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드디어... 홍게가 사라졌다! 딱 열흘만이다. 이렇게 속이 후련할 수가...’
물건이 사라졌는데 속이 후련하다는 것이 도대체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다고 되묻는다면 이야기는 길어질 수밖에 없다.
택배로 받은 홍게가 나의 속을 썩힐 줄은 꿈에도 몰랐으니까.
해산물을 좋아하는 둘째 아이에게 홍게나 대게를 사주겠다고 약속을 했었다.
아이가 사달라고 부탁한지 한참이 지난 3월 29일 인터넷쇼핑몰 G마켓을 통하여 자숙 홍게 12마리를 주문했다.
배송료는 무료인데다가 가격이 2만 9백원으로 매우 저렴했기 때문이다.
다음날 쇼핑몰의 처리현황을 확인해보니 배송 준비중으로 표시가 되어 있었다.
며칠내로 오겠거니 생각하고 더는 신경을 쓰지 않았다.
4월 15일에 이메일이 왔다. 3월 29일에 주문했던 홍게가 발송되었다는 것이었다.
그동안 까맣게 잊고 있었던 참이었다. 그렇지만 16일, 17일에도 홍게는 도착하지 않았다.
날씨가 굉장히 더워서 상할까봐 걱정이 되었다.
18일에 택배기사의 문자가 도착해서 현관문을 열어보니 스티로폼 상자가 놓여있었다.
우려했던대로 박스에서는 악취가 났다. 열어보지 않고도 상태를 가늠할 수 있었다.
당장 판매처로 전화를 하여 배송지연으로 인한 상품의 상태를 설명하고 환불처리를 요청하였다.
전화를 받은 이** 담당자의 상품 후처리 질문에 자체 폐기하지않고, 수거를 요청했다.
그 여직원은 어떤 핸드폰 번호를 알려주면서 환불과 반품을 문자로 다시 요청하라고 알려주었다.
나는 알려준대로 그 번호로 문자를 발송했다. 환불처리는 바로 진행이 되었다.
그 번호는 판매처 대표의 핸드폰 번호라고 추측했다.
다음날(19일) 홍게 판매자의 핸드폰 번호로 문자를 받았다.
“고객님 상품은 문앞에 놔둬 주시고, 저희 쪽에서 반품 접수하여 오늘 내일 중으로 기사님이
수거 해가실 예정입니다! 불편을 드려 정말 죄송합니다.”
“오늘이나 내일이요? 오늘인지 내일인지 확실하게 말씀해주세요! 냄새가 심해서 오시기 전에 내 놔야해요.”
“고객님 정말 죄송하지만 상품은 기사님이 방문 수거 하시는거라 정확한 방문 시간 안내가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알겠습니다.”
곧바로 악취가 진동하는 택배 상자를 현관문 밖으로 옮겼다. 이틀 안으로 수거될 것을 예상하면서...
하지만 다음날 20일에도 택배기사의 연락은 없었다. 판매처 유선 번호로 연락을 취했다.
전화받은 남직원에게 아직 반품건이 수거되지 않았다고 설명을 하자 곧 수거가 될 것이라고 응답을 하였다.
21일 오후에 판매처가 아닌 G마켓으로 전화하여 지정된 **택배의 해당 지점을 확인해달라고 하자
상담원은 알 수 없다고 대답하고는 금일 중으로 수거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단언 하였다.
저녁 늦게까지 기다려보기로 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냄새는 나는데 마냥 기다리기가 불편했다.
아침과 저녁으로 택배 상자와 그 주변에 탈취제를 뿌렸다. 옆집에 살고 있는 개에게 미안했다.
결국 21일에도 택배기사의 연락이나 방문은 없었다. 이번에는 인터넷 쇼핑몰에 들어가 문의글을 남겼다.
“18일에 판매처로 반품 수거요청을 하였으나 지금까지 수거 처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습니 다.
금일에는 반품건 문의로 귀사 상담원과 통화하였습니다. 금일까지 수거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단언하였으나
택배기사의 연락조차 없었고, 악취 나는 상품은 그대로 복도에 방치되어 있습니다.”
