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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녕이 아침밥을 먹고 있는데, 누군가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하인이 나가 이름을 물어보고 들어와 말했다.
“연안부 탕지채의 아들 탕륭이 뵈러 왔답니다.”
서녕이 손님을 들이라고 하였다. 탕륭은 서녕을 만나 절을 하고서 말했다.
“형님! 그간 평안하셨습니까?”
서녕이 말했다.
“외삼촌께서 돌아가셨다는 것은 들었는데, 관직에 매인 몸인데다 길도 멀고 해서 조문을 가지 못했네. 아우의 소식도 몰랐는데, 그동안 어디서 지냈는가? 오늘은 어쩐 일로 왔는가?”
“말하자면 끝이 없지요. 부친께서 돌아가신 후 시운이 맞지 않아 강호를 떠돌았습니다. 지금은 산동에서 형님을 만나러 경성으로 왔습니다.”
“일단 앉게.”
서녕은 술과 음식을 내오게 하여 탕륭을 대접했다. 탕륭이 보따리에서 20냥짜리 황금 두 덩어리를 꺼내 서녕에서 건네면서 말했다.
“선친께서 임종 때 이걸 형님께 남겼습니다.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없어서 그동안 보내드리지 못했는데, 이번에 경성에 왔으니 형님께 드리려고 왔습니다.”
“외삼촌께서 이렇게까지 생각해 주시다니 감사할 뿐이네, 나는 조금도 효도하지 못했는데, 어떻게 보답해야 하나?”
“형님은 그런 말씀 하지 마십시오. 선친께서 살아계셨을 때 항상 형님이 무예가 뛰어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하지만 멀리 떨어져 있어서 만날 수 없는 것을 안타까워하시면서 이걸 형님께 남기셨던 겁니다.”
서녕은 탕륭에게 사례하고 황금을 받았다. 술을 마시는 동안에도 서녕은 양미간을 펴지 못한 채 얼굴에 근심이 가득하였다. 탕륭이 일어나며 말했다.
“형님 얼굴에 근심이 가득하신 것 같습니다. 무슨 근심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서녕이 탄식하며 말했다.
“아우는 모르네. 한 마디로 말하기 어렵네! 간밤에 집안에 도둑이 들었네.”
“뭘 도둑맞았습니까?”
“조상께서 물려주신 안령갑을 간밤에 도둑맞았네. 그래서 근심하고 있는 중이네.”
“그 갑옷은 저도 전에 본 적이 있습니다. 그건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것으로, 선친께서도 항상 칭찬하셨습니다. 어디에 두셨는데, 도둑맞았습니까?”
“가죽상자에 담아 침실 대들보 위에 묶어 놓았는데, 도둑놈이 언제 들어와서 훔쳐갔는지 모르겠네.”
“그 가죽상자 모양이 어떻게 생겼습니까?”
“붉은 양가죽 상자인데, 안에는 솜을 채워 놓았네.”
탕륭은 놀라는 척하며 말했다.
“양가죽 상자요? 혹시 윗면에 푸른 구름무늬의 여의주를 실로 수놓고 중간에 사자가 공을 굴리는 그림이 있는 상자 아닙니까?”
“자넨 그걸 어디서 보았나?”
“제가 어젯밤에 성에서 40리쯤 떨어진 시골 주점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는데, 어떤 눈빛이 선명하고 마른 체격의 검은 사내가 멜대에 그 상자를 달고 들어왔습니다. 저는 그 상자에 어떤 물건이 들었는지 궁금해서 주점을 나오다가 ‘그 가죽상자는 어디에 쓰는 겁니까?’ 하고 물어 봤습니다. 그랬더니 그 사내가 대답하기를 ‘원래는 갑옷을 넣어두었던 건데, 지금은 잡다한 옷가지가 들어 있습니다.’라고 했습니다. 필시 그놈이 틀림없습니다. 제가 보기에, 그놈은 다리를 삐었는지 걸음걸이가 시원찮았습니다. 우리가 쫓아가 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만약 그놈을 쫓아가 잡을 수만 있다면, 하늘이 도와주신 것이지!”
“그러면 꾸물대지 말고 빨리 쫓아갑시다!”
서녕은 급히 요도를 차고 박도를 들고 탕륭과 함께 동곽문을 나가 달려갔다. 가다가 보니 벽에 흰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는 주점이 있었다. 탕륭이 말했다.
