하였다. 따진다면 원로 문인이다.
그의 성품은 순수하다. 성실하다. 나는 그와 비슷한 시기에 등단하여 함께 전국의 수필 세미나에 같이 참석하곤 했다. 그러나 대구에서 가입하여 활동한 문학단체가 다르다 보니 만나는 일이 뜸해지고, 점점 멀어졌다. 그러나 수필집을 발간할 때마다 책을 반드시 보내주곤 하여 그의 수필세계가 낯설지는 않다. 그러다가 수필가라고는 거의 없는 일일문학회에 가입함으로 그와 다시 만나게 되었다.
우리 대구 문단이 조용히 글만 쓰는 작가를 너무 홀대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참기름을 짜내듯이 억지로 억지로 수필집을 한 권 쯤 낸 작가는, 옷자락을 펄럭이며 문단을 휘젓고 다니는 것이 현실이다. 작품의 문학성 따위는 따지지 않고, 그런 사람들이 감투를 쓰고 문단을 좌지우지 한다. 수필가 최중수는 성품이 조용하고, 순수하다 보니 대구 문단이 기억해주지도 않으려 한다. 조용히 문학성이 높은 글을 쓰는 작가를 알려야 한다 싶은 것이, 그의 수필세계를 써야겠다고 마음먹은 이유이다. 이 글을 쓰는 이유이다.
“대문 앞에서 침묵을 지키는 고향을 본다. 고향이 천리 밖이라서 쉽게 못 가는 곳도 아닌데도 늘상 못 잊어 한다.
어릴 때부터 생활이 남들보다 어려웠기 때문일까. 떠도는 타향살이에서 얻은 추억도 많다. 하지만 눈감으면 떠오르는 고향의 사계를 한시도 잊어 본적은 없다.
나이가 한 살이라도 적을 때는 바쁜 생활 때문에, 한가한 마음으로 향수에 젖어 보기가 힘들었다. 이제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시간 여유가 생기면서 향수가 나를 몸부림치게 한다. 고향은 언제나 따뜻한 인정으로 내 마음을 불러준다. 애정어린 추억이 없는 곳이라 해도 내게는 엄마품보다 못잖다.
한가롭게 앉아 그리움에 젖어볼 수 있는 것도, 느긋한 마음의 여유가 있을 때만 가능한 것인가. 정신없이 바쁜 생활 속에선 고향은 잊혀져 있었다.
고향이라면 어머니 뱃속에서 태어난 곳을 말한다. 대도시일 수도 있고, 타국일 수도 있으며, 시골일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의 관념상 고향이라면, 제일 먼저 시골이 뇌리에 떠오랐다.
호박넝쿨과 박넝쿨이 소리 없이 줄기를 뻗어나가고, 봄동산과 가을 들녘 같은 푸짐한 풍경들이다. 대도시가 주는 딱딱한 문화공간에 쉽게 적응하지 못한 채 늘상 뒷줄로만 밀려다니는 내게는 이보다 더 정겨운 곳이 없다. ”
(수필, ‘옮겨온 고향’의 첫째 글이다. 뒤는 생략함)
최중수는 1996년에 첫 수필집 ‘고향가는 연습’을 발간했다. 지금까지 발간한 수필집은 모두 8권이다. ‘고향가는 연습’에서 제일 먼저 실려 있는 글이 ‘옮겨온 고향’이다. 앞의 글은 ‘옮겨온 고향’의 시작 글이다. 수필집을 발간하기 전에 수많은 습작 글을 썼겠지만, 최중수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글에서는 ‘옮겨온 고향’이 제일 먼저라고 하겠다.
내가 최중수의 수필세계를 쓰면서, 위의 글로 시작하는 이유가 있다. 이 글이 풍기는 분위기와 의미가 그의 전 작품을 관통하는 하나의 흐름을 이루기 때문이다. 이글은 물론 ‘향수’가 주제인 글이다. 최중수의 수필에는 내면의 향수 심리가 다양한 변용을 하면서 그의 수필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최중수는 안동 와룡면의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나서 초등학교를 마친 후 잠시 부산에서 중학교를 다녔다. 그러나 고등학교를 졸업하기까지 그의 학창시절을 안동에서 보냈다. 안동은 주변이 전형적인 농촌 마을로 둘러싸인 농촌지역의 중소도시이다.
그가 내게 자기의 학창시절을 토로한 일이 있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문학소년이었고, 지도해줄 선생님을 만나려 하였으나. 안동에서 만나지 못하였다고 했다. 말하자면 그는 정식으로 문학을 배운 일이 없다. 독학으로 문학을 공부했고, 글쓰기를 공부했다. 이것은 그에게 문학소년다운 순수함을 지니게 한 장점도 된다. 그러나 수필은 ‘지적 감동’을 구사하는 것이라는 특성을 살려내지 못한 안타까운 점도 있다. 이 점은 그의 첫 수필집 ‘고향가는 연습’에 대하여 수필평론가 강석호의 평글에서 지적하고 있다. 그의 평글이 이렇게 시작하는 것도 눈길을 끈다. 왜냐면 나의 생각과 같기 때문이다.
“최중수는 우선 그 심성이 천성적으로 지순하고 선량한 인상이다. 농부는 아니지만 전형적인 農心을 지니고 항상 향수에 젖어있다.”
그의 삶의 대부분은 청년기에 농촌을 떠나서 도시에서 만들어졌다. 그런데도 유년기를 보낸 농촌마을이 그의 가슴 속을 떠니지 않는다. 내면에 머무는 욕망은, 지금의 내 생활이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하니, 어쩌면 그는 도회지 생활이 힘들었는지도 모른다. 날카로운 사회비판적인 글도 나올 법 한데------, 그런 점에서 나도 아쉬움이 느껴졌다. 강석호의 글을 조금 더 인용해보자. 강석호의 글이 그의 첫 수필집에 대한 것이므로, 최중수 수필 세계 전체를 조명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최중수의 수필세계를 첫 수필집을 바탕점으로 하여 시작하고자 함으로 강석호의 글이 의미가 있다.
“순수성이나 진심은 높이 사고도 남음이 있다. 그러나 좀 더 욕심을 부리면 소재와 주제가 너무 한정되어 있고, 무욕한 나머지 삶의 의욕이 저하되어 있다.”
첫댓글 수필도 잘 쓰고, 수필집도 여러 권이나 낸 수필가를 우리 대구 문단에서 알아주지 않는 작가가 있습니다. 내 나름으로 수필세계를 조명해 보겠습니다. 이런 작가를 무시하는 것이 문단의 잘못된 패거리 문화 때문이라면, 재고해 주십시오, 하는 뜻이기도 합니다.
최중수의 수필세계를 몇 꼭지 나누어서 올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