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기는 대설, 이름값을 하는지 종일 눈이 내렸습니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것은 낮의 기온이 영상을 유지해 주어 적설은 그 부피가 압축되어 깊이는 없었습니다. 맨 아랫부분은 녹으면서 신설은 쌓이고 그러다 오후 3시경을 넘어서면서 싸락눈으로 바뀌더니 모진 겨울바람이 불기 시작하여 기온을 뚝 떨어트리더군요. 내일 사람 또는 차량 동선을 확보하기 위하여 산막 뜰, 테크 등을 쉬지 않고 쓸어 내고 차량 위에 쌓이는 눈도 바로바로 쓸어내고 손수레에 담아 연신 치웠습니다. 노동을 계속하다 보니 체온과 외부 온도 차이로 결로가 생겨 속 옷이 금방 젖어들지만 속건성 티셔츠를 선택하여 입어 견딜만하였습니다. 쓸고 돌아서면 다시 쌓이고 쓸고 돌아서면 금세 쌓여가는 모습을 보면서 오늘 걷거나 산을 오르지 못하여 축적되는 에너지를 소비한다는 생각으로 열중하였습니다. 반복하는 작업만큼 지루한 것은 없지만 어차피 우리에게 주어진 삶의 시간들은 반복이란 조건 속에서 형성되어 가는 삶이 아닌가 하는 긍정적 생각을 하면서 하니 견딜만하고 인내심과 지구력이 생기는 것 같았습니다.
나뭇가지를 세차게 흔드는 바람은 세찬 눈보라를 일으키며 처마 안 깊숙한 곳까지 눈을 몰고 왔습니다. 최근에 여간해서 보기 어려운 날씨 같습니다. 어두움이 더 깊어지기 전에 데크 위를 그리고 데크와 종속된 양쪽 계단을 쓸어주고 대문을 오고 가는 동선과 건물 뒤 석축 아래를 쓸어 주어야 건물과 관련된 부속 시설을 원활하게 점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차량에 쌓인 눈을 부드러운 실외용 비를 이용하여 말끔하게 쓸어 주고 실내로 들어왔습니다. 해가 산너머로 사라지자 데크 위에 살얼음이 생겨 걷는 순간 자작자작 깨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가끔 창밖을 내다보니 외등 사이로 휘날리는 눈보라가 장난이 아닙니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것은 산막의 방향이 전부 남향이라 것입니다. 동안 경험으로 보아 해만 나면 반나절이면 전부 녹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밤 사이와 이른 아침 결빙된 도로의 영향으로 행동의 제한받을 수 있다는 것 때문에 가급적 오후 10시경까지 제설작업을 해두면 다음날 제설작업도 적설량이 줄어 용이하기 때문에 반복적으로 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저녁 무렵 뉴스를 확인해 보니 산막 주변 고속도로와 국도에서 크고 작은 교통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한 것 대부분 사고 원인은 결빙된 도로에서 차량이 미끄러져 추돌하거나 전복된 사고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겨울철에는 터널 끝 지점이나 교량 위, 개활지와 연결된 도로, 협곡 사이로 개설된 도로는 특히 강한 바람에 노출되어 있어 쉽게 빠르게 결빙되는 곳입니다. 이러한 곳을 통과할 때는 각별한 주의가 요구됩니다.
동쪽으로 난 창문이 환한 빛으로 물들어 침대를 박차고 일어섰습니다. 산막 뜰과 길에 모습이 궁금하여 커튼을 살짝 옆으로 제치자 흰빛 설경이 환하게 다가왔습니다. 예상보다 더 많이 쌓인 눈 늦은 가을까지 붉은 꽃송이가 달렸던 장미 넝쿨은 눈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고개를 숙이고 있는 것이 안쓰럽게 느껴졌습니다. 서둘러 방한복장을 챙긴 후 높이가 제법 큰 고무장화를 신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45도 이상의 찬기류에서 숙성된 시베리아발 찬 공기는 제값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증명되고 있었습니다. 알싸하면서도 장갑 낀 손으로 붙잡는 쇠 종류의 물건들은 전수 지남철처럼 달라붙었습니다. 오늘 추위가 바로바로 증명되는 순간이었습니다. 넓은 눈삽을 들고 산막으로 오르는 길 제설작업을 몇 사람들과 어울려 하니 속도감 있게 작업성과 가 이루어져 단박에 해치운 후 산막으로 올라와 뜰, 테크, 계단, 차량 등 제설작업을 하여 일단 모든 동선을 확보해 두었습니다. 이젠 낮 기온이 오른다면 완전한 통행이 가능한 동선으로 변할 것입니다.
산막 뜰 쌓인 적설량을 알기 위하여 줄자를 꺼내 들고 눈 속으로 밀어 넣었습니다. 잔디에 닺는 느낌이 오자 눈금을 살피니 26.5cm, 지금까지 산막에 내린 적설량이었습니다. 자연적으로 녹을 수 있도록 놓아두어도 좋지만 공간 활용에 많은 제약이 생겨 안 되겠다 싶어 제설작업을 하기로 하였습니다. 제설작업 도구로 눈삽과 넉가래 그리고 비를 준비해 놓고 잔디 평면을 보면서 치우는 순서와 구역을 정해 보았습니다. 우선 3개 구역으로 나눈 후 눈을 임시로 쌓아 놓는 구역도 만들어 놓기로 하였습니다. 1구역은 서측 통나무 건물 폭으로 정한 후 눈을 적재해 두는 곳은 단풍나무와 주목나무 사이에 쌓아두고, 2구역은 쪽대문에서 산막 오르는 계단과 성모 동산 구역으로 하고 감나무 밑에 눈을 쌓는 곳으로 3구역은 감나무에서 동쪽 끝 감나무 사이로 정하고 눈을 쌓아 두는 곳은 동쪽 감나무 이래로 정했습니다. 구역으로 나누고 바로 작업을 시작하였습니다. 눈 바탕이 잔디다 보니 넉가래를 밀면 매끄럽게 움직이지 않아 힘이 들어 살짝 올려 밀어준 다음 잔존 눈은 눈삽으로 처리해 가며 작업을 하니 더디지만 힘은 많이 절약이 되었습니다. 1시간 40분 동안 열심히 하였더니 말끔하게 정리되어 제설작업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