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기전일(民既專一)
병사들을 하나로 만들라는 뜻으로, 군사를 지휘하는 원리를 손자병법이 제기한 기본은 하나로 뭉치게 한다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원팀이 돼야 한다는 말이다.
民 : 백성 민(氏/1)
旣 : 이미 기(无/7)
專 : 오로지 전(寸/8)
一 : 한 일(一/0)
출전 : 손자병법(孫子兵法) 군쟁(軍爭) 第七
軍政曰: 言不相聞, 故為金鼓; 視不相見, 故為旌旗.
군정이라는 책에서 이렇게 말했다. "전쟁터에서 병사들 간에 말이 들리지 않기 때문에 징과 북을 만들었고, 눈으로 서로 볼 수 없기 때문에 깃발을 만들었다"고 하였다.
夫金鼓旌旗者, 所以一民之耳目也.
무릇 징, 북, 깃발 등이 통제수단이 되어 병사들의 눈과 귀를 하나로 통일시키는 것이다.
民既專一, 則勇者不得獨進, 怯者不得獨退, 此用衆之法也.
병사들이 모두 하나로 통일되면 용감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혼자 전진하지 않으며 겁 많은 자라도 혼자 뒤로 물러서는 법이 없는 것이니, 이것이 부대를 지휘하는 법이다.
故夜戰多金鼓, 晝戰多旌旗, 所以變人之耳目也.
고로 야간전투에는 지휘통신의 방법으로 불과 북을 많이 사용하고, 주간전투에는 깃발을 많이 사용하니 이것은 적의 눈과 귀를 혼란시키기 위한 것이다.
人卽專一 怯者不得獨退
사람들이 하나로 뭉친 다음에는 겁 많은 자라도 혼자 물러나지 않는다.
'군사를 지휘하는 원리'라면서 손자병법이 제기한 기본은 하나로 뭉치게 한다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원팀이 돼야 한다는 말이다.
이편에서 손자는 "뭉친다면 알 수 없는 혼돈 상태에서 패배하지 않는다"고 했다. 여기서 말하는 혼돈 상태란 체계적인 지휘가 잘 안 되고, 심지어 어지러이 싸울지라도 혼란에 빠지지 않고 목적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는 걸 강조하고자 함이었다.
운동 경기나 선거전이나 마찬가지다. 한 팀으로 똘똘 뭉쳐 있으면 빈틈이 생겨도 어느새 보완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고, 빈자리가 있어도 대신할 사람이 곧 나타나게 되지만 오합지졸은 순식간에 무너지기 마련이다. 겁 많은 자라도 혼자 물러나지 않는다는 건 자기 팀을 믿고 신뢰하기에 최선을 다하지 꽁무니를 빼지 않는다는 말이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고 했다. 한 방울, 두 방울이 모여 거대한 강을 이루면 그 무엇으로도 막을 수 없다는 이치와 통하리라. 패배해 흩어진다기 보다 흩어져 있기에 패배한다는 것으로 이해해도 좋을 듯하다.
孫子兵法 第7 軍爭篇
군쟁편에서는 실제 전투에 있어서의 방략(方略)을 설명하고 있다. 이해(利害)를 잘 검토하여 이점은 살리고 불리한 점은 이(利)가 되도록 전환시켜야 한다.
1. 불리한 것을 유리하게 되도록 한다.
孫子曰 : 凡用兵之法, 將受命於君, 合軍聚衆, 交和而舍, 莫難於軍爭.
손자(孫子)는 무릇 전쟁을 수행하는 방법은 장수가 임금에게서 명령을 받고, 군인을 모으고, 백성을 징집하여 진을 마주하고 주둔하거니와, 맞싸워 승리를 다투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은 없다고 말하였다.
(해설)
전쟁을 하는 방법은, 우선 장수가 임금에게서 명령을 받은 다음에 군인을 모아들이고, 백성들을 징집하여 부대를 편성하고, 이어서 적군과 진영을 마주하고 주둔하는데, 무엇보다도 더 어려운 것은 적군과 싸워 승리를 거두는 일이다.
합군(合軍)은 나라의 상비군(常備軍)을 집합시키는 것이고, 취중(聚衆)은 일반 국민을 집합시키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교화(交和)의 화(和)는 군영(軍營)의 문(門)을 말하는 것으로, 화를 마주한다는 것은 서로 대진하고 있는 것을 뜻한다. 사(舍)는 막사를 치고 머무는 것이다.
군쟁(軍爭)은 여러 가지로 설명되고 있는데, 같은 진영 안에서 서로 공명(功名)을 다툰다거나, 적에 대한 장수와 장수끼리의 작전경쟁, 탐색경쟁 등의 승리를 위한 경쟁과 그 밖의 모든 경쟁이 여기에 해당된다.
제1편에서 제6편까지의 '계', '작전', '모공', '군형', '병세', '허실' 편은 모두 전략적, 전술적인 설명이었을 뿐 직접 맞부딪쳐 싸우는 전투는 아니었다. 비로소 이 군쟁(軍爭) 편에 들어와 전투행위를 설명하고 있다. 손자가 말한 것처럼 전투야말로 전쟁에서 가장 어려운 행위이다.
軍爭之難者, 以迂爲直, 以患爲利.
싸워서 이기기 어려운 것은 돌아감으로써 직행으로 만들고 불리함을 유리하게 하는데 있다.
故迂其途, 而誘之以利, 後人發之, 先人而至, 此知宇直之計者也.
그러므로 그 길을 돌아가 이익으로 적을 유인하고 적보다 뒤에 출발하여 적보다 먼저 도착하는 것이다. 이는 돌아가면서 직행하는 계략(우직지계.迂直之計)을 아는 사람이다.
(해설)
우(迂)는 멀리 돌아가는 것이고, 직(直)은 똑바로 질러가는 길이다. 환(患)은 재난, 도(塗)는 도(途)와 같은 의미로 길이란 뜻이다. 인(人)은 다른 사람, 즉 적을 말한다.
군과 군이 직접 충돌하는 어려운 전투에서는 돌아가는 먼 길을 택하여 결국은 그것을 가까운 길로 만들고, 나에게 다가오는 재난을 마침내는 나에게 유리한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러므로 돌아가는 먼 길을 택하면서 적에게 유리하게끔 하여 적을 유인하여 오히려 적을 더디게 만들고, 적보다 뒤늦게 출발하여 적보다 먼저 도착하는 것이 바로 돌아가는 길을 가까운 길로 만드는 계략이다.
이 계략이 이른바 우직지계(迂直之計)이다. 먼 길을 돌아가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즉 적에게 이쪽의 출발과 행진을 노출시키지 않고, 진군 속도나 가는 방향도 알리지 않는 더딘 행동이 결과적으로는 더 빠르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적에게 이쪽의 전술이 그 쪽에 유리하다고 판단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전격적으로 공격하거나, 적군보다 늦게 떠나서 적군보다 먼저 도착하여 기다렸다가 뒤늦게 오는 적을 공격하는 것이니 이와 같은 전략을 쓸 줄 아는 사람을 가리켜 돌아가되 곧게 가는 전략(迂直之計)을 아는 장군이라 말한다.
유방(劉邦)을 도와 한(漢)나라를 세우는 데 공이 컸던 한신(韓信)이 한중(漢中)에서 삼진(三秦)으로 진격하여 나올 때 쓴 방법이 전형적인 우회 작전이었다. 한신은 한쪽으로는 가까운 잔도(棧道)를 만드는 공사를 크게 벌여 놓고, 다른 쪽으로는 질러가는 길로 가서 적을 칠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적은 그 잔도가 완성되면 작전을 세우려고 매일같이 그 공사의 진척 상황만 살피면서 태평하게 지냈다. 그러나 한신의 우회군은 잔도가 10분의 1도 이루어지기 전에 벌써 목적지에 밀어닥쳤던 것이다. 유지이리(誘之以利)란 잔도를 만들어 보임으로써 적을 우선은 안심하도록 만들어 놓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말로 전화위복(轉禍爲福)이란 말이 잇다. 자기에게 밀어 닥친 어려움을 슬기롭게 처리함으로써, 화(禍)의 화가 더욱 커지는 것이 아니라 더욱 더 잘되도록 만드는 것이다.
2. 신속한 행동으로 변화에 대응한다.
故軍爭爲利, 軍爭爲危.
그러므로 싸워서 이기는 것은 이익이 되기도 하고 위험이 되기도 한다.
擧軍而爭利, 則不及, 委軍而爭利, 則輜重捐.
따라서 모든 군대를 들이대어 이익을 다투면 미치지 못하고, 일부의 군대를 놓아두고 이익을 다투면 치중(輜重; 수송, 보급)을 버리게 된다.
(해설)
적군과 사워서 이긴다는 것은 이익이 되기도 하지만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큰 위험이 뒤따른다. 다시 말하면 군쟁(軍爭)이란 이(利)를 놓고 다투는 것인 만큼 그만큼 위험이 따르게 마련이다. 눈앞에 있는 이익에 덮어 놓고 끌려가게 되면 자칫 위험과 직결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중장비 부대까지 포함한 모든 군대를 싸움터에 투입하여 싸우면 적군보다 뒤떨어져 승리를 거둘 수 없게 되고 그렇다고 경장비 부대만 투입하여 싸우게 되면 수송부대가 뒤에 쳐져서 물자의 공급이 딸리게 된다.
적군과 싸울 때에는 우선 기선을 제압할 이(利)를 확보하기 위하여 필요한 지점에 적보다 먼저 도착하여야 한다. 그런데 만일 전군을 동원하여 일제히 이끌고 나아가 기선을 제압할 이(利)를 얻으려 한다면 그 행동이 신속, 기민하지 못해 이(利)를 얻을 수가 없을 것이다.
반면에 군인 각자의 능력에 맡겨(委軍) 급히 달려가서 기선을 제압할 이(利)를 쟁취하게 한다면 가벼운 몸차림으로 신속히 움직여야 하므로 무거운 짐을 운반하는 치중 부대는 뒤에 떨어지게 되고, 그렇게 되면 보급에 어려움이 많을 것이다.
是故卷甲而趨, 日夜不處, 倍道兼行, 百里而爭利, 則擒三將軍, 勁者先, 疲者後, 其法十一而至.
