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다미 변호사 KOTRA 뉴욕 무역관 IP-Desk
미국 특허상표청 (U.S. Patent and Trademark Office)에 등록된 특허나 상표, 또는 미국 저작권청 (U.S. Copyright Office)에 등록된 저작권을 침해 받을 경우, 해당 지식재산 권리자는 미국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하여 금전적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 한편, 분쟁 대상이 미국으로 수입된 물품인 경우, 권리자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 (U.S. International Trade Commission; ITC)에 조사신청서를 제출하여 수입배제명령, 중지명령 등의 무역구제조치를 받을 수 있다. 본 ITC 절차는 외국 기업도 특정 요건을 충족하면 활용 가능하며, 법원을 통한 소송에 비해 신속하고 집행 가능한 무역제재도 광범위하다는 점에 힘입어 최근 지식재산 분쟁 해결을 위한 매력적인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다.
이에 뉴욕무역관 IP-DESK에서는 두 차례에 걸쳐 ITC의 불공정수입 조사절차와 무역구제제도를 주제로 다루고자 한다. Part 1에서는 ITC 조사절차의 구체적인 진행과정과 구제조치 종류에 대해 소개하고, Part 2에서는 특허 소송에 비해 지니는 장점, ITC 조사절차에 제소자 (complainant)로 참여하기 위한 요건, 피제소자 (respondent)로 지목된 경우 준비해야 할 사항 등을 안내할 예정이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 개요
ITC는 미국 관세법 (Tariff Act)에 따라 미국 산업을 보호하고 불공정 무역행위에 대한 강력한 통제 권한을 갖는 대통령 산하 준사법기관이다. 각 주마다 최소 1개 이상의 연방지방법원이 미국 전역에 94개 운영 중인 것과는 달리, ITC는 워싱턴 D.C.에만 소재하고 있다. 미국 관세법 제337조 (19 U.S.C. § 1337)는 미국 특허권, 상표권, 저작권 등을 침해하는 물품의 수입이 불공정수입에 해당한다고 적시하고 있으며, 본 조항 위반 여부에 대한 조사와 제재 기능을 ITC에 위임하고 있다. 이 외 다른 종류의 불공정경쟁 역시 불법행위로 명시하고 있어 ITC를 통한 제소가 가능하지만, 대부분의 ITC 조사절차는 특허 침해 분쟁에 몰려있다.
ITC는 6인의 위원 (commissioner)으로 구성되며 대통령이 미국 상원의 동의를 받아 임명한다. ITC 위원의 임기는 9년이다. ITC 관할 행정재판을 주관하고, 제출자료 및 증거물을 검토한 후 예비판정을 내리는 역할은 6인의 행정판사 (Administrative Law Judge)가 담당하고 있다.
국제무역위원회의 조사절차
관세법 제337조에 따른 불공정무역행위 조사절차 (Section 337 Investigation)는 일반적으로 (1) 조사 신청, (2) 조사 개시 (3) 답변서 제출, (4) 예비 기일확정 회의, (5) 증거개시, (6) 심리, (7) 행정판사의 예비판정과 ITC의 최종판정, (8)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의 순서로 진행된다.
1. 조사 신청
ITC 조사절차는 ITC 자체적인 직권에 의해 또는 특정 기업의 제소장 (complaint) 제출에 의해 개시된다. ITC는 양 측의 사실 주장을 다투는 장이므로 제소장 작성에 앞서 충분한 조사를 통해 사실관계 정립, 특히 해당 특허와 특허침해 제품들에 대한 정보 수집이 필요하다.
ITC에서 요구하는 제소장 기재요건은 연방법원에서 진행되는 특허 소송 소장 기재요건에 비해 훨씬 엄격하다. 대표적인 제소장 필수 구성요소로는 지식재산권 침해 주장을 상술한 청구항 차트, 제소자의 미국 내 사업 현황에 관한 기술, 제소자가 요청하는 ITC 구제수단에 대한 상술, 해당 제품들의 미국 내 수입을 입증하는 자료, 피제소자 수입업자들의 불공정 무역행위에 대한 기술 등이 있다.
ITC 조사절차 당사자 (parties)로는 제소자 (해당 지식재산의 권리자)와 피제소자 외에도 ITC와 공공의 이익을 대변하는 불공정수입조사실 (Office of Unfair Import Investigations; OUII)이 있다. 일반적으로 OUII에서 각 사건마다 담당 조사관 (staff attorney 또는 commission investigative attorney)을 지명한다.
2. 조사 개시
제소자가 ITC에 제소장을 제출하면 OUII에서 먼저 제소장의 내용을 검토하고 법적 요건들을 준수했는지에 대해 심사한다. 제소자가 요청한 조사를 ITC가 개시할지 여부는 OUII에서 보통 제소장 접수 후 30일 또는 35일 (잠정구제조치 (temporary relief)를 청구하는 경우) 이내에 결정하여 통보한다. OUII가 조사 개시 거부 결정을 내리는 일은 매우 드물다.
