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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화원] 19
S#1. 서징의 집 / 작업장 / 밤
홍도와 윤복 마주보고 있고..
홍도 : (코앞에 윤복을 보며) 이번 화사대결에서 나를 꼭 이기거라.
윤복 : (홍도의 눈 보며) ...!
홍도 : (윤복 보면)
윤복 : 저나 스승님중 지는 사람은 살아남지 못할것입니다.
홍도 : (윤복 보고, 비장하게) 내 말 잘 듣거라.
윤복 : (보면)
홍도 : 서로를 이기는 것이 우리가 사는 길이다.
윤복 : ... 서로를 이기는 것이 사는 길이라구요... (무슨 말인지...)
홍도 : 오냐, 오직 그 길만이 살길이다. 넌 날 반드시 꺽어야 하고 나 또한 너를 반드시 이겨야 하느니라.
윤복 : (아직 완전히 이해 못한)
S#2. 정조의 개인 서재 / 낮
정조, 상소문 보다가, 고개 들고,
정조 : 금일이군. 단원과 혜원이 겨루는 날이.
홍국영 : 그렇사옵니다. 김홍도가 이기든 신윤복이 이기든 승패가 가려진다면 두사람 중에 한명은 화원의 생명이 끝날것입니다.
정조 : (깊은 시름에 잠긴 표정)...음...
S#3. 김조년의 집 / 별채 / 정향의 방 / 낮
김조년 상석에 앉아있고..정향이 차시중을 들고 있다. (막년 없다)
김조년 : (정향 보고 미소) 네 오늘은 더 광채가 나는구나.
정향 : (차 따르는)
김조년 : (여유) 어떠냐? 네 오늘, 단원과 혜원, 누가 이길 것 같으냐?
정향 : (불편해 찡그리고) 스승과 제자가 혈투를 벌이게 하는, 그런 잔인한 대결을, 어찌 맘편한 놀잇감으로 삼겠습니까?
김조년 : (웃다가, 정색하며) 산다는 것이 한판 유희인것을. 언젠가, 무엇인가.. 반드시 선택해야만 하는,
그 선택에 모든 것을 걸어야만 하는, 그런게 사는 맛 아니겠느냐?
정향 : (김조년 보면)...
김조년 : 걸거라, 네 모든 것을, 단원.. 혜원.. 누구에게 걸겠느냐? (떠보는) 하긴...네 정인인 혜원에게 모든 것을 걸겠지.
정향 : (조년 보며) 어르신은.. 이재를 늘리는 일은 귀신보다 뛰어난데, 사람의 마음을 얻는 법은 어찌 길에 핀 잡초보다도
모르시옵니까? 마음을 얻는 자가 천하를 얻는다 하였습니다.
김조년 : (섬뜩한 미소) 그래! 내 비록 사람의 마음은 몰라도, 승패는 틀린 적이 없지.
(찻잔들어 마시며 마음의 소리) 네 오늘 똑똑히 보게 될것이다. 네 정인이 바닥까지 떨어져 그림, 명성, 정인, 그리고..
(섬뜩하게 웃으며) 거짓된 인생.. 모조리 빼앗기는 모습을.
정향 : (조년 보다....뭔가 걱정되고)
S#4. 김조년의 집 / 사랑채 대청 / 낮
구경꾼들은 사랑채 아래 마당에. 화계원들은 사랑채 위에 자리잡고 앉아있다.
각 화계의 대표, 한양 오죽회의 김명륜(무승부에 검. 사람들에게 숨 김),
종친 청백회의 복원군(내기에서 빠짐. 심사위원장. 왕실의 종친모임이고, 정조가 흠모하는 화원임을 알고 있음),
조정 백란회의 예조판서(윤복에게 검. 왕 앞에서 윤복의 단오풍정 들고 심사받은 기억이 있음.
윤복의 그림이 획기적이고 도발적인 그림이라고 생각함),
평양 운우회의 윤인원(단원에게 검, 평양 화계 모임. 단원이 평양에서 호랑이 그린 소문을 익히 들어 알고 있음),
단양 삼봉회의 김시년(단원에게 검. 충청도 화계 모임. 서울의 유행에 다소 느림),
행수 모임의 이문직(윤복에게 검. 대행수김조년의 사화서사람인 윤복을 믿음. 정작 조년이 단원에게 걸었다는것은 모르고 있다)
홍도 2 : 윤복 2 : 결과 예측 안하는 김명륜 1, 심사위원장 복원군 = 총 여섯 명
여섯 명이 속 속 들어오고, 김조년과 인사하고 자리에 앉아 자기들끼리 담소를 나누는 모습 보인다.
대청 아래는 아래대로 사람들 북적이고, 종들 부산히 음식 나르고...
악공들과, 정향도 자리 잡고 앉아있다.
가벼운 주안상(높은 사람들에게는 일인상, 그 외는 여러명이 먹는 상) 착착 들어옴.
S#5. 김조년의 집 / 사랑채 옆 방 / 낮
정갈하게 놓인 붓, 벼루, 먹, 안료 등. 그것을 챙기는 홍도와 윤복의 손 보이고. (둘의 손, 도구 챙기느라 먹과 안료 등이 묻어있다)
두 사람 뒤로, 커다란 물항아리(손 씻는 곳) 놓여있다.
홍도와 윤복, 한 붓을 동시에 잡고, 서로 긴장감 흐르고 쳐다보고, 손 뗀다.
윤복에겐 왠지 오늘 붓선이 칼선같다고 느낀다.
홍도 : (따뜻하게 웃으며 붓을 내민다)
윤복 : 아닙니다. 스승님께서 쓰십시오.
홍도 : 모질이 강한 붓이니, 칼날같은 필선을 쓰는 네게 더 맞을게다.
윤복 : (붓 받고, 만지며)...!
두 사람, 화구 다 챙겨 놓고, 물항아리로 가서, 각자 손 씻으며
윤복 : 저는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스승님과 대결을 펼치는 것이...우리 두사람이 김조년의 손아귀에서 놀아나는 것 같습니다.
홍도 : (따뜻하게 보고...) 윤복아. 넌 날 믿느냐?
