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 옥계 포구에서
시월 초순 둘째 주중 수요일이다. 한글날 공휴일을 맞아 하루 안식이 주어져 근교 갯가로 산책을 나섰다. 마산역 광장으로 나가 옥계로 가는 버스를 탈 참이다. 이른 아침 아파트단지를 벗어나 월영동으로 가는 버스를 타서 마산역 앞에서 내렸다. 광장으로 오르는 노점에는 휴일을 맞아 계절감이 느껴지는 푸성귀와 과일을 펼친 저자가 형성되어 오가는 사람들을 맞아 눈요기했다.
마산역 광장 번개시장 들머리는 구산과 삼진 방면으로 가는 농어촌버스 출발지다. 여항산이나 서북산으로 갈 때는 70번대 버스를 타고 구산 갯가로 나갈 때는 60번대 버스를 이용한다. 옥계로 가는 60번 버스를 타고 어시장과 댓거리를 지나면서 몇몇 손님을 태워 밤밭고개를 넘었다. 현동 교차로에서 신도시 아파트를 지나 수정에서 백령고개를 넘어 내포에 들렀다가 되돌아 나왔다.
구산에는 가톨릭 수녀원이나 연수원 시설이 더러 보였는데 옥계 들머리에는 성혈 영성의 집이 나왔다. 지금 가고 있는 옥계마을 뒤 봉화산 정상에는 규모가 꽤 큰 가톨릭 마산교구 수련원이 있기도 했다. 산마루에는 봉수대를 복원해 두고 남녘의 다도해 섬들이 한눈에 조망되는 곳이었다. 내포를 둘러 나와 옥계까지 종점까지 타고 간 이는 내 말고 늙수그레한 한 사내와 같이 내렸다.
평소 옥계로는 이방인은 낚시꾼 말고는 잘 찾지 않는 곳인데 같이 내린 사내의 정체가 궁금했다. 내가 포구에 묶어둔 고깃배를 피사체로 삼아 사진을 찍는 사이 사내는 성큼성큼 앞서 갯가로 난 임도 방향으로 나아갔다. 어쩌면 나와 같이 연안을 트레킹 나온 이라면 말벗이 되어줄 동행이 되려나 싶었는데 기대는 어긋나 산기슭의 밭뙈기로 올랐는데, 그는 텃밭을 찾아간 사람이었다.
포구가 끝난 횟집에서 시작되는 연안으로 따라가는 임도로 올라 비탈길을 걸었다. 진행 방향 왼쪽으로 합포만이 한눈에 들어와 아까 지나온 마창대교와 진해만의 군함을 비롯한 군사 시설 지역이 드러났다. 수정에서부터 합포만 바깥은 홍합 양식장으로 희거나 붉은색 부표가 줄을 지어 떠 있었다. 부표 재질이 스티로폼에서 플라스틱으로 바뀌고 있는데 환경오염에 노출됨이 염려다.
임도 가장자리 풀숲에 늦여름을 장식하던 물봉선꽃이 몇 송이 눈의 띄었고 흰색의 참취도 한 송이 봤다. 군락은 아닐지라도 싸리나 억새도 꽃을 피웠다. 이즈음 쑥부쟁이꽃이 피는데 생태계가 달라져서인지 보지 못했다. 옥계는 농지는 적어 어가가 대부분인데 연안 비탈에 밭을 일군 경작지가 보였다. 임도가 끝난 곳 봉화산으로 오르는 등산로는 사람들이 다니질 않아 묵혀져 있었다.
임도가 끝난 곳 오솔길은 비탈로 내려섰다. 숲길은 사람들이 다니질 않아 거미줄이 걸쳐져 걷어가며 지났는데 개옻나무가 보여 스치지 않도록 조심했다. 옻 알레르기가 심한 나는 숲에서는 뱀이나 멧돼지보다 더 무서운 게 옻나무였다. 숲이 끝난 곳은 난포에서 이어지는 연안으로 갯바위가 드러났다. 전방 시야는 탁 트여 부표가 뜬 양식장이 펼쳐지고 거가대교 연륙교가 아스라했다.
갯바위에 앉아 커피와 술빵으로 간식을 먹으면서 연안 풍경을 바라봤다. 부표가 뜬 양식장으로 작은 배가 다가가 어부들이 협업으로 무슨 일을 하고 있었다. 지금은 홍합을 건져 올릴 때가 이르니 바다 밑으로 드리워둔 종패를 살펴 무엇을 더 보완하는 작업인 듯했다. 포구 바깥 무인도에서는 군사 작전 훈련이 있는지 함포 사격 포성이 들리면서 허연 연기가 뭉실하게 솟아올랐다.
한동안 머문 갯바위 쉼터에서 일어나 난포로 향해 걸었다. 활처럼 휘어진 포구 건너편은 심리에서 원전으로 가는 연안이었다. 거제 연초에서 시작된 5호선 국도가 미개통 구간 장목 황포로 놓일 해상 교량이 난제로 남겨져 있다. 난포에 이르니 작은 조선소 현장은 휴무가 아닌 조업 중이었다. 난포에 이르니 포구에는 고깃배들이 묶여 있고 원전 종점을 출발해 온 62번 버스를 탔다. 24.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