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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자(追跡者)-31
“제임스. 당신 우리 칼림교에 대하여 어디까지 알고 있오?”
“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
“당신은 어떤 종교를 가지고 있오?”
“나는 종교인이 아닙니다. 종교에 대해서는 자유스럽습니다.”
“그래요? 이민한 대부분의 한인들은 어떤 류의 종교라도 그 종교에 소속된다는 것이 통설로 알고 있는데, 아직 종교가 없다. 그러면 우리와 더욱 가까워질 개연성이 충분하구먼. 아주 반가운 소식이요.”
그는 새로운 방안을 찾은 것 같았다. 그럴듯한 제안을 곧 제시할 것이다.
“니혼진 데스까?”
스와니를 보며 내가 일본말로 스와니에게 물었다.
“하이. 쏘오데스네. 그렇지만 한국에서 살고 있는지 오래 되었어요. 왜 갑자기 그걸 묻는거지요?
이런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질문을 하면 준비되지 않은 대부분의 사람은 엉겁결에 사실을 실토한다. 스와니. 이 여자도 그것을 피할 수는 없었다. 실수한 것이다. 그리고 거짓말을 한 것이다. 한국에 거주한 것은 오래되지 않았을 것이다. 당황한 상태에서 급히 대답한 것에 대한 변명으로 한 말이 역시 거짓말이 되었다. 그것으로 충분하였다. 처음 만났을 때 물었다면 분명 이런 대답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는 내가 갑작스러운 일본말로 질문하리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하였을 것이다. 내가 일본말을 할 수 있다는것도. 나는 아직까지 영어를 포함하여 에스페놀, 인니-말레이, 일본어는 중상급으로 할 수 있다. 이것이 내가 갖춘 내공의 일부분이다. 그녀는 역시 예기치 못한 질문의 함정에 걸려들었었다. 그녀의 얼굴에 당혹스러움이 가득하였다.
“특별한 향수를 사용하기에 혹시나 해서입니다. 고맙습니다. 솔직히 말해 주어서.”
나는 그녀에게 감사의 미소를 보냈다. 특별한 의미가 없다는 뜻이다. 외부적으로는.
“우리 칼림교는 일본 교오또에 본당을 두고 있소. 스와니는 일본 칼림교 본당내 해외협력부의 책임을 맡고 있는 부장이오.”
강일성이 갑작스러운 질문과 그에 의해 노출된 정보의 중요성 완화를 위하여 보충설명을 한 것이다. 하지 않아도 될 정보의 발설을 그들은 또 하나 함으로 우리가 가진 정보의 확인에 도움을 주었다. 그 사이 이호규는 두루마리를 가지고 내려와 자리에 앉으며 탁자에 펼쳤다. 그것은 세계지도였다. 몇 곳에 빨간 별표가 붙어 있었다. 그 별 안에는 흰색 이니셜 K.L. 이 보였다. 그는 강일성과 스와니를 번갈아 보았다. 그들 둘 다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부터 하려는 말에 대한 승인을 받은 것이다.
“우리는 당신이 우리를 이해하고 적극 도와줄 것이라 생각하고 우리 조직의 일부를 알려 드리겠오.”
그는 지도의 별표 있는 곳을 하나 지적하며 계속 말하였다. 나를 설득하려는 의욕이 가득한 음성으로 말이다.
“이곳은 일본의 교오또이며 칼림교의 본당이 있습니다. 그리고 모스크바에 성지가 있고, 한국의 한국 칼림교, 미국의 L.A. 호주의 씨드니 칼림교 분당입니다.”
그는 초록색으로 붙어 있는 두 곳은 설명하지 않았다.
“이 두 곳의 초록색은 뭣입니까?”
그의 설명이 끝나자 곧 질문하였다. 생각할 시간을 줘서는 안 될 것이기에.
“아. 이 두 곳은 지금 설립 중에있습니다.”
“이곳은 온타리오, 캐나다. 지금 이곳일 것으로 짐작하지만, 여기는 어디입니까?”
그는 강일성과 스와니를 다시 쳐다보았다. 그 스스로 결정할 수 없는 위치인 것이다. 나에게
이러한 것들을 설명하여 설득하겠다는 준비가 예비되지 않았으며, 이 모든 것이 갑작스럽게
진행되고 있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일은 진행되었다. 그들도 순간적인 판단에 의하여 결정하고 실행하여야 했다.서로의 내공 싸움이었다. 강일성이 다시 다비도프를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그리고 소파 등받이에 몸을 기대었다. 스와니가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머릿속에 가.부를 위한 생각이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는듯 하였다. 긴장되었다. 포커페이스가 필요한 때였다. 무심한 듯한. 나도 역시 피러앤잭슨을 다시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드디어 이호규가 입을 다시 열었다.
