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피우며, 추억과/ 욕망을 섞으며, 봄비로/ 생기 없는 뿌리를 깨운다.’
엘리엇이 말했던 잔인한 4월이다. 창문을 여니 멀리 산허리에 미세먼지가 조금 낀 듯하다. 그러나 봄철이면 불청객처럼 나타나는 예전의 그 지독한 황사현상은 나타나지 않는다. 그 황사가 미세먼지와 혼합된 것을 두고, 발생원인을 따지며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유독 중국에서 바람을 타고 날아오는 황사와 미세먼지 이야기는 숨긴채, 고유한게 좋은지 우리것만 원인을 찾는 인간들이 있었다. 소위 그들이 생각하는 대국(大國)에는 찍소리도 못하고, 우리의 공장가동에 문제가 있다느니, 자동차 매연에 원인이 많으니 오래된 경우자동차의 진입운행을 금지해야 한다는 등 개거품을 물고 나대는 꼬락서니를 보면 기분이 상했다.
나도 당연히 우리 생활주변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나 오염발생은 최소화해야 한다는데는 이견이 없다. 그런데 중국을 향해서는 고개도 들지못하고, 내국에만 눈알을 부라리는 것이다.
거기엔 필경 이유가 있을 것이다. 중국에 핏줄이 있다거나, 무엇을 얻어 먹고, 아니면 드러나면 큰일날 커다란 신세를 진 일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하긴 태어나는 순간부터 뼛속까지 중화사상(中華思想)에 물들어 있을지도 모르겠다.
젊은시절 중국 나관중이 쓴 삼국지연의를 읽었다. 볼거리가 많지 않던 시대엔 그게 얼마나 흥미진진 했던지? 밤을 새워 읽고 또 읽었다. 도원결의를 한 유비, 관우, 장비의 의리가 부러웠고, 제갈량의 전술에 속절없이 당하는 적군들, 그리고 유비, 조조, 손권의 대망과 인물비교, 초선을 두고 사랑쟁탈을 벌이던 당대 최고의 창잡이 여포와 포악한 동탁, 적벽대전의 주유와 황충, 유비의 죽음과 제갈량의 출사표, 삼국의 대전과 통일, 마지막 진나라의 건국까지...
하여간 끝없이 펼쳐지는 전쟁과 인생드라마들은 매순마다 가슴을 조이게 하였다. 그런데 그 소설의 첫머리에 기록되었던 글귀가 아직도 흑백필름에 의해 돌아가는 영상처럼 흐릿하게 뇌리에 생생하게 남아있다. 하지만 너무 오래된 기억이라 오류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고향인 누상촌에서 돗자리와 짚신장사를 하는 유비가 시장에서 어머니에게 드릴 선물을 사가지고 집으로 돌아오는길, 하늘을 뒤덮는 듯한 거대한 황사바람이 일었는데, 그게 다름이닌 머리에 노란 수건을 두른 황건적들이 말을 타고 달렸기 때문이었다.'라고 기록되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하여간 삼국지 이야기는 이쯤하고...
그러한 황사와 미세먼지의 원인에 대하여 나무위키에서는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보통 내몽골자치구나 고비 사막에서 불어오는 모래 바람이 중국 전역으로 돌면서 다양한 매연, 화학물질, 산성비 등 여러 유독성 물질들과 합쳐지고, 황해를 건너서 우리나라로 오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황사의 기록은 조선시대에도 있었다.
"한양에 흙비가 내렸다. 전라도 전주와 남원에는 비가 내린 뒤에 연기 같은 안개가 사방에 꽉 끼었으며 지붕과 밭, 잎사귀에도 누렇고 허연 먼지가 덮였다. 쓸면 먼지가 되었고, 흔들면 날아 흩어졌다. 25일까지 쾌청하지 못하였다."