다음날(22일) G마켓에서 문의글에 대한 답변이 왔다.
“G마켓 상담사 원**입니다.
문의 주신 내용 판매자측 확인 진행중이며 다소 판매자측 답변 지연으로 불편드린점 죄송합니다.
지속적으로 판매자측 확인 진행중임으로 다소 시간 양해 부탁드립니다.”
다시 판매처 유선 번호로 연락을 하였다. 전화받은 직원이 담당자 이**을 바꿔주었다.
수거되지 않는 이유를 묻자 택배 물량이 많은 관계로 늦어지는 것이라고 해명을 하였다.
그녀는 명일(23일)까지는 수거가 될 것이라고 확답을 하였다. 하지만 23일에도 수거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물론 **택배 기사의 연락도 없었다. 23일 저녁에 G마켓에 재문의글을 남겼다.
“어제 상담원과의 통화에도 불구하고 금일에 수거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택배 기사님의 문 자나 연락도 전혀 없었습니다. 도대체 수거하는데 일주일이 걸리는 것도 아니고,
내일은 공휴일인 데 화만 나네요! 수거가 되지 않으면 타 택배사에 요청하던지 직접 가지러오던지...
미치겠으니 좀 해결해주세요!”
진짜 악취에 미칠것만 같았다. 매일 두 번씩 탈취제를 뿌려도 악취는 없어지지 않았다.
25일 월요일 문의글에 대한 답변이 도착했다.
“G마켓 상담사 원**입니다.
상품 수거 지연으로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판매자측에 상품 수거 여부 재확인 후 안내 드리겠습니다.
다시 한번 수거 지연으로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기대하지 않았던 답변이라 다행스러웠다. 핸드폰을 보니 답변을 보냈던 상담사의 부재중 전화가 와 있었다.
그녀는 부재중 전화 후. 문자를 보냈왔다.
“부재중으로 부득이하게 문자로 양해 드립니다. 익일 19시전에 안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부아가 치밀었다.
‘뭘 안내한다는 거야? 계속 판매자측에서는 변명만 늘어놓고, 수거할 의사가 전혀 없는 것을...’
지칠대로 지쳐서 어떻게든 마무리하고 싶었다. 최후통첩으로 대표자 핸드폰 번호로 문자를 보냈다.
“안녕하세요. 금일도 택배 수거가 이루어지지 않았네요. 물론 기사님의 아무런 연락도 없었습니다.
악취 때문에 더 이상은 기다리기 힘드니 제가 내일 직접 우체국으로 택배 발송하겠습니다.”
다음날(26일) 대표자의 답변은 묵묵부답이었다.
마지막으로 오전 9시 남짓 소비자상담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상담원은 인터넷 쇼핑몰로 반품건 수거요청 공문을 발송하겠다고 약속했다.
직접 착불로 택배 발송 가능한지의 여부도 여쭤보았다.
정** 상담원은 판매처와 동의하지 않았기 때문에 수취거절할 수도 있으니 발송하지 말라고 했다.
그리고 그 내용도 공문에 포함시켜 발송하겠다고 약속했다.
오전 11시반쯤 G마켓에서 전화가 왔다. 전에 통화했던 상담사가 아니었다.
대외민원팀 김**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녀는 소비자상담센터에서 공문을 받은 후 판매자와 통화를
했는데 내가 홍게를 자체 폐기하겠다고 했단다. 그 순간 판매자의 황당한 거짓말이 화가 났다.
차라리 사과라도 했으면 무마가 될텐데...
전화를 건 G마켓 직원에게 판매자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명하게 말했다.
핸드폰 문자로도 내용을 주고 받았으며, 심지어 택배 물량이 많으니 계속 기다려 달라고 들었던 것을.
하지만 또 하나의 거짓말을 덧붙혔다. 23일 **택배사에서 수거를 위해 방문했는데 나의 수거거절로
인하여 취소가 되었다고 했다. 전화를 받은 적도, 택배 기사의 방문을 받은 적도 없는데 거절이라니...
어처구니가 없어서 직원에게 2건의 문의글과 그동안의 상담내역을 확인해보라고 하고서는 전화를 끊었다.