“온타리오, 캐나다. 이곳은 지금 우리가 위치한 곳이며 아직 확정하지 못하였습니다. 나머지한 곳은 러시아의 움스크입니다. 러시아에서 남동쪽으로 교세를 확장하기 위한 교두보로 이곳을 택했습니다. 당신이 어떤 종교를 가지고 있는지 모르지만.”
나는 그의 말을 막았다.
“아까도 말했지만, 나는 아직 어떤 종교도 가지지 않고 있소.”
“그렇군요. 오히려 잘 되었습니다. 쉽게 풀어나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칼림교는 러시아 정교의 한분파 교로서 시작되었습니다. 제정 러시아시대 때 이스라엘인들로 이루어진 종교이며 정교에 뿌리를 두고있는 이 시대의 가장 순수하고 바른 교라고 생각하면 틀림없습니다. 히틀러 시대의 유대인 핍박 과정을 피해 미국과 동양으로 피신한 정교의 정통 교인들이 이제 다시 세를 규합하고 재건을 도모하기 위하여 일본에 본부를 두고 여러 나라로 선교활동을 본격화하고있습니다. 캐나다도 그 계획 중 하나로 이해하여 주시면 됩니다. 사실, 이러한 뿌리에 대한 구체적 내용들은 일반 신도들이 알아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는 지금 당신의 도움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좀 더 당신이 자세히 알고 적극적으로 도와주길 요청하는 의미에서 간단하게 설명하였습니다. 당장은 칼림교에 입교를 권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장차 더 큰 일을 함께 할 수 있기 위하여 입교하여 중책을 맡아 하느님과 성모 성자를 숭배하며 죄 속에 빠져있는 사람들을 구제하는 영광된 일을 수행해 주시기를 권합니다. 아멘.”
강일성과 스와니 두 사람도 함께 아멘을 말하였다. 나를 제외하고. 나는 아멘의 의미를 모른다. 나는 이제 떠나야 할 때인 것을 알았다. 그러나 어떻게 무사히 이 자리를 떠나 말리부를 타고 조기석의 싼타페를 지나 트라팔카 스트릿에 오를 수 있을까를 심각하게 생각하여야 했다. 나는 중요한 많은 내용을 들었다. 그들은 나에게 일반신도 교인들이 알 수 없는 내용의 일부를 나에게 제공하였다.그러나 조경순과 관계된 핵심은 말하지 않았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느꼈다. 그들은 왜?. 옥빌의 20948 을 매입하려 하며 트라팔카 36145 부근인 이곳에 위치하였는가에 대하여는 진실을 말하지 않았다. 나는 더 묻지 않았다. 그들의 예민한 부분을 들추어 위험을 자초하고 싶지는 않았다. 아직은 때가 아니었으므로. 그러나 지금 어떻게 이 자리를 떠날 것인가. 내 머릿속이 바쁘게 돌아가기 시작하였다.
“조경순은 어떤 위치에 있었습니까?”
내가 이호규에게 묻자 그는 숙였던 허리를 펴며 다시 강일성을 바라보았다. 지금 이곳에 긴장한 분위기는 없었다. 그는 승인을 받았다.
“해외 개발 담당이었습니다. 아주 신실한 교인이었으며 봉사활동이 왕성하였습니다. 칼림교의 선교를 위하여 아주 적극적이었습니다. 우리는 큰 인물을 잃었습니다.”
그때 조기석이 들어왔다. 강일성에게 다가가서 말하였다.
“제임스. 경찰이 당신을 찾아왔소. 당신 차를 본 것이오. 좋소. 우리의 조건에 대한 답을 우리는 기다리고 있겠소. 시간은 당신에게나 우리에게 많지가 않음을 기억해 주시오. 서로가 같은 한국인으로 적은 되지 않길 바라겠오.”
그는 적이라고 말했다. 나는 적 그리스도라고 말하는 기독교인이라 자칭하는 자들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그가 말하는 적이 어떤 의미인지 판단할 수가 없었다.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조직의 기밀을 누설한 자에게 응징할 수도 있습니까?”
이호규가 놀라서 소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나를 쳐다보았다. 강일성이 일어났다. 갑자기 분위기가 험악해졌음을 느꼈다.
“제임스. 당신. 그것은 무슨 의미이요?”
나는 이미 출입문 가까이 왔고 한 손으로 문을 열었다. 그들은 얼어붙은 듯이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케롤이 말리부 옆에 한 손을 허리에 올린 채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경찰 제복을 제대로 갖춰 입었다. 귀여운 것. 너가 나를 궁지에서 구했다. 나는 뒤를 보지 않고 말리부에 탔다. 케롤이 옆자리에 앉았다.
“당신 차는?”
“빨리 출발하세요!”