윤복 : ...예
홍도 : 그럼 됐다. 나를 믿거라. 너는 나를 이겨야한다. 해 질 때까지. 끝까지. 그것이 네 아버지의 원수를 갚는 첫걸음이 될것이다.
윤복 : (이제는 믿는 수 밖에) ...
S#6. 저잣거리 / 광장 / 낮
광주리를 든 아낙, 짐을 든 지게꾼 들 등, 저잣거리 사람들 바삐 지나가는 사이로,
사람들 모여있고, 공씨, 그 앞에 서서 바람 잡고 있는데...(공씨의 말이 이어지며, 사람들, 하나 둘 공씨 앞에 멈춰서고)
공씨 : (지나가는 사람들을 향해) 드디어!!! 조선 최고의 화원이 벌이는 화사가 시작되는구나!!
(청색 띠 두른 단지, 부채로 탁 가리키며) 단원! (붉은 띠 두른 단지, 부채로 탁 가리키며) 혜원!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하는 화사 대결!! 이거, 진짜, 흥미진진이로구나!
사람들 : (수군대며 모여들고)
공씨 : 오시오! 오시오!
S#7. 김조년의 집 / 사랑채 / 낮
홍도, 윤복, 정향, 김조년, 설청, 김명륜과 한양의 오죽회, 복원군과 종친부 화계모임 청백회의, 예조판서와 조정의 백란회,
윤인원과 평양의 운우회, 김시년과 단양의 삼봉회, 이문직과 시전 행수들, 구경꾼들.
정향은 악공들 옆에서 가야금 켤 준비를 하고 있다.
홍도, 윤복 사랑채로 들어선다. 정향의 시선, 윤복과 홍도 보고. 윤복도 정향 본다.
김조년 두사람을 소개한다.
김조년 : 금일 화사 대결을 할 두 화원입니다. 명실공히 조선 최고의 화원, 단원 김홍도!
도화서 최고의 화원으로, 주상전하의 총애를 한 몸에 받고 있으며,
김조년(소리) : (화면에 김홍도의 그림([송하맹호도] [군선도], [황묘롱접도], [빨래터] 하나씩 팍, 팍, 지나가는 위로)
산수면 산수, 영모면 영모, 속화면 속화, 의궤 반차도면 의궤반차도. 무엇 하나 빠지지 않는 정통 화원입니다.
홍도 : (윤복 슥 보고)
김조년 : 또, 이 쪽은, 조선의 화선 단원이 인정한 최고의 제자,
김조년(소리) : (윤복의 그림들 [단오풍정], [소년전홍], [춘의만원], [유곽쟁웅], [월하정인] 팍! 팍! 지나가는 위로)
도화서에서 감당 못하는 파격의 화원, 바로 이 사람(=김조년)의 사화서에 있는 최고의 풍속화가, 혜원 신윤복!
윤복 : (인사 하면)
김조년 : 그리고, 심사를 맡아줄 도화계 어르신들을 소개하겠습니다. ( 각 화계 대표들 한 명씩 소개) 먼저, 왕실 종친회의
화계모임 청백회의 복원군어른. 이 화사의 심사관을 맡아주실 것입니다. (복원군 사람들보면, 사람들 ‘오-’감탄하며 보고)
조정 대신들의 화계 모임 백란회의 예조판서 김시업 어른. (예조판서 인사하고),
김조년(소리/ 만면에 미소띤 윤인원 위로) : 안목 높기로 소문난 평양 도화계 운우회의 윤인원 어른(느물느물 웃고).
화면, 휙, 바뀌면
김조년(소리) : (갓 끈 꼭 묶고, 꼭 끼는 두루막 입은, 조금 촌스러운 김시년 모습 위로) 단양 지역 유지들의 화계 모임,
삼봉회의 김시년 어른. (김시년, 헛기침하며 수염 만지고)
화면, 휙,
김조년(소리/ 한 눈에 부티나는 이문직 위로) : 행수들의 화계 모임 대표를 맡은 이문직 어른.
화면, 휙, 바뀌면, 만면에 미소띤 김명륜 보이고.
김조년 :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유서깊은 도화계 모임, 오죽회를 대표하는 최고의 안목, 김명륜 어른이십니다.
홍도, 윤복 : (김명륜에게 인사하면)
김조년 : (미소 지으며) 자, 이제 시작해 볼까요? 금일 화제는, 도화계의 어른들이 모여 결정해 주셨습니다.
(복원군에게) 발표해 주시지요.
복원군 : (아랫것에게 받아 김조년 주면)
김조년 : (펼치고, 빙긋)
윤복, 홍도 : (긴장해 보면)
김조년 : 금일의 화제는, 최고의 승부에 꼭 알맞는 화제입니다. 금번 화사는, (종이 펼쳐 보여주며) ‘쟁투’입니다.
홍도와 윤복 눈 부닥친다.
김조년 : (복원군보고) 금번 화사의 진행과 결정방식에 대해 심사관이신 복원군께서 말씀해 주시겠습니다.
복원군 : 조선 최고의 화인을 가리는 대결이니, 화제 또한 ‘대결’로 정함이 마땅하네.
(홍도, 윤복에게) 두 사람은 각자의 방식과 기예로 화제를 이행하라. 화사는 내일 정오까지 마감하되,
심사의 결과는 모든 계원이 그림을 살핀 신시에 시작해서 해질 때까지 결정하는 것으로 하겠네.
김조년 : (선포하듯) 자! 이제 두 화원은, 대결을 시작하시요!
고수, 북을 울리고. 악공들, 음악 연주하며..대청 아래 앉은 자들, 양 옆으로 갈라지면,
홍도, 윤복, 서로를 보고, 대청 아래로 걸어 내려간다.
사람들 사이를 나란히 걷는 홍도와 윤복. (마치, 결혼식장에서 신랑신부가 세상으로 나가듯.)
S#8. 갈림길 / 낮
홍도와 윤복, 갈림길 앞에 서고, 윤복, 홍도 보면,
홍도 : (끄덕여 주며 미소)....
윤복 : (굳은 표정이 풀리지 않는데)...
홍도 : (한번더 확인하듯) 이미 너와 나의 운명은 돌이킬 수 없다. 우리 두사람의 운명과 인연을 믿는 수 밖에 없다.
윤복 : .......
홍도 : (미소로 다시한번 믿음을 주고는 돌아선다.)