이런 까닭으로 갑(甲)옷을 접어두고 달려가, 밤낮을 쉬지 않고, 길을 배로 늘려 행군하여 백 리를 가서 승리를 다투게 되면 세 장군이 적에게 사로잡히게 되고, 강한 자는 먼저 가고 피로한 자는 뒤떨어져서 그 비율은 10분의 1이 된다.
五十里而爭利, 則蹶上將軍, 其法半至.
50리를 가서 승리를 다툰다면 상장군이 쓰러지고 그 비율은 반에 이른다.
三十里而爭利, 則三分之二至.
30리를 가서 승리를 다투게 되면 3분의 2가 이르게 된다.
是故軍無輜重則亡, 無糧食則亡, 無爲積則亡.
이런 까닭으로 군대에 수송 보급이 없으면 곧 망하고 양식이 없으면 망하고 쌓아 놓은 물자가 없으면 망한다.
(해설)
갑(甲)옷을 만다(券)는 것은 빨리 달려가기 위하여 갑옷을 벗어 수레에 싣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가벼운 몸으로 달리게 되어 빨리 갈 수 있고, 또한 하루에 30 리씩밖에 갈 수 없는 길도 밤낮을 쉬지 않고 가게 되니 그 곱절인 60 리씩이나 가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하여 백 리를 달려가 승리를 다투게 된다면 전군(前軍)의 상장군(上將軍), 중군(中軍)의 중장군(中將軍), 후군(後軍)의 하장군(下將軍) 등 세 장군이 모두 무리를 하게 되어 다들 적에게 포로가 될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무리한 강행군을 하게 되면 아주 튼튼한 군사들만이 앞으로 달리게 되고 튼튼치 못한 군사들은 자꾸 뒤로 쳐져서, 목적지에 도착하게 되는 군사는 겨우 열 명 가운데 한 명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만일 50 리 정도를 강행군하게 되면 맨 앞에 있는 선봉 부대, 즉 상장군(上將軍)이 거꾸러지거나 하며 제대로 도착할 수 있는 군사는 그 비율이 반밖에 되지 못한다.
하루 거리인 30 리를 달린다 하여도 목적지에 제대로 도착할 수 있는 병력은 3분의 2밖에 되지 못하므로 전력은 결국 3분의 1이 줄어들게 된다. 그러므로 무거운 장비를 수송하는 치중 부대는 강행군을 할 때 그 뒤를 바짝 따라가기가 힘들어 결국은 전투에 필요한 보급이 딸리게 된다. 화살이 모자라는 군대가 적과 싸워 이길 수는 없는 것이다.
또한 식량도 마찬가지이다. 배고픈 군사가 배부른 적과 싸워 이길 수는 없는 것이며, 전쟁이 오래 계속될수록 후방의 물자가 풍족하여야 끝까지 싸워 이길 수 있는 것이다.
그런 까닭으로, 비록 기선을 제압하여 승리를 거둔다 하여도 군사에 군수품이 없으면 패망할 것이고, 양식이 없으면 패망할 것이며, 축적된 물자가 없으면 패망할 것이다.
촉한(蜀漢)의 승상이었던 제갈량(諸葛亮)은 그 유명한 출사표(出師表)를 쓴 다음 위(魏)군을 다섯 번이나 공격하였지만 한 번도 성공하지 못하였다. 이에 '삼국지(三國志)'의 저자인 진수(陳壽)는 "제갈량의 지략이 부족하였던 것이 아닌가"라고 했다.
그러나 제갈량의 실패는 전략이 부족한 것에 이유가 있었던 것이 아니고 극복할 수 없었던 약점이 하나 있었기 때문이다. 본래 촉(蜀)에서 위(魏)를 공격하려면 촉도난(蜀道難)이라고 하는 절벽의 험한 길을 통과하여야 하는데 사람조차 통과하기 힘든 곳에 군량이나 무기의 보급은 더더욱 생각할 수조차 없었다.
제갈량은 원정 때마다 목우(木牛)나 유마(流馬) 같은 수송수단을 고안하여 내기도 하고 원정한 곳에다 둔전(屯田)을 하여 식량을 확보하려 하였지만 효과를 보지 못하였다. 그리하여 위(魏) 원정에 실패하고 말았다.
3. 전쟁은 속임으로 이루어진다.
故不知諸侯之謀者, 不能豫交;
그러므로 다른 나라 제후가 도모하는 것을 알지 못하는 사람은 미리 국교를 맺지 못하고,
不知山林險阻沮澤之形者, 不能行軍;
산림의 험난한 곳과 질퍽질퍽한 습지대의 지형을 알지 못하는 사람은 군사를 행군시키지 못하고,
不用鄕導者, 不能得地利.
길 안내하는 사람을 쓰지 않는 사람은 지형의 이득을 얻지 못한다.
(해설)
그러므로 이웃 나라 제후가 무엇을 도모하려는지 그 속셈을 알지 못할 때는 쉽게 그들과 손을 잡고 군사행동을 같이 하여서는 안 된다. 우리를 돕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때로는 적을 돕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그러한 국교를 맺었다고 하여 그 국교가 성공하였다고는 볼 수 없다. 오히려 크나큰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적국의 산림 지대 중 그 어느 곳이 험조(險阻)한 곳인지를 알지 못하고, 또한 어느 곳이 습기가 많은 질퍽질퍽한 못인지 모른다면 군대를 행군시킬 수가 없는 것이다. 이러한 때에 그 지방 사람으로 길 안내인을 쓰지 않으면 전투에 미치는 지형상의 이점을 얻을 수가 없는 것이다.
故兵以詐立, 以利動, 以分合爲變者也.
그러므로 전쟁이란 속임으로 성립되고, 유리함으로써 움직이고, 분산과 집합으로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다.
(해설)
그러므로 전쟁이란 먼저 상대방의 눈을 속여 이쪽 정세를 파악하지 못하게 행동하여 전투태세를 갖추고, 태세를 갖춘 다음에는 가장 유리한 조건을 향하여 움직이며, 그 조건 여하에 따라 분산과 집합 등 자유자재로 변화를 주지 않으면 안 된다.
손자는 첫째 편인 계편에서 "전쟁은 속임수이다"고 말한 바 있다. 여기에서는 다시 "전쟁이란 속임으로써 성립된다"고 하였다. 즉 아군의 허실(虛實)을 숨겨서 허(虛)를 실(實)로 보이게 하고, 실(實)을 허(虛)로 보이게 하여 적으로 하여금 이쪽을 알아차리지 못하게 한 다음 아군의 근거를 정립(定立)하여야 한다.
그리고 적을 속여서 아군의 조종에 좇아 그들을 움직이게 하고, 또한 적의 허(虛)를 노려서 반드시 이길 수 있는 경우에 공격을 개시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전투는 적을 속이는 것으로 성립되어야 한다. 유리하다고 판단되어 움직인 것이 때로는 유리하지 않을 경우가 있다. 그러므로 정말 어느 것이 유리한 것인가 정확하게 판단하고 또한 이를 위하여 움직여야 한다.
그렇게 적을 속이고 아군에게 유리하도록 전투를 하려면 상황의 변화에 따라 병력을 나누기도 하고 합하기도 하는 임기응변의 전략을 잘 써야 한다. 병력을 나누는 것은 기습 전술을 쓰는 경우가 많고, 병력을 합치는 것은 정면 대결의 경우가 있다.
4. 싸울 때는 바람처럼 빨라야 한다.
故其疾如風, 其徐如林, 侵掠如火, 不動如山, 難知如陰, 動如雷震.
그러므로 그 빠르기가 바람과 같고, 그 느리기가 숲속과 같고, 적지에 들어갈 때에는 불과 같고, 움직이지 않을 때에는 산과 같고, 알기 어려움은 어둠과 같고, 움직임은 우레와 벼락과 같다.
(해설)
그러므로 신속한 행동이 요구될 때에는 질풍(疾風)같이 빨라야 한다. 즉 적의 빈틈을 노려 습격할 때에는 태풍처럼 돌격하여야 한다. 왜냐하면 빈틈이란 항상 있는 것이 아니라 순간에 생기는 것이므로 태풍처럼 빨라야만 놓치지 않게 된다.
그리고 군대의 태세가 느리기를 바랄 때에는 삼림처럼 안정하여야 한다. 적의 빈틈을 기다리고 있는 경우에는 행동은 물론 마음의 자세에 이르기까지 삼림처럼 안정되고 느리고 여유 있는 태도를 갖게 하여야 한다. 적의 국경을 침략할 때에는 그 행동이 타는 불처럼 맹렬하여야 한다. 맹렬한 기세로 타오르는 불은 삽시간에 모든 것을 삼켜버리는 것이다. 또한 그러한 기세를 가짐으로써 적에게 방어할 기회나 대항할 기운을 주지 말아야 한다.
아군이 움직이지 말아야 할 때에는 안정되고 묵직함이 마치 큰 산이 놓여 있는 것과 같아야 한다. 전투시에는 가볍게 함부로 움직여서는 안 된다. 안정되고 견고하게 스스로를 지키면서 적에게서 빈틈이 보이는 기회를 기다려야 한다. 그렇게 결정적인 시기가 올 때까지는 태산이 버티고 있는 것처럼 동요하지 말아야 한다.
이와 같이 하면서 아군의 상황을 숨기고 가려서 적이 탐지할 수 없음이 어두운 밤과 같아 아무 것도 엿볼 수 없게 하여야 한다. 적과 결전을 노리는 싸움터에서는 아군의 허실(虛實)을 탐지하기 위하여 적의 눈과 손, 귀는 물론 피부와 육감과 머리까지, 모든 신경이 아군의 주변과 내부에서 탐색전을 벌이고 있다. 이러한 적의 노력이 헛되게 하려면 아군의 모습을 마치 그믐달의 암흑 같은 비밀 속에 감추어 눈앞에 있어도 볼 수 없는 상태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다가 적에게 빈틈만 보이면 그 순간을 놓치지 말고 행동한다. 그리고 그 행동은 천둥 번개처럼 신속하고 맹렬하여야 한다. 맹렬하면 할수록 적은 감히 대항할 기세를 가지지 못한다.
이 대목은 '손자병법' 중에서도 유명한 풍림화산(風林火山)을 설명한 것이다. 즉 때로는 바람과 같이 재빠르게, 또 때로는 숲과 같이 고요하게, 때로는 불길과 같이 맹렬하게, 또 때로는 태산과 같이 태연하게 군대를 움직여야 한다는 말이다.