케롤이 낮게 소리쳤다. 그녀도 뭔가직감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싼타페 옆을 지날 때는 차가 기울어졌다. 말리부는 나와 함께 산전수전 설전 빙전까지를 다 겪었었다. 7 년 동안. 조기석이 싼타페를 그대로 둔 채 자리를 옮겼던 것이다. 그러나 말리부는 거뜬하게 좁은 길을 빠져나와 먼지를 일으키며에시그로브 써클에 올랐다. 곧 이어 트라팔카 스트릿으로 접어들자 OPP 경찰차가 서 있었다. 케롤은 그에게 손 인사를 하였다. 그녀는 그 차를 타고 달려 온 것이다.
“어떻게 된 거예요. 제임스?”
나는 케롤에게로 눈을 돌렸다. 갈색 얼굴이 오늘따라 더 매력적으로 보였다.
“케롤. 당신이 나를 위험에서 구했어요. 어떻게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지 말해봐요?”
“옥빌에 있어야 할 당신이 트라팔카 스트릿 부근에서 전화를 받았다는 것은 당연히 심각한 상태에 빠져 있다는 것이잖아요. 가까이있는 순찰차에 연결할 수도 있었지만, OPP 경찰차가 마침 부근에 있어서 그 차를 이용했어요. 아주 빨리 달릴 수 있거든요.”
똑똑하였다. 재치있었다. 머잖아 수사반장이 될 것이다.
말리부의 디지털 시계는 오전 10 시 정각을 나타내고 있었다. 전화벨이 몇 번이나 울려서야
1 번이 받았다.
“별일 없지?”
“예. 아무런 일도 없어요. 어디 계셔요?”
“옥빌 경찰서 부근이다. 오늘 중으로 캐나다는 물론이고 한국과 어디에서든 전화할 수 있고 e메일을 주고 받을 수 있는 휴대폰을 준비할 수있겠니?”
“으~음. 있어요. 최근에 출시된 삼성 월드폰이면 되요. 오후까지는 준비해 놓을께요. 오셔서 가져갈 거지요?”
“그래. 고맙다. 차질 없게 해.”
“알았어요.”
케롤이 궁금한 표정으로 계속 내 옆 얼굴을 보고 있었다. 나는 미소로 대답하고 버링턴 경계를 넘어 첫 번째 팀 하튼에 차를 주차했다. 케롤은 고개를 흔들며 못 말리겠다는 표정으로 팀 하튼으로 들어갔다. 긴장이 풀려서 피로가 몰려왔다. 그러나 지금 그들과 만났던 시간 동안을 정리해야 했다. 그들은 나에게 말하지 않았던 것도 많았지만, 말해서는 안 될 것도 말했다. 움스크에 그들이 칼림교를 설립하려고 한다는 것은 어떤 중요한 것을 은폐하고 무엇을 찾으려는 것이다. 옥빌 20948 과 트라팔가 36145 가 그렇게 비밀을 가진 중요한 집일까에 대한 나의 의심은 박인혜를 찾는 것과 연관되어 있다는 것에 묘한 희열과 긴장을 느꼈다.
구 케이지비의 잔존세력이 제기를 도모하려고 결성한 것으로 파악되는 레드 플라워의 정체가 정확히 파악되지 않은 채, 현재 일본을 중심으로 세계 각국으로 세력을 뻗쳐 나아가고 있는 칼림교. 그렇다면 간과한 것이 있을 것이다. CSIS (CanadianSecurity Intelligence Service)가 모르고 있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RCMP S.S.(Royal Canadian Mounted Police Security Service)도 이러한상황을 모르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표면에 나타나지만 않았을 뿐이지 은밀하게 활동하고 있을 것이며 그들이이 사건에 본격 개입할 필요성 여부를 판단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미치자 관계된 자들의 면면을 다시 생각하게 하였다.
캐나다의 RCMP S.S.는 1950 년에 RCMP Security Branch 로 시작하여 1962 년 Security Branch 를 the Directorate of Security and Intelligence 로 이름을 바꾸어 퀘벡 분리주의자들의 동태와 결성을 분쇄하기 위하여 확장 재편성하였으며 1970 년 마침내 오늘날의 RCMP S.S.로 명칭을 재변경한 가장 훌륭한 정보 시스템과 운용 그리고 유능한 인재들을 가지고 있는 알려지지 않는 막강한 조직이 아닌가.
CSIS 또한 대외로부터의 신속한 고급 정보 입수와 관리. 그리고 활용을 효과적으로 하는 역시 표면에 드러나지 않은 정 ∙첩보기관인데, 그들이 개입하지 않는다면, 레드플라워와 칼림교가 찾고자 하는 그것 또한 국지적 범죄 조직 간의 알력으로 치부하고 있을 것이고, 은밀하게 그들이 개입하였다면 금괴라고 추정되는 것보다 더 중요한 무엇이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