윤복, 쉽게 발걸음 떼지 못하고 홍도의 뒷모습 바라보는,
윤복 : (왠지 모를 서글픔, 왜 이런 시합을 해야 하나 싶다).....
S#9-1. 민속촌 저잣거리 일각풍경
흥정과 구경등으로 활기찬 풍경.
홍도, 그 사람사는 풍경을 미소로 구경하고 있다.
시장통 일각에서 싸움이 났는지 몇몇 사람이 고성을 오가며 싸우고 있다.
서로 니가 잘났느니, 내가 잘났느니 시끌벅적 싸우는 사람들.
목청이 커지고 삿대질하던 손가락들이 상대방의 코앞까지 가며 멱살잡이로 격해지는데..
홍도가 두사람 사이를 막고 ‘이러지 말고 말로 하게, 왜들 그러는지 자초지종이라도 들어보세’ 등등 싸움을 말리며
사정이야기를 들어주다가 ‘자,자, 이러지들 말고 막걸리라도 마시며 얘기하자’는 등 화해시키면
결국 멋쩍은듯 웃으며 막걸리라도 마시러 가는듯 주막으로 가는 사내들.
홍도, 두사람의 모습을 미소로 보다가 다시 정감있는 저잣거리 풍경 사람들 속으로 걸어간다.
누군가 그런 홍도를 훔쳐 보는 시선,
장옷차림의 정향이 홍도를 보고 있다.
정향 : (뭔가 할 말이 있으나 쉽게 나서지 못하는) ......
S#9-2. 또다른 저잣거리/ 낮
윤복, 화제를 찾듯 돌아다니고 있다.
설청, 살기서린 눈빛으로 윤복의 뒤를 쫓는다.
S#9-3. 또다른 저잣거리 일각/ 해질녁
홍도, 혼잡한 저잣거리 한복판에 서서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해가 져가고 있는 하늘. 그 석양의 하늘을 깊은 눈으로 요리조리 바라보는 홍도.
(노을속에서 자신의 그림 색조를 결정하려는 행위)
홍도 : (뭔가 깊은 생각을 하고 있는데)......
정향, 홍도를 바라보고 있다.
홍도, 노을의 색조와 구도를 가늘게 뜬 눈으로 살피다가 다른 골목 쪽으로 걸어간다.
정향, 그 뒤를 쫓아 골목을 돌아들어간다.
S#9-4. 동 근처 저잣거리 골목안/ 해질녁
정향, 골목안으로 들어오는데...홍도, 그앞을 불쑥 가로 막는다.
정향, 흠짓 놀라 서면...홍도, 정향을 본다.
정향, 홍도를 향해 고개를 숙인다.
홍도 : 내게 할 말이라도 있는 것이냐?
정향 : (차마 말못하는)....
홍도 : (정향의 마음을 짐작하지만 보는)....
정향 : (조심스럽게)..화사대결을 꼭 하셔야만 되겠습니까?
홍도 : (흠짓 보는)....
정향 : 저같은 천한 계집 때문에 두 분 중 한분이라도 다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습니다.
홍도 : (복잡한 시선으로 보다가)...혜원을 향한 네 마음은 무엇이냐?
정향 : ....
홍도 : 정인을 걱정하는 여인의 연정이더냐?
정향 : ....!
홍도 : 아니면 예인의 경지를 알아봐주는 예인에 대한 마음이더냐?
정향 : (보다가)...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단지 여인의 아픈 상처를 어루만져주시던 그 따뜻한 마음을 연모할 뿐입니다.
홍도 : (혼잣말처럼) ..상처받은 여인이 상처받은 여인의 아픔을 본 것이겠지.
정향 : .....!
홍도 : 이번 대결에서 누가 이기든 누구도 다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네가 연모하는 정인도...내가 지켜야 할 여인도.
(잠시 보다가 돌아선다.)
홍도의 뒷모습이 노을에 물든다.
정향 : (깊은 눈으로 가는 홍도를 바라보는)....
S#9. 정순왕후의 처소 / 밤
마주보고 있는 정조와 정순왕후
정순왕후 : (그림 보다가, 윤복의 그림 집어들고) 혜원. 이 자의 그림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군요.
할미는 이 자에게 걸겠습니다.
정조 : 그 화원의 그림도 뛰어나지만, (웃으며) 소손은, 단원의 그림에 마음이 갑니다.
(그림 속 사람들 가리키며) 화폭 속 사람들의 건강한 마음생김이 보는이에게 생생하게 전달되지 않습니까?
정순왕후 : (정조 보는)
정조 : (찻잔 내려놓으며) 무엇을 거시겠습니까 할마마마. (정순왕후가 정조 보면) 모든 승부에는, 얻고 잃는 것이 있어야,
재미가 있는 법이 아니겠습니까. (정순왕후 보면)
정순왕후 : (‘요것 봐라’ 정조 보다가) 그렇지요...(눈내리깔며) 지는 자가, 궐을 떠나는 것은 어떻습니까?
(찻잔 입에 댔다가 내려놓고 정조 보면)
정조 : (만만찮고..) 그것 참 재미있는 말씀이시군요.
정순왕후 : (정조 보다가, 웃으며) 그저, 농입니다.
정조 : 하하.. 참으로 재미있는 농을 하십니다.
S#10-1. 김조년 사랑채 / 밤
김조년, 뭔가 깊이 생각하는 얼굴로 앉아있다.
그 앞에 설청이 앉아있다.
김조년 : (입가에 잔인한 미소 생기며) .. 단원, 혜원..이번 대결로 서로의 가슴팍에 비수를 꽂게 될것이다.
설청 : (살기서린 눈빛)....
S#10-2. 김조년 집 윤복방 / 밤
윤복, 화폭앞에서 열중하여 ‘쌍검대무도’ 의 그림을 그리고 있다.
갑자기 인기척을 느끼며 고개를 드는데...어느틈에 다가선 그림자.
윤복, 놀라서 보면..설청이다.
윤복, 소스라치는데...갑자기 윤복의 목을 겨누는 설청의 검.
윤복 : (설청의 살기서린 눈빛에 공포)...!
설청 : (마치 그대로 찌를듯 쏘아보는)...!
윤복 : (공포속에서도 분노의 눈빛으로 보는)...!
