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의 소리와 파도소리, 숲들이 숨을 내쉬는 침묵의 소리를 사람들은 자신들의 소리와 적절한 침묵으로 동조하여 자연의 소리에 스며들기에 분주한 듯도 하였지만 무엇하나 주변 그 무엇의 흐름도 방해하지 않았습니다
섬에서 살고 있는 허리가 휜 소나무들의 애환도 물어보고 바다의 눈동자들이 떠나지 않는 소나무들 사이를 숨바꼭질하듯 빠져내려오니 송진 향기나는 땀방울을 파도가 씻어주었습니다
자연 속에 집을 지을 때 유명한 건축가는 살고 난 뒤에 집이 철거되었을 때 주변의 자연 한톨 회손시키지 않고 지었을 원상태를 의식하여 설계를 한다고 합니다 철거 후에는 마치 텐트 하나 들어낸 것같은 원상복구를 철저히 계산한다고 들었습니다 산으로 깊이 들어가는 걸음들 또한 그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들 하시고 계시지만요..) 온 듯 간 듯, 소리없이 스쳐갔다 소리없이 나오는 그리고 뒤돌아서면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서 있는 숲과 산등성.
오후의 빛을 골골마다 늘어뜨리고 핑크 압셍트의 술빛같은 커튼을 마고할미가 받아서 노을이란다 오물거리며 쫙 펼칩니다 숲과 바다는 노을의 서신을 받고는 즉시 그들의 임무에 착수합니다 잠들어야 할 것들과 일어나야 할 것들 멀리 떠나야 할 물고기들과 돌아오는 물고기들 저무는 시간은 어디론가 사라져 발랄하게 터지는 하루의 첫 시간이 됩니다 하루가 반생이고 한평생입니다 떠남과 돌아옴에 연연하던 마음이 의연하게 일어섭니다
하루를 쓴 사람이 아주 낮설게 느껴집니다 나의 몸을 누군가 다녀간 듯한 이감각은 자연의 무궁한 혈맥들을 수혈 받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웬지 뿌리가 뻗어나오고 머리카락 끝에서는 연둣빛 잎파리가 싹을 튀울 것도 같습니다 거부하기 싫은 청량한 느낌이며 감정입니다 잠깐 밥을 먹는 짐승에서 벗어나고 싶은 시간입니다.
첫댓글 칭찬은 고래 🐳 도 춤추게 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