“저 주점에 들어가서 술 한 잔 마시면서 물어 봅시다.”
탕륭이 주점에 들어가 자리에 앉자마자 물었다.
“주인장! 뭐 좀 물어 봅시다. 혹시 눈빛이 선명하고 체격이 마른 검은 사내가 멜대에 붉은 양가죽상자를 메고 가는 것을 보지 못했소?”
주점주인이 말했다.
“어젯밤에 어떤 사람이 멜대에 붉은 양가죽상자를 메고 갔는데, 어디서 넘어졌는지 다리를 절면서 갔습니다.”
탕륭이 서녕에게 말했다.
“형님! 들으셨죠!”
서녕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황급히 술값을 치르고 주점을 나와 달려갔다. 앞에 또 객점이 하나 나타났는데 벽에 흰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었다. 탕륭이 걸음을 멈추고 말했다.
“형님! 저는 더 이상 못 가겠습니다. 이 객점에서 쉬었다가 내일 아침 일찍 다시 쫓아갑시다.”
서녕이 말했다.
“나는 관직에 있는 몸이라 점고할 때까지 가지 못하면 분명히 문책을 당하게 될 건데, 어찌하면 좋은가?”
“그런 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형수님이 적당히 핑계를 대서 처리할 겁니다.”
그날 밤 객점에 들어가서 또 물어 보니, 점원이 대답했다.
“어젯밤에 눈빛이 선명하고 마른 체격의 검은 사내가 우리 객점에서 하룻밤 자고 오늘 해가 중천에 떴을 때 떠났습니다. 산동 가는 길을 물었습니다.”
탕륭이 말했다.
“이제 쫓아갈 수 있습니다. 내일 새벽에 일어나서 쫓아가면 그놈을 잡을 수 있습니다.”
그날 밤 두 사람은 객점에서 자고, 다음 날 새벽에 일어나 다시 추적해 갔다. 탕륭은 벽에 흰 동그라미가 그려진 곳만 있으면 들어가서 술이나 밥을 사 먹으면서 물어 보았고, 그럴 때마다 같은 대답을 들었다. 서녕은 갑옷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만 급해서 그저 탕륭을 따라 쫓아갈 뿐이었다.
날이 또 저물어 가는데 저 멀리 낡은 사당이 하나 보였다. 사당 앞 나무 아래 시천이 멜대를 내려놓고 땅에 앉아 있었다. 탕륭이 보고 소리쳤다.
“옳지! 저 앞의 나무 아래에 있는 것이 형님의 갑옷 상자 아닙니까?”
서녕은 그걸 보고 달려가 시천의 멱살을 잡고 소리쳤다.
“네놈이 정말 대담하구나! 어째서 내 갑옷을 훔쳐갔느냐?”
시천이 말했다.
“잠깐! 가만있어 봐! 소리치지 말라고! 내가 갑옷을 훔쳤다면 어쩔 건데?”
서녕이 소리쳤다.
“이 무례한 짐승! 네놈이 도리어 나한테 덤벼드느냐!”
시천이 말했다.
“상자 안에 갑옷이 있는지 봐야 하는 거 아니야?”
탕륭이 상자를 열어 보니 텅 비어 있었다. 서녕이 말했다.
“네놈은 내 갑옷을 어디로 빼돌렸냐?”
시천이 말했다.
“제 말 좀 들어 보십시오. 소인의 이름은 장일인데, 태안주 사람입니다. 그곳에 부자가 한 사람 있는데, 경략상공과 친분을 맺으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당신 집에 안령갑이 있는데 팔지 않는다는 걸 듣고서, 저와 이삼이란 놈에게 훔쳐오면 돈 1만 관을 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당신네 집 기둥에서 내려오다가 다리를 접질러서 제대로 걷지 못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이삼이에게 먼저 갑옷을 가져가게 하고, 저는 빈 상자만 가지고 여기 남아 있게 된 겁니다. 당신이 만약 나를 관아에 끌고 가서 어떻게 해 보려고 하면, 나는 맞아죽는 한이 있더라도 불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만약 나를 살려 준다면 당신과 함께 가서 갑옷을 되찾아 주겠습니다.”
서녕은 한동안 주저하면서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 탕륭이 말했다.
“형님! 이 자식이 달아날 건 걱정하지 않아도 되니, 같이 가서 갑옷을 찾읍시다. 만약 갑옷이 없으면 그때 이 자식을 관아로 끌고 가면 됩니다.”