설청, 윤복을 노려보다가 붓을 쥔 윤복의 손목을 향해 검을 내리친다. 번뜩이는 칼날.
화폭위로 떨어지는 붓자루. 화폭위로 핏물같은 적홍색 물감이 번진다.
헉-숨막히는 비명을 지르며 번쩍 눈을 뜨는 윤복.
윤복, 그림을 그리다가 잠시 잠든듯 꿈에서 깨어난다.
윤복, 숨을 몰아쉬며 자신의 손목을 살핀다. 상처와..아버지의 손이 연상되는듯한 표정.
떨리는 손을 보는 윤복의 얼굴에 대결을 앞둔 긴장감이 흐른다.
윤복 : ......
S#10-3. 저잣거리 / 낮
사람들 모여있고, 공씨 앞에 서서, (공씨, 징 들고 있다)
공씨 : (징채 휘두르며) 이제 두 화공의 승부가 가려진다- 이것입니다!
객1 : 그림이 완성 되었소? 승부는 어떻게 되었소?
공씨 : 그것은!!! (사람들 집중하면) 조기, 우리는 언감생심 꿈도 못 꿀, 김조년 대행수 집에서 결정되는 것!
자, 드디어, 두 화원의 피튀기는 대결, 제 이장, 화평이 시작되오! (징 치면)
S#11. 김조년의 집 / 사랑채 대청 / 낮
대청 위에 화계원들 여섯 명 모여있고, 김조년과 정향의 모습도 보인다.
김조년, 화계원들 사이에 앉아있고, 정향은 가야금을 켜고 있다.
사랑채 아래 있는 사람들 중, 생도들(고봉, 술태, 만보, 효원)도 보인다.
그 때, 가야금 소리 갑자기 끊기고.. 조년, 정향 보면, 정향, 문쪽 보고. 사람들, 일제히 문쪽 보고 있고,
윤복, 초췌해진 얼굴로 들어선다. 윤복, 화구통 매고 들어서면,
고봉 : 왔다, 왔어! 윤복이가 먼저 도착했다!
김조년 : (대청 위에 앉아있다, 일어서서) 혜원이 먼저 왔군. 어서 오게.
윤복 : (뚜벅뚜벅 걸어들어오고)
정향 : (김조년 옆에 앉아 윤복 보고)
윤복 : (정향 보고.. 김조년 앞에 서서, 화구통 내민다)
김조년 : (화구통 받아, 슬쩍 열어 그림 있는지 확인하고) 잘 해 주었군. 한 식경 후에 부를 테니, 옷을 갈아입고 오게.
(은근히) 아, 기왕이면 여(女)복을 준비하여 둘 것을 그랬군. (미소)
윤복 : (쏘아보며/소리) 실컷 웃어 두십시오.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르니.
김조년 : (나직히) 수고 하였소..
윤복 : (날카롭게 쏘아보고, 돌아서는데)
사람들 : 왔다!! 단원 선생이 돌아왔다!!
윤복, 조년 : (돌아보면)
홍도 : (피곤에 지친 몰골로 들어서는데, 눈빛은 형형하고)
윤복 : (홍도 보면)
홍도 : (진지하게 걸어 들어오고)
윤복 : (천천히 눈앞을 지나는 홍도의 모습 보면)
홍도 : (윤복 보고 짧게 미소)
윤복 : (그 순간, 멈추듯, 자기만의 보물을 보듯, 홍도 보고)
홍도 : (다시 정색하고 김조년 보고) 그림을 가져왔소. (화구통 내밀면)
김조년 : (그림 받으며) 잘 해 주었군. 잠시 쉬었다가 나오도록 하게. 화평 준비를 해 놓을 터이니.
홍도 : (조년 보고 뭐라 하려다 가고)
윤복 : (조년 앞 지나, 홍도와 함께 가고)
김조년 : (정향 보고, 화구통 두개 흔들며) 여기, 너와 나의 명운이 걸려 있다.
정향 : (화구통 보고..)
S#12. 김조년의 집 / 사랑채 옆 방 / 낮
홍도와 윤복, 화구들 내려놓고 (홍도와 윤복, 등지고 서서 작업대 위에 붓이며 벼루, 도구들 하나하나 놓으며) 손을 씻는다.
홍도 : 떨지 말거라.
윤복 : (보는) 스승님은 괜찮으십니까?
홍도 : (함께 손씻으며) 이제부터 저 자들이, 너와 나의 그림을 갈기갈기 잘라내어 뜯어볼 것이다.
윤복 : (보면)
홍도, 먹으로 얼룩덜룩한 손 담그고 씻으면, 윤복도 손 담근다.
두 사람의 손에 묻어있던 먹물, 물 속에 풀리며 하나로 얽히고,
S#13. 김조년의 집 / 사랑채 / 낮
앞을 보고 앉아있는 홍도와 윤복의 모습 보이고, 그들 앞에 대청 위에 있는 화계 대표 여섯 명 보인다.
가운데는, 김조년이 서 있고, 홍도의 그림과 윤복의 그림이 걸려있는 그림판(비단으로 덮여있어 그림 보이지 않음) 보이고.
화계원들, 빙글거리며 윤복과 홍도 보고, 김조년, 윤복과 홍도 흘끗 보고는, 미소.
김조년 : (빙긋 웃으며 홍도 윤복 보면) 자 이제부터, 도화계 여러 어른들과 함께 화평을 들으며 천천히 승부를 즐겨 보시지요.
(사람들 얼굴위로)
홍도, 윤복 : (가증스럽고)
김조년 : 알려드렸듯이 화평은 해질 때까지이고, 최후의 판결은 모두의 추천으로 왕실의 종친이신 복원군어른께서 하시겠습니다.
김조년의 말을 따라, 한 쪽에 걸려있는 흰 종이(*통략판) 보이고.
‘단원’ ‘혜원’ 글자 나란히 적힌 것 보는 홍도와 윤복. 침을 꿀꺽 삼키고.
김조년 : 그럼, 화평을 시작해 보도록 할까요?
김조년 눈짓하면, 양 두루마리 옆에 있던 삼돌1, 2 비단천 벗기고. - 그림대 위에 촤르륵! 펼쳐지는 그림.