증거와 기록이 다 있는데 뻔뻔한 거짓말을 하는 판매자가 괘씸했다.
홍게 때문에 민사 소송도 잠시나마 상상해보았으나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을 것 같았다.
이제는 홍게로부터 해방되고 싶었다.
오후 1시가 되어 G마켓 대외민원팀 직원이 전화를 걸어 판매자가 택배회사로 접수를 했다고 알려주었다.
명일(27일)에는 수거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제야 나는 맥이 풀렸다. 딱 하루만 견디면 되었다.
27일 오전에 어제의 G마켓 직원이 전화하여 수거여부를 확인하였다.
수거 전이고, 아직 택배기사의 연락은 받지 못했다고 말하자 본인이 직접 택배 기사에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금새 두 번째 전화가 왔다. 그 직원은 기사와 통화하였고, 오늘 중으로 수거할 것이라는 다짐을 받았다고 했다.
택배 송장 번호까지 확인하여 내게 문자로 알려주었다.
오전에 외출했다가 정오가 지나 귀가하였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현관문 앞에 열흘 가까이 악취를 풍기며
거머리처럼 붙어있던 혐오스런 하얀 스티로폼이 보이지 않았다. 외출시 택배 기사가 다녀간 것이었다.
누군가와 축배를 하며 승전가라도 부르고 싶은 심정이었다.
무척 기쁘면서도 며칠간의 투쟁을 통하여 얻은 승리여서 그런지 힘이 빠졌다.
살다 보면 뜻하지 않은 여러 가지 일들이 발생하지만, 이번 일처럼 소소한 일이 열흘만에 해결되는 일은 흔하지 않다.
아마 홍게 판매자는 환불을 울며 겨자 먹기로 할 수밖에 없었고, 반품 택배비는 더욱 부담하기 싫었을 것이다.
하지만 구매자에게 수거를 약속했다면 판매자는 약속을 지키도록 해야한다. 그것이 책임감 있는 행동이 아닌가?
예전에 다니던 회사에서의 일이 떠올랐다. 사장님이 거래처에게 제품을 삼일내로 배송완료하겠다고 약속을 했다.
하지만 사장님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그로 인해 거래처에서는 단단히 화가 나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은 나는 연신 죄송하다고 말했고, 부담한 착불비를 입금해주겠노라고 약속했다.
송금받을 계좌번호를 요청하자 거래처에서는 화가 풀어져 송금하지 말라고 했다.
그 내용을 사장님께 전달하자 택배회사에서 늦어진 것이라고 거짓말을 하지 않은 나를 탓했다.
나는 거래처와의 약속은 중요하다고 강조하였다. 더군다나 그 거래처는 처음 거래하는 곳이기도 했다.
기업간의 신뢰는 무척 중요하다. 신뢰도가 떨어지면 그 어떤 거래도 성사될 수가 없다.
아무리 작은 약속이라도 지켜야 한다. 나도 되돌아보면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경우가 있었다.
특히 아이들에게 했던 약속을 온전히 지키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
가족에게, 친구에게, 지인에게, 동료에게 했던 약속들. 그리고 지키지 못한 약속에 대한 거짓말과 변명들...
주님은 다 알고 계신다. 그리고 주님은 약속을 모두 지키시는 신실한 분이시다.
주님의 선하심과 인자하심은 변함 없으시다.
“주님! 주님을 닮아 진실하고 신실하게 하소서.
거짓을 사랑하지 말고, 참과 진리를 사랑하게 하소서.
그동안 저질렀던 저의 과오를 용서하여 주시고, 모든 일들을 신중하게 행하게 하소서.
주님께서 십자가에서 진지하셨던 것처럼 삶에 대해 진지하게 하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 드립니다. 아멘!”
첫댓글 아멘~힘든 과정 끝에 홍게가 사라졌네요. 고생하셨어요ㅠㅠ
'애쓰다'님 ^^
택배 가끔씩 골치아플때 있어요 ㅠㅠ
아 정말 글만봐도 짜증이 치밀어오르네요 ㅠㅜ 고생하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