掠鄕分衆, 廓地分利, 縣權而動, 先知迂直之計者勝, 此軍爭之法也.
적의 고을을 침략하여 빼앗은 것을 그곳 백성들에게 나누어 주고, 땅을 넓혀 얻은 이익도 나누어 주고, 저울을 달아 움직이니 먼저 우직지계(迂直之計)를 아는 사람은 승리한다. 이는 군쟁(軍爭)의 법이다.
(해설)
약향분중(掠鄕分衆)은 적의 마을에서 빼앗은 것을 병사들에게 나누어 준다고 보는 해석도 있으나, 일단 적의 마을을 빼앗으면 그곳에서 빼앗은 물건은 그곳 사람들에게, 즉 잘사는 사람의 물건을 빼앗아 못사는 사람에게 나누어 주어 민심을 얻고, 또한 되도록 땅을 넓혀서 그 얻은 땅을 그곳의 사람들과 이익을 나누어 갖게 되면 이쪽에 협력하는 사람이 많아진다.
따라서 이들로부터 많은 정보를 얻게 되고 그러한 정보를 저울에 달 듯 그 경중(輕重)을 신중히 검토하여 다음 행동으로 옮긴다. 이렇게 남에게 이익을 나누어 주고 장기적인 포섭 정책을 펴가며 전투를 해 나가면 퍽 더딘 것 같이 보이지만 실은 완전히 승리할 수 있는 바른 길인 것이다. '돌아가되 곧게 가는 것이 된다'는 우직지계(迂直之計)를 아는 사람만이 참다운 승리를 얻게 되는 것으로, 균형의 원리 원칙이란 바로 이것이다.
손무(孫武)가 오자서(伍子胥)와 함께 초(楚)나라를 완전히 점령하였을 때 손무는 오자서에게, "초나라 왕손인 공자 승(勝)이 오(吳)나라에 망명하여 와 있으니 그를 초나라 왕으로 삼으면 대대로 오나라를 고맙게 생각하여 충성을 다할 것입니다. 만일 초나라를 오나라가 차지하게 되면 초나라 사람은 반드시 반란을 일으키고 말 것입니다"고 하면서 초나라 땅을 초나라 사람들이 동정하고 있는 평왕(平王)의 손자 공자 승(勝)에게 물려줄 것을 제안하였다.
그러자 오자서는 이를 듣지 않고 초나라를 완전히 멸망시킬 생각을 하고 있었다. 결국 오나라는 초나라를 후원하는 진나라에게 패하고 말았다. 적의 물건으로 적의 마음을 사서 우리 편으로 만드는 것은 완전한 승리를 위하여 절대 필요한 것이다.
5. 많은 사람을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軍政曰; 言不相聞, 故爲金鼓, 視不相見, 故爲旌旗.
군정(軍政), 즉 군의 제도를 말한 병서(兵書)에 이르기를, "말해도 들리지 않기 때문에 징과 북을 만들었고, 보아도 서로 보이지 않기 때문에 깃발을 만들었다"고 하였다.
夫金鼓旌旗者, 所以一民之耳目也.
대체로 징과 북, 깃발들은 병사들의 귀와 눈을 하나로 하기 위한 것이다.
民旣專一, 則勇者不得獨進, 怯者不得獨退, 此用衆之法也.
사람들이 오직 하나가 되면 용감한 병사도 혼자서 나아가지 못하고 겁 많은 병사도 홀로 후퇴하지 못하게 되니 이것이 많은 병사들을 움직이는 방법이다.
故夜戰多火鼓, 晝戰多旌旗, 所以變民之耳目也.
그러므로 밤의 전투에서는 횃불과 북을 다량으로 사용하고 주간 전투에서는 깃발을 많이 사용한다. 이것은 적군의 귀와 눈을 현혹시키기 위한 것이다.
(해설)
군정(軍政)을 말한 병서(兵書)에서도, "큰 군대를 움직이는 데에는 소리에 의한 구령으로는 완전히 다 들리게 할 수 없기 때문에 징과 북을 쓰며, 손짓 같은 것으로는 도저히 모든 사람에게 신호를 할 수 없기 때문에 기의 빛깔과 모양을 달리하여 이것으로 신호한다"고 씌어 있다. 이것들의 목적은 모든 사람들의 보고 듣는 것과 관심과 주의를 하나로 집중시키기 위한 것이다.
이렇게 하여 모든 사람이 보고 듣는 것이 하나로 되면 마음도 생각도 하나가 되어, 무용이 뛰어난 사람이라고 제멋대로 앞장서서 나갈 수 없고, 또한 겁이 많은 사람이라고 하여 혼자 뒤처지거나 도망하거나 하는 일도 있을 수 없다. 모두가 한 덩어리로 움직이는 것이다. 이렇게 하는 것이 대군을 움직이게 하는 원칙이다.
군중, 대중은 개체의 집단일 뿐만 아니라 군중 특유의 강력한 힘도 갖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강한 사람이 단독으로 돌진하며 나가지 않는 대신에, 약한 사람도 함께 이끌려 전체가 똑같이 행동하기 때문이다.
집단이 뭉치면 큰 힘이 된다. 그러므로 밤에 싸울 때에는 필요 이상의 화톳불과 횃불을 밝히고 요란스럽게 북을 울리며, 낮에 싸울 때에는 가능한 한 필요 이상의 깃발을 내꽂아 이 집단의 힘을 상대에게 과시하는 것이다.
故三軍可奪氣, 將軍可奪心.
그러므로 3군(三軍; 대규모 적병)은 기운을 빼앗길 수 있고, 장군(將軍)은 마음을 빼앗길 수 있다.
(해설)
이 편의 성세(聲勢)를 과장하고 기세를 과시하면 적은 의심하게 되고 겁나게 된다. 그러므로 적군의 사기를 위축시킬 수 있고 적장(敵將)의 심리를 혼란시킬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군대의 사기, 또는 적장의 심리는 한 마디로 정신을 의미한다. 정신력이 왕성한 군대는 필승의 신념을 가진 군대임에 틀림없다.
군대에게 필승의 신념이 없어지고 적을 겁내는 위축된 정신이 있다면 그들은 싸우기도 전에 이미 패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군대를 쳐부수기는 쉬운 것이다. 정신이 혼란한 장수는 정확한 상황 판단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적절한 작전을 짤 수 없는 것이다.
또한 정신이 혼란하고 두려움에 사로잡힌다면 비록 정확한 작전을 바르게 짰다고 하더라도 그가 지휘하는 군대는 용감할 수 없으며 승리할 수도 없는 것이다. 전투에 있어서 가장 근본이 되는 것은 사기와 심리인 것이다. 그러므로 전투에서는 먼저 적군의 사기를 꺾어 놓아야 한다.
是故朝氣銳, 晝氣楕, 暮氣歸.
이런 까닭으로 아침의 기운은 날카롭고, 낮의 기운은 게으르고, 저녁의 기운은 끝난다(돌아간다).
故善用兵者, 避其銳氣, 擊其楕歸, 此治氣者也.
그러므로 군사를 잘 쓰는 사람은 그 날카로운 기운을 피하고, 그 게으른 기운을 공격한다. 이것이 기운을 다스리는 것이다.
(해설)
적의 사기를 꺾으려면 먼저 사기가 쇠하고 성하는 자연의 추세를 알아야 한다. 대체로 사기란 처음에는 왕성하고 나중에는 해이해진다. 짧은 시간에는 긴장하지만 시간이 오래되면 느슨하여 지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침의 사기는 날카로운 것이 보통이다. 왜냐하면 아침에는 정신이 깨끗하고 용기가 솟는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점차 느슨해지고 낮에는 게으르게 되며, 해질 무렵에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에 사기는 아주 없어지고 마는 것이다. 이러한 이치는 날짜가 가면 갈수록 사기가 점차 떨어지게 되는 것과도 같다.
그런 까닭으로, 용병은 능숙하게 잘하는 자는 적의 사기가 날카로운 때를 피하고 적이 게을러지거나 사기가 없어진 때에 공격한다. 이를 가리켜 사기를 다스린다고 하는 것이다.
수나라 말기에 각지에서 군중이 항거하였다. 이때 이연(李淵)은 또 다른 군웅의 하나인 두건덕(竇建德)과 범수(氾水)를 사이에 두고 서로 싸웠다. 두건덕의 군대는 장장 수리(數里)에 걸쳐 진을 치고 있었다.
이세민은 부하 장수들과 높은 산으로 올라가 두건덕 군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이 정도라면 자신 있다고 여기면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저놈들의 모습을 보니 얼굴은 험상궂고, 평정치도 못하면서 서로 다투고 있는 것 같다. 저것은 군대의 정령이 없기 때문이다. 또 성 가까이 진을 치고 있는 것은 이쪽을 얕잡아 보고 있다는 표시다. 아군은 출격을 하지 말고 적의 기력이 쇠하는 것을 기다리라. 오랫동안 대진하고 있으면 적군은 돌아갈 것을 틀림없이 생각한다. 철수하는 시기를 기다렸다가 출격하면 반드시 승리한다"고 하였다. 과연 이연의 군대는 크게 성공하고 후에 당(唐)을 건국하게 되었다.
以治待亂, 以靜待嘩, 此治心者也.
다스림으로써 혼란되기를 기다리고, 고요함으로써 시끄러움을 기다리는 것이 바로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다.
(해설)
이쪽이 질서정연하게 간추려진 상태에서 적군의 정신상태가 혼란하여 지기를 기다리고, 아군이 정숙하고도 안정된 태세로 적군이 시끄러워지기를 기다리는 것이 인간의 심리를 잘 파악하는 것이다.
싸움에서는 힘과 기술도 중요하지만 먼저 마음의 안정과 냉정한 태도를 갖추고 있지 않으면 안 된다. 상하가 일치단결하고 위정자와 군 지휘관의 손발이 잘 맞으면 이것은 잘 다스려지는 것을 말하며, 또 이렇게만 된다면 안정과 정숙이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군 내부와 군과 위정자 사이에 알력이 있거나 숙청하는 정치적 혼란이 일어나게 되면 어지러운 것이다. 그리고 시끄러워지는 것이다. 그러면 자연히 정신을 못 차리게 되고 이때 외부의 다른 압력을 받게 되면 심리적으로 적절하게 대처할 수 없게 된다. 그러므로 용병술이 뛰어난 사람은 먼저 심리 작전을 펼친다.