김홍도의 [씨름]과 신윤복의 [쌍검대무] 보이고.
화계원들, 감탄하고, 앞으로 다가오고, 김명륜대감 안경 꺼내 끼는데.
홍도 : (안경 꺼내 눈에 대고 신윤복의 [쌍검대무] 천천히 보곤) ...음
윤복 : (홍도의 씨름도보고 )....역시
복원군 : (홍도의 씨름도 보며) 정말 생생하구나. 이 그림에는 두 개의 시선이 있군..
(그림 속 구경꾼 가리키며) 먼저 앞쪽에서 바라보는 시각으로 씨름판의 전경을 그렸고.
씨름판 소음 들리기 시작하고,
S#14. 저잣거리 / 씨름판 / 낮 / 환상
김홍도의 [씨름]과 같은, 씨름판 풍경.
홍도, 씨름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는데, 위에서 내려다 본, 사람들, 조그맣게 되고(CG)
복원군 : 그러나 승부의 힘과 활기를 표현할 수 없으니 (주변 둘러보고, 화면에서 사라지면) 구경꾼의 입장이 되어
씨름꾼들을 올려다보았군.
홍도, 구경꾼들 사이에 앉아서 씨름 장면을 본다. 밑에서 보는 홍도의 시선에 따라, 커지는 씨름선수들의 모습CG. 그 위로,
복원군 : 앉아 있는 구경꾼의 눈에 씨름꾼은 엄청나게 커보였을 것이다. (부채 접은 것으로 씨름하는 홍도 가리키면).
S#15. 김조년의 집 / 사랑채 / 낮
복원군이 가리킨 선수들, 그대로 그림 속 남자가 되며,
복원군 : 이렇게, 씨름하는 자들을 구경꾼들보다 크게 그리니, 화폭 전체에 힘찬 느낌을 주는구나.
윤인원(홍도편) : 길티. 꼭 저 씨름판의 구경꾼들과 하나가 되어, 날것 그대로의 승부를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김조년 : ‘통’을 주시겠습니까?
여섯 화계원, 서로 보며 고개 끄덕이면, 점수 기록 표에 ‘통’을 써넣는 청지기.
마당과 대청에서 홍도에게 돈 건사람들 흐믓, 혜원에게 돈 건 사람들 긴장.
홍도에게 건 사람들 환호하고. (통략판, 홍도:윤복 - 1:0 )
윤복 : (침삼키며 -역시 스승님-, 홍도보면) ...
홍도 : (살짝 미소) ....
(CAM 퀵 팬하며) 신윤복의 [쌍검대무] 앞에 이문직이 부채를 들고 선다.
이문직 : 음... 이 그림의 뛰어난 점은 놀라울 정도로 생생하다는 것입니다. 보시지요. 마치.. 이 자리에서 춤을 추고 있는 듯한...
S#16. (#23) 김조년의 집 / 사랑채 앞마당 / 낮 / 환상
한 켠, 칼춤을 추는 사람들. [쌍검대무]와 같은 검무 장면 펼쳐지고, 번쩍이는 칼과 화려한 의상 보이고,
그 모습 보는 사람들, 감탄하는데,
칼춤 추는 모습 그대로 굳으면, (Stop Motion) - 홍도때와 비슷..
S#17. (#24) 김조년의 집 / 사랑채 앞 대청 / 낮
(앞 씬의 장면 그대로 옮겨진) 윤복의 그림. 그 앞에 선 이문직 보이고.
이문직 (윤복편) : 두 여인 모두 치마저고리 위에 주황색의 전복을 걸치고 있어 역동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팽팽한 긴장감과 힘, 그리고 속도는 두 여인의 옷깃을 통해 표현되고 있습니다.
(그림속 여인 가리키면, 화폭속 여인의 치맛자락 날리고. CG) 휘날리는 전모의 붉은 깃과 치맛자락의 움직임이
두 여인의 현란한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고개 돌리면).
화계원들 : (끄덕이고)
(통략판, 홍도:윤복 - 1:1 )
정향 : (보일듯 말듯한 미소)...
조년 : (그런 정향을 두고보란듯 보며)
혜원에게 건사람들 흐믓, 홍도에게 건 사람들 그림에 집중..
윤복 : (시선들면/ 조년소리) 다시 단원의
홍도 : (보면/ 조년소리) 그림을 보겠습니다.
화면, 휙! 이동하면, 홍도의 그림 앞에 서 있는 김시년.
김시년 : 단원의 그림 속 사람들은, 한 명 한 명, 마치 눈 앞에서 본 듯, 표정이 생생하게 살아있습니다. 이는, 마치..
S#18. 저잣거리 / 씨름판 / 낮 / 환상
홍도, 씨름판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서 있으면,
씨름을 보며 왔다갔다하는 사람들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한 명씩, 멈추다가 모두 정지하면,
홍도, 정지된 그 사람들 사이로 들어가 한 명씩 생김새를 뜯어보고,
고개를 돌려보고, 손을 내려보고 올려보고 하며 화첩에 그리는 위로,
김시년(소리) : 화원이 이 사람들을 한 명 한 명 오랫동안 관찰하여, 그 중 가장 인상적인 순간만을,
S#19. 조년의 집 / 사랑채 / 낮
김시년 : (홍도의 그림 부채로 탁 치며) 이 화폭 속에 넣어둔 것 같습니다. 보시지요.
김시년(소리) : (홍도의 그림 속 구경꾼들의 표정 하나하나 보이며) 단 한 명도, 같은 얼굴을 가진 자가 없이,
눈앞에서 벌어지는 씨름의 결과를 자신의 얼굴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CUT TO
점수판에 ‘통’자 쓰여지고, (홍도: 윤복 - 2:1)
윤복 : (점수판보며 긴장.. 주먹에 힘이 들어간다)
홍도 : (그런 윤복 보며 )
CUT TO
예조판서 : 단원의 그림 속에 두 개의 시선이 있어 씨름꾼들에게 집중하게 하였다면, 혜원의 그림 속에도 그런 장치가 있네.
혜원 설명해 보게.
혜원 : (일어서서 주변 눈치보며, 그림앞으로 나오며).