서녕이 말했다.
“아우 말이 맞네.”
세 사람은 걸어가다가 객점에 투숙하여 하룻밤을 쉬었다. 서녕과 탕륭은 교대로 시천을 감시하면서 쉬었다. 원래 시천은 명주로 다리를 묶어 마치 삔 것처럼 하고 있었다. 서녕은 시천이 제대로 걷지 못하는 걸 봤기 때문에 철저히 감시하지는 않았다. 세 사람은 하룻밤을 자고, 다음 날 아침 다시 걷기 시작했다. 시천은 도중에 술과 고기를 사서 대접하면서 사과했다. 또 하루를 걸어갔다.
다음 날, 걸어가는 도중에 서녕은 정말 갑옷을 찾을 수 있을지 없을지 알 수 없어 마음이 초조했다. 한참 걸어가고 있는데, 길옆에 서너 사람이 빈 수레를 하나 끌고 가는데 뒤에는 또 한 사람이 따라오고 있었다. 길을 가던 사람이 탕륭을 보고 고개 숙여 인사하자, 탕륭이 물었다.
“아우는 여기 어쩐 일인가?”
“정주에 가서 장사하다가 태안주로 돌아가는 길입니다.”
“잘 됐네. 우리 세 사람을 수레에 태우고 태안주까지 가 주면 좋겠네.”
“세 사람이 아니라 더 많아도 괜찮습니다.”
탕륭이 기뻐하면서 그 사람을 서녕에게 인사시켰다. 서녕이 물었다.
“이 사람은 누군가?”
탕륭이 대답했다.
“제가 작년에 태안주에 분향하러 갔다가 이 아우를 알게 됐습니다. 이름은 이영이고, 아주 의기가 있는 사람입니다.”
서녕이 말했다.
“그렇다면 장일이도 제대로 걷지 못하니, 우리 모두 수레를 타고 가지.”
네 사람은 수레를 타고 갔다. 서녕이 시천에게 물었다.
“장일! 그 부자의 이름을 말해 주게.”
시천은 서너 번 핑계를 대며 미루고 말을 하지 않다가, 엉터리로 말했다.
“그는 유명한 곽대관인입니다.”
서녕이 이영에게 물었다.
“태안주에 곽대관인이라는 사람이 있소?”
이영이 대답했다.
“우리 주의 곽대관인은 대단한 부호입니다. 관원들과 좋은 관계를 맺어 왕래하고 문하에는 한량들도 제법 기르고 있습니다.”
서녕은 이영의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주범이 있으니 어려울 거 없겠지.”
이영이 노상에서 창봉술에 대해 애기도 하고 노래도 부르고 하여 어느 새 하루가 지나갔다. 양산박에 거의 다가가자, 이영이 수레꾼에게 호리병을 주면서 술과 고기를 사오라고 하여, 수레 위에서 술을 마셨다. 이영이 먼저 한 바가지를 마시고 서녕에게 권했다. 서녕이 한 바가지를 마신 후, 이영이 다시 술을 따르려고 하는데 수레꾼이 실수한 척하며 호리병을 손으로 쳐서 술이 모두 땅바닥에 쏟아졌다. 이영은 수레꾼에게 다시 가서 술을 사 오라고 소리쳤다. 그때 서녕이 입에서 침을 흘리며 쓰러졌다.
이영은 바로 철규자 악화였다. 세 사람이 수레에서 내려 곧장 한지훌률 주귀의 주점으로 갔다. 사람들이 서녕을 들어 배에 태우고 금사탄으로 건너갔다. 송강이 이미 보고를 받고 두령들과 내려와 맞이하였다. 서녕이 이때 마취약에서 조금 깨어났는데, 사람들이 또 해독약을 먹였다. 서녕은 눈을 뜨더니 여러 사람들 보고 깜짝 놀라 탕륭에게 물었다.
“아우! 자네는 어찌하여 나를 속여 이리로 데려왔는가?”
탕륭이 말했다.