以近待遠, 以佚待勞, 以飽待飢, 此治力者也.
가까운 것으로써 먼 것을 기다리고, 편안한 것으로써 수고로운 것을 기다리고, 배부른 것으로써 배고픔을 기다린다. 이것이 힘을 다스리는 것이다.
(해설)
앞에서 말한 것은 마음을 다스리는 것임에 비하여 여기에서는 힘을 다스리는 것이다. 가까운 거리로 가면 멀리 가는 것보다 그만큼 힘이 덜 들게 되어 있다. 그리고 상대가 멀리서 오도록 하여 그 힘을 빼어 버리는 것이다. 또한 아군은 가까운 곳으로 갔으므로 힘이 그만큼 덜 들어 편안한 상태에 있는데 비하여 적군은 멀리서 행군하여 왔으므로 지칠대로 지치게 되어 있다.
그리고 가까운 곳에서 이동하여 왔으므로 피로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일찌감치 배부르게 먹고 있으나, 적은 멀리서 왔으므로 피로한 상태이고 또한 길이 멀어 보급이 제대로 안 되었으므로 배부르게 먹을 수도 없는 것이다. 따라서 적군의 힘은 쏙 빠져 버리게 된다. 바로 이것이 힘을 다스리는 것이다.
無邀正正之旗, 勿擊堂堂之陣, 此治變者也.
정연한 대형으로 기를 앞세우고 오는 적을 공격하지 말고, 당당하게 진영을 갖춘 적을 공격하지 말아야 하니, 이것은 변화를 다스리는 것이다.
(해설)
질서정연하게 위치와 간격을 맞추어 깃발을 내걸고 있는 적을 정면으로 맞아 싸우는 것은 불리하다. 즉 군대가 질서 정연하다는 것은 평소에 훈련이 잘 되었으며 기율이 잘 지켜지는 군대이다. 모든 것이 다 정비되고 충실한 준비가 있는 군대이다. 바로 이것이 실(實)인 것이다. 이러한 적을 요격하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또한 당당한 진(陣)을 치고 있다는 것은 빈틈없이 진을 치고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당당한 기세를 갖고 있는 군대는 바로 실(實)인 것이므로 섣불리 공격하여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이러한 적군을 공격하여 비록 승리한다 하여도 아군의 손실이 적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실(實)한 것은 허(虛)하여지도록 만들거나 허(虛)하여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따라서 계략을 써서라도 적을 혼란하게 만들고 피로하게 만들고 사기를 잃게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적의 상황에 따라 작전을 변화시켜 대치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을 변화로써 다스린다고 한다.
이상에 설명한 치기(治氣), 치심(治心), 치력(治力), 치변(治變)을 가리켜 사치(四治)라 한다. 장수가 된 자가 이 사치(四治)의 방법을 능숙하게 운용할 줄 알아야 전투에서 언제나 승리를 기대할 수 있고 패배할 근심이 없는 것이다.
후한(後漢) 말에 조조(曹操)가 업(鄴)을 포위하였다. 이때 원상(袁尙)이 업을 구원하러 오고 있었다. 이 소식을 들은 조조는, "원상이 만약 큰 길로 진격하여 온다면 패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반대로 서산(西山)의 소로로 오면 생포할 수 있다"고 하였다.
과연 원상은 서산의 소로로 진격하여 와 조조는 즉시 이를 맞아 싸워 크게 원상의 군대를 물리쳤다. 조조는 원상의 군대가 큰 길로 정정당당히 왔다면 질서정연한 군이나, 그렇지 못함을 미리 간파하였던 것이다.
6. 불리한 조건에서는 싸우지 않는다.
故用兵之法, 高陵勿向, 背丘勿逆, 洋北勿從.
그러므로 전투하는 방법은 높은 언덕으로는 향(공격)하지 않고, 언덕을 등지고 있는 적에게는 거스르지(진격) 않고, 거짓 패하여 도망가는 적을 쫓지 말라.
(해설)
전투할 때에는 첫째, 높은 언덕 위에 진을 치고 있는 적은 공격하지 말아야 한다. 왜냐하면 공격하기 위하여 산을 올라가다 보면 아군의 힘이 바지고 피로하여지나 적군은 산 위에 편안히 있다가 맞이하므로 적군과 아군 사이에 균형이 깨지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적은 높은 곳에 있으면서 아군의 부대 편성과 움직임 같은 것을 환히 들여다보기 때문에 적은 벌써 심리적으로 아군보다 우위에 놓여 있게 된다.
둘째, 언덕을 등지고 내려오는 적을 맞아 싸우는 것은 금물이다. 이것도 앞에서 말한 것처럼 전력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산을 내려오는 적을 맞아 싸우게 되면 적은 자연 결사적으로 되어 보통 이상의 전투력이 생기는 것이다.
셋째, 이쪽을 유인하기 위하여 쓰는 적의 위장 전술에 넘어가지 말아야 한다. 거짓으로 쫓기어 패하고 달아나는 척하는 적을 그대로 달아나는 것으로 판단하고 쫓아가다 보면 깊숙이 들어갔을 때 적의 복병을 만나거나 포위망에 걸려들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겼다고 그 기세를 몰고 간다'라는 이른바 승승장구란 말이 있는 것처럼, 사람이란 한 번 이기고 두 번 이기게 되면 우쭐대기 마련이다. 이것은 적이 노리는 전술이기 때문에 그러한 적의 전술에 끌려 들어가지 않도록 경계하지 않으면 안 된다.
銳卒勿攻, 餌兵勿食, 歸師勿閼, 圍師必闕, 窮寇勿迫, 此用兵之法也.
사기가 날카로운 적은 공격하지 말고, 미끼를 던져주는 적은 그 미끼를 먹으려고 쫓아가지 말고, 돌아가려는 적을 막아 공격하지 말고, 적을 포위할 때에는 반드시 한 쪽을 터놓고, 궁지에 몰린 적은 끝까지 공격하지 말라. 이것이 바로 용병(用兵)의 이치이다.
(해설)
앞에서 설명하고 있는 전투하는 방법의 설명을 계속한 것으로 넷째, 사기가 날카로운 적은 공격하지 말아야 한다. 예졸(銳卒)이란 적군의 사기가 날카로운 것으로 이러한 적은 공격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 사기가 줄어들기를 기다리거나 또한 사기가 떨어지도록 이족에서 대력을 강구하여야 할 것이다.
다섯째, 미끼를 던져주는 적이라면 그 미끼를 먹으려고 쫓아가면서 공격하지 말아야 한다. 여기에서 이병(餌兵)이란, 적을 유인해 내기 위하여 낚시밥으로 던지는 작은 규모의 군대를 말한다. 그러한 줄도 모르고 이를 쫓아가다 보면 그 뒤에는 반드시 강한 적군들이 '어서오십시오' 하고 기다리고 있게 마련이다.
여섯째, 돌아가려는 적을 못 가게 막고 공격하지 말아야 한다. 귀사(歸師)란 귀국명령을 받고 본국으로 돌아가려는 적이다. 그들은 돌아간다는 생각에 지금까지 저하되었던 사기가 다시 솟아오르고 있기 때문에 만일 이를 방해하면 적군은 목숨을 걸고 반격을 가하여 올 것이다.
일곱째, 적을 포위할 때에는 반드시 한쪽을 터 놓아야 한다. 위사(圍師)란 적을 포위한 것으로, 독 안에 든 쥐처럼 포위하지 말고 세 방향으로 둘러싸되 한쪽은 터놓아 적군이 도망갈 길을 열어 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도망칠 곳이 없는 독 안에 든 쥐가 고양이에게 달려드는 격으로, 결사적인 반격을 가할 것이므로 예상 밖의 희생을 당하는 수가 있다.
여덟째, 궁지에 몰린 적군을 끝까지 쫓아서는 안 된다. 궁구(窮寇)란 궁한 도적, 즉 도망 갈 곳이 없는 침략군이다. 이것은 일곱 번째의 이야기와 비슷하다. 독 안에 든 쥐가 있으면 성급하게 잡으려 할 필요가 없다. 서서히 달래고 항복시키거나 시간을 지연시켜 지치게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다. 말하자면 나갈 구멍이 없는 개는 쫓지 말라는 말과 같은 것이다. 누구나 궁지에 몰리면 의외의 초능력적인 힘이 솟아나 반격을 가하게 되므로 아군이 큰 손실을 볼 수가 있는 것이다.
조직의 흥망은 확실한 의사소통에 달렸다
수십만 명의 병사와 군마(軍馬)가 뒤엉켜 싸우는 전쟁터나, 병사들의 생사가 순식간에 엇갈리고 한 번의 승패에 나라의 흥망이 결정되는 절체절명의 순간, 때로는 어둠 속에서 적과 아군을 구별하지 못하고 같은 편끼리 칼을 휘두르는 아비규환의 현장, 이 극적인 순간에 가장 중요한 것은 의사소통이다.
장군의 의도가 병사들에게 정확히 전달되고 공격과 후퇴가 일사불란한 군대는 승리할 수 밖에 없다.
스타에 의존해서는 망하기 십상
손자병법에서는 전쟁터에서 수없이 많은 병사들의 눈과 귀를 어떻게 통일시킬 것인가를 고민한다. 병사들의 눈과 귀를 통일시키지 않고는 장군의 어떤 작전과 명령도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손자는 먼저 청각을 통한 의사소통을 제시한다. "전쟁터에서는 말이 서로 들리지 않는다. 따라서 북과 징 같은 것을 사용해 병사들의 귀를 통일시켜야 한다(言不相聞, 故爲鼓金)."
고(鼓)는 북소리고, 금(金)은 징소리다. 북은 공격할 때 사용하고 징은 후퇴를 명령할 때 주로 사용한다. 일사불란한 군대의 기동을 위해서는 청각적 의사소통이 필수라는 것이다.
손자는 청각적인 의사소통 수단과 더불어 시각적인 의사소통 수단도 제시하고 있다. "전쟁터에서는 눈으로 봐도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러므로 다양한 신호용 깃발을 통해 시각적인 의사소통을 이루어야 한다(視不相見, 故爲旌旗)."