S#20. 연회장 / 공터 / 낮
검무를 추는 여인들과 양반들 보이고,
혜원 : 시선을 모으기 위해 많은 사람들로 산만한 화폭 속에 검무를 추는 두 여인을 가운데 배치하였습니다.
혜원의 말에 따라, 여인들만 당겨지고, 양반들은 작아지는 CG (현장실사컷)
S#21. 김조년의 집 / 사랑채 / 낮
예조판서 : 양반들을 변두리로 밀쳐내고, 한가운데에 여인들을 가득 채웠다..과연 도화서를 뛰쳐나온 파격의 화원이네. (윤복보면)
윤복 : (예조판서 보고) ...
김조년 : 놀랄 일도 아니지요. 우리 화공은(윤복 보고) 여인들의 마음을 귀신같이 알고 있으니까. (빙긋 웃으면서 홍도보는데)
홍도 : (비밀을 말할듯한 조년태도에 울컥하고)
김조년 : (모른 척 웃으며) ‘통’을 주시겠습니까?
화계원들 : (끄덕인다.),
점수판에 ‘통’자 쓰여지고, (홍도: 윤복 - 2:3)
윤복 : (긴장되게 조년보다 홍도보면)
홍도 : (점수판 보다가 윤복본다-아슬아슬하군)
S#22. 김조년의 집 / 사랑채 / 낮 / 몽타주
1. 홍도의 그림 위로, 윤인원의 말을 따라 원 모양 그려지는 위로,
윤인원(소리) : 화폭 주변으로 둥글게 구경꾼들을 두고, 가운데 씨름꾼을 놓아, 강렬하게 시선을 사로잡으면서도
안정감을 느끼게 합니다.
2. 단원쪽에 ‘통’자 쓰여지고, (점프, 홍도: 윤복 - 4:4)
3. 윤복의 그림 위로, 이문직의 말에 따라 선이 두 개의 선이 그어지며(화면 전체를 3단으로 나누는 두 개의 선)
이문직(소리) : 위에 일곱 명, 아래에 일곱 명을 배치한 후 가운데에 두 검녀를 마주보게한 것은 절묘한 분할이라 할 만합니다.
가운데에 두 검녀를 춤추게하여 보는 사람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습니다.
4. 혜원쪽에 ‘통’자 쓰여지고, (홍도: 윤복 - 4:5) 계속 찍히는 통자 (몽타주)
5. 혜원쪽그림에 열올리는 혜원파들 (몽타주)
6.홍도쪽 그림에 열올리는 홍도파들 (몽타주)
점수판 통자 점점 늘어나고, (6:5)~(7:5)~(7:6)~(7:7)
김명륜 대감 마른침 삼키고, 정향도 손에 식은땀 손수건으로 닦으며..
동점되자 안색이 변하는 조년 조급해 지기 시작. 각각 홍도와 혜원의 ‘통’자 집계..
홍도 윤복 조년의 얼굴 겹치고... 긴장감 흐르고
S#23. 김조년의 집 / 사랑채 / 낮
점수판에 ‘단원’, ‘혜원’ 쓰여진 아래, 같은 수의 ‘통’자(홍도: 윤복 - 8:8)가 쓰여져 있다.
윤복과 홍도, 긴장하며 서로를 보면, 김조년의 시선 못 마땅하다.
김조년 : (의도적으로) 이제 승패를 내야 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김명륜 : (김조년 보고) 어찌 말인가?
김조년 : 이 대결의 화제가 ‘쟁투’이니만큼, 뭔가 결정적인 승부수를 숨겨놓은 쪽이 이기는 것이 어떻습니까?
김명륜 : 숨겨놓았다.... 그것 참 재밌는 생각이군.
화계원들 : (서로 보며 숙덕이고, 고개 끄덕이면)
복원군 : 그럼 우선, 단원의 그림부터 보도록 하지 (부채로 화면 가운데 있는 두 사람 가리키며) 이 두 사람 중 누가 승자인가?
화면 가득 김홍도의 [씨름]보이는 위로,
김시년 :(오른쪽 사람 가리키며) 승자는 이자인듯 합니다!
윤인원 : 그럼 저렇게 번쩍 들린 자가 이겼단 말입니까? 이미 중심을 잃었는데?
김시년 : 언뜻 보기에는 중심을 잃은 것 같지만 그렇지 않소. 반면, (부채로 그림 속 가리키며) 왼쪽의 이자는 두 발을 땅에
붙이고 있지만 몸의 중심이 뒤로 쏠려 있습니다. 안간힘을 써서 상대를 들어 올렸지만 정작 자신은 나동그라질 판이지요.
그림 속 오른쪽 남자가 왼쪽 남자를 찍어누른다. (실사인서트).
김시년 : 그렇지 않은가 단원?
예조판서 : (김홍도보고)..단원, 누가 승자인가?
홍도 : (슥 일어서며) 싸움에서 이긴 쪽은,...
사람들 : (숨죽이고 홍도 보고)
윤복 : (홍도 보면)
홍도 : (손으로 왼쪽 남자- 김시년과 다른 사람을 가리킨다) 이 자입니다.
이문직 : (팔짱 끼고 보다가) 흠.. 그 근거가 무엇인가? 해법이 적합치 않을 시에, 자네가 우리를 모욕한 것으로 생각하겠네.
홍도 : (미소) 물론입니다. 모든 해법은 명징해야 하니까.
윤복(소리) : 답이 있습니까?
홍도(소리/ 윤복 보는 홍도 얼굴 위로) : 있다마다.
홍도 : (윤복에게서 고개 돌려, 사람들 보며) 해답은 오른쪽 아래에 앉은 두 명의 구경꾼들에 있습니다. 두 사람의 표정을
잘 보십시오. (그림 속 사람 깜짝 놀라는 것 처럼 보이고..) 마치 무언가에 크게 놀란 듯 입을 벌리고 있지 않습니까.
게다가 (그림 속 남자 가리키고) 머리를 뒤로 젖히고, 몸을 한껏 빼고 있습니다.
S#24. 저잣거리 / 씨름판 / 낮 / 환상
홍도의 말대로, 등을 돌린 자가 힘을 줘 들배지기로
홍도(소리) : 그것은 화면을 등진 씨름꾼이 들배지기로 들어 올린 상대를 오른쪽으로 메다꽂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으라차’ 오른쪽으로 메다꽂는다. ‘퍽~!’