ITC 조사 개시 (instituting an investigation) 결정과 조사 범위는 미국 연방관보 (Federal Register)에 공표된다. 해당 조사에 대한 기본 정보는 ITC 웹사이트 https://www.usitc.gov/petitions_and_complaints에서도 조회 가능하다. 제소장에서 잠정구제조치를 요청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ITC가 직접 피제소자와 소속 국가의 대사관에 (피제소자가 외국인/기업인 경우) 제소장과 조사통지서를 송달한다.
3. 답변서 제출
피제소자는 제소장과 통지서를 받은 날짜로부터 20일 이내에 답변서 (response)를 제출해야 한다. 제소자가 잠정구제조치를 청구한 경우에는 10일로 제출기한이 단축되며, 피제소자 소재지가 외국인 경우 30일로 연장된다. 답변서는 제소사항 각각에 대해 피제소자의 인정, 부인, 또는 확인 불가 여부를 구체적인 논거와 함께 제시해야 한다. 만일 피제소자가 제출기한 이내에 대응하지 않으면 궐석 (default) 판결을 받게 되어 제소장에서 요구한대로 수입배제명령, 중지명령 등이 내려질 수도 있다. 피제소자는 제소자에 대해 반소 (counterclaim)를 제기할 수는 있지만, 본 ITC 조사절차에서 다루어질 수 없기에 반소 내용은 관할 연방지방법원으로 즉시 이송되어야 한다.
4. 예비 기일확정 회의
관세법 제337조는 신속한 조사 및 판정 절차를 위해 조사개시일로부터 45일 이내에 ITC의 최종판정 (final determination) 목표일을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당사자와 행정판사가 절차기일, 증거개시 방법 및 일정 등을 논의하기 위한 회의 (initial scheduling conference)를 진행한다.
5. 증거개시
ITC 조사절차에서 이루어지는 증거개시 (discovery)는 연방법원을 통한 소송 과정에서 일반적으로 이루어지는 증거개시 절차나 방법과 유사하다. 대표적으로 선서증언 (depositions), 질의서 (interrogatories), 문서제출 (document requests), 출입요청서 (permission to enter upon land or other property for inspection or other purposes), 인정요구서 (requests for admissions), 제3자에게 발송하는 소환장 (third-party subpoena)이 허용된다. 다만, 질의서 상 질의항목의 수, 선서증언의 수, 전자적 정보 (electronically stored information; ESI)나 비밀특권 주장 상에 제약이 있으며, 행정판사의 재량 하에 추가적인 증거개시의 빈도 또는 범위가 제한될 수도 있다.
ITC에서의 증거개시는 매우 신속하게 진행되는데, 보통 증거개시 요청을 받은 후 10일 이내에 답변을 제출해야 한다. 이는 연방법원 소송에서 30일의 응신시간을 부여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6. 심리
통상적으로 심리 (hearing) 몇 주 전에 당사자들은 모든 증거물, 주요 쟁점과 법리적 근거를 정리한 심리선행 요약서 (pre-hearing briefs)를 ITC에 제출한다. 심리선행 요약서에서 양측의 입장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나기 마련인데, 여기에 포함되지 않은 법리 주장은 당사자가 포기한 것으로 간주된다.
관세법 제337조의 위법 여부를 가리고 적절한 무역구제조치를 결정하기 위해 행정판사 앞에서 구두로 진행되는 심리 절차는 법원의 공판 또는 공청회에 비견되며, 증거채택 기준은 연방증거법 (Federal Rules of Evidence)에 따른다. 다만, 배심원 없이 행정판사가 주재하고, 연방증거법 적용에 있어 보다 유연하며 (이를테면 전문증거 (hearsay)도 허용), 심리진행이 1-2주 정도로 신속하다. 심리는 기본적으로 일반 대중에게 공개가 원칙이나, 비공개로 진행될 수도 있다. 심리 과정에서 진술된 모든 사항들은 속기록으로 남겨진다.
심리기일 후에는 보통 심리요지서 (post-hearing briefs) 제출을 통해 심리 중에 제기된 문제들에 대하여 양측의 입장을 서면으로 표명하거나 상대방의 주장을 반박하는 기회를 갖는다.
7. 행정판사의 예비판정과 국제무역위원회의 최종판정
행정판사는 모든 쟁점에 대하여 법리적·사실적 판시사항을 담은 예비판정 (initial determination)을 최종판정 목표일 4개월 이전까지 내려야 한다. ITC는 예비판정을 검토 후 지지, 수정, 파기, 무효, 또는 환송할 권한은 가지고 있지만, 행정판사가 내리는 모든 예비판정을 검토·심사해야 할 의무는 없다. 따라서 예비판정 송달일로부터 12일 이내에 당사자가 ITC의 예비판정 검토를 요청하는 청원서 (petition)를 제출할 수 있다. 만일 당사자가 ITC에 예비판정 검토를 요청하지 않거나 ITC가 자체 직권에 따라 검토하지 않는 경우, 행정판사의 예비판정은 ITC의 최종판정으로 확정된다.