“형님은 제 말을 들어 보십시오. 저는 송공명이 사방의 호걸을 받아들인다는 것을 들었는데, 또 지난번에 무강진에서 흑선풍 이규 형님과 의형제를 맺고 산채에 투신하였습니다. 지금 호연작이 연환마의 전법으로 쳐들어와서, 격파할 계책이 없습니다. 제가 구겸창법의 계책을 올렸는데, 그건 형님이 아니면 아무도 사용할 줄 모르지 않습니까? 그래서 계책을 세워, 먼저 시천으로 하여금 형님의 갑옷을 훔치게 하고 제가 형님을 속여 뒤쫓게 하였습니다. 후에 악화가 이영으로 가장하여 형님께 마취약을 먹인 겁니다. 형님도 산에 올라와서 두령 자리에 앉으시지요.”
서녕이 말했다.
“네가 나를 죽이는구나!”
송강이 사과하며 말했다.
“지금 송강이 잠시 양산박에 머물고 있지만, 조정에서 초안을 내리기만 하면 충심을 다하여 나라의 은혜에 보답할 것입니다. 결코 재물을 탐하거나 살인을 좋아하여 불인하고 불의한 짓을 저지르는 것이 아닙니다. 저의 진정을 잘 살피셔서 함께 하늘을 대신해 도를 행하십시다.”
임충도 권했다.
“저도 여기 있습니다. 형씨의 청렴한 덕은 많이 들었습니다만 물리치지 마십시오.”
서녕이 말했다.
“탕륭 아우! 자네가 날 속여 여기까지 데려왔지만, 집안의 처자식은 필시 관아에 붙잡혀 갈 것이니 어찌하면 좋은가?”
송강이 말했다.
“그건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한테 맡기시면, 조만간에 가족을 이곳으로 모시고 오겠습니다.”
조개·오용·공손승도 서녕에게 사과하고, 연회를 열어 축하하였다. 한편으로 대종과 탕륭을 동경으로 보내 서녕의 가족을 데려오게 하였다. 열흘이 지나지 않아, 양림은 영주에서 팽기의 가족을 데려오고, 설영은 동경에서 능진의 가족을 데려왔으며, 이운은 화약 재료를 다섯 수레에 싣고 돌아왔다. 그리고 며칠 후에 대종과 탕륭이 서녕의 가족을 데리고 왔다.
서녕은 처자식이 온 것을 보고 깜짝 놀라 어떻게 왔는지 물었다. 부인이 말했다.
“당신이 나가고 나서 관아에서 점고가 있었는데, 제가 금은과 장신구를 좀 쓰고서 병이 나서 누워 있다고 핑계를 댔더니 더 이상 부르러 오지 않았어요. 그런데 갑자기 탕시숙이 안령갑을 가지고 와서 말하기를, ‘갑옷은 되찾았는데, 형님이 도중에 병이 나서 객점에서 죽게 생겼는데, 형수님과 아이를 보고 싶어 하십니다.’ 하면서 저희를 수레에 태워 이곳까지 데려왔어요.”
서녕이 탕륭에게 말했다.
“아우! 잘했는데, 갑옷을 집안에 두고 온 것은 애석한 일이네.”
탕륭이 웃으며 말했다.
“형님은 별 걱정을 다하십니다. 형수님을 수레에 태운 다음 집안으로 들어가 갑옷을 가지고 왔지요. 그리고 두 하녀도 유인하여 집안의 귀중품을 수습해 가지고 왔습니다.”
서녕이 말했다.
“그렇다면 이제 나는 다시는 동경으로 돌아갈 수 없겠구나!”
탕륭이 말했다.
“형님께 한 가지 사건을 더 말씀드리겠습니다. 오는 도중에 한 떼의 길손들과 마주쳤는데, 제가 형님의 안령갑을 입고 얼굴에 칠을 하고서 형님의 이름을 대면서 길손들의 재물을 약탈했습니다. 아마 조만간에 동경에서 공문을 보내 형님을 체포하라고 할 겁니다.”
서녕이 말했다.
“아우! 나를 해치는 것이 아주 심하구나!”
조개와 송강이 사과하며 말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교사께서 이곳에 머물려 하시겠습니까?”
즉시 집을 배정하여 서녕의 가족이 거처하게 하고, 두령들은 모여서 연환마를 격파할 방법을 상의하였다. 이때 뇌횡은 구겸창 제조를 이미 완료한 상태였다. 송강과 오용은 서녕을 청하여 구겸창을 사용하는 법을 가르쳐 달라고 부탁하였다. 서녕이 말했다.
“제가 열심히 훈련시키겠습니다. 건장한 병사들을 선발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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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다시봐도흠미롭괘미있네요,잘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