S#25. 김조년의 집 / 사랑채 / 낮
사람들, 홍도 보며 감탄한듯 끄덕인다.
김명륜 : (흐뭇하게 미소) 과연 단원이군!
김조년 : (사뭇 진지하게) 승패가 이미 기운것 같습니다.
김명륜 : (끄덕이며) 혜원이 힘들것 같구만.
윤복 : (침울하고 걱정되는)
홍도 : (윤복을 자기 느낌으로 보는)...
조년은 남들모르게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다.
S#26. 김조년의 집 / 마당 / 낮
삼돌이가 나오자 술태가 다급히 잡는다.
술태 : 어떻게 되어 가고 있소.
삼돌 : 단원선생에게 통이 하나 더갔습니다.
술태 : 이야. 역시 대단하시다!
고봉 : 내 뭐라 그랬냐? 처음부터, 단원선생님한테 윤복이가 상대가 될 거라고 생각했냐- 이 말이다. 흠!
만보 : 글쎄 윤복이도 그리 호락하게 질 녀석이 아닌것 같은데
술태 : 효원이 넌 어디에 걸었느냐? 스승님이냐? 윤복이냐?
효원 : (가짜로 화내고) 너희들 지금. 행수어른 농간에 스승과 제자가 원치않는 싸움을 하고 있는데. 돈을 걸어!! 돈을!!
흠 난. 스승님한테..
아이들 : (키득키득 웃고)
S#27. 김조년의 집 / 사랑채 / 낮
김조년 : 여인들의 검무는 대결이 아닌 유희인데도, 목숨이 걸린 긴장감이 느껴지는군요.
윤복 : (보며) 본래 예인들의 자존심을 건 대결은 무사들의 생사를 건 결전만큼 급절한 것입니다.
계원일동 윤복을 쳐다보면
윤복 : (그림 앞으로 나오며, 붉은 치마 입은 여인 가리키며) 이 두 여인의 승패는 흩날리는 치맛자락 속에 숨어 있습니다.
S#28. 연회장 / 공터 / 낮 (환상)
두 여인의 춤사위가 한바탕 부닥치다 떨어지며 붉은치마 여인은 천천히, 푸른치마 여인은 빠른 속도로 돌며, 버선발로 중심잡고...
윤복 : (소리) 이 붉은치마여인의 치맛살을 보면, 몸사위가 빠르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고개 돌리면)
윤복 : (붉은치마의 모자 가리키며) 전모에 꽂힌 공작꼬리깃털과 치맛자락은 (멈춰있는 여인의 치맛자락 가리키며)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정향 : (소리) 반대로 푸른 치마를 입은 여인은 오른 쪽에서 왼쪽으로 급하게 몸을 돌리고 있지요. (마당 보면)
칼춤추는 여인 둘, 마당에서 둘이 칼춤추며 돌고, 그 중 하나는 정향이다. (파란 옷 입은 여인)
윤복 : (정향이의 치맛자락 가리키며) 몸 중심과 (전모 위에 있는 공작꼬리 가리키며) 머리의 중심이 완전히 흐트러져 있는
푸른 치마 입은 여인이 진 것입니다.
김명륜 : 치맛자락에 승부를 숨겼다... (화계원들에게) 이 또한 단원 못지않은 솜씨가 아니겠소? 단원 자네 생각은 어떤가?
홍도 : 예. 예사롭지 않은 솜씨이옵니다.
화계원들 : ‘통’입니다. /저도 ‘통’입니다.
(*9:9 중간 성적표 )
김조년 : (흡족한 미소얼굴)
윤복 : (김조년 슥 보고, 살짝 미소)
홍도 : (김조년 보고 슥 웃는다)
김조년 : (미소가 사라지며 뭔지 모를 불안함을 보이는 얼굴..그러나 급히 감춘다)
정향 : (긴장되게 세 사람-홍도 윤복 조년- 본다)......
S#29. 정조의 개인 처소 / 낮
정조 붓글씨를 (난정서 씀) 쓰고 있다. 홍국영 들어오면,
정조 : 어찌 되었는가? 두 화원의 대결은.
홍국영 : 예. 아직도 승패가 갈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정조 : 아직도라...(깊은 호흡을 내뱉는다)
S#30. 정순왕후 처소 / 낮
조영승, 김귀주, 정순왕후 앉아 차마시고 있다.
김귀주 : 단원이 이번 화사대결이 끝나면 단원의 명성과 화원으로서의 명줄이 끊어질 것입니다.
조영승 : 그렇지요. 이번일에는 대행수의 공이 컸습니다.
정순왕후 : (미소) 그거야 끝까지 가봐야 아는 거지요. 만일 잘못될 경우를 대비해.. (김귀주 보며) 복안을 마련해 두세요.
김귀주 : 복안.. 이요?
정순왕후 : 만약 대행수가 이번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을 경우, 우리 모두가 화를 당할 수 있다는걸 잊지 마세요.
조영승 : (불안한)
S#31. 김조년의 집 / 사랑채 대청 / 낮
김시년 : 이렇게 해서는 도무지 승패가 가려지지 않을 듯 합니다.
이문직 : 수천금의 내기가 걸린 승부에, 승패가 가려지지 않다니요! 아니될 말씀입니다.
그리 되면 여기 모인 사람들이 전부 들고 일어나지 않겠습니까?
복원군 : 어찌한다... (조년 안타깝게 뭔가라도 하라는듯 보고)
조년 : (고민 끝에) 승패를 가릴 방도가 있습니다.
복원군 : 무엇인가?
조년 : 두화원에게 상대의 그림을 평가하게 하여 승패를 가리는 것입니다.
홍보 윤복 서로를 보고
복원군 : (두화원보면) 두화원은 할 수 있겠는가?
홍도 윤복 : 예..
(점프컷)
홍도 : (윤복 그림 앞에 서있다) 혜원의 그림은 흠잡을데가 없습니다. 조선 화공들 중에서 최고의 솜씨입니다.
