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8. 생명의 소중함(2023. 12. 24)
나는 이 세상에서 제일 귀한 꽃이다.
군대 2년은 나를 사랑하고
내 가족을 사랑하고
내 조국을 사랑하는 기간이다.
나는 이 세상에서 제일 귀한 꽃이다.
나는 여러분처럼 군대 2년을 마치고 직장에 다니는 아들이 하나 있습니다.
삼십이 훌쩍 넘은 나이에 어렵게 낳아서 대학교 2학년 때 군대에 다녀온 외아들입니다.
고슴도치도 자기 새끼를 예뻐합니다.
부모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것이 자식입니다.
대학을 다닐 때 영화와 연극 연출에 푹 빠져 전공인 경제학은 공부하는지 마는지 오로지 연극만 매달리던, 제 눈엔 철부지 자식이었습니다.
시험 보는 날도 공부한답시고 동아리 방에서 늦잠을 자는 바람에 아들 친구들에게 이리저리 연락하고 깨워 겨우 시험을 볼 수 있었습니다.
직장에 나가는 나보다 더 바빠서 아들 얼굴을 보기 힘들었고, 돈을 버는 저보다 술을 더 많이 마셔 날마다 자정이 넘어야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때로는 속도 상하고 꾸중도 하고 용돈을 줄이고 별 방법을 다 썼지만 허사였습니다.
그때는 “너, 빨리 군대에 가라” 하는 생각까지 하였습니다.
옛날엔 군에 가면 일가친척이나 주위 사람들이 밥을 사고 술도 사는데 세상이 바뀌어서 군에 가는 놈이 신고한다고 밥값 내고 술값 내고 하던 시절입니다.
돈이 없으면 군대 가기도 힘든 사회가 되었습니다.
“제발 아버지도 하루쯤 시간을 달라”
몇 날 며칠 술을 마시고 들어와 얼굴을 보기 힘든 아들에게 입대하기 한 달 전에 통사정하여, 겨우 입대 이틀 전날 저녁으로 약속을 받아냈습니다.
제 딴에 아버지에게 사정을 봐줘 겨우 시간을 비웠답니다.
돼지갈비를 이가 물리도록 뜯게 하고 입가심으로 호프까지 거나하게 마셔서 취기가 오르자 저는 아들한테 세 가지 약속을 받았습니다.
첫째, 부처님은 사람뿐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아주 작은 미물의 생명도 소중하다고 하셨다.
네가 가는 군대가 특수 사회이고 여러 부류의 사람이 모인 집단이니 끝까지 참고 인내하는 마음으로 평생 후회하는 행동을 하지 말라.
군대 2년은 네 생명을 부모에게 맡긴다는 마음으로 무사히 2년을 마쳐라.
둘째, 아버지가 잘났건 못났건 병사들에게 부처님의 법을 전하는 포교사인데 일요일은 시간을 내어 법당에 나가라.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자라온 22년은 부모와 이웃으로부터 받기만 하고 살았는데 이제 네가 이웃을 위해 봉사와 의무를 다할 기회가 주어졌음을 잊지 말고 제대하는 날까지 충실해라.
이렇게 세 가지를 굳게 약속했습니다.
여러분도 마찬가지입니다.
여러분의 목숨은 입대하는 날부터 여러분의 것이 아니라 부모님과 나라에 맡기고 왔습니다.
당연히 군대 2년은 부모님과 이웃과 국가를 위하여 봉사하고 의무를 다하는 기간입니다.
사람의 목숨은 참으로 귀하고 소중합니다.
부처님은 아주 작은 미물의 목숨까지 존중하라고 하셨는데 하물며 만물의 영장인 인간으로 여러분의 목숨이야 더할 나위 없습니다.
부처님은 우리가 지켜야 할 오계의 으뜸으로‘산목숨을 죽이지 말라’하고 살생을 금지하였습니다.
이것은 단순히 죽이지 말라는 뜻만이 아니라 산목숨을 가진 모든 것은 아무리 미미한 존재라 해도 보호하란 뜻입니다.
부디, 여러분 목숨은 여러분 것이 아니기에 여러분의 목숨은 물론 동료의 목숨도 보물처럼 소중히 다뤄야 합니다.
어느 사회나 ‘왕따’하는 따돌림이 있습니다.
왕따를 시키는 사람의 정신을 분석해 보면 그 사람은 가정과 사회에 피해 의식이 많은 사람입니다.
몇 개월 늦게 입대하였다고 여러 사람 앞에서 욕하고 조롱하며 참을 수 없는 모욕을 주고, 심지어 물리적인 힘을 가하여 신체는 물론 정신까지도 피해 주는 행동을 합니다.
누구나 환경이 바뀌면 적응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는데 이런 행동은 그 사람을 불행의 늪으로 빠뜨리는 일입니다.
사람은 살면서 세 가지 큰 스트레스가 있습니다.
첫째는 배우자를 잃는 것이요, 둘째는 자식을 잃는 것이며, 셋째는 이사나 직장 이동으로 환경이 바뀌는 것입니다.
며칠 또는 몇 달 먼저 입대하였다는 이유로 배치되어 어리벙벙한 후임 병사를 괴롭히는 것은 좋은 태도가 아닙니다.
후임을 잘 잡아주고 이끌어 주며 서로가 우애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렇다고 위계질서를 무시하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여자가 결혼하면 나이와 관계없이 남편의 촌수에 따라 서열을 정하는 것처럼 나이가 많아 입대해도 나이가 적은 선임한테 깍듯이 해야 합니다.
학교 선배가 후임으로 입대해도 선임인 후배한테 깍듯이 예우해야 부대의 규율이 서게 됩니다.
스님이 출가하면 출가 기간을 법랍이라고 합니다.
