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합니다. 제가 요 몇 해 동안 감정을 조절하거나 자제하지 못하고, 한 나라의 이름을 쓸 때 지나치게 거칠게 굴었기 때문입니다. 비록 중세~근대의 비극이나 넷우익이나 재특회 같은 '이웃나라'의 우익단체 때문에(그리고 그런 그들에게 아무런 조치를 안 취하는 국제기구와 국제사회 때문에) 화가 났다고는 하나, 저는 '왜국(倭國)'이나 '왜인(倭人)'이나 '왜구(倭寇)'라는 말을 시대와 사안을 가리지 않고 막 썼고, 그것이 '당연한 복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오늘 다시 한 번 생각해보니, 그건 그야말로 제 감정에만 충실한 짓이었고, 그 나라(일본)에 남아있는, '어떻게든 파국을 피하려고 애쓰며 갈마('역사')의 진실을 탐구하는 일본인들'까지 한꺼번에 모욕하는 짓이었으며, 사정을 모르는 제 3국(예를 들면, 나이지리아나 브라질이나 수오미['핀란드'의 정식 국호]) 사람이 제 글을 읽는다면, '아니, 이 사람은 왜 이렇게 증오로 가득 차서 <멀쩡한 나라>를 비난해?'하고 오해할 수 있는 짓이었습니다.
그래서 이제부터는 태도와 마음과 생각을 바꾸고, 말과 행동도 바꾸려고 합니다. 이제 '왜국'이나 '왜구'라는 표현은 자제하겠으며, 일본을 다룬 글을 쓸 때, 다음과 같은 원칙을 지키겠습니다 :
1. '왜국(倭國)'이라는 이름은 어디까지나 야요이 시대부터 서기 670년(왜국이 나라 이름을 '일본'으로 바꾼 해)까지의 일본열도(규슈, 시고쿠, 혼슈 서부와 중부)에 있었던 작은 나라들이나 그 나라들이 있던 지역을 가리키는 말로만 쓰겠다.
2. '왜인(倭人)'이라는 이름도 야요이 시대부터 서기 670년까지 일본열도 안에 살았던 이들(배달민족 출신인 이민자들)에게만 쓸 것이고, 만약 그 이후의 시대에 '왜인'이라는 이름을 써야 한다면, 역사책에 나온 사실을 인용/소개할 때에만 쓰겠다.
3. '왜구(倭寇)'라는 이름은 중세 말기(후기 고리[高麗] 말기/원나라 말~명나라 초)와 근세(근세조선 초/중기와 명나라 중기)에 나타난 일본 해적에게만 쓰고, 다른 시대, 다른 사람들에게는 쓰지 않겠다(만약 다른 시대에 써야 한다면, 사료나 기록을 인용한 글에서만 쓰겠다).
4. 일본이 다른 나라와 교류한 일(예를 들면, 조선통신사를 맞이한 일이나 서양 여러나라와 교류한 일)이나, 한국인이 일본인을 도운 일(예를 들면, 후기 고리 전기에 일본인들이 주션[한자 이름 '여진(女眞)']족에게 붙잡혀 끌려가다가 후기 고리[왕건이 세운 나라]의 군사에게 구출되어 후기 고리 사람들에게 극진한 대접을 받고 고국으로 돌아간 일)이나, 반대로 일본인이 한국인을 도운 일(예를 들면, 근세조선 후기에 오늘날의 돗토리 현으로 떠내려온 근세조선의 어부들이 현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고 나서 고향으로 돌아간 일)이나, 전쟁범죄가 아닌 일(예를 들면, 일본인이 근세에 타이[Thai]로 망명한 일이나, 근대 초에 브라질로 이민한 사실)을 다룰 때는 '일본'/'일본인'이라는 말을 쓰겠다.
5. 일본을 다룬 글은 한국과 일본의 사정을 모르는 제 3국 사람이나, 친일국가의 시민/국민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감정을 자제하고 되도록이면 사실 위주로 쓰겠다.
이상입니다. 부디 제가 이제부터는 이 글에서 한 다짐을 지킬 수 있기를(그리고 이 결정이 카페 회원 여러분과 이 카페를 들르시는 모든 분에게 도움이 되기를) 빕니다.
- 단기 4356년 음력 2월 7일에, 자고 일어나보니 자신이 그동안 지나쳤고, '선'을 자주 넘었음을 깨달아 부끄러운(그래서 정신을 차리고 이제부터는 올바르게 글을 쓰고 카페를 꾸려나가자고 다짐하는) 운영자 잉걸이 드림
(# 덧붙이는 글 : 단, 그렇다고 해서 제가 '일본'의 문화나 사회나 제도를 비판하지 않는다는 것은 당연히 아닙니다. 그리고 그 나라 정부나 민간인이나 기업이나 군대가 저지른 잘못된 짓[예를 들면, 침략이나 전쟁범죄나 학살]은 인정사정없이 비난할 거예요. 저는 다만, 이름을 바로 쓰고 시대나 장소나 상황에 따라 말을 조절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이런 원칙을 정했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