8.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ITC가 관세법 제337조 위반 결정을 내린 경우, 연방관보에 최종판정을 공표하고 대통령에게도 전달한다. 대통령은 ITC의 결정문 전달일로부터 60일 이내에 정책 상의 이유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 경우, ITC의 판정 및 무역구제조치는 대통령의 거부 통지일로부터 모든 효력을 상실한다. 대통령이 ITC의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한 경우는 미국 역사를 통틀어 총 6회에 그칠 정도로 매우 드물다.
애플과 삼성의 스마트폰 및 태블릿 컴퓨터 기술 관련 특허 분쟁도 ITC를 통해 이루어졌는데, 2013년 6월 4일에 ITC에서 문제가 된 iPhone 3GS, iPhone 4, iPad 3G, iPad 2 3G의 수입금지와 중지를 명하는 최종판정을 내렸다. 그러나 2013년 8월 3일에 오바마 (Obama) 대통령이 본 ITC 결정이 미국 경제의 경쟁환경 및 미국 소비자들에게 미칠 영향을 이유로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 이는 26년 만의 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고 2013년 이후로 행사된 적은 없다.
국제무역위원회의 구제조치 종류
ITC의 권한은 무역제재조치에 국한되기에 지식재산권 침해기업을 대상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거나 반소를 제기할 경우, 권리자는 법원에 개별적인 소송 절차를 밟아야 한다. ITC에서 내릴 수 있는 대표적인 구제조치로는 (1) 수입배제명령 (exclusion order), (2) 중지명령 (cease and desist order), (3) 잠정구제조치 (temporary relief)가 있다.
1. 수입배제명령
수입배제명령은 크게 제한수입배제명령 (limited exclusion order)과 일반수입배제명령 (general exclusion order)으로 나뉘는데, 전자는 해당 조사절차에서 피제소자로 지명된 기업들의 제품에 대해, 후자는 ITC에 제소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일반적으로 침해 제품을 생산하는 모든 기업 제품에 대해 수입을 금지한다. 수입되는 물품에 대한 조치이기 때문에 피제소자에게 미국의 사법 관할권이 미치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집행된다.
2. 중지명령
중지명령은 미국 내 피제소자들을 타겟으로, 수입배제명령이 내려지기 이전에 이미 수입 완료된 제품을 판매하거나, 침해 부품으로 조립하여 완제품을 제조·판매·유통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 내려진다. 따라서 수입배제명령과는 대조적으로, 중지명령 조치는 사법권이 미치는 미국 기업에게만 해당된다. 수입배제명령을 대신할 수도 있고, 수입배제명령과 동시에 내려질 수도 있다. 또한 피제소자가 ITC의 최종적인 중지명령을 위반한 경우, 대상 물품은 압류되고 위반일 당 최대 10만 달러의 벌금이 부과된다.
3. 잠정구제조치
잠정구제조치 (temporary relief)란 ITC의 조사 기간동안 임시로 수입배제명령이나 중지명령을 내려달라고 제소자가 요청하는 것을 뜻한다.
ITC를 통한 잠정구제조치는 제소장 접수 시 또는 ITC 조사 개시 이전에 신청할 수 있다. 잠정구제조치 발령을 위한 네 가지 요건, 즉 (1) 제소자가 승소할 가능성이 높고, (2) 해당 조치를 내리지 않을 경우 회복 불능의 손해가 발생하며, (3) 당사자들 간 손해의 비교형량 상 조치 발령이 적절하고, (4) 조치 발령으로 인해 공익에 해가 되지 않을 것으로 연방법원에서 내리는 예비적 금지명령 (preliminary injunction)의 발동 요건과 유사하다.
제소자가 잠정구제조치를 청구하는 경우 일반적인 ITC 조사절차보다 더욱 속성으로 진행된다. ITC 규정 상 잠정구제조치에 관한 예비판정은 연방관보에 조사개시 공지가 공표된지 70일 또는 (만일 행정판사에 의해 복잡한 사안으로 지정된 경우) 120일 이내에 내려져야 하고, 최종판정은 90일 또는 (복잡한 사안의 경우) 150일 이내에 완료되어야 한다. 이같은 속성 스케쥴에 맞추기 위해 증거개시, 전문가 증언 (expert testimony), 심리, 심리요지서 제출 등 각각의 과정이 모두 단축된 기한 안에 선행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ITC 조사절차의 구체적인 진행과정과 구제조치 종류에 대해 알아보았는데 Part 2에서는 특허 소송에 비해 지니는 장점, ITC 조사절차에 제소자 (complainant)로 참여하기 위한 요건, 피제소자 (respondent)로 지목된 경우 대응 방안 등에 대한 소개가 이어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