결국 혼란한 전쟁터에서 병사들의 모든 감각을 최대한 이용해 의사를 소통시켜야 한다는 것이 손자의 생각이다. "징, 북, 신호용 깃발은 모두 병사들의 눈과 귀를 일치시키기 위함이
다(夫金鼓旌旗者, 所以一民之耳目也)."
병사들의 귀와 눈을 청각과 시각을 모두 사용해 하나(一)로 만들어야 한다는 이 논리가 손자의 형명론(形名論)이다. 형(形)은 시각적인 의사소통 수단이다. 명(名)은 청각적인 의사소통 수단이다.
수많은 적과 싸우기를 마치 적은 병력과 싸우듯이 하려면 시각(形)과 청각(名)을 통일시켜야 한다(鬪衆如鬪寡 形名是也)는 손자의 생각은 당시 사회의 군사적인 변화를 반영하고 있
다.
손자가 활동하던 춘추 말기는 이미 군사의 숫자가 전보다 대규모로 늘어난 시대였다. 몇 천명이 아닌 수만에서 수십만 병력을 통솔해야 하는 시대였다. 상황이 바뀌면 전술도 바뀌는 법, 그래서 대규모 병력을 통솔해야 하는 손자시대에는 이전보다 좀더 체계적이고 세부적인 의사소통을 위한 명령체계가 필요하게 되었던 것이다.
적은 인원의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사장은 의사소통의 방법으로 직원들과 밥도 같이 먹고 회식도 자주 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기업의 규모가 커져 인원이 많아지면 더 이상 인정주의에 기대서는 원활한 의사소통을 할 수 없다. 그때는 다양한 시스템과 규칙을 만들어 직원들을 통솔할 수밖에 없다. "옛날 인원이 적을 때는 인정이 있었지!"라고 한탄해 보았자 이미 시대와 상황은 인정으로 해결할 수 없는 시점에 와 있는 것이다.
손자는 정확한 의사소통이야말로 평균적인 힘을 내는 원천이라고 보았다. "병사들이 신호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되면(民旣專一), 아무리 용감한 자라도 제멋대로 돌격하지 않고(勇者不得獨進), 아무리 겁 많은 자라도 멋대로 도망가지 않는다(怯者不得獨退). 이것이 대규모 병력을 운용하는 원칙이다(此用衆之法也)."
장군의 명령을 제대로 따르지 않는다는 입장에서 보면 용감한 병사가 무조건 돌격하는 것은 겁쟁이 병사가 후퇴해 조직에 해를 주는 것과 같다. 결국 병사들이 용감하냐 겁쟁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정확한 의사소통을 이루어 일사불란한 조직이 되는냐에 전쟁에 승패가 달려있다는 것이다.
상황 따라 전술도 바꿔라
이와 관련된 이야기가 있다. 손자가 살던 시기에 위(魏)나라에 오기(吳起)라는 장군이 있었다. 언젠가 진(秦)나라와 한 판 전쟁을 앞두고 양 진영이 일촉즉발(一觸卽發)의 팽팽한 긴장 상태로 대치하고 있었다.
그런데 오기의 공격 명령이 아직 떨어지기도 전에 한 병사가 자신의 용맹을 주체 못하고 혼자 뛰쳐나가 적진을 공격해 두 명의 머리를 베어 돌아왔다. 모두들 그 용감한 병사에게 상을 줄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예상과는 반대로 오기는 이렇게 말했다. "군법에 공격해야 할 때 공격하지 않고, 후퇴해야 할 때 후퇴하지 않으면 참수하라는 법이 있다(軍法, 當進不進, 當退不退者, 斬之). 저 병사는 군령을 어겼으니 참수하라!"면서 그 병사의 목을 베었다.
오기 장군이 고민한 것은 적군 두 병사의 목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조직의 의사소통이 그 한 병사로 인해 와해될 것을 더욱 염려한 것이었다.
조직에서는 제멋대로 하는 실적 좋은 스타 한 명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모든 직원들이 평균적인 힘을 내는 것이 조직을 더욱 강하게 만드는 힘이다. 스타 한 명에게 의존해 그 스타가 빠지면 조직이 붕괴되는 스타플레이어 축구보다는 이번 한국 축구 대표팀이 보여준, 스타는 없지만 기막히게 의사소통이 되는 멀티플레이어 축구가 경쟁력이 있는 것이다.
조직은 이미 개인이 아니다. 조직은 나름대로 룰과 법칙을 가지고 운영될 때 엄청난 파워를 낼 수 있다. 그 룰은 조직원의 의사를 통일시키고, 행동의 통일성을 담보한다. 이때부터 조직은 구성원의 능력과 상관 없는 힘이 발휘된다. 개인의 합과는 별개의 플러스 알파의 힘이 분출되는 것이다. 그 힘의 원천에는 조직의 룰과 시스템이 있는 것이다. 그 기초는 정확한 의사소통임은 두말 할 나위 없다.
손자는 의사소통의 수단은 상황에 따라 방법이 달라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어두운 야간전투에서는 불과 북을 많이 사용하고(夜戰多火鼓), 주간 전투에서는 깃발을 많이 사용한다(晝戰
多旌旗). 이것은 아군 병사의 눈과 귀를 전쟁 상황에 따라 변화시키기 위한 방법이다(所以變民之耳目也)."
의사소통 수단은 상황에 따라 변해야 한다. 손자병법의 중요한 원칙 중의 하나가 상황에 따른 적절한 전술의 변화다. 야간 전투에서는 야간 상황에 맞는 불과 북을 사용해 병사들의 의사를 일치시키고, 주간에는 깃발을 주로 사용하여 병사들의 눈과 귀를 하나로 모으라고 말한다.
조직의 리더는 변한 상황을 정확히 분석 판단하고 그 상황에 맞는 의사소통 수단을 강구하여야 한다. 직원의 심리와 조직의 특성을 분석해 가장 적절한 의사소통의 방법을 만드는 일은 조직이 전력을 높이기 위한 무엇보다도 시급히 고민해야 할 리더의 문제다.
병법에서 의사소통이 중요하듯 인생에 있어서도 의사소통이 되는 사람과 함께 한다는 것은 정말 중요한 일이다. 정말 나와 같은 소리를 갖고 서로를 이해해 줄 동성상응(同聲相應)의 지음(知音)을 만난다는 것은 인생의 큰 기쁨이다.
이 세상에 아는 사람은 많지만 진정 내 마음을 알아줄 사람은 몇이나 될까(相識滿天下, 知心能幾人)?라는 명심보감의 탄식처럼 나와 의사소통이 되는 친구를 사귀기란 쉽지 않다.
맹자(孟子)는 진정한 친구를 사귀는 몇 가지 원칙을 말하고 있다. 첫째 나이를 상관하지 마라(不挾長). 둘째 지위를 따지지 마라(不挾貴). 셋째 주변 형제들의 힘을 끌어들이지 마라(不挾兄弟而友).
친구를 사귄다는 것은 그 친구와 얼마나 교감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그 밖에 외형적인 모습에만 기준을 두고 친구를 사귄다면 영원히 의사소통이 되는 친구를 못 만나게 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한국 사회의 가장 시급한 문제로 의사소통을 말하고 있다. 친구와 부모자식, 부부, 고부간, 노동자와 기업주, 정치인과 국민들. 그들 사이에 불신(不信)과 고집(固執)이 의사소통을 막고 있는 현실에 대해 개탄하고 있는 것이다.
손자는 병사들의 이목을 하나로 하기 위해 금고(金鼓)와 정기(旌旗)를 사용할 것을 주장하였지만, 이 글을 읽으면서 과연 이 시대에 무엇을 사용해 불신의 벽을 넘을 것인가를 생각해 본다.
벙어리 입의 소통
일본의 사무라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생존수단은 타인(他人)의 마음을 읽어내는 능력이다. 언제, 어디서든 적의 급작스러운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면 그들의 본능과 육체를 예리한 칼처럼 단련시켜야만 했다. 남에 대한 탐색 능력의 부족은 곧 자신의 죽음을 의미하던 시대였던 것이다.
불시의 공격을 막아내기 위해서 '사무라이'들은 적이던 아니던 주변의 인물들에 대한 주의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상대방의 위치, 팔꿈치, 팔근육의 움직임, 눈동자의 초점 등을 놓치지 않고 읽어내려 노력했다. 이러한 기술을 '도(道)'의 경지까지 끌어올린 검법(劍法)이 바로 '신음류(新陰流)'였다.
승마(乘馬)에서 말이 기수(騎手)의 상태를 살피고, 개가 주인의 마음을 읽듯이 타인의 생각과 감정을 완벽하게 읽어내는 능력을 키우므로 '사전에 미리 상대방을 제압함으로써 싸우지 않고도 이기는 병법'을 지향한 것이 '신음류'였다.
심지어 상대방이 없을 때조차 상대방의 의향을 파악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이 검법을 창안한 창시자는 '야규우 무네노리'인데 바로 '도꾸가와 이에야스'의 검법스승이었던 인물이다.
신음류 검법에서 가장 중요시 여기는 훈련 방법이 '감정이입(感情移入)'이였다. 자신을 철저히 비우고 남에 동화되지 않고서는 결코 다다를 수없는 경지인 것이다. 남의 고통과 기쁨을 같이 느낄 수 있는 상태가 '감정이입'이다.
이러한 '감정이입'은 오늘날 사회생활을 하는데 있어서 아주 중요한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사람이나 동물만이 감정이입을 하는 것은 아니다. 과학자들은 식물들도 감정이입을 하는 것을 발견해 냈다.
누구인가가 나무에 기대어 날카로운 칼로 자신의 손을 베어 피가 흘러나오게 하면 바로 그 순간 나무와 연결되어 있는 검류계가 심한 변화를 보인다고 한다. '충격'을 표현하는 것이다. 식물들 조차 세포들이 날카로운 칼에 베일 때 내지르는 소리 없는 신음을 듣고 있는 것이다.
'야규우 무네노리'의 이러한 신음류 검법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거기에는 '오다 노부나가'와 '도요토미 히데요시' 같은 인물들이 있다.
'오다 노부나가'는 '의표를 찌르는 정치'가 주특기였다. 그래서 항상 "백성이 십을 생각하면 백을 주고 백을 기대하면 천을 주어라. 그래야 고맙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라며 통치를 했다.