(명종실록 5년, 1549년 3월 22일)
요즘은 다행이 황사 이야기는 방송에도 별로 나오지 않는다. 황사와 미세먼지가 극심한 계절인데도 크게 불편하지 않기 때문이다. 황사는 지구 온난화로 계절풍이 지속적으로 불지 않는 것이라는 나만의 생각이고, 미세먼지는 코로나로 인한 중국 동해안에 집중된 공장들의 가동율이 떨어진 결과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있었다.
하여간 나는 무조건 중국을 빨아대는 인간들이 싫다. 북한의 침략은 그렇다치고라도, 역사를 펼쳐보면 수없이 많은 침공을 당하고, 여인들이 납치되어 단일민족이라 자랑스레 내세우던 혈통이 더렵혀젔음에도, 한마디 싫은 소리 못하고 침략국 일본에만 죽창을들고, 핏대높혀 성토하는 모습도 이해가 안간다. 둘다 증오해야 맞는게 아닌가?
애국은 말로 하는게 아니다. 관우가 유비의 두부인과 조조에게 잡혔어도, 끝까지 회유를 물리치고 주군 유비에 대한 충성을 표했고, 장비가 장판교전투에서 홀로 조조의 10만 대군에 맞섰던 것도 국가에 대한 충성이다.
과거를 용서하자는 말은 결코아니다. 정확하게 역사를 진단하고, 대책을 세우되 먼 앞날을 보며 살아가자는 말이다. 중국에서 오는 미세먼지나 황사마져 자신의 자동차 매연이 발생원인이라고 의식되면, 천만년 그 매연을 뒤집어 쓰고 살아도 할말이 없을 것이다.
사법개혁제도도 성급하게 혹자는 중국의 공안경찰제도 닮은 것이라고 하였다. 진의를 별개로 하고, (성질 나는대로 말해버리자면) 이참에 그러한 체제를 열망하는 적지않은 국민들을 위하여 '우리도 중국처럼 공안통치가 되어 조지 오웰의 '25시'를 절감(切感)하며, 일거수 일투족(一擧手一投足)을 감시당하고, 죄지은 자 철저하게 수사받아 혹독하게 그 댓가를 치루어 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런 마음을 먹어도 안된다. 그러나 그게 정치권에서 내밷는 공정(公正)이라 불리우는 내로남불의 결과일 것 같다. 다만 권력을 잡은 자들을 절대 배제하지 않는 측면을 전제로 하는 말이다.
국민이 정치인을 선택하면, 그 정치인들은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정치를 하기 마련이다. 독일 국민이 히틀러를 만들었듯 말이다. 그래도 올바른 국가 지도자는 하늘이 내리는 것 같다.
도원결의를 하였던 장비와 관우를 잃고, 이릉 대전(夷陵大戰)에서 패하여 백제산성에 머물던 유비는 깊은 병을 얻었다.
삼국통일을 이루지 못한 유비는 죽기전 제갈량에게 '아들 유선이 제왕이 될 제목이 아니라면 대신 그 자리를 취하라'는 대담한 유언을 남기고 죽었다. 정말 나라를 생각하는 군주이다. 세상의 어느 정치지도자가 이럴까? 한줌의 권력이라도, 한푼의 재물이나마 더 남겨 자손에게 주려고 할 것이다.
잔인한 4월이 지나가면 황사와 미세먼지가 걷힐까? 그러나 그동안 쌓인 것들이 사라지는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 듯하다.
이제 어찌되었든 거리두기가 이제 끝나간다. 마냥 방심할 것만도 못된다. 관우와 유비가 그랬듯 성급한 마음에 복병(伏兵)을 관과(看過)하고, 무리한 공격을 하면 전쟁에 패하기 마련이다.
코로나의 돌연변이와 아직도 많은 수의 집단감염은 우리에겐 복병이다. 슬기롭게 행동하는 길이 개인의 행복과 나라에 충성하는 길이다.
공기를 제대로 자유롭게 마실날을 기대하고, 미세먼지와 황사도 사라지길 기원한다.