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6/05/2017060502695.html
지난달 21일 경기도 고양시의 한 아파트. 자정이 가까운 시간, 쿵 하는 소리가 밤의 적막을 갈랐다(pierce the silence of the night). 40대 초반의 남자가 피투성이가 되어(be bathed with blood) 쓰러져 있었다. 응급실로 긴급 이송됐지만(be rushed to the emergency room) 이내 숨을 거뒀다(breathe his last breath).
생김새는 한국인인데, 이름은 필립 클레이라고 했다. 14층에서 투신해 목숨을 끊었다(take his own life leaping to his death). 경찰 조사 결과, 한국에는 아무런 연고가 없었다. 미국에 어릴 때 입양됐다가(be adopted as a child) 성인이 된 뒤 추방돼온(be deported as an adult) 처지였다.
5년 전에 귀국한 것으로 밝혀졌다. 사실 귀국이라고 할 수 없었다. 낯선 타국이나 다름없는 모국으로 강제 송환된(be forcibly repatriated) 것이었다. 이후 지난달 저세상으로 가기 전까지 친부모를 찾아보려 온갖 애를 다 썼지만(make every effort to search for his birth-parents) 끝내 닿지 못했다. 그야말로 천애의 고아(a lonely orphan)로 이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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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4년생인 그는 열 살 때 필라델피아의 한 부부에게 입양됐다. 그러나 성인이 되면서(grow into adulthood) 미국 시민권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양부모(adoptive parents)가 신청해줘야 했는데 무신경하게 방치한(stolidly leave it as it is) 탓이었다. 한국인도, 미국인도 아닌 무국적자(stateless person), 불법체류자(illegal immigrant) 신분이었던 것이다.
그런 와중에 범법 행위를 한(break a law) 전력이 문제가 됐다. 우울증과 불안에 시달리며(be tormented by depression and anxiety) 방황했던 시절의 코카인 중독(cocaine addiction), 상점 물건 훔치기(shoplifting), 자전거 절도(bicycle theft) 등 전과 기록(criminal records)이 추방의 빌미가 됐다(provide a pretext for the deportation). 양부모는 연락이 끊어졌다.
2012년, 자신을 버렸던 모국으로 쫓겨왔다. 모든 것이 낯설었다. 언어·문화 장벽으로 인해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기(mingle with others due to language and cultural barriers)조차 어려웠다. 말이 안 통하니 일자리 얻는 것은 엄두도 내지(dare to look for a job) 못했다. 이래저래 5년을 버텼다. 막막했다. 먹고살아 갈 일이 까마득했다(be desperate to make a living).
14층 아래는 또 얼마나 까마득했을까. '사회적 타살'이었다. 장례식도 없이 화장될(be cremated without a funeral) 뻔했다. 뒤늦게 소식을 들은 입양 기관 홀트복지회와 몇몇 입양아 친구가 장례식을 치러줬다. 위패에 적힌 한국 이름은 김상필. 한국에서 10년, 미국 27년, 다시 한국에서 5년. 42년이라는 결코 길지 않은 삶이었건만, 그에겐 고통스럽기만 한 인생 역정의 기나긴 연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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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창시절에 읽었던 "난쏘공"이란 책이 생각나나요?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공. 생각나는 구절에 - 모짜르트와 베토벤을 듣고 눈물을 흘리는 우리가 이웃의 절망에 무감각하지는 않은지...
아내가 다니는 회사의 엔지니어가, 한국 삼성에 출장을 갔다와서 묻더랍니다. 한국사람들은 정연한 자기 생각보다는 철없는 십대들이 아이돌을 쫒아다니듯, 어른들도 시대사회적 유행만 있는 것 같다고...
아들이 즐겨보는 CNN의 음식 프로그램을 같이 보았습니다. 여러나라를 다니며 음식과 더불은 시사를 취재하는 프로그램인데, 한국편을 보았더니, 역시나 같은 현상을 비꼬며 보도를 했더군요. 한국 회사사람들의 전형적인 회식 모습. 천편 일률적이고, 틀에 집어 넣는 사회적 관습을 냉소적으로 말합니다. 또한, 한국을 가면 모든 것을 꺼꾸로 해야 한다고. 그래서 이 40분짜리 프로그램도, 한국편에서는 취재한 시간을 꺼꾸로 거슬러 가면서 나래이션을 했습니다. 씁쓸하더군요...
자각하는 인간 - 벌거벗은 본연의 자기를 볼수있게 되면, 위대하다는 국수주의적 자만심 보다는, 부끄러워 할줄 알게 되고, 이웃의 절망을 보게 되고, 자타에 대한 연민이 저절로 생기는 법이라 믿어집니다.
첫댓글 처음 읽었을 때는 왜 이렇게 부정적인가 했었지만 우리 자신에 대한 솔직한 지적이다. 좀 더 차분한 마음으로 둘러보아야겠다. 아이들을 돌보는 교육자이니 더욱 가난한 마음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감사한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