그 후계자였던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보다 더 명료하게 실천했다. "백성들이 이걸 해달라, 저 걸 해달라, 요구한 다음에 해주면 가치는 거의 없다. 항상 국민들이 지금 무엇을 원하는지를 간파하고 있어야만 한다. 그래서 백성이 요구하기 전에 먼저 해주어라. 그게 정치다." 이것처럼 명쾌하게 이야기할 수도 없을 것이다.
'야규우 무네노리'는 이러한 선대 정치인들의 가르침을 검법의 이름을 빌어 '도꾸가와' 막부에 심으려 했고, 이를 '도꾸가와 이에야스'도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이러한 정신이 '에도 막부'를 300년간 지탱시켜준 힘이 되었다.
'이상화' 시인의 '이별을 하느니..'란 시의 마지막 부분에 이런 절규가 나온다. "애인아. 손을 다오. 어둠 속에도 보이는 납색의 손을 다오./ 애인아. 말해다오. 벙어리 입이 말하는 침묵의 말을 나에게 들려다오." 이른바 사랑의 '감정이입'이다.
정치도 그런 것이다. 벙어리 입이 말하는 침묵의 말을 알아 들어야 한다. 그래야 백성이 안심을 한다.
이 세상 고금동서 다 뒤져보아도 사람의 신체 만큼 알아서 소통을 하는 조직도 없다고 한다. 완벽한 '유토피아 시스템'이다. 덕분에 우리 조직은 따뜻하고, 부드럽게 반응한다. 우리의 세포가 죽어갈 때는 차가워지고, 딱딱해지며, 반응을 못하게 된다. 죽음이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따뜻하고, 부드럽게 반응해야 돌아갈 수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벙어리 입이 말하는 침묵의 소리'를 새겨들을 줄 알아야 한다. '소통'이 그 첫 단추다.
MB정부 때 소통을 잘해보겠다면서 청와대 내에 '소통 전담조직'을 두고 국장 급을 책임자로 앉히며 언론홍보를 한참 해댔지만, 끝까지 '백미러 없는 브루도저'라는 별명답게 소통 한번 제대로 못한 채 임기를 마치는 것을 우리는 보았었다.
지난해 하반기를 달구었던 대통령 선거의 최대 쟁점도 각 후보가 '소통'을 첫 번째 공약으로 내걸었다. 왜 내걸었을까? 국민들의 '소통'에 대한 불신을 익히 알고들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 시간을을 되돌아 보자. 무슨 소통이 얼마나 되어 왔는가? 여전히 소통은 없다. 국민들의 고통이나 비명은 그야말로 들어 줄 사람 없는 '벙어리의 입'이 되어버렸다.
왜 안되는 걸까? 화장실 갈 때랑 나올 때랑 달라지는 거야 사람이니 그렇다 치자. 당장 먹고 죽을 돈도 없다고, 국민 태반이 신용불량자로 전락하여 죽을 지경인데, 원칙 타령들을 하고도 있다. 원칙이란 것도 사람이 있고 나서의 원칙인 것이다.
어느 날 한 노년의 남자가 청바지 차림으로 은행 안으로 들어섰다. 사업상 새로운 거래를 할 예정이었다. 마침 해당 담당자가 외근을 나갔던 모양이다. 몇 십 년 전에 무슨 '원스톱 서비스'가 있었던 것도 아닌지라 다른 여직원이 다가오더니, "오늘은 해당 직원이 없으니 다른 날 찾아주세요" 하고 사무적으로 말했다.
별 수없이 그 남자는 여직원에게 주차증을 주면서 주차증에 확인 도장을 찍어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그 여직원은 남자를 훑어보더니 자신들은 은행 규칙상 업무 처리 없이는 고객에게 주차 확인을 해주는 것은 위반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남자는 해당 은행 직원이 부재중이기 때문이 아니냐고 재차 사정을 말하고 다시 한번 주차증에 확인 도장을 부탁했다. 그러나 그 여직원의 태도는 너무나도 단호했다. "저희 은행 방침이에요."
그 말을 듣자 맥이 풀린 남자는 은행문을 나서려다 말고 다시 돌아오더니, 바로 그 여직원에게 새로운 업무 처리를 의뢰했다. 그 은행 자신의 계좌에 들어있던 약 150만 불에 달하는 모든 금액을 찾아 다른 은행의 계좌로 옮긴 것이다. 그리고 그 은행과의 모든 거래를 중지했다. 그리고는 주차 확인을 받은 후 은행을 빠져나갔다. 몇십 년 전 IBM의 '존 에이커스' 회장이 겪은 일이었다.
원칙도 지나치면 소통을 공염불로 만들 뿐 아니라 조직을 사망으로 이끈다. 그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고객에게 돌아온다.
소통이 안되는 종류는 두 가지다. 통상은 서로 간에 입을 꾹 다물고 정보를 주고받지 않아 생기기는 하지만, 더 고약한 것은 국민들 눈치 보면서 마치 양당 간에, 혹은 부처 간에 마치 소통이 원활한 듯 보이면서 실지로는 제대로 된 정보를 주고받지 않는 경우다.
과거 군사정권에서는 자나깨나 검열을 해서 국민들의 귀와 입을 막았었다. 그러나 이제 세상이 변해 IT 세상이 되다 보니 이제는 오히려 아무런 검열을 하지 않고 엄청난 양의 정보가 돌아다니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 '보안'이 되는 세상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진짜와 가짜를 구분할 능력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을 통치자들은 너무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이를 확인하려면 당장 오늘 날아온 우편물을 확인해 봐라. 쏟아져 날라온 그 많은 정보 속에서 당신이 진실을 찾아낼 수 있는지를...
대등한 소통이 되려면 "내가 갑이고 당신은 을"이라는 시건방진 사고를 버려야만 한다. 재벌 기업들한테는 하도급계약의 불평 등을 치도곤을 내면서 자신들끼리의 대화에서는 '여와 야'를 구별하면서 기득권을 지키려 앉는 자리 하나까지 티격태격하며 시간 보낸다. 이러니 이야기가 될 수가 없다.
'상대방은 항상 영원한 고객'이라는 겸손이 따라다니지 않으면 소통은 꿈도 꾸지 않는 게 좋다. 우리가 동창회나 입사 동기회 등등, 또래 모임에 부담 없이 참석할 수 있는 것은 '차이'를 그 순간만큼은 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안 하던 쌍소리도 나온다. 평소 점잖던 자세고 뭐가 없다. 그렇게 허물어지는 것에서 우리는 위안을 받는 것이다. 잠시일지는 몰라도...
미국 미니애폴리스의 한 작은 식당에서 있었던 일이다. 점심시간에 밀려드는 손님들로 식당은 발 디딜 틈도 없을 정도였다. 한 중년 남자가 비집고 들어와 겨우 바 앞에 놓여있는 빈 의자를 하나 발견하고는 앉았다. 그러면서 정신없이 오가는 종업원들을 바라보며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마침내 쟁반을 들고 지나가던 종업원이 쫓아오더니 주문을 받았다. "샐러드와 롤케이크, 그리고 코카 라이트 주세요!" 주문을 받아쓰던 종업원이 말했다. "죄송합니다만 저희 가게에는 펩시 밖에 없습니다. 드릴까요?" "아니요. 됐습니다. 얼음에 레몬이나 채워주세요" 잠시 후 그의 앞에 주문한 것들이 놓였다. 얼음이 든 레몬 한 컵도 도착했다.
그런데 잠시 후 그의 목 뒤 있는데서 갑자기 서늘한 기운이 지나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돌아보니 아까 그 종업원이 차갑게 만든 코카 라이트 한 병을 들고 있었다. 깜짝 놀란 그에게 종업원은 코카 라이트를 건네고는 급하게 다시 자신의 일을 하러 달려갔다.
그걸 마시면서 그는 생각에 잠겼다. 이 바쁜 중에 그는 어떻게 코카 라이트 한 병을 구한 것일까? 그는 자신이 종업원의 입장이 되어 방법을 궁리했다.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한참 후 손님이 좀 뜸해지자 그는 종업원을 찾았다. 그리고 물었다. "가게 어딘가에 있는 걸 깜빡했던 건가요? 아니면 자신이 먹으려고 보관 중이었나요?" "길모퉁이 가게에서 사온 것입니다" "돈은 누가 내고요?" "제가 냈습니다." "이렇게 바쁜데 가게까지 갔단 말입니까?""아니요. 제 상사를 보냈습니다."
종업원이 매니저에게 손님에게 줄 콜라를 사 오라고 자신의 돈을 주고 심부름을 시켰다고? "바쁘니까요" 종업원은 그야말로 쿨하게 대답했다. 손님은 상당히 큰 팁을 남기고 식당을 빠져나갔다. 그 종업원은 큰 팁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하면서...
몇 달이 지나, 손님은 다시 한번 그 식당을 찾아갔다. 그리고 그 종업원을 찾았다. 그런데 다른 종업원이 와서는 그 종업원은 이제 없고 자기가 대신한다고 대답했다. "아니, 그렇게 훌륭한 종업원이 떠나다니" 하면서 몹시 애석해했다. "어디로 갔는지 아시나요?" "아니요. 손님 그분이 지금은 저의 매니저시라 안쪽에 계십니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는 소통의 필요 충분조건이다. 이러한 배려를 통한 감정이입이 기대하지 않았던 상대방에게 감동을 자아내는 것이다. 웃음이나, 눈물이나, 감동같은 감정의 소산물은 항상 기대했던 것과 현실과의 차이가 크면 클수록 커진다. 수력발전소의 발전량이 댐의 높이와 물의 양에서 결정되는 것과 같다. 배려가 소통을 가능하게 한다.
13세기의 신성 로마제국의 '프리드리히 2세'는 아기들은 안 가르쳐주면 어느 나라말로 말할까? 그것이 몹시 궁금했다. 그래서 자신이 직접 실험을 해보기로 결정했다. 그리스 말, 라틴말, 히브리 말, 조선 말...
그래서 금세 태어난 6명의 아기를 엄마에게서 떼어내 유모에게 맡기고는 먹이고 재우고 기저귀만 갈아주되 아기들에게 어떠한 말도 하지 못하도록 엄명을 내렸다. 그리고는 애들이 어느 나라말을 하는지 보자는 것이다.