(점프컷)
윤복 : (홍도 그림 앞에 선다) 단원선생님의 그림은.... (말을 하려다 뭔가 발견하고)
(insert : 우측 하단의 오른손이 왼손으로 그려진 구경꾼의 손
서징의 잘린 손, 장파형틀에 걸린 홍도의 손, /
1부, 이야기하면서 뒤집어 짚는 이인문의 손 / 빠르게 지나가고)
윤복 : (차마 말 못하고 표정 어두워지는)
홍도 : (그런 윤복을 보는)
정향 : .....
복원군 : 왜 그러는가 말을 하게.
김명륜 : 혜원. 왜그러는가?
윤복 : (점점 더 고개 숙인다)
김시년 : 이렇게 되면... 스스로 패배를 인정하는 것인가?
김조년 : (당황스런 표정으로 윤복을 보는)....
윤인원 : 말을 하지 않으면 자네가 패배한 것으로 간주하겠네. (눈짖 준다)
윤복, 입술을 질끈 씹으로 갈등하는 얼굴위로
insert) 씬1의
홍도 : 서로를 이기는 것이 우리가 사는 길이다.
윤복 : ... 서로를 이기는 것이 사는 길이라구요... (무슨 말인지...)
홍도 : 오냐, 오직 그 길만이 살길이다. 넌 날 반드시 꺽어야 하고 나 또한 너를 반드시 이겨야 하느니라.
김조년 : (다급하게) 어서 말을 하게.
윤복 : (갈등하며 뭔가 말하려다가 다시 입을 닫는)..
김조년 : (더욱 당황스럽고 다급한)
심사관들 낙관들고 찍으려 한다.
일동, 긴장감에 그 모습을 보고...
김홍도와 신윤복, 그리고 그림속에서 뭔가를 발견하는 김조년의 번쩍이는 눈빛이 빠르게 교차한다. 낙관이 찍히려는데...
김조년 : 잠시 멈추시오!
일동 : (의아하게 김조년을 보는)
김조년 : 단원의 그림에는...치명적인 과오가 있습니다.
홍도 : (눈을 질끈 감는다)
윤복 : (번쩍 눈을 뜨고 보는)
일동 : (보고)
복원군 : 무엇인가? 그 과오라는게?
사람들 : (숨죽이고 김조년 보는데)
조년 : 그 과오는 바로, (홍도 쪽으로 돌아선다)
홍도 : (놀라고)
조년 : (그림 속, 오른쪽 아래 구경꾼의 손 가리키고) 이것! 그림 속에 구경하는 이 사내의 왼손과 오른 손이 바뀌었습니다.
조년이 짚은 곳, 손이 빙글 돌아 제대로 잡히고, 다시 잘못된 모양으로 된다. -CG (그림 인서트 필요)
윤복에게 걸었던 사람들, 소리지르며 좋아하고,
윤복, 걱정스레 홍도 보고, 홍도, 실수 인정하고 괴로워 입술 물고..
화계원들, 그림을 자세히 보다가 윤복에게 건 예조판서 이문직, 만면에 웃음 띠는데..
예조판서 : 단원! 자네 실수를 인정하겠는가?
단원 : (침통한 표정으로 말이 없다)
김명륜 : (다급하게) 단원에게 뭔가 할 말이 있지 않을까요? 단원
단원 : (말이 없다)
김명륜 : 자네같은 대 화원이 이런 중요한 화사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를리 없네. 대체 이유가 뭔가?
홍도 : (조년 보는) 제가.... 실수한 듯 싶습니다.
윤복 : (무너져 내리는. 창백하게 질리는)
정향 : (져주려고 했는가 홍도보는)
윤복 : (복잡한)
김조년 : (득의만만한 표정으로 홍도와 정향등을 보는)
예조판서 : (삼돌에게 눈짓 하면)
삼돌이 붓 들어 단원의 통하나를 천천히 지우면, 홍도 윤복 7:8
예조판서 : 이것으로, 승부는 가려진 것 같소. (김조년 보며) 이제 승자는 결정 되었지요. (복원군 본다)
복원군 : (몸을 일으키며) 단원은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겠는가?
김홍도 : (그림 앞으로 가고) 승패는... 아직.. 갈린 것이 아닙니다.
사람들 : (술렁이고)
술렁이는 사람들
놀란 김조년, 홍도 보는
예조판서 : 단원. 구차한 별명을 할 것인가? 이제 승부가 결정되었네! 단원은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게.
S#32. 김조년의 집 / 사랑채 밖 / 낮
서서히 해가 기울고,
insert) 하늘의 석양.
S#33. 김조년의 집 / 사랑채 대청 / 낮
서서히 고개를 돌려 서쪽창을 보는 홍도.. 마술처럼 저녁노을이 서쪽창을 붉게 물들기 시작한다.
창문을 여는 홍도 붉은빛 낙조가 윤복의 얼굴을 물들인다.
낙조가 복원군과 조년 정향의 얼굴 물들이고 그리고 단원의 그림을 물들인다.
어느 순간 그림에 해 비치고...빛이 서서히 바뀌면(CG), 홍도의 그림에 와 닿는 황색 빛.
윤복, 홍도, 화계원들 잔뜩 긴장해서 보면.. 빛이 닿은 홍도의 그림 속에서 광채가 나고,
가운데 두 사람의 씨름꾼이 툭 튀어나온다. (팝업북처럼, 두 사람만 3차원으로 살아난다. CG)
복원군 : 이럴 수가!!
예조판서 : 오후 내내 보아왔던 그림과는 전혀 다른 강렬함이 살아 있군!
윤인원 : 빛 하나로 이렇게 다른 그림이 될 수 있단 말인가?
홍도 : 화면 전체에 주황색을 쓴 것은 단조롭게 보일 수 있으나, 강렬한 노을빛을 빨아들이면....
홍도(소리/ 홍도 보는 사람들과, 윤복의 얼굴 위로) : 지금 이 순간이야말로 그림이 가장 강렬하고 아름답게 보이는 시점이지요.
이문직 : 그림을 보는 가장 좋은 태양광까지 생각하는 용의주도함이라!!
김명륜 : 그러니, 그 앞에 사소한 실수가 무슨 흠이 될 것인가. 자, 이제 지웠던 ‘통’을 다시 채워 넣어야 할 때가 아닌가?
(웃으며 김조년 보면)
김조년 : (일그러지며 이를 갈고)
김명륜 : (홍도 보고 미소)
윤복 : (감동한)
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