법랍은 스님으로 공부한 기간을 말합니다.
스님들은 아무리 나이가 많아서 출가해도 어린 선배 스님께 깍듯이 예우합니다.
이것은 어느 사회나 마찬가지입니다.
선임은 후임을 잘 이끌어 주고 후임은 선임을 집안의 형님 대우하듯 해야 합니다.
선임이라 해서 병아리 눈물만큼 먼저 알게 된 것을 뻐개고 으스대고 좋지 않게 대하면 안 됩니다.
오래전에 강원도 모 부대에서 총기사고가 있었습니다.
많은 병사가 죽거나 다쳐서 온 국민의 가슴을 쓸어내린 사건입니다.
부모가 돌아가시면 흙 속에 묻고 자식이 죽으면 부모 가슴에 묻게 됩니다.
한순간의 잘못이 본인은 평생 씻을 수 없는 죄의식에서 살아야 하고, 피해자는 평생 눈을 감을 때까지 몸서리치면서 가슴에 응어리를 풀지 못하고 살게 됩니다.
그야말로 죽어야 잊을 수 있는 응어리입니다.
우리가 저지르는 사고는 한순간만 참으면 될 것을 참지 못하여 오는 정신적 피해망상에서 일어납니다.
여러분, 어떤 고난이 닥쳐도 참자, 참자 세 번을 하세요.
“참을 忍자 세 번 쓰면 살인도 면한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여러분은 세 번이 아니라 열 번 아니 백 번을 해야 합니다.
“은혜는 바위에 새기고 원한은 강물에 새기라”는 말처럼 미워하는 사람이 있다면 미운 마음을 털어내기 바랍니다.
여러분은 같은 옷을 입고 같이 식사하고 같이 훈련을 받으니 사회에 나가면 같은 수준의 생활을 할 것으로 생각하겠지요?
아닙니다, 절대 그건 큰 착각입니다.
물론, 여러분 중에 대통령도 나오고 국회의원도 나오고 성직자도 나오고 교수와 같이 훌륭한 사람이 나올 것입니다.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이 제 역할을 다할 때 여러 개의 톱니바퀴로 돌아가는 기계처럼 우리 사회는 원활하게 돌아갑니다.
농사를 짓는 농민이 있고, 물건을 파는 상인이 있고, 나라를 지키는 군인이 있고, 병을 고쳐주는 의사가 있고, 정치가도 있어야 그 나라는 좋은 나라입니다.
여러분이 함께 근무하는 것도 전생의 깊은 인연으로 만났습니다.
이렇게 좋은 인연을 계속하여 더 좋은 인연으로 이어갈 수 있도록 여러분 한 분 한 분이 노력해야 합니다.
우리 불교의 근본은 인연 법입니다.
부모가 있으니 자식이 있고
내가 있으니 네가 있으며
네가 있으니 내가 있다.
이것이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인연 법입니다.
손바닥이 있으니 손등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음식이 있는 데는 젓가락이 있어야 합니다.
『중아함경』 ‘인연법’에 이렇게 쓰여 있습니다.
이것이 있기에 저것이 있고,
이것이 태어남으로 저것이 태어난다.
이것이 없으므로 저것이 없고,
이것이 사라짐으로 저것이 사라진다.
인연은 이토록 소중하므로 우리가 살면서 상대의 가슴에 상처를 주고 다시는 만나지 않을 것처럼 나쁜 인연을 만들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는 생명의 소중함을 알고 서로 위하는 좋은 군대 생활이 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여러분, 군대 생활 2년이 여러분 인생에서 쓸모없는 기간이라 생각하지 말고 삶을 뒤돌아보는 기간으로 생각하기 바랍니다.
개구리가 앞으로 뛰어오르기 위하여 한 발 뒤로 움츠립니다.
여러분이 지금까지 어떻게 생활해 왔고, 앞으로 남은 70년을 어떻게 살 것인가를 반성하고 계획을 세우는 기간을 군대 2년 동안으로 생각하기 바랍니다.
여러분, 매화꽃과 매실을 잘 알지요?
눈보라 속에서 꽃피지 않은 매화꽃은 열매를 맺지 못합니다.
2년을 투자해서 70년을 잘 살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은 투자는 없습니다.
‘부모가 못살아서 내가 이 고생을 한다’하는 생각도‘내가 너 때문에 얼마나 괴로운 날을 보냈는가’‘내가 여기서 나가면 아주 고약하게 손을 봐줘야지’하는 나쁜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합니다.
여러분, 날마다 하루에 두 번씩 기도하기 바랍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오늘은 무엇을 할 것인지 생각하며 “부모님 저를 낳아주셔서 감사합니다.”“부처님 오늘도 보람찬 하루가 되게 해주세요”하고 기도하기 바랍니다.
잠들기 전에도 “부모님 오늘도 무사히 잘 보냈습니다.”“부처님 오늘 하루도 감사합니다”하고 기도하기 바랍니다.
오늘 제가 한 말들을 잘 기억하기 바랍니다.
“참을 忍자 세 번 쓰면 살인도 면한다.”
“은혜는 바위에 새기고 원한은 강물에 새겨라.”
“눈보라 속에서 피지 않은 매화꽃은 열매를 맺지 못한다.”
여러분 앞날에 좋은 날만 있어 가는 길이 꽃길이길 바랍니다.
제대하는 날까지 무사히 마치고 가정으로 돌아가기를 부처님께 기도합니다.
나는 이 세상에서 제일 귀한 꽃이다.
군대 2년은 나를 사랑하고
내 가족을 사랑하고
내 조국을 사랑하는 기간이다.
나는 이 세상에서 제일 귀한 꽃이다.
※호국태안사(2023.12.24.) 일요법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