그런데 6명의 아기들은 원인도 모르게 결국 모두 시름시름 앓다가 모두 죽어버리고 말았다. 영양상태는 좋았는데 사람이 살아가는데 '의식주'가 다가 아니었던 것이다. 사랑의 감정이 진하게 배인 의사소통이 생존 시작 단계에서의 필수였던 것이다.
그런데 그런 '본능적 소통' 관계에서 '벙어리 입이 말하는 침묵의 말'을 서로 이해하던 엄마와 자식 간의 관계가 커가면서 불통으로 변해가 버린다. 결국은 자식이 부모를 죽이는 참극도 불러온다.
그것은 자식들이 커가면서 인간관계에 절대적인 '배려'를 배우지 못한 결과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가장 기본적인 소통의 ABC를 가르치지 못한 부모와 우리 교육의 잘못이 사회범죄와 가정파탄을 불러오고 있는 것이다.
▶️ 民(백성 민)은 ❶상형문자로 백성은 천한 신분을 타고 나며 눈 먼 사람이라 생각했다. 눈이 보이지 않는 데서 '무지(無知)', '무교육인 사람', '일반 사람'이란 뜻이다. 먼 옛날에는 사람을 신에게 바치는 희생으로 하거나 신의 노예(奴隸)로 삼았다. 그것이 民(민)이었다고도 한다. ❷상형문자로 民자는 '백성'이나 '사람'이라는 뜻으로 쓰이는 글자이다. 民자는 氏(성씨 씨)자가 부수로 지정되어 있지만 '성씨'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 왜냐하면, 民자의 금문을 보면 사람의 눈에 열십자가 그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송곳으로 사람의 눈을 찌르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고대에는 노예의 왼쪽 눈을 멀게 하여 저항하거나 도망가지 못하도록 했다. 民자는 그러한 모습을 그린 것이다. 그래서 民자의 본래 의미는 '노예'였다. 물론 지금은 국가를 구성하고 있는 사람을 뜻하고 있지만, 글자의 유래를 보면 끔찍하기 그지없다. 그래서 民(민)은 '사람', '공민', '인민'이라는 뜻을 나타내는 말로, ①백성(百姓) ②사람 ③직업인 ④나(자신) 따위의 뜻이 있다. 반대 뜻을 가진 한자임금 주(主), 임금 후(后), 임금 군(君), 임금 제(帝), 임금 왕(王), 임금 황(皇), 임금 후(矦), 임금 벽(辟), 선비 사(士), 신하 신(臣), 벼슬 관(官), 벼슬아치 리(吏)이다. 용례로는 일반 백성의 사회를 민간(民間), 인종적으로나 지역적 기원이 같고 문화적 전통과 역사적 운명을 같이 하는 사람의 집단을 민족(民族), 백성의 마음을 민심(民心), 민간의 풍속을 민속(民俗), 백성이 주권을 가지고 주인 노릇함을 민주(民主), 국민이 청하여 바라는 바를 민원(民願), 백성이나 인민의 생활을 민생(民生), 다수의 백성을 민중(民衆), 민간에 관한 일을 민사(民事), 백성의 뜻을 민의(民意), 예로부터 민간에 입을 통해 전해 내려오는 흥미 위주의 허구적 이야기를 민담(民譚), 보통 살림집에 숙박함을 민박(民泊), 일반 국민의 집을 민가(民家), 백성의 바람이나 믿음을 민망(民望), 가난한 백성을 빈민(貧民), 한 나라의 통치권 아래에 그 나라의 국적을 가지고 있는 인민을 국민(國民), 귀족 등에 대하여 사회적인 특권을 가지고 있지 않는 보통 사람을 서민(庶民), 그 땅에 사는 백성을 주민(住民), 국정에 참여할 지위에 있는 국민을 시민(市民), 농사 짓는 백성을 농민(農民), 외국에 살고 있는 동포를 교민(僑民), 전쟁이나 사고나 천재지변 따위를 당하여 살아 가기 어려운 처지에 빠진 백성을 난민(難民), 벼슬이 없는 일반 백성을 평민(平民), 땅이 넓고 사람이 적은 곳으로 백성을 옮기어 살게 함을 이민(移民), 나라의 이익과 국민의 행복을 일컫는 말을 국리민복(國利民福), 같은 겨레끼리 서로 다투고 싸움을 일컫는 말을 민족상잔(民族相殘), 백성이 존귀하고 사직은 그 다음이며 임금은 가볍다고 한 데서 유래한 성어를 이르는 말을 민귀군경(民貴君輕), 백성은 신의가 있을 때에 안정된다는 뜻으로 백성은 신의에 의해서만 잘 다스려 진다는 말을 민보어신(民保於信), 백성의 피와 땀이라는 뜻으로 백성에게서 과다하게 거두어들인 세금이나 재물을 이르는 말을 민고민지(民膏民脂), 부담을 가볍게 하여 백성의 힘을 펴게 함을 이르는 말을 민력휴양(民力休養), 어떤 민족이 자신의 일을 스스로 결정하는 일을 일컫는 말을 민족자결(民族自決), 백성은 구차하고 나라의 재물은 다 말라 없어짐을 일컫는 말을 민궁재갈(民窮財渴), 정치의 부패나 변동 따위로 말미암아 받는 백성의 괴로움을 일컫는 말을 민간질고(民間疾苦), 세상사를 잘 다스려 도탄에 빠진 백성을 구함을 일컫는 말을 경세제민(經世濟民), 작은 나라 적은 백성이라는 뜻으로 노자가 그린 이상 사회나 이상 국가를 이르는 말을 소국과민(小國寡民), 예로부터 흰 옷을 숭상하여 즐겨 입은 한민족을 이르는 말을 백의민족(白衣民族), 하느님을 받들고 백성을 통치하기를 게을리 하지 아니함을 이르는 말을 경천근민(敬天勤民), 세상을 어지럽히고 백성을 속이는 것을 이르는 말을 혹세무민(惑世誣民), 가뭄 때 농민들이 비를 몹시 기다림을 이르는 말을 갈민대우(渴民待雨), 어느 누구에게도 자기의 괴로움을 하소연할 수 없는 백성이라는 뜻으로 의지할 곳 없는 가난한 사람 또는 부모나 처자식이 없는 사람을 이르는 말을 무고지민(無告之民), 백성을 생각하기를 하늘같이 여긴다는 뜻으로 백성을 소중히 여겨 나라를 다스리는 근본으로 삼음을 일컫는 말을 이민위천(以民爲天), 나라를 이롭게 하고 백성을 편안하게 함을 일컫는 말을 이국편민(利國便民), 세상을 구하고 민생을 구제함을 일컫는 말을 구세제민(救世濟民), 어리석고 미천한 백성이나 무지한 백성을 일컫는 말을 우하지민(愚下之民), 세상을 구제하고 백성을 편안하게 함을 일컫는 말을 제세안민(濟世安民), 국민의 화합과 나아가 인류의 화합을 지향한다는 뜻을 나타냄을 이르는 말을 조민유화(兆民有和) 등에 쓰인다.
▶️ 旣(이미 기, 쌀 희)는 ❶형성문자로 既(기)의 본자(本字), 既(기)는 통자(通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동시(同時)에 음(音)을 나타내는 이미기방(旡, 无; 없음)部와 皀(핍)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먹을 것을 수북히 담은 모양인 문자의 왼쪽 부분 皀(핍)과 배불리 먹고 옆을 보고 있는 모양인 문자의 오른쪽 부분 旡(기)로 이루어졌다. 실컷 먹었다는 뜻이, 전(轉)하여 끝났음을 뜻하는 '이미'의 뜻이 되었다. 문자의 오른쪽 부분인 旡(기)가 음(音)을 나타낸다. ❷회의문자로 旣자는 '이미'나 '이전에', '처음부터'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旣자는 旡(목멜 기)자와 皀(고소할 급)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皀자는 식기를 그린 것이다. 旣자의 갑골문을 보면 식기 앞에 고개를 돌린 채 입을 벌린 사람이 이미지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식사를 마친 사람이 트림하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旣자는 이미 거나하게 식사를 끝났다는 의미에서 '이미'나 '이전에'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旣(기, 희)는 ①이미, 벌써, 이전에 ②원래, 처음부터 ③그러는 동안에, 이윽고 ④다하다, 다 없어 지다, 다 없애다 ⑤끝나다, 끝내다, 그리고 ⓐ쌀(희) ⓑ녹미(祿米: 녹봉으로 받는 쌀)(희)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이미 이(已)이다. 용례로는 이미 존재함 또는 이전부터 있음을 기존(旣存), 이전이나 그 전 또는 이미나 벌써나 이왕에를 이르는 말을 기왕(旣往), 이미 정함이나 미리 작정함을 기정(旣定), 이미 결정했음 또는 해결했음을 기결(旣決), 주문에 의하여 만드는 것이 아니고 미리 상품으로 만들어져 있는 것을 기제(旣製), 사물이 이미 이루어짐을 기성(旣成), 이미 결정하거나 결재함을 기재(旣裁), 일을 이미 다 마침을 기수(旣遂), 이미 얻어서 차지함을 기득(旣得), 이미 결혼함을 기혼(旣婚), 미리 약속되어 있음을 기약(旣約), 일이 이미 발생함을 기발(旣發), 이미 다 썩은 백골을 기골(旣骨), 하여야 할 말을 이미 대략 다함을 약기(略旣), 이미 지나간 일은 어찌할 도리가 없고 오직 장래의 일만 잘 삼가야 한다를 일컫는 말을 기왕불구(旣往不咎), 이미 벌린 춤이란 뜻으로 이미 시작한 일이니 중간에 그만 둘 수 없다를 일컫는 말을 기장지무(旣張之舞), 대청 빌면 안방 빌자 한다는 뜻으로 체면없이 이것저것 요구함을 일컫는 말을 기차당우차방(旣借堂又借房), 이미 지나간 일을 일컫는 말을 기왕지사(旣往之事) 등에 쓰인다.
▶️ 專(오로지 전, 모일 단)은 ❶형성문자로 专(전), 専(전)은 통자(通字), 专(전)은 간자(簡字), 叀(전)은 동자(同字)이다. 음(音)을 나타내는 글자 叀(전)은 본디 물레의 모양이라 한다. 寸(촌)은 손을 나타낸다. 專(전)은 물레가 한쪽으로 잘 돌 수 있도록 손으로 계속(繼續) 돌린다는 뜻이 합(合)하여 '오로지'를 뜻한다. ❷회의문자로 專자는 '오로지'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專자는 寸(마디 촌)자와 '방추(紡錘)'를 그린 글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방추는 누에고치나 목화에서 뽑은 실을 감아두던 도구를 말한다. 專자의 갑골문을 보면 이 방추를 손으로 돌리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專자는 이렇게 방추를 돌리는 모습에서 '구르다'나 '돌다'는 뜻을 표현한 글자였다. 專자는 후에 한쪽으로만 도는 방추에 비유해 한 가지 일에만 전념한다는 의미에서 '오로지'나 '오직 한 곬으로'는 뜻을 갖게 되었다. 專자의 본래 의미가 바뀌면서 후에 여기에 車(수레 차)자를 결합한 轉(구를 전)자가 '구르다'는 뜻을 대신하고 있다. 그래서 專(전, 단)은 성(姓)의 하나로 ①오로지 ②오직 한 곬으로 ③마음대로 ④홀로, 단독(單獨)으로 ⑤사사로이 ⑥한 장, 한 겹 ⑦전일하다(마음과 힘을 모아 오직 한 곳에만 쓰다) ⑧제 멋대로하다 ⑨마음대로 하다 ⑩독차지하다, 독점하다 ⑪하나로 되다 ⑫차다, 가득 차다 ⑬섞이지 아니하다 ⑭다스리다 ⑮권세(權勢)가 많다, 그리고 ⓐ모이다(단) ⓑ둥글다(단)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한 가지의 학문이나 사업에만 전적으로 전심함을 전문(專門), 혼자서만 씀 또는 오로지 어떤 한 가지만을 씀을 전용(專用), 한 가지 부문을 전문적으로 하는 연구를 전공(專攻), 전문적으로 맡아보는 사무 또는 전무이사의 준말을 전무(專務),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것을 전담(專擔), 오로지 혼자 소유함을 전유(專有), 어떤 일에만 마음을 오로지 씀을 전념(專念), 권세를 오로지 하여 제 마음대로 함을 전횡(專橫), 오로지 어떤 한 일만을 맡김 또는 그 일을 맡음을 전임(專任), 오로지 그 일에만 마음을 씀을 전심(專心), 혼자서 결정함 또는 마음대로 처리함을 전제(專制), 전문으로 하는 직업이나 사업을 전업(專業), 오로지 제 마음대로 결단하여 행함을 전행(專行), 오로지 그 일에만 힘을 씀을 전력(專力), 일정한 물건을 전매권에 의하여 독점하여 파는 일 또는 국고 수입의 확보를 꾀어서 정부가 독점하여 사업하는 일을 전매(專賣), 결정권자가 단독 책임으로 결정함을 전결(專決), 권력을 마음대로 휘두름을 전권(專權), 오로지 한 분야만을 힘씀을 전치(專治), 모두 폐함을 이르는 말을 전폐(專廢), 전문으로 연구하는 학과를 전과(專科), 남의 물음에 대하여 제 혼자의 지혜로 대답함을 전대(專對), 제 마음대로 함을 전독(專獨), 이익을 독점함을 전리(專利), 방을 독점함 또는 첩이 사랑을 독차지 함을 전방(專房), 한 고을의 원으로서 그 어버이를 봉양하는 일을 이르는 말을 전성지양(專城之養), 남의 물음에 지혜롭게 혼자 대답할 수 있어 외국의 사신으로 보낼 만한 인재를 일컫는 말을 전대지재(專對之才), 딴 생각 없이 오로지 그 일에만 힘씀을 일컫는 말을 전심치지(專心致之), 특별히 사람을 보내서 급히 알려 줌을 일컫는 말을 전인급보(專人急報), 오로지 남에게 맡겨서 그 책임을 지게 함을 일컫는 말을 전임책성(專任責成), 자기 혼자만의 판단으로 멋대로 행동함을 일컫는 말을 독단전행(獨斷專行), 마음을 단단히 차리고 한 곬으로 마음을 씀을 일컫는 말을 예의전심(銳意專心), 한 마음 한 뜻으로 힘을 다함을 일컫는 말을 일심전력(一心專力), 오로지 한 가지 일에만 온 마음을 기울임을 일컫는 말을 일의전심(一意專心) 등에 쓰인다.
▶️ 一(한 일)은 ❶지사문자로 한 손가락을 옆으로 펴거나 나무젓가락 하나를 옆으로 뉘어 놓은 모양을 나타내어 하나를 뜻한다. 一(일), 二(이), 三(삼)을 弌(일), 弍(이), 弎(삼)으로도 썼으나 주살익(弋; 줄 달린 화살)部는 안표인 막대기이며 한 자루, 두 자루라 세는 것이었다. ❷상형문자로 一자는 '하나'나 '첫째', '오로지'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一자는 막대기를 옆으로 눕혀놓은 모습을 그린 것이다. 고대에는 막대기 하나를 눕혀 숫자 '하나'라 했고 두 개는 '둘'이라는 식으로 표기를 했다. 이렇게 수를 세는 것을 '산가지(算木)'라 한다. 그래서 一자는 숫자 '하나'를 뜻하지만 하나만 있는 것은 유일한 것을 연상시키기 때문에 '오로지'나 '모든'이라는 뜻도 갖게 되었다. 그러나 一자가 부수로 지정된 글자들은 숫자와는 관계없이 모양자만을 빌려 쓰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一(일)은 (1)하나 (2)한-의 뜻 (3)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하나, 일 ②첫째, 첫번째 ③오로지 ④온, 전, 모든 ⑤하나의, 한결같은 ⑥다른, 또 하나의 ⑦잠시(暫時), 한번 ⑧좀, 약간(若干) ⑨만일(萬一) ⑩혹시(或時) ⑪어느 ⑫같다, 동일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한가지 공(共), 한가지 동(同),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무리 등(等)이다. 용례로는 전체의 한 부분을 일부(一部), 한 모양이나 같은 모양을 일반(一般), 한번이나 우선 또는 잠깐을 일단(一旦), 하나로 고정되어 움직이지 않음을 고정(一定), 어긋남이 없이 한결같게 서로 맞음을 일치(一致), 어느 지역의 전부를 일대(一帶), 한데 묶음이나 한데 아우르는 일을 일괄(一括), 모든 것 또는 온갖 것을 일체(一切), 한 종류나 어떤 종류를 일종(一種), 한집안이나 한가족을 일가(一家), 하나로 연계된 것을 일련(一連), 모조리 쓸어버림이나 죄다 없애 버림을 일소(一掃), 한바탕의 봄꿈처럼 헛된 영화나 덧없는 일이란 뜻으로 인생의 허무함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일장춘몽(一場春夢), 한 번 닿기만 하여도 곧 폭발한다는 뜻으로 조그만 자극에도 큰 일이 벌어질 것 같은 아슬아슬한 상태를 이르는 말을 일촉즉발(一觸卽發), 한 개의 돌을 던져 두 마리의 새를 맞추어 떨어뜨린다는 뜻으로 한 가지 일을 해서 두 가지 이익을 얻음을 이르는 말을 일석이조(一石二鳥), 한 번 들어 둘을 얻음 또는 한 가지의 일로 두 가지의 이익을 보는 것을 이르는 말을 일거양득(一擧兩得), 한 사람을 벌주어 백 사람을 경계한다는 뜻으로 한 가지 죄와 또는 한 사람을 벌줌으로써 여러 사람의 경각심을 불러 일으킴을 일컫는 말을 일벌백계(一罰百戒), 한 조각의 붉은 마음이란 뜻으로 한결같은 참된 정성과 변치 않는 참된 마음을 일컫는 말을 일편단심(一片丹心), 한 글자도 알지 못함을 이르는 말을 일자무식(一字無識), 한꺼번에 많은 돈을 얻는다는 뜻으로 노력함이 없이 벼락부자가 되는 것을 이르는 말을 일확천금(一攫千金), 한 번 돌아보고도 성을 기울게 한다는 뜻으로 요염한 여자 곧 절세의 미인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일고경성(一顧傾城), 옷의 띠와 같은 물이라는 뜻으로 좁은 강이나 해협 또는 그와 같은 강을 사이에 두고 가까이 접해 있음을 이르는 말을 일의대수(一衣帶水), 밥 지을 동안의 꿈이라는 뜻으로 세상의 부귀영화가 덧없음을 이르는 말을 일취지몽(一炊之夢), 화살 하나로 수리 두 마리를 떨어 뜨린다는 뜻으로 한 가지 일로 두 가지 이득을 취함을 이르는 말을 일전쌍조(一箭雙鵰), 한 오라기의 실도 흐트러지지 않았다는 뜻으로 질서나 체계 따위가 잘 잡혀 있어서 조금도 흐트러짐이 없음을 이르는 말을 일사불란(一絲不亂), 하루가 천 년 같다는 뜻으로 사랑하는 사람끼리의 사모하는 마음이 간절함을 이르는 말을 일일천추(一日千秋), 그물을 한번 쳐서 물고기를 모조리 잡는다는 뜻으로 한꺼번에 죄다 잡는다는 말을 일망타진(一網打盡), 생각과 성질과 처지 등이 어느 면에서 한 가지로 서로 통함이나 서로 비슷함을 일컫는 말을 일맥상통(一脈相通), 한 번 던져서 하늘이냐 땅이냐를 결정한다는 뜻으로 운명과 흥망을 걸고 단판으로 승부를 겨룸을 일컫는 말을 일척건곤(一擲乾坤), 강물이 쏟아져 단번에 천리를 간다는 뜻으로 조금도 거침없이 빨리 진행됨 또는 문장이나 글이 명쾌함을 일컫는 말을 일사천리(一瀉千里), 하나로써 그것을 꿰뚫었다는 뜻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변하지 않음 또는 막힘 없이 끝까지 밀고 나감을 일컫는 말을 일이관지(一以貫之), 기쁜 일과 슬픈 일이 번갈아 일어남이나 한편 기쁘고 한편 슬픔을 일컫는 말을 일희일비(一喜一悲), 한 입으로 두 말을 한다는 뜻으로 말을 이랬다 저랬다 함을 이르는 말을 일구